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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티그리스 강가에서
작가 : 애플타운
작품등록일 : 2016.5.19

빚을 갚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 시내로 일자리를 얻게 된 마드린느는 저택에서 하인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저택은 완벽하지만 그만큼 쓸쓸했다.

 
13장 그녀를 찾아서 (1)
작성일 : 16-06-09 11:12     조회 : 526     추천 : 0     분량 : 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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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장 그녀를 찾아서

 

 기억하게.

 항상 대안은 있는 법이네.

 누구에게나 영혼의 동반자가 있듯이 말일세.

 -현자의 조언 중-

 

 

 ‘ 아무래도 여자니까 다른 방을 쓰게 해주겠지 ’

 

 라고 마드린느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투르크 족이 내준 방은 3인실이었다.

 

 같은 모양의 넓직한 침대 3개가 띄엄띄엄 놓여져 있는 푸른 빛 방이었다.

 

 조개 껍질처럼 은은하면서도 반짝이는 재질로 이루어져 있어 엄지 공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예쁘긴 한데, 왜, 어째서 같은 방이야? ‘

 

 라고 물어봤자 소용이 없을 게 뻔했다.

 

 지금까지 동거동락한 사이가 아니던가.

 

 이제 와서 방을 바꿔달라면 가이온, 리브 둘 다 뭐라고 말할까.

 

 “ 여태 같이 땅바닥에서 숙박했잖아? 방에서도 못할 게 뭐 있어? ”

 

 “ 아무런 일도 없을 거에요. 안심하세요. 여긴 엘프들의 땅이니 숲에서보다 더 안전하지 않겠어요? ”

 

 … 고작 이런 말을 듣고자 방을 바꿔달라고 하기에는 좀 그랬다.

 

 ‘ 그래, 그냥 자자. 사실 뭐 별 거 없다. ‘

 

 게다가 다들 지쳐 있었다.

 

 매를 타고서 하늘을 나는 일까지는 낭만적이어서 좋았지만, 거기까지만 이었다.

 

 엘프들의 땅이라 인간인 가이온과 마드린느는 버티기가 쉽지 않아 평소보다 많은 힘을 써야 했다.

 

 둘은 엘프들이 통행을 허락한 피를 가지고 있는 자들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여기에서 버틸 만한 요법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서있으며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딪쳤다.

 

 엘프들의 기운에 눌리는 것 같았다.

 

 리브도 크게 표현은 안했지만 정신적으로 꽤 타격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지도자인 아도니스와 자신이 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다.

 

 그러니, 아도니스는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건 자신도 그랬다.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 피가 대지를 적셔도 상관치 않는 인간이 있다는 거, 역사와 이야기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만은 그런 가치에 동조할 수 없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생애에서 아무리 좋은 자리라 해도 타인의 의지만을 따른다면 그게 뭔 소용이 있겠는가.

 

 ‘ 자신이 좋아하던 일을 하던 세월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

 

 ‘ 나를 채우던 시간이 그저 과거에만 머물러 있게 된다면, 나는 더 이상 내 자신이 아닐 수 없게 된다. ‘

 

 자신의 상황만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왔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지?

 

 가이온과 마드린느를 버릴 순 없었다.

 

 혹시나 자신의 언행으로 인해 두 사람이 목숨을 잃게 되기라도 한다면, 자신은 편하게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머니의 소원은, 그 의도는 대체 뭐였지?

 

 어머니는 단순히 지도자의 자리를 물려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다 일러주고서 리브를 산맥으로 보냈을 것이다.

 

 이리 일을 복잡하게 만들 리가 없다고 여겼다.

 

 뭔가, 다른 뜻이 있을 것이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수가 있을 거야.

 

 다들 잘 준비만 묵묵하게 하고 있었다.

 

 오랜만의 샤워를 즐기고 폭신한 침대에 가서 몸을 맡겼다.

 

 세 명이서 널부러져 있었는데, 엘프들이 문을 열고서 들어왔다.

 

 그들은 나름 손님이 아닌가.

 

 최소한의 격식은 차리는 투르크 족답게, 저녁 식사가 방 안에서 준비되고 있었다.

 

 원래 엘프들이 떫은 과일이나 풀만을 아주 소량으로만 먹는 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가이온은 별 기대를 하지 않고서 수저를 들었다.

 

 그런데 엘프들이 나름 신경써서 만들어준 덕분에, 생각외로 괜찮았다.

 

 “ 엘프들이 꽤 하는 데? 우리 집 사용인으로 부리고 싶을 정도야! ”

 

 허기가 졌던 가이온이 시장이 반찬이었던 덕분에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며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마드린느가 가이온을 째려봤다.

 

 저택에서 딱히 좋은 기억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리브는 말없이 깨작거리며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했는데,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평소 같았으면 많이 먹어두라고 옆에서 챙겨줬겠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속이 복잡할 만도 했으니까.

 

 식사가 끝나자 엘프들이 깨끗하게 상을 내갔다.

 

 이제 엘프들이 들어올 이유도 없었고, 온전히 셋만의 시간이 되었다.

 

 마드린느가 다정하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었다.

 

 리브는 가이온과 마드린느의 의견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 제가 여기서 후계자의 자리를 맡아야 할까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가이온과 마드린느는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맡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계약이 끝나 고향으로 돌아갈 것 아니냐, 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드린느와 가이온은 여기서 여정이 끝이 난다고 해서 자신들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언뜻 어머니인 엘리브제나가 더 멀리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다들 자연스럽게 각자의 본인 생각을 그대로 말하게 되었다.

 

 그게 가장 편한 길이었다.

 

 계약자로써가 아닌, 친구로써의 조언을 하게 된 것이다.

 

 마드린느가 리브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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