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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홍콩러브트립
작가 : 제이J
작품등록일 : 2017.12.1

은퇴후 낯선 도시를 찾아온 톱스타 이한경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이드 송호연
홍콩에서 시작되었던 그들만의 러브 트립

 
2. 당신이 핑크돌고래를 만난다면 - 타이오 마을 #1
작성일 : 17-12-04 09:04     조회 : 383     추천 : 0     분량 : 7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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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당신이 핑크돌고래를 만난다면 - 타이오 마을

 

 핑크돌고래를 만나면 행운이 온대.

 핑크빛 지느러미가 물 위로 솟구칠 때

 부드러운 곡선의 몸체가 바닷물을 가를 때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 하나가 이루어진대.

 너와 함께 핑크돌고래를 보았던 그 순간

 나는 왜 돌고래가 아닌 너를 보고 있었을까.

 내 인생 모든 행운을 끌어 모아

 너에게 헤엄쳐 닿고 싶었을까.

 네가 나의 핑크돌고래가 되어 주길 바랐을까.

 

 국적을 알 수 없는 외국 항공사의 비행기가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어마어마한 소음이 귀를 덮쳐왔다. 한경은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허공으로 긴 팔을 뻗었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섬나라의 공기가 팔뚝에 달라붙었다. 떠나왔다는 실감이 이제야 들었다. 카메라를 들이미는 취재진들도, 소리를 지르며 몰려드는 인파도 없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자유로움인지 몰랐다.

 

 “지금 광고 찍어요? 이국땅의 바람이라도 느끼시는 중?”

 

 언제나 주위를 맴돌던 기자와 팬들 대신 생전 없던 존재 하나가 눈앞에 있었다. 돌고래가 그려진 티셔츠와 비닐 소재 핫팬츠, 레깅스와 런닝화. 문제는 맥락 없는 패션만이 아니었다. 여자의 눈동자에는 동경이나 설렘 따위가 조금도 담겨있지 않았다. 얼굴에는 황당한 기색만 역력했다. 만나게 되어 영광이에요, 오빠 사랑해요 따위의 오글거리는 멘트를 기대한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면전에 대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보일 줄은 몰랐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짐이 잔뜩 실린 카트를 끈 채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여자는 한경의 팔을 붙잡아 빠르게 자신 쪽으로 돌려세웠다. 그는 자신의 팔을 붙든 채 곁눈질로 먼 쪽을 살피는 호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 쪽은 지금 영화 찍나봐. 추격물?”

 

 소매를 붙잡고 있던 손이 한 순간에 떨어져나갔다.

 

 “영화는 지금 그쪽이 찍고 있잖아요. 정말 이한경씨 맞아요?”

 

 미심쩍은 시선이 한경의 이목구비를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정말 이한경인 거 같아서 이런 으슥한 곳으로 끌고 온 거 아닌가?”

 “이보세요. 으슥이라뇨. 여기가 어딜 봐서 으슥해요?”

 

 여자는 황당한 얼굴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장기 주차장을 두리번거렸다. 광활한 부지에는 여행 떠난 주인을 기다리는 차들이 빼곡했다.

 

 “이런 곳은 그냥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 표현하는 거에요. 진짜 이한경씨 본인 맞냐니까요?”

 “이렇게 생긴 얼굴이 세상에 또 있을 것 같아?”

 

 한경은 허리를 구부려 호연의 코앞에 제 얼굴을 들이대었다. 화장기 없는 여자의 미간이 가늘게 찌푸려졌다.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은 눈이 그의 얼굴을 샅샅이 훑었다. 그녀의 고개가 한쪽으로 갸우뚱했다.

 

 “은퇴한다는 사람이 여기에 왜 있는 건데요?”

 “은퇴하고 놀러왔지.”

 

 놀러왔다니. 자기가 말해놓고도 우스운 대꾸였다. 한경은 실없는 웃음을 입술 사이로 뱉어내며 허리를 바로 세웠다. 그러나 상대는 전혀 웃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비아냥이 잔뜩 묻은 목소리가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잘 놀고 싶어서 가이드까지 예약하셨고요?”

 “내가 매사에 철두철미한 편이라.”

 “하필 홍콩에? 왜요?”

 “송호연씨는 왜 홍콩에 사는 건데?”

 

 예상치 못한 물음인 듯 여자가 머뭇거렸다. 말문을 막기 위해 던진 질문은 아니었다. 그녀가 이 곳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줄곧 품어온 의문이었다.

 

 “내가 이한경씨한테 그걸 왜 설명해야 되죠?”

 “그럼 일단 복잡한 사정은 서로 생략하는 걸로 하지.”

 

 한경은 이 곳에 놀러 온 것이 아니었다. 잘 놀고 싶어서 가이드를 구한 것도 아니다.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고, 그러기 위해 이 여자가 필요했다. 그 상세한 이야기를 풀어놓기엔 때와 장소가 적절치 않았다. 주머니 속 아이폰에서 문자 도착음 울었다.

 

 [where?]

 

 성격대로 용건만 간단히 한 은혁의 문자에 한경은 제 옆의 커다란 표지판을 눈으로 확인했다.

 

 [야외주차장 T구역]

 

 방송국과 신문사 차량들이 입국장 쪽에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를 맨 기자들이 우르르 공항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기내와 입국심사장에서 그를 흘깃거리던 사람들의 목격담이 그새 SNS에 퍼진 모양이었다.

 

 “일단 공항에서 나가는 게 좋겠어. 자세한 이야기는 조용한 곳에 가서.”

 “그 자세한 이야기 안 들어도 될 것 같네요. 저 이 일 못합니다.”

 

 한경은 가늘게 미간을 좁혔다. 예상보다 빠른 거절이었다. 그 거절을 거절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마로 내리쬐는 햇볕은 뜨거웠고, 목덜미에는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건 보온력이 탁월한 기모 후드티셔츠였다. 눈앞의 여자나 자신이나 적절치 않은 복장인건 매한가지인 셈이었다. 여자의 돌고래 티셔츠는 팔을 시원하게 드러낸 반소매라는 점에서 볼 때 최소 계절감은 있어보였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있는 실내로의 도피가 간절했다. 여자를 설득하는 건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었다.

 

 “전 그냥 평범한 일일투어 가이드에요. 이한경씨처럼 대단한 스타를 보필할만한 능력이 안 된다고요.”

 “평범하지 않던데.”

 “뭐가요?”

 

 의아한 눈으로 여자가 되물었다. 한경은 주차장 입구 쪽으로 들어서는 차들을 살피며 대꾸했다.

 

 “뭔지는 생각해봐. 천하의 이한경을 만났는데, 설레어서건 궁금해서건 오늘 하룻밤 정도는 설쳐야 되지 않겠어?”

 

 순순히 그 사연을 풀어 놓을 생각은 없었다. 가진 패를 모조리 꺼내놓았을 때 여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없는 까닭이었다. 무엇보다 그런 이야기는 적어도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야외 주차장에서 나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한경씨, 여자한테 거절당해본적 있어요?”

 “있어 보여? 당연히 없지.”

 “축하드려요. 방금 생전 처음으로 여자한테 까이셨어요.”

 

 어찌나 당찬 거절인지 되묻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왜지?”

 “그건 생각해보세요. 천하의 이한경을 깐 여자를 만났는데, 열받아서건 궁금해서건 오늘 하룻밤 정도는 설쳐야 되지 않겠어요?”

 

 여자는 팔짱을 낀 채 한경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열 받을 것도 궁금할 것도 없었다. 한경은 그 이유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한경이라는 이름 석 자가 상기시켜왔을 그녀의 과거, 그리고 상처. 그것은 한경이 이 곳을 찾아온 이유 중 하나였다.

 

 “계약금을 배로 물어줄 능력은 되나?”

 

 호연의 얼굴에 의문문이 떴다. 무슨 소리인지 감을 못 잡은 얼굴이었다. 상세하고 친절한 부가설명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내 변호사가 입금하면서 계약 세부사항 메일도 같이 보냈다는데.”

 “변호사요?”

 “말했잖아. 매사에 철두철미한 편이라고. 마침 저기 오네.”

 

 장기 주차장 입구로 들어서는 블랙 세단을 턱 끝으로 가리키며 한경은 말했다. 그들의 앞에 멈춰선 늘씬한 차체를 호연은 멍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짙게 썬팅된 운전석 유리창이 스르르 열렸다. 무표정한 은혁의 얼굴이 그 사이로 드러났다. 언제나처럼 블랙 슈트를 차려입은 채였다. 선글라스 너머의 날카로운 시선이 한경을 향했다.

 

 “사람 없는 데에 용케 잘 숨어있었네. 공항 쪽은 취재진들 들이닥치고 난리 난거 같던데.”

 “가이드가 꽤 유능해서.”

 

 한경은 조수석 문을 열며 호연을 흘낏 바라보았다.

 

 “일단 탑시다. 내가 지금 간절한 게 두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에어컨 바람이라서. 까든 까이든 시원한 곳에서 했으면 하는데.”

 

 여전히 미심쩍은 눈으로 두 남자와 최고급 수입 세단을 번갈아 훑던 호연이 이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경은 옅은 미소를 띤 채 차안으로 긴 몸을 구겨 넣었다.

 

 +

 

 “메일 확인 안하셨습니까? 가이드들은 일 처리를 그렇게 허술하게 합니까?”

 

 공항을 벗어나는 도로를 적정 속도로 달리며 변호사라는 남자가 말했다. 처음 뵙겠다거나, 이름이 어찌된다는 빤한 멘트도 생략한 채 시비부터를 걸고 나서는 상대라니. 이건 또 어디서 굴러먹다온 놈이시길래 말 본새가 이 따윈지.

 

 “수신 확인은 안 하시나봐요. 그렇게 중요한 거면 내용증명으로 보내시던가 하셨어야지, 연락도 없이 메일 한통만 보내면 끝인가요? 변호사들은 일 처리를 그렇게 허술하게 하세요?”

 

 냉랭한 침묵이 고였다. 조수석에 앉은 누군가만 재밌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누가 누가 잘하나 구경하는 듯한 눈이 룸미러로 호연을 건너다보았다. 이기는 편 내편 이라는 속편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 모든 사태가 본인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건 모르는 모양이었다.

 

 “모든 계약은 계약을 위반한 쪽에서 패널티를 감수해야 합니다. 보내드린 비용의 2배를 지불해주셔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듣도 보도 못한 딴나라 말들의 연속이었다. 호연은 수십 억짜리 건물계약을 한 게 아니었다. 변호사들의 그 바닥 일은 어떤지 몰라도, 가이드들의 이 바닥 일들은 그저 블로그 쪽지나 카톡 메시지등을 통한 예약신청과 컨펌, 입금확인등의 간단한 절차를 통해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편리하고 쉬운 예약, 그건 준비할 것 많은 여행자와 일정 바쁜 가이들를 위한 서로간의 배려였다.

 

 “말씀은 정확하게 하셔야죠. 계약금의 2배이지, 전액의 2배가 아니잖아요? 계약금에 잔액까지 전부 보내신 건 그쪽이잖아요. 전 분명히 계약금만 보내시면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계약금이야. 그 돈.”

 

 강 건너 불구경하던 남자가 끼어들었다. 호연의 입이 쩍 벌어졌다. 통장에 찍힌 숫자의 뒤에는 분명 0이 6개 붙어 있었다. 그것은 한 달간의 가이드 비용으로 그녀가 호기롭게 제시한 금액의 전부이기도 했다. 조금의 에누리 제안도 없이 흔쾌히 오케이 했던 당사자가 바로 저분이었다.

 

 “당신이 받아야 할 돈이 남아있다는 소리지.”

 “…….”

 “난 단순한 가이드가 필요한 게 아니야. 나머지는 거기에 대한 대가고.”

 

 0이 한 개 더 붙는다는 말이었다. 백 만원 단위가 아니라 천 만원 단위의 거금이 입금된단 소리였다. 톱스타를 가이드하는 일이 아무리 힘들다 한들, 1년 치 벌이를 한 달만에 뽑을 수 있는 일은 다신 없을 기회였다. 이한경의 가이드였다는 경력은 널리고 널린 여행작가 타이틀보다 확실한 스펙이 되어줄 터였다. 머릿속 계산기가 분주하게 숫자를 찍어대기 시작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이건 남는 장사다. 앞에 앉아 있는 건 한경이 아니라 하느님이다.

 

 “받으신 금액의 두 배를 물어주실지, 아니면 그 아홉 배를 마저 받으실지 선택하시면 됩니다.”

 

 적절한 멘트가 적절한 타이밍에 쐐기를 박았다. 입금 전 후 달라지는 건 배우의 외모만이 아니다. 안티 팬이었던 가이드의 마음 역시 숫자 앞에 부질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봐, 송호연. 이한경이 부모 죽인 원수도 아니잖아? 저 사람이 너한테 못할 짓을 한 게 아니라고. 네가 미워해야 할 건 이현수야. 병 주고 약 주냐 삐딱하게 시비걸때가 아니라니까. 한 인간에게 쌓여있던 쓸데없는 악감정 따위 이번 기회에 털어내라고. 악연의 종지부를 찍어 보는 거야. 근데.

 

 “그런데, 왜 나에요?”

 

 진즉 물어야 하는 질문을 호연은 그제야 던졌다. 뭔가가 이상했다. 싸가지와 능력이 비례한다면 몹시 유능해 보이는 변호사 친구까지 대동하여 현지 가이드를 구한 속내가 도통 짐작되지 않았다.

 

 “홍콩의 가이드랑 가이드는 다 뒤졌어. 그중에 당신이 선택된 거야.”

 

 호연은 미간을 가늘게 좁혔다. 내가 그렇게 유능한 가이드였나? 내 명성이 그렇게 자자했어? 하긴, 지성과 미모를 두루 갖춘 가이드가 흔하진 않지.

 

 “외모 순이었나 보네요.”

 “재산 순이었어. 당신이 제일 가난하더라고.”

 

 듣고 있던 은혁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호연은 한경과 은혁을 동시에 째렸다.

 

 “일단 옷부터 좀 사야겠는데. 여기 날씨 왜 이렇게 더운 거야. 한국은 지금 폭설이 와서 난리인데.”

 

 한경은 두툼한 후드티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철두철미한 스타일이라면서요. 여행을 올 거면 날씨부터 확인을 하셨어야죠. 그리고 여행 복장의 기본, 반팔부터 긴팔외투까지 겹겹이 겹쳐 입는다. 모르시나 봐요? 그건 그렇고.

 

 “지금 쇼핑을 하겠다고요?”

 “간절히 필요한 게 두 가지였거든. 에어컨 바람 그리고 쇼핑. 나는 옷이 너무 두껍고, 내 가이드 옷은 너무 뭐랄까.”

 

 고개를 돌린 한경이 호연을 위아래로 새삼스럽게 훑었다. 팔짱을 끼고 앉아있던 호연 역시 그의 시선이 움직이는 곳을 따라 제 꼴을 내려다보았다. 핑크빛 돌고래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난해하달까.”

 “이 복장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니까 신경 끄시고요, 다른 옷 챙겨온 거 없어요? 그러고 보니, 왜 짐이 없어요? 혹시 분실됐어요?”

 

 한경의 짐은 가죽 백팩 하나가 전부였다. 내용물도 별로 없는 듯 가방은 납작하고 가벼워보였다. 누가 봐도 바다 건너 외국이 아니라 옆 동네에 놀러 온 폼이었다. 연예인들의 전형적인 출근길 패션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무것도 안 챙겨 왔는데. 필요한건 사서 쓰면 되잖아.”

 

 헐. 그런 편리하고 속편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서.

 

 “아. 오다보니까 근처에 큰 아웃렛 있던데.”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춘 은혁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래? 잘 됐다.”

 

 한경이 반색을 했다.

 

 “그 아웃렛이 아주 크죠. 물건도 많고, 사람은 더 많고.”

 

 개념 없는 변호사와 철없는 그 친구를 째리며 호연은 말했다. 고작 옷 한 벌 사 입자고 그 곳을 찾아가는 건 미친 짓이 분명했다. 수 백 장의 사진이 찍힐 것은 물론이요, 그 소식을 전해들은 공항의 취재진이 십 분 만에 몰려 올 수 있는 환상적인 위치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일단 이걸로 갈아 입어요.”

 

 호연은 위니에게서 받은 티셔츠를 쇼핑백에서 꺼내 한경에게 건넸다. 핑크 돌고래가 그려진 검은 티셔츠를 한경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옷이 호연이 입은 것과 같은 것임을 알아챈 눈이 뒷좌석으로 돌아왔다.

 

 “송호연씨,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돌고래 구하러 다녀?”

 “돌고래는 모르겠고 일단 더위에 지친 돌 아이 한명은 구해야 될 것 같아서.”

 

 한경의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곁눈질로 티셔츠의 상태를 목격한 변호사의 입에선 탄식 같은 외마디가 흘러나왔다. 무슨 생각들을 하는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최고급 명품만 걸쳐 오신 셀럽께서 듣보잡 가이드와 듣보잡 티셔츠를 커플로 입게 생긴 상황이 도무지 현실감각이 느껴지지 않으시겠죠. 그런 가이드를 손수 구하신 게 본인이시니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적당하겠네요. 어쨌거나 웰컴 투 홍콩.

 피식거리던 한경이 후드티셔츠를 벗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동작이었다. 어깨와 팔뚝에 고르게 잡힌 잔 근육들이 훤하게 드러났다. 그러고 보니 저 분은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라 명성이 자자하신 인물이 아니시던가. 시원하게 드러난 길고 단단한 팔을 호연은 힐끔거렸다.

 

 “자,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까요, 가이드님.”

 

 돌고래처럼 천진한 얼굴로 그가 말했다. 갈 만한 곳은 어디도 없었다. 이렇게 화창한 날, 홍콩의 모든 곳은 관광객들로 넘쳐날 거였다. 어딘가를 싸돌아 다녔다간 이한경과 함께 있는 묘령의 여인으로 직찍이 찍히기에 십상이었다. 이 남자와 함께 하는 한 언젠가는 닥칠 일이겠으나, 지금의 이 복장으론 분명 무리였다. 그렇다면.

 

 “타이오 마을로 가죠.”

 “타이오 마을? 거기가 어딘데? 좋나?”

 

 여행지에 대한 정보 역시 전무한 듯 한경이 물었다. 정말이지 어느 부분이 철두철미 하시다는 건지.

 

 “홍콩의 베니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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