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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범죄자를 증오한 살인마
작가 : 훈재
작품등록일 : 2017.11.3

서울의 한 아파트. 상반신과 하반신이 짤린 채로 식어있는 시체가 발견된다. 사건의 첫 목격자는 그날 피해자와 약속이 있던 한 방송사의 기자였다.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시체의 모습. 목격자가 목격자이니만큼 사건은 순식간에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수사진은 곤혹을 치르는 도중 일주일 뒤 또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후 추가로 발견되는 시체. 확인된 시체만 5명에 이르게 된다.
사건의 실마리도 잡히지 않자 수사진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때 첫 목격자였던 기자가 찾아온다. 그리고 기자는 수사진에게 그날 피해자의 집에 찾아간 진짜 이유를 설명한다.

 
10. 시계는 달린다(2)
작성일 : 17-12-04 05:35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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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이라 그런지 조용하네요. 딱 좋아요."

  "곧 우르르 몰려올 겁니다. 곧 있으면 점심시간 이거든요."

  "좋아요. 빨리 끝내달란 뜻이죠?"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 그도 미소로 화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에 저도 한 잔만 시킬게요."

  그녀가 계산대에 다녀왔다. 그녀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자, 그럼 시작하죠. 근데 그 전에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뭐죠?"

  "이 모든 이야기는 외부에 발설되지 않았으면 해요. 오프 더 레코드, 괜찮나요?"

  "흠."

  "어때요, 받아들여 주실 수 있나요?"

  "이유를 말해주실 수 있나요?"

  "..."

  "그렇다면 저도 조금 의문이 드는군요. 어째서 형사님께서 오프 더 레코드를 요청하시는지. 굳이 마땅한 이유가 없는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때 그녀가 시킨 에스프레소가 나왔다. 그녀가 에스프레소를 받아들고 왔다. 꽤나 마셔본 것 같은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참고로 말하자면 그는 에스프레소라면 질색이었다. 그 쓰기만 한 검정 물을 왜 마시는 건지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커피를 마시고 있는 듯, 표정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 한참을 조용히 있다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케이, 말씀드리죠."

  그도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목이 탔다. 이런 분위기엔 아낌없이 목을 적셔줘야 한다.

  "평범한 발견자 조사라면 이런 말을 할 이유 따윈 없다는 걸 기자님도 잘 알고 계시겠죠. 제가 지금 무언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단 것도 대충 알고 계실 거고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커피가 달콤했다.

  "오늘 묻고 싶은 것에 어제 목격하신 것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있습니다."

  젠장, 쓸모없는 짓을.

  "하지만 저는 다른 것을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어요. 이 제안을 거절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아쉽긴 하겠지만. 그 전에 한 가지만 약속해주시죠. 이 제안을 결코 외부로 발설하지 않고 기자님만이 알고 계시겠다는 것, 설사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더라도. 약속해 주실 수 있겠나요?"

  그가 머리를 굴렸다. 뭐, 말도 안 되는 일이면 그때 가서 거절하면 됐다. 그는 정보원에 대한 보장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켰다. 문제될 일은 없었다. 모든 조건이 만족스러웠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좋아요. 감사합니다. 우선 사건 첫 발견자로서 이야기 하죠."

  그녀가 녹음기를 꺼냈다.

  "2017년 3월 5일. 11시 10분 경. 3월 4일 발생한 은마 아파트 살인 사건에 관련된 목격자 겸 증인 확보. 이름 신성훈. 직업. 기자. 심문 시작하겠습니다."

  "마치 취조 당하는 것 같네요."

  둘이 살짝 웃었다. 직업병이라고 그녀가 입을 벙긋거렸다. 소리는 내지 않았다.

  "신성훈 씨, 피해자의 직엔 무슨 일로 찾아가셨나요?"

  했던 건데. 그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조사 중인 사건이 있는데 피해자가 연루되어 있어서 취재 대상으로서 찾아갔습니다. 갔더니 죽어 있었고요."

  "피해자의 집안엔 어떻게 들어가신 거죠?"

  "열려 있었습니다."

  "열려 있었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들어갔을 때 상황은 어땠나요?"

  "살인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범인은 문을 잠그고 도망가지 않았죠. 오히려 도어락의 건전지를 빼 놓고 문을 활짝 열어놓았습니다. 잡을 테면 잡아봐라는 식으로요. 제가 조금만 더 일직 그곳에 갔더라면 저도 죽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렇군요. 마주친 이들 중에 수상쩍어보이는 사람은 없었나요?"

  "네, 없었습니다."

  그 뒤 몇 가지 시덥잖은 질문이 오갔다. 그녀가 "네, 감사합니다." 라고 한 뒤에 녹음기를 껐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좋죠."

  "솔직하게 애기할게요. 우선 우리쪽에선 신성훈 씨를 별로 좋아하는 인간들이 없어요."

  "그럴 수 밖에요. 저희 쪽도 피차일반입니다."

  "재밌네요. 그렇지만 이번엔 그런 이유가 아니에요. 당신을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나왔으니까요."

  "무슨 뜻이죠?"

  "어제 사건 현장에 정말 간발의 차로 도착하셨죠. 어쩌면 살인이 일어난 직후였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시체를 앉혀놓고, 접착시킨 뒤에 범인이 연출까지 다 마친 뒤에 탈출했단 애기니까요."

  "그렇죠."

  "그런데 목격자의 증언은 너무나도 부실하단 거죠. 당신이 거짓 증언, 공무집행 방해, 기타 등등의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면서요. 쉽게 말하자면 신성훈님이 기삿거리로 쓰기 위해 증언을 아끼고 있다고 의심하는 인간들이 있어요."

  그가 웃었다. 사회에 이 정도의 얼간이들이 있을 줄이야. 게다가 이 따위 인간들이 경찰이라니. 그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웃음밖에 안 나오네요."

  "그렇죠? 우선 그들은 신성훈 씨가 어째서 피해자와 만나려 했던 이유를 숨기는지 의심하고 있어요. 이게 사건 해결의 열쇠가 도리지도 모른다면서요."

  "제게 그걸 굳이 말해야 할 이유는 없을 텐데요."

  "맞아요."

  "이건 정보원에 대한 보호입니다. 피해자는 제 정보원이였어요. 물론 이 정보를 넘겨받으면 위태로워질 사람들이 있었겠죠. 제가 무슨 일로 그와 만나려 했는지 밝힌다면, 예를 들어 성폭행, 아동 학대, 마약 밀매 등등. 이 중 하나의 일을 말하고 그 일에 대해 알기 위해 피해자를 찾아갔다고 애기를 하면 수사망이 좁혀질 걸 알고 있어요. 아주 잘 알고 있죠. 성폭행 범에 대한 정보였다면 근래에 일어났던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로 수사망이 좁혀지겠죠. 아동 학대, 마약 밀매, 경제 사범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당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설은 넘겨받을 정보와 관련이 있던 사람이 입막음을 위해 피해자를 죽였다 겠지요. 뭐, 참혹한 사건 현장은 다른 조직원들에게 하는 경고였을지도 모르고요. 배신자에겐 죽음뿐이다. 뭐, 이런 거요? 하하."

  그녀는 말을 듣는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였다. 가설이 한층 더 탄력을 받는 과정을 제대로 짚어주었다. 그렇지만 눈 앞의 이 남자가 피해자를 무슨 일로 만났는지 애기 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설령 총구를 들이민다고 하더라도. CD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그를 선택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저도 그런 걸 물어보려 한 건 아니에요.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알고 싶긴 하지만... 뭐, 상관은 없습니다."

  그녀가 웃었다. 그도 웃었다.

  "제가 이 일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우리 팀에 의심가는 사람이 있어요."

  "네?"

  "거듭 말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저희 팀은 2년 전까지만 해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단 한 건도 없었어요. 그러다가 그해 4월에 그 사건을 만났죠. 2015년 4월부터 시작해서 공식적으론 8월에서야 끝난 연쇄살인 사건."

  "아, 그거요."

  "네, PBK 여름호에도 실렸었죠. 인쇄 당일 날 범인은 한 명을 더 죽였고."

  "피해자는 총 15명으로, 모두 집에서 살해당했고 독신이면서 외국인 노동자였죠. 주로 돈을 벌러온 한 가정의 아버지들이었습니다. 한달에 3명씩, 즉 10일 마다 한 명씩 살해당했습니다. 범인은 크게 세 가지 규칙을 지켰죠. 외국인노동자, 날짜, 메세지."

  "가장들인 것까지 노린 건 우연이었던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국가적인 망신으로 이어였죠. 그때 여름호의 제목이 뭐였죠? 꽤나 와 닿아서 기억해 뒀는데."

  그녀가 생각을 하는 듯 눈을 굴렸다.

  "우린 아직도 '살색'이란 말을 인쇄하는가."

  "아, 맞아요. 부제는 '한국의 민족주의, 과연 서로를 이어주는 정일까, 우리만을 가두는 정의일까.' 였죠. 정말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아무튼 그 사건은 상당히 혁명적힌 반향을 범죄계에 불러넣어주었죠. 이제 와서 말하지만 우린 그 자식의 발자국도 밟지 못햇어요. 저희 반장님은 범인은 항상 먼저 움직이니 우리가 두발 더 움직여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시죠.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우린 놈의 발자국조차 찾지 못했씁니다. 녀석은 사건의 방향을 이리저리 틀면서 저희를 교란시켰고 우린 그저 놈에게 농락을 당할 뿐이었죠. 근데, 우리가 그 당시에 어땠다고 했죠?"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단 한 건도 없다고 하셨죠. 외국인 노동자 연쇄살인 사건을 만나기 전까지."

  "맞아요, 아주 기세등등했어요. 하지만 차원이 다른 범죄의 기술 앞에서 우린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죠."

  CD가 속으로 웃었다. 비웃음이었다. 하지만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이 여자는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역시 경찰놈들은 어쩔 수 없는 경찰놈들이었다.

  "말씀하신대로 놈은 크게 세 가지 규칙을 지켰어요. 외국인 노동자, 날짜, 메시지. 4월 1일부터 시작해서 4월 11일에 한 명, 21일에 한 명, 5월 1일에 한 명, 우린 10일 간격으로 살인이 벌어진다는 걸 깨달은 순간 매달 10일, 20일, 30일마다 머리를 싸매고 고통과 슬픔을 겪어야 했어요. 내일 또 죽는 한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범행이 일어날 날짜를 알고 있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휩싸여서 괴로워했어요.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았죠. 내 손으로 그 사람을 죽인 것 같았어요. 하루하루 피가 말리는 것 같았죠. 자살 충돌까지 느꼈어요. 부끄러운 애기지만."

  기분 탓인가, 그녀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취재를 할 때도,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남의 말에 끼어들 때인지 알아서 빠져줘야 할 때인지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은 정말로 중요했다. 그게 정보원의 이야기를 들을 때라면 더더욱.

  "그리고 그 새끼는 매번 범행 때마다 자신의 메세지를 남겼죠."

  그녀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 그는 자기 쪽에 있던 휴지를 내밀어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고마워요."라며 휴지 몇 장을 뽑고 훌쩍거렸다. 때론 침묵이 가장 큰 위로가 될 수 있는 법. 기자에겐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이 요구된다. 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실천도 올바르게 잘했다.

  "항상 같았어요. 벽면에 크게 휘갈겨놓은 영단어였죠. JUSTICE. 정의. 즉, 그 자식이 자신의 정의를 내세우며 경찰들에게 메세지를, 아니, 세상에 메세지를 날렸죠. 이것이 나의 정의다. 라는 걸.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게 정당화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주장, 주장하는."

  그녀가 심하게 훌쩍거렸다.

  "살인귀에게 철저하게 갖고 놀려지고 있다는 게 저희 팀의 가장 큰 절망 사안 중 하나였어요. 반장님은 진지하게 옷 벗는 걸 생각해보시기도 했죠.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였던만큼 그는 철저한 민족주의자이기도 했답니다. 한 번은 그 자식이 세들어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한 분을 죽이고 나오는 길에 문이 열림과 동시에 집주인과 마주쳤다고 하더군요."

  그는 깜짝 놀랐다.

  "그럼, 목격자를 확보한 거 잖아요? 게다가 인상착의까지 알아냈으니... 해결하지 못했던 게 의문으로 남을 정도인데요!"

  "네, 그래야 했죠."

  그녀가 눈물을 머금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 그의 뇌를 관틍하는 것이 스쳐갔다.

  "아, 집주인까지 죽어버렸군요. 어찌보면... 당연한 애기죠."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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