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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 밤, 보름달이 뜬다
작가 : 인사이
작품등록일 : 2017.12.3

시간을 거스르는 그녀의 좌충우돌 로맨스!
10년 전 풋풋한 연하남은 지금의 톱 스타 배우.
같은 사람인데 양다리 걸친 기분은 왜인가요?
뒤틀린 시간 속에서 피어난 첫사랑은 10년의 시차를 극복할 수 있을까?

 
2. 수상한 회장님
작성일 : 17-12-04 12:23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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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수상한 회장님

 

 “아침부터 화투 점 보고 있었네? 아우 할매 냄새.”

 

 미주는 거실에 늘여진 화투패를 보자마자 타박이다.

 

 “할매 냄새가 어때서? 할매 냄새가 세젤포 냄새야. 세상에서 제일 포근한 냄새. 미래 지향적인 취미 생활에 딴지 걸지 마시고, 와서 콩나물이나 다듬지?”

 

 어느새 식탁에 앉아 콩나물을 다듬던 보름이 미주를 흘겨봤다.

 

 “또 먹을 거 하나 없이 엉망으로 다듬었다고 구박하려고? 나 요리 쪽으로는 곰손이잖아. 그냥 화투 구경하고 있을래.”

 

 화투패를 들여다보느라 둥글게 말린 미주의 등을 노려보며 보름은 속으로 구시렁댔다.

 저 얄미운 등짝 딱 한 대만 때려줬으면.

 

 왠지 등골이 오싹하다 느끼며 미주는 줄 맞춰 가지런히 놓인 화투패를 구경했다.

 

 언제 봐도 신기한 화투였다.

 빨간색 뒷면을 가진 패들과는 달리 보름의 것은 뒷면이 검은색이었다.

 보통의 화투는 빨간색이 너무 강렬해 그로테스크하다고까지 느꼈던 미주는 보름의 것엔 거부감이 없었다.

 그림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테두리가 하얗다는 것만으로 소박한 느낌마저 든다.

 

 “오늘 점괘는 뭐야?”

 

 “마지막 줄에 있는 패.”

 

 “아~ 맨 밑에 이거? 달광이랑 꽃광이네?”

 

 “달광, 꽃광이 뭐냐~ 공산이랑 벚꽃이라니까. 몇 번을 알려줘야 머릿속에 입력하겠어요, 현쌤? 그 머리로 아이들은 어떻게 가르치나 몰라.”

 

 유치원 교사인 미주의 입술이 뾰로통해졌다.

 

 “칫! 화투 이름 너무 어렵다니까~ 그러니까 이 달이랑 벚꽃이 무슨 뜻인데?”

 

 “공산은 해가 진 시간을 뜻하고 벚꽃은 여행.”

 

 해장국 끓일 뚝배기를 꺼내며 귀찮다는 듯이 보름이 대답했다.

 

 “오~ 그럼 밤에 떠나는 여행? 낭만적이다.”

 

 “낭만은 무슨. 생활비에 학비까지 벌어놔야 하는데 여행이 가당키나 한가요? 그냥 오늘 하루는 뜬구름 잡는 날이라는 거지. 이거 봐라~ 아침부터 주당 친구 술국이나 끓여주고 있는 내 팔자.”

 

 “콩나물국 하나에 무슨 팔자타령까지 해. 새벽까지 달리느라 고생한 절친에게 재능기부 한다 생각하고 우리 달~ 달 보름달은 해장국이나 끓여주세요~.”

 

 미주가 유치원생 달래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달~달’ 하고 부르지 좀 마. 너한테 달달해지고 싶지 않거든!”

 

 보름은 투덜거리면서도 미주의 방문이 싫지 않았다.

 미주와 토닥이며 어수선한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뭔지 모를 찝찝함이 남아있지만, 보름은 화투 대신 콩나물국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우~ 좋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콩나물국을 떠먹으며 미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해장엔 달달 보름달의 콩나물국이 진리다.

 몇 숟갈 떠먹으니 좀 전까지 괴롭히던 숙취가 싹 사라진다.

 촉망받는 조리학과 모범생이 순탄한 길을 놔두고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근데 표정이 왜 그래?”

 

 부지런히 수저를 움직이던 미주가 멍하니 앉아있는 보름을 흘깃 보며 물었다.

 

 “설마 내가 해장국 끓여달라고 해서 화난 거야?”

 

 “어? 에이~ 뭐 이런 거로 화가 나. 한두 번도 아니고. 너 때문에 나 콩나물국 장인 됐잖아. 유치원 방학했다고 술만 푸고 다니는 친구가 걱정돼서 그러지.”

 

 국물을 후루룩 들이켜던 미주가 코웃음을 쳤다.

 

 “퍽이나 내 걱정을 했겠다. 글이 안 써져 그러지?”

 

 괜스레 김치를 헤 젓던 보름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동시에 눈동자도 흔들.

 그 모습을 보고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미주가 한숨을 쉬듯 말했다.

 

 “그러게 연애를 하란 말이다. 로맨스 영화 쓰겠다는 애가 맨날 화투패나 들여다보는데 사랑 얘기가 써지겠니?”

 

 “내…. 내가 머릿속에서 애틋한 사랑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작가는 상상력이 생명이야.~”

 

 “뭐라니~ 상상력으로 생생한 글이 퍽이나 나오겠다. 그 서문눌인지 누룽지인지 하는 배우랑 그렇게 애틋한 상상 연애를 하셨어요? 자고로 사랑 이야기는 경험이 바탕이 돼야 만인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작은 스킨십 하나에 미묘하게 움직이는 연인들의 마음을 우리 설보름양이 알 리가 있나.”

 

 미주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보름은 괜스레 물만 한 모금 들이켰다.

 

 예리한 미주알.

 미주 말대로 글이 쭉쭉 전개되지 않는 건 경험 부족일지 몰랐다.

 글로 연애를 배운 모태솔로가 사랑 이야기가 어인 말이냐.

 

 “맞다. 영화관 카페에 잘 생긴 알바생 있다며. 이름도 서문눌 본명이랑 같다고 완전 흥분했었잖아.”

 

 “문혁이? 걔는 눌처럼 딱 삘이 안 와. 내 스타일 아님.”

 

 “으휴. 고놈의 서문눌 삘 타령. 영화관 알바가 연애하기 딱 좋은 꿀알바라던데 썸이라도 좀 타봐라.”

 

 “누가 연애하기 딱 좋데? 우리 극장이 다른 의미로 꿀알바이긴 하지. 관객이 없어서 엄청 한가하거든.”

 

 "손님 없음 극장 망하는 거 아냐?"

 

 "그러잖아도 곧 문을 닫느니 마느니 했는데 이번에 연예 기획사에서 인수하게 됐데. 조만간 새로운 회장님이 감찰 나온다 했어……."

 

 무심히 말을 잇던 보름이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그런데 오늘 무슨 요일이지?”

 

 기분이 싸해진 보름이 다급히 묻자 마지막 국물을 핥던 미주가 짧게 대답했다.

 

 “수요일.”

 

 미주의 대답에 보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극장을 인수한 회장이 처음으로 감찰 나온다는 날이 바로 이번 주 수요일이었다.

 깐깐한 팀장님이 오전, 오후 알바 포함 모든 직원에게 오전 아홉 시까지 출근하라고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던 기억이 왜 이제야 떠올랐을까?

 

 거실 벽의 시계는 아홉 시를 훌쩍 넘긴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늦어도 한참 늦은 지각생의 입에서 격한 말이 비명처럼 흘러나왔다.

 

 “악 이런 된장! 쌈 싸먹을!"

 

 “왜...왜,? 수요일이 어쨌다고?”

 

 하얗게 질려가는 보름을 보며 미주가 다급하게 물었다.

 

 “지각이야…….”

 

 “이번 주 오후 타임이잖아? 그래서 너희 집에 온 건데?”

 

 “수요일. 수요일이잖아. 새로운 회장 온다고 아홉 시까지 나오랬단 말이야. 팀장님이......나 죽이면 어쩌지? 아니, 나 잘리는 거 아니겠지?”

 

 늦으면 각오하라던 심승희 팀장의 목소리가 생생히 떠올랐다.

 

 “망했다~! 오늘 정말 왜이래~!”

 

 생활비와 학비 지원을 끊겠다던 어머니의 선언을 들었을 때보다 더 황망한 표정으로 절규하는 친구를 보며 미주는 그저 혀를 끌끌 찰 뿐이었다.

 

 **

 

 1월의 싸늘한 바람이 얼굴에 와 닿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춥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차가운 날씨다.

 

 보름은 잰걸음으로 칼바람을 뚫으며 ‘스페이스 무비’로 향했다.

 

 ‘스페이스 무비’는 번화가 구석에 자리 잡은 독립영화관이다.

 인기 상영작과 더불어 독립 영화도 정기적으로 상영하는 곳이었다.

 

 보름은 이 작고 낡은 영화관에서 일하는 것이 참 좋았다.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독립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았고, 남다른 취향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다.

 다른 영화관에 비해 관객 수가 적어 일이 수월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배우 서문눌이 가끔 찾는 곳이란 점이다.

 두 달 전에도 왔었다고 팀장님이 말했지만, 보름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서문눌은 보름의 글쓰기에 영감을 주는 배우였다.

 지금 쓰는 시나리오도 서문눌을 떠올리며 구상했다.

 보름은 눌의 데뷔작인 로맨스 영화 ‘어쩌다, 봄’에서 처음 그의 연기를 봤을 때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화면을 통한 눈 맞춤만으로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설렐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야말로 심장이 쿵! 했다.

 

 보름은 자신이 쓴 로맨스 영화에 꼭 서문눌을 캐스팅하리라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눌 얼굴 한 번 보려고 매표소에 앉아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만나기 전에 그만두게 생겼으니.

 설마 지각 한 번 했다고 잘리기야 하겠나 싶지만 그래도 마음이 급하다.

 도끼눈을 하고 기다릴지 모를 팀장님을 생각하면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뛰어야겠지만 얼어붙은 길이 미끄러워 조심스러웠다.

 장애물 없이 고른 길에서도 툭하면 발이 꼬여 넘어지는 보름이다.

 

 어쩌자고 이런 중요한 날을 까맣게 잊었니.

 찝찝한 기분이 들었을 때 날짜부터 확인했어야 했는데….

 어이구…. 설보름. 맞지도 않는 화투 점이나 보고.

 

 

 한심한 자신을 자책하며 걸음 속도를 조금 높였을 때였다.

 물이 고여 얼어있던 곳을 못 보고 보름이 순간 휘청했다.

 

 “어~어, 어~”

 

 바둥바둥하던 보름은 다행히 중심을 잡았다.

 

 “휴~”

 

 아담한 몸이라 중심 잡는 게 수월했다. 키 작은 게 이럴 땐 도움이 된다.

 무릎을 짚고 한숨 돌리며 서 있는데 바닥에 무언가 반짝 빛나는 게 눈에 들어왔다.

 

 뭐지? 거울인가?

 

 보름은 홀린 듯 손을 뻗었다.

 작고 둥근 물건은 마치 보름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반짝였다.

 

 손에 쥐고 살펴보니 한 면은 거울이고 반대편엔 둥근 달의 실사가 인쇄된 원형의 핸드폰 고리다.

 달이 그려진 쪽 상단에 ‘T-Money ’란 금색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요즘에도 이런 교통카드를 쓰나?

 

 주위를 둘러봤지만, 분실물을 찾는 사람은 없다.

 보름달이 그려진 교통카드라니.

 보름은 왠지 잃어버린 자신의 것을 찾은 기분이 살짝 들었다.

 

 그래도 주인은 찾아줘야겠지.

 사진 찍어 SNS에 올려야겠다.

 

 보름은 손안에 꼭 들어오는 교통카드를 무심히 코트 주머니 안에 넣었다.

 

 아! 이러다 진짜 왕창 늦겠네.

 

 보름은 다시 ‘스페이스 무비’를 향해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

 

 -똑똑똑

 

 보름은 회장실 팻말이 붙은 문을 소심히 두드렸다.

 

 ‘알바생이 지각했다고 화낼 정도로 쪼잔해 보이진 않던데요?’

 

 ‘그렇게 슈트 빨 잘 받는 할아버지는 처음 봐. 완전 패셔니스타 젠틀맨이야.’

 

 ‘진짜 돈 많은가 봐요. 옷이랑 시계 모자 다 명품이야. 지팡이까지 명품 같던데.’

 

 차례대로 매점의 문혁과 윤정, 같이 일하는 매표소 직원 지은의 회장님에 관한 코멘트들이다.

 

 걱정했던 심승희 팀장의 반응은 얼굴에 로션을 잔뜩 발라주며 한겨울에 로션 하나 안 바르고 나왔다고 잔소리 한 바가지 늘어놓은 게 다였다.

 

 대신 늦은 아르바이트생은 따로 면담하고 싶다는 회장의 말을 비서를 통해 들었다.

 

 보름은 지금 직원 휴게소를 급하게 개조해 만든 회장의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정규직도 아닌 파트타임 알바잖아.

 거기다 오늘은 오후 근무 날이라고.

 혼나봤자 얼마나 혼나겠어?

 쫄지 말자 설보름!

 

 보름은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회장실 문을 힘차게 열었다.

 

 꼿꼿한 회장의 카리스마 때문이었을까?

 안경알 너머의 시선이 너무 강렬해서였을까?

 

 방에 들어서자마자 회장님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 순간, 보름은 심장이 저릿해지는 걸 느꼈다.

 

 저릿했던 심장이 쿵쿵 울린다.

 자신을 바라보는 노인의 맑은 눈동자가 시간을 멈추기라도 한 듯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활짝 열린 손잡이를 놓지 못한 채, 보름은 한동안 멍하니 회장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보름은 단지 긴장한 탓이겠거니 생각했다.

 지금의 감정이 바로 눌의 데뷔 연기를 봤을 때와 같았단 것은 훗날 알았다.

 

 “들어오시죠?”

 

 꼼짝 않고 서 있는 보름을 향해 오늘의 비서 유빈이 말했다.

 

 비서의 말에 화들짝 놀란 보름이 정신을 차렸다.

 

 아우 심장 쫄려.

 회장님이라 분위기가 다르긴 다르구먼.

 재식이 할배랑은 차원이 달라.

 

 잠시 동네 할아버지를 떠올렸던 보름은 쭈뼛쭈뼛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회장실 안에는 응접용으로 보이는 테이블과 소파, 소박한 회장용 책상이 놓여 있었다.

 단출하지만 급하게 만든 것 치고는 깨끗하게 단장 된 회장실이다.

 구색을 갖추기 위한 작은 화분도 몇 개 보인다.

 

 그리고 책상 너머로 회장이 꼿꼿하게 앉아있었다.

 회장 앞에 선 보름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매표소 알바생 설보름입니다. 오늘은 오후 근무인데……. 좀 일찍 나왔습니다."

 

 하고 싶은 말 하고 혼나면 덜 억울할 줄 알았는데 너무 당돌했나?

 회장님은 아무 말 없이 보름을 응시했다.

 

 보름은 눈을 깜박이며 회장의 시선과 마주했다.

 

 역시 회장님은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보름이 늦어서 죄송하단 말을 꺼내려 할 때 회장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다가선 보름이 검은색 가죽장갑이 끼워진 길쭉한 손을 덥석 잡았다.

 

 가죽의 차가운 감촉을 뚫고 희미한 떨림이 느껴진다.

 

 체격은 웬만한 젊은이 발라버릴 정도인데....수전증인가?

 도순 할매가 툭하면 나이는 못 속인다고 그랬었지.

 

 회장은 떨리는 손으로 보름의 손을 꽉 쥐었고, 악수하는 시간치고는 꽤 긴 시간이 흘렀다.

 마주 잡은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회장이 겨우 손을 놓았다.

 

 잠시 숨을 고르던 회장은 이번엔 서랍 안에서 뭔가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민트초콜릿이다.

 회장은 말이 없다.

 

 보름도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자 잠시 보름을 응시하던 회장이 고갯짓했다.

 

 "네? ... 혹시, 저 먹으라고요?"

 

 회장이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였다.

 물끄러미 민트 초콜릿을 바라보고 서 있던 보름은 초콜릿 상자를 공손히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회장의 얼굴에 잠시 미소가 스쳤다.

 표정을 지운 회장이 천천히 문을 턱으로 가리켰다.

 

 이제 나가보란 거겠지?

 왜 말을 안 하시나, 답답하게….

 비서라도 말을 해주던가.

 

 이마를 찌푸린 보름이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시 90도 인사를 한 뒤 막 문을 나서려던 때였다.

 

 "잘…. 다녀와요."

 

 알 수 없는 인사말에 보름은 뒤를 돌아봤다.

 

 어딜 다녀오란 얘기지?

 따로 시킨 심부름이라도 있는 건가?

 

 누가 말한 것인지도 궁금했다.

 비서치곤 말투가 너무 다정하고, 회장님 목소리라 하기는 너무 젊은 목소리였다.

 

 "회…회식!"

 

 보름의 당황한 눈빛을 보고 회장이 다급히 외쳤다.

 

 "오늘 회장님께서 전체 회식하라고 회식비를 전달하셨습니다. 아마 그 이야기…. 일 겁니다."

 

 회장 옆에 서 있기만 하던 비서가 회장님 눈치를 살피며 설명했다.

 

 "아~"

 

 첫 만남이라 회장님이 한턱 쏘시나보다.

 

 "감사합니다!"

 

 보름은 회장실에서 황급히 빠져나왔다.

 문이 닫히자마자 큰 한숨이 튀어나왔다.

 

 "아휴~"

 

 뭐 이리 분위기가 엉뚱해?

 말도 한마디 안 하고 악수 척! 선물 척! 대답도 단어 한 마디로 딱!

 혼날까 봐 걱정했는데 가늠 안 되는 분이라 긴장했네.

 

 보름은 손안에 든 초콜릿을 내려다봤다.

 단 음식은 좋아하지 않는 보름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간식이 민트 초콜릿이다.

 

 그래도 ... 이렇게 취향 저격 선물까지 주시다니.

 미스터리하고 눈빛 살아있는 단호박 회장님과 왠지 정이 들것 같다.

 

 보름은 민트 초콜릿을 소중히 들고 매표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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