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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MONTERO
작가 : bean
작품등록일 : 2017.11.19

누가 내 작품을 훔쳤다!
남들은 모르는, 우리만 아는 시기와 욕망이 발등에 불을 붙였다.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3. 홍형사
작성일 : 17-12-04 12:59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5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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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s. 홍형사

 

 수서 경찰서 소속인 홍근표 형사는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에 과하게 흥분해 있었다. 서 내에 자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통화를 마친 근표는 보는 사람도 없는데 깊게 허리 숙여 절을 했다.

 

 “그럼 선생님, 나중에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허허 웃고 있던 근표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주머니를 뒤지다 그대로 밖으로 나가더니, 불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처음 태혁을 만났던 날은 풀리는 게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머피의 법칙이 과하게 적용된 날이었다.

 

 근표가 살던 아파트에 갑자기 물이 끊겨서 오랜만에 쉬고 있다가 씻지도 못한 채 호출당했고, 그렇게 불려 간 곳은 바로 옆 동의 투신자살 시체가 너부러져 있는 곳이었다. 재수 옴 붙었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확신이 있었던 것은 그저 자신의 촉 때문이었다. 신입에게 시체의 처리를 맡겨두고 간단하게 주변 탐문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급하게 구급차에 실려 단지를 빠져나가는 것을 봤다. 태혁은 현관에 서서 그 구급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묘해서 인상 깊게 남았다. 근표는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고, 태혁은 평범한 대답을 남겼다. 연락처를 받은 것은 그 후의 일이었다. 얼마 뒤 태혁은 경찰서로 찾아와 래인의 행방을 찾는다고 한 것이었다. 그의 모습은 너무 평범했고, 태연해서 특이사항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근표에게 있는 형사의 촉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뭔가 있는데 숨기고 있는, 전형적인 구린 사람이라는 거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형사들이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일단 직업 자체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소설가 아닌가? 근표의 입장에서는 그저 놀고먹는 한량이라는 직함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을 만나는 사이에 래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어느 바닷가의 작은 요양원에 있는 독실에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시력도 기억도 잃어버린 상태였다.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서 그렇게 됐단 말은 형사 생활을 하면서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는데,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가 갑자기 사라졌던 그녀가 엉뚱한 바닷가에서 발견된 것은 결국 기억상실로 인해 미궁으로 빠졌다. 마치 남태혁이 쓰는 추리소설같이.

 

 근표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가서 손바닥만 한 수첩에 남태혁의 이름을 썼다. 그리고 그 옆에 ‘원고’라고 쓰고는 동그라미를 두 개 그려서 물음표를 덧붙였다. 그의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은 탓이었다. 그를 만날 때마다 뒤가 구린 사람처럼 모든 일을 설명하길 즐겼다. 추리소설 작가면서 거기에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처럼, 근표를 당황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거였다.

 

 1. 도둑이 들었던 것 같다.

 2. 약 한 달 이상 지난 것 같다.

 3. 피해가 상당하다.

 4. 베스트셀러.

 

 여기까지 쓴 근표는 베스트셀러에 밑줄을 그었다. 도둑이 들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피해가 상당하다고? 뜬금없는 이야기 같았지만, 잔뜩 열 받아있던 태혁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의 인상으로는 쉽게 흥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태혁을 만났을 때 봤던 무표정에 가까운 미소는 섬뜩했고, 마치 무슨 일을 벌이거나 벌였던 것 같아 늘 찜찜했다. 작가라는 사람들에게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태혁의 외모는 그가 쓰는 글을 따라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쓰고 있던 글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근표는 자신의 글방으로 와달라고 하는 태혁의 부탁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바쁜 일도 없거니와 꽤 사건의 냄새가 났다. 특히 횡설수설하는 태혁에게서.

 

 “다녀오겠습니다!”

 

 “야, 나다니지 말고 일해!”

 

 “일하러 갑니다, 우리 팀장님 좋아하는 일!”

 

 팀장의 채근에 대충 대답해주고는 서를 빠져나왔다. 근표는 운전석에 앉자마자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운전대를 잡는 동안 담배 피우는 버릇은 영 버리지 못하는 것 중 하나였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숨을 크게 들이켠 근표는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태혁이 알려준 글방 ‘M’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었지만, 근표는 굳이 차를 타고 그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실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하루에도 수차례 다니는 도로와 맞물려 있어서 잘 아는 길이었다. 큰길에서 주택가의 골목 안으로 꽤 들어간 곳에 자리한 ‘M’은 주택가이니만큼 제법 조용한 곳이었다. 누군가 뭘 훔쳐간다고 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렇다면 애초에 위치 선정이 잘못된 게 아닐까? 고개를 갸웃거리던 근표는 경찰서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주택가에 도둑이 들 정도로 치안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실제로 심심하면 한 바퀴 도는 곳이 여기 아니던가. 그런데 자신들의 눈을 피해 도둑질을 한다? 어림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누군가 그걸 해냈다. 위에서 알면 꽤 욕먹을 만한 일이다.

 

 근표는 피다 만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는 ‘M’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디뎠다. 여긴 별로 변한 게 없었다. 마지막으로 들렀던 것은 태혁 때문이 아니라 래인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실종 수사가 흐지부지 종결되자 예전에 사뒀던 건물을 증축해서 들어갔고, 아파트는 금세 처분했다.

 

 그녀는 실종되고 거의 한 달이 다 돼서 찾을 수 있었다. 약 28일. 그녀가 사라졌던 시간이었다. 요양병원에서 잘 지냈던 것 같지만, 기억이 나는 것이 없다고 하니 다시 병원에서 이것저것 검사를 했었다.

 

 근표가 몇 가지 질문을 했을 때,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던 거라곤 여전히 바다뿐이었다. 별로 건진 것 없이 돌아가려고 할 때, 그녀의 동생이 근표를 불러 세웠다.

 

 ‘저기,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네.’

 

 ‘언니가 없어진 걸 알게 된 날, 제가 언니 집에 갔었는데 누가 손을 댄 흔적이 있는 거예요.’

 

 ‘흔적요? 저희가 둘러봤을 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는데요.’

 

 ‘정확하게는, 컴퓨터를요.’

 

 ‘컴퓨터를요?’

 

 당장에 와닿는 것은 없었지만 일반인은 모르는 중요한 것이 저장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막연히 추측했다. 하지만 그것도 의미가 없었던 것은 기억의 반절 정도가 날아 가버린 래인 때문이었다. 그녀의 기억이 돌아오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동안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완벽하지 않은 기억들이 얼기설기 엮인 것 같았다.

 

 근표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 채 ‘M’의 문을 열자, 바로 앞에 앉아있던 태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적당히 매만진 머리, 도수가 그리 높지는 않은 동그란 안경. 깔끔한 흰색의 셔츠와 서늘할 것 같이 보이는 옅은 베이지색 마麻바지. 그의 차림은 그 옛날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선생님 오랜만에 보네요. 음, 살은 좀 붙었나요? 전엔 진짜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았잖습니까.”

 

 “그런가요? 요즘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형사님은 잘 지내셨습니까?”

 

 “그럼요. 그럼 바로 이야기 좀 들어볼까요?”

 

 근표는 태혁이 끓여준 인스턴트커피를 옆에 둔 채 그의 말을 경청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통화내용과 비슷한 정도로 짧았고, 뭐라고 단정 짓기 모호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조금, 근표의 호기심을 건드렸다. 아직 누구도 보여주지 않았던 원고를 훔쳐 과감하게 투고를 하고 돈을 벌었다는 것은 꽤,

 

 자신만만하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런데 영 의심 가는 일이 없는 건가요? 수상한 사람을 봤다거나,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거나.”

 

 “언제쯤 도둑맞았는지도 알 수가 없어서 짐작도 못 하고 있습니다. 형사님, 꼭 좀 찾아주십시오. 빌어먹을 사기꾼을요.”

 

 서슬이 퍼렇게 오른 태혁의 말에 근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태혁의 말에 따르면 책이 한 권 완성되어 나오는 것은 한 달은 족히 걸리는 작업이라고 했다. 출판사에 투고하면 먼저 작가 계약을 해야 할 것이고, 그 뒤로 편집자의 손을 거쳐 오·탈자를 걸러내며 내용을 덧붙이기도, 빼기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거죠.”

 

 “문제요?”

 

 “어느 여유 있는 편집장이 투고한 원고를 읽어봐야 이 모든 일이 시작됩니다.”

 

 “아, 그렇겠군요.”

 

 근표는 수십 개의 서류봉투가 낙하하는 출판사를 떠올렸다. 태혁의 말대로 아무리 좋은 글도 출판사의 누군가 읽어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근표는 태혁이 건네준 시커먼 표지의 책 맨 앞쪽을 열었다.

 

 색지를 제외한 첫 번째 장에 초판 1쇄 발행일이 적혀 있었다. 20XX년 5월 13일. 약 일주일 전이다. 바로 아래에 쓰여 있는 지은이에는 ‘MONTERO’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방 ‘M’이 떠오르는 이름이었다.

 

 “만약 한 달 전쯤 도둑맞았다고 치면,”

 

 근표의 가정에 태혁의 어깨가 크게 흔들렸다. 분명 그도 한 달을 언급했다. 그의 계산은 아마도 이 초판 1쇄 발행일과 자신이 알고 있는 출판사의 도서 출간 시스템을 고려해서 나온 것일 터였다. 그의 반응을 보던 근표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때쯤 뭔가 주변에 변화가 있었습니까?”

 

 “3, 4월에는 한창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불면증이었나 보죠?”

 

 “불면증은 아예 잠을 못 자는 건데, 저 같은 경우는 거의 기면증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피곤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수면제 처방도 받았었죠.”

 

 “어휴, 그거 큰일이셨겠네요.”

 

 과장 조금 보탠 근표의 한숨에 후, 하고 가볍게 숨을 뱉었다. 생각이 많은 그의 표정은 좀처럼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낯이 유난히 어두워 보이는 것은 필시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는 그 생각들 때문일 것이다. 근표는 자신과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는 젊은 작가 선생을 그저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저는 대체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때쯤부터 엉망이 됐죠.”

 

 “예를 든다면……?”

 

 “뭐, 사소한 거였는데요. 아침 기상이나 산책 시간, 또 출근 같은 것들요.”

 

 “한국판 칸트 느낌인가요?”

 

 자신이 한 농담이 마음에 든 것인지 근표는 하하 웃다가 태혁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헛기침을 하곤 다시 손을 놀렸다. 수첩에 펜이 닿아 내는 소리가 잠깐,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을 메웠다. 하지만 사실 수첩에는 쓸만한 것이 없었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선생님 원하시는 대로 일이 안 풀릴 수도 있습니다. 아시죠?”

 

 “……그럼요.”

 

 “이런 말씀 드리기도 참 뭣하지만, 저희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봐야 하니까요.”

 

 최악의, 라고 말해놓고도 근표는 최상의 상황도 떠올렸다. 그러니까 태혁이 되찾는 데 성공해서 책에 자기 이름을 새기는 것. 그것도 꽤 괜찮은 상상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태혁이 사기꾼이라면?

 

 근표는 그 생각도 떨쳐낼 수 없었다.

 
작가의 말
 

 격조하였습니다. 감기가 무섭네요. 부디 따뜻하게 다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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