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피해망상 로맨스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재벌 2세, 혹은 걸어다니기만 해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남자 주인공은 없습니다.
설정상으로만 평범한 여자 주인공도 없습니다.
그냥 대학생이 학교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복학생이 복학해서 대학생활 꼬이는 잡담같은 이야기입니다.

 
버스엔 요금이 필요하다 4
작성일 : 17-12-04 00:00     조회 : 290     추천 : 1     분량 : 760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본관 7층 복도, 강의실을 나서자마자 저 멀리 보이는 정수기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야!”

  “........”

  나름 큰 소리로 불러보았으나 저 녀석은 듣지 못한 건지, 자신을 부른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그저 묵묵히 걷고 있었다.

  “아오, 진짜.”

  결국 난 뜀박질과 빠른 걸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켜가며 정수기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다시 한 번 그녀를 불렀다.

  “저기요 조지....... 아니, 정수기!”

  “........??”

  그제서야 정수기는 내쪽을 돌아보았다. ‘무슨 볼일이 있을 리가 없는데 왜 불러?’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의아해하는 표정은 무시하고, 나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내 볼일을 말했다.

  “어디 가냐?”

  아 뭐야 이 미친 이광진아. 그게 아니잖아. 왜 내가 이 녀석 어디 가는 걸 궁금.......

  “집 가는데?”

  “.......할 말 있어.”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뭔데?”

  “........”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상황이 엿같이 흘러가고, 거기에 안좋게 엮일 가능성이 있는 조지은에 대해 일말에 찝찝함을 느꼈기에 뛰쳐 나왔을 뿐이다. 대화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전개시키며,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뭐야?”

  조지은은 고개를 갸웃대며 그 앞에서 버벅거리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제기랄. 진정하자. 방금 동작은 조금 귀엽긴 했지만 지금 그딴건 집어치우자.

  일단, 내게 필요한 것은, 질문을 준비할 여유, 그리고........ 아마 누군가가 들으면 굉장히 불편할 대화를 조용히 나눌 수 있는 장소이다.

  “밥이나....... 먹자?”

  “........”

  미친.

 

 ----------------------------------------------------------------------------

 

  학교 정문 인근의 한 세미 일식집.......이라고 하긴 지나치게 거창하니 그냥 돈가스나 우동이나 돈부리 같은 걸 이것저것 파는 집이라고 해 두겠다.

  “........”

  그리고 지금 나는 이 정수기, 조지은과 함께 이 가게의 가장 구석진 곳에 앉아 있다.

  “갑자기 왠 밥?”

  직원을 불러 간단한 주문을 마친 뒤, 정수기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밥먹을 때잖아. 난 식사시간은 무조건 지키거든.”

  “........”

  그렇게 보지마. 나도 지금 내 행동이 얼마나 뜬금없고 수상해 보일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

  “별일이네. 네가 나한테 밥을 먹자고 할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말하는 정수기녀는 마치 내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다른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닌지라 그다지 억울할 것은 없다.

  “뭐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수고했으니 뒤풀이 정도?”

  하지만 나의 이 성가신 성격은 여기까지 왔음에도 말을 배배 꼬고 있었다.

  “마치 네가 내 수고를 치하하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응. 그렇지. 수고했어 조장.”

  “그럼 네가 사는거야?”

  “........”

  제기랄.

  정수기녀는 ‘이 자식 드디어 꼬투리 잡았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빙글빙글 웃어대며 나를 보았다.

  그래 다른 놈이라면 여기서 심쿵이라도 해서 넘어갈지도 모르겠네.

  “고마워. 잘 먹을게.”

  그래....... 음........ 뭐 아직 생활비는 충분하니 뭐........ 제기랄.

  잠깐, 나는 여기에 이녀석 밥을 사주려고 들어온 게 아니였지. 물론 여기서 돈 못낸다고 뺄 생각은 없지만.

  “야. 정수기.”

  “진짜 별명 짜증나네.”

  “조지......”

  “왜.”

  자기 이름 불리는 건데 왜 짜증을 내는지 여전히 짐작도 안가고, 정말 그렇게 짜증난다면 애초에 별명으로 불렀을 때 그냥 대답하면 되잖아.

  “물어볼게 있는데.”

  “뭔데?”

  식당까지 오는 길에 머리를 한번 정리한 덕분에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꺼낼 수 있었다.

  “너 조별과제 기여도 평가, 어떻게 써서 보냈냐?”

  “갑자기 그건 왜?”

  왜, 라.......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이 녀석이 덤터기를 쓰게 되어 불이익을 받는게 찝찝해서지.

  오늘에서야 느낀 사실이지만, 나는 항상 사람을 대할 때 계산적인 인간일지만, 내 과오일지도 모르는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담시킬 정도로 뻔뻔한 인간은 아니었나보다.

  이걸 자랑스러워해도 될지는 모르겠다. 안 그래도 피곤한 성격이 더 피곤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궁금해서.”

  “왜? 내가 네 기여도를 D로 적어 냈을 까봐 불안해?”

  그래그래 쓸데없는 걱정이었구나. 거 사람이 신경을 써....... 아니지. 난 지금 딱히 이 녀석을 생각해주는 것 같은 발언은 하지 않았지. 그리고 이녀석과 내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았고.

  그래 인정한다. 충분히 그렇게 예상해도 이상하지 않아.

  “난 네 양심을 믿는단다. 설마 그런 부당하고 사람 억울하게 만드는 짓은 안했을 거라 믿어.”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선 이렇게 대답해서 넘겼다.

  “말투가 더럽게 짜증나서 거짓말할까 고민했는데, 아무튼 맞아. 네 기여도는 네가 기대하는 만큼 적어서 냈어.”

  “저기요. 그런 애매한 답변은 필요 없고요. 내가 묻고 싶은 건 그딴 게 아니야.”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잇는다.

  “그 두 어린 것들 있잖아. 걔네들 거 말야.”

  “걔네가 왜??”

  “왜냐니. 그냥 궁금해서. 오늘 발표도 털렸는데 기여도 평가까지 안좋으면 불쌍하잖아.”

  “.......”

  내 변명은 설득력이 꽤 떨어졌던 모양인지, 정수기녀가 그 예쁜 입술을 조금 비죽이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기여도 점수는 다 똑같이 써서 냈어.”

  “응? 뭐라고?”

  나도 모르게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왜 그렇게 놀라?”

  “아니, 난.......”

  “설마, 너랑 같은 기여도라고 써서 낸 게 억울한 건가?”

  이 녀석은 명백히 나를 놀리는 것처럼, 아니, 확실히 나를 비웃고 있었다.

  “얼마전에 남의 마음 속단 어쩌고 했으면서 본인이 더 하는 구만?”

  일단 부루퉁하게 대답해 보았다.

  “농담이야.”

  “........그래서, 왜? 넌 저번에 기여도를 적어낼 필요가 없더라도 그 녀석들 기여도 평가를.......”

  “그게 이상해? 역시 넌 나를 뭘로 보고 있는 거야? 악당? 꼰대?”

  “........”

  정수기녀는 어느새 테이블에 놓인 티슈통에서 티슈 하나를 뽑아 그걸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티슈를 구기고 배배꼬는 것을 잠시 바라보다, 시선을 다시 올려 정수기녀를 마주보았다.

  “생각해 봤는데 말야.”

  그녀는 티슈를 만지작 대는 것을 잠시 멈추고 나를 마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 없겠더라.”

  “뭐?”

  “그러니까 말야.”

  정수기녀는 티슈를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

  “어차피 교수님이 질의응답이랑 개별 보고서로 무임승차를 걸러낼 건데, 굳이 내가 그런 찝찝하고 쓸데없이 욕먹을 짓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거 내가 저번에 한 말이잖아.”

  “그랬지.”

  젠장, 진짜 성격 한번........

  “그런데 의외네.”

  나는,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너도 욕먹는 일에 신경 쓰고 사는 줄은 몰랐는데.”

  말을 꺼내놓고 아차 싶었다. 이런 말을 하게되면 이녀석은 분명 남의 마음 속단이 어쩌고 하며 나를 깔아뭉개려 할텐데.

  “그러게.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의왼가?”

  “........”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내 예상과는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종잡을 수가 없다. 단순히 예상 답변이 빗나가서 뿐만은 아니다.

  세상 사람들과 담을 쌓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첫인상, 그리고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 화를 내는 이상한 여자라는 이미지. 여기에 남의 말 하나하나에 꼬치꼬치 반박하는 깐깐함.

  이것들이 내가 가진 정수기녀에 대한 이미지였을텐데.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이 녀석은, 남의 미움에 대해서 이렇게 씁쓸한 듯 웃으며 이야기하는 걸까.

  그리고 난 왜 그 모습에서 혼란을 느끼는 걸까.

  그때, 옆에서 종업원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느새 우리가 주문한 요리가 나오고, 나와 정수기는 얌전히 그것을 받아들어 식사를 시작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수저, 둘 사이에 별다른 대화는 없다.

  하긴 그렇지. 우리 둘은 과제와, 초반부의 그 부정적인 첫인상 외에는 별다른 화제가 있을 리가 없다.

  이 녀석이 나에게 무언가를 물을 것도, 내가 이 녀석에 대해 무언가를 물을 일도 없을 터다.

 

  그리고, 이제 우리 둘은 아무런 접점이 없을 것이다.

 

 

 -----------------------------------------------------------------------------

 

  식사가 끝나고, 정수기는 어딘가 갈 곳이 있다며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어지간해선 가고 싶지 않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빌어먹을 언덕을 올라, 아까 전 내가 나온 건물, 즉, 본관에 들어선다. 그리고 본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계단을 향한다.

  그러나, 평소와는 다르게 나는 계단을 ‘내려 가고’ 있다.

  본관 지하 1층, 그곳에 있는 지긋지긋한 장소를 향해서.

  그 지긋지긋한 장소라는 것은, 다름아닌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실, 통칭 ‘과방’이라는 곳이다.

 

  과방이란, 쉽게 말해서 과 학생들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쉼터 비슷한 곳이라 보면 된다.

  그런데도 내가 가기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색하니까. 그리고 민망하고.

  생각해보라. 다른 학교, 혹은 다른 과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과 과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다음과 같다.

  대학생활을 시작해 학우들과 열심히 교류하고 싶어 하는 신입생, 학생회 임원, 거점이 필요한 과내 동아리 회원들, 그리고 어린 친구들과 친분을 쌓고 싶은 노땅....... 아니 고학번들.

  이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나는 과방에 갈만한 일이 전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른바 ‘화석’이라 불리는 엄청난 고학번은 아니지만 적어도 비파형 동검 정도의 연대를 가지고 있는 내가 과방에 죽치고 앉아있으면 어린이들이 상당한 불편함을 느낄 것이 뻔하다.

  하지만, 그딴 건 신경 안 쓰는 놈이 있지. 그러다 여자친구도 사귄 놈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적당히 철지난 달콤한 노래가 통화연결음으로서 흘러나오고, 잠시 후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 다와간다.”

  “응 나 화장실.”

  김준환 이 빌어먹을 놈 같으니.

  “그래? 그럼 내가 화장실로 갈게.”

  과방에는 어지간하면 들어가기 싫으니까.

  “그래. 근데 나 X싸는 데?”

  “.......과방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X쟁아.”

  젠장.

  통화가 끊어지고 나니 나는 어느새 ‘정치외교학과’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문 앞에 서 있었다.

  생각해보면, 들어갈 이유는 없잖아? 애초에 내가 과방에 온 건 같이 PC방 가기로 한 김준환 놈이 과방에서 뭔가 하고 있다고 해서였고.

  좋아. 그냥 복도에서 기다리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 짜증나......”

  리모델링한지 제법 된 시설인지라 방음이 잘 되지 않는 과방 안에서 한 여학생의 푸념섞인 짜증이 들려왔다.

  “........”

  어디서 들어봤다 싶어 기억을 뒤져보고 있으려니, 안쪽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교수님 왜 그래? 왜 오빠랑 나만.......”

  아, 기억났다. 16학번 정은별, 이제 두 번 다시 나와 볼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나와 같은 발표조 조원을 했던 녀석이다.

  “하아....... 성적 조졌네.”

  여기에 대답하는 사람은 그 남친 원민우.

  “교수님한테 가야하는 거 아냐?”

  정은별의 말에 나도 모르게 코웃음쳤다. 마치 말만 들으면 성적에 세심하게 신경쓰고 적극적으로 성적향상에 힘쓰는 학생 같이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 볼까?”

  “아 근데 그 조장!”

  “.......”

  내 불안감이 조금 현실화 될 것 같은 조짐에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선배? 정외과 맞지? 난 들어본 적 없는데.”

  정은별 학우야. 안타깝지만 넌 아마 너네 학번도 다 아는 건 아닐걸? 물론 나도 동기면서 그 여자를 모르니 할말은 없지만.

  “그렇지 않을까? 정외과 전공이니까.”

  “혹시 그 선배가 교수님한테 메일 보낼 때 뭔가 쓴거 아냐? 아 그리고 왜 내 질문 가로채? 진짜 X나 웃겨.”

  “그러게 말야. 진짜 짜증.......”

  그렇게 슬슬, 내가 예상했던 대로 이녀석들은 정수기녀의 뒷담을 까기 시작했다. 아까 교수님이 한 ‘보고서를 읽었다’는 말은 까맣게 잊고 자신들이 당한 개망신의 원인을 정수기, 아니, 조지은에게 돌리고 있었다.

 

  짜증난다고?

  나는 너희가 더 짜증난다.

  자신의 무책임과 행동으로 인해 돌아온 결과를 남탓으로 돌리는 너희가.

  너희 같은 인간들은 항상 그렇지. 자기 혼자 망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려 하는 것들, 자신이 언제나 중심이며, 누군가의 발목을 잡아놓고도 거기에 대해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

  게다가 너희 같은 인간들이 익숙하다는 것이 더 짜증난다.

  이야기만 늘어놓자면 흔히 말하는 소시오패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인간이 있을 수 있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런 작자들은 생각보다 흔하다.

  인간은 자신이 우선인 것이 당연하다. 거기에 대해서 딱히 뭐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런 만큼, 거기에서 더 나아가 얼굴에 철판 깐 인간들, 저런 인간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널리고 널려있다.

 

  “그래도 그 광진 선배라는 사람은 착하던데.”

  “그 선배? 아, 맞아 민석이 형도 그 선배 알더라. 착하다고.”

  “.......”

  내 칭찬 타임인가? 역시 그동안 착하고 성실한 선배 흉내를 낸 보람이 있군.

  하지만 너희에게 들어봐야 전혀 기쁘지 않은 걸?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원민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 근데 그 선배도....... 내가 보낸 거 거의 안 썼던데? 아니 안 썼으면 안 썼다고.......”

  저 미친 새X가.

  순간, 문을 열고 들어가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양심 이전에 눈이 있다면 내가 단톡방에 올린 것을 봤을 텐데?

 

  아, 그러시겠지. 네놈 심리는 이해한다. 여자친구 앞에서 공부건 과제건 제대로 안하는 대책없는 2학년으로 보이는 것 보다는, 누구하나에게 이번 참극의 원인을 돌림으로써 ‘나는 열심히 하는 학생이지만 이번에는 운이 없었다.’라는 것을 어필하고 싶을 것이다.

  남자새끼들 대가X에 허세 차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니 이정도는 쉽게 유추할 수 있지.

  그게 아니면 그냥 진짜 인간 쓰레기거나.

 

  “음, 근데 그 여자 선배, 조지은이랬나? 진짜 우리과 맞아? 다른 선배들이랑 하나도 모르는 것 같기도 한데.”

  정은별은 어지간히도 조지은이 맘에 안드는 듯 그녀의 신상에 대해 추리하기 시작했다.

  “전과? 편입인가?”

  거기에 맞장구 쳐주는 원민우의 목소리가 듣기 싫다.

  “아 짜증나. 어떤 X인지 한번 물어나 봐야지.”

  “누구한테?”

  “뭐, 농활가서 선배들 아무한테나 물어보려고.”

 

  그 한마디, 정은별의 그 말에 내 머릿속이 팽창하듯 회전한다.

  이유는, 이 녀석이라면 단순히 물어보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리고 그 생각이 떠오른 직후, 거기에 따라 내가 할 일도 따라오는 것 같아서.

 

  “........”

  좋아 더 들을 필요가 없다.

  나는 몸을 돌려 화장실로 향했다.

  마침 딱 알맞게도, 저 복도 끝에 위치한 화장실에서 김준환 녀석이 나와 이쪽으로 손을 흔들며 오고 있었다.

  “야 들어가 있으라니.......”

  탁탁탁탁.

  나는 빠른 걸음으로, 놈의 말을 무시하며 놈에게 다가간다.

  “이꽝? 너 왜.......”

  탁.

  그리고, 양손을 녀석의 양 어깨에 탁, 하고 내려놓았다.

  “준환아. 나의 친구야?”

  “뭐, 뭐야 미친놈아?”

  평소와 다른 내 말투에 질색하는 녀석.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부탁이 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8 사람은 가끔 안하던 짓도 해야 한다 2 (1) 2017 / 12 / 14 326 1 6281   
17 사람은 가끔 안하던 짓도 해야 한다 1 (2) 2017 / 12 / 11 312 1 6389   
16 버스엔 요금이 필요하다 4 2017 / 12 / 4 291 1 7600   
15 버스엔 요금이 필요하다 3 (2) 2017 / 11 / 27 311 1 7681   
14 버스엔 요금이 필요하다 2 2017 / 11 / 15 270 1 4437   
13 버스엔 요금이 필요하다 1 (3) 2017 / 11 / 12 334 1 5422   
12 산으로 가도 뱃사공은 빠지면 안된다 7 (2) 2017 / 11 / 12 311 2 5332   
11 산으로 가도 뱃사공은 빠지면 안된다 6 2017 / 11 / 9 290 2 4386   
10 산으로 가도 뱃사공은 빠지면 안된다 5 2017 / 11 / 9 282 2 4185   
9 산으로 가도 뱃사공은 빠지면 안된다 4 (2) 2017 / 11 / 8 316 2 5964   
8 산으로 가도 뱃사공은 빠지면 안된다 3 (2) 2017 / 11 / 7 316 2 4980   
7 산으로 가도 뱃사공은 빠지면 안된다 2 (2) 2017 / 11 / 7 329 2 7357   
6 산으로 가도 뱃사공은 빠지면 안된다 1 2017 / 11 / 5 271 2 7097   
5 피해망상과 아웃사이더 4 (2) 2017 / 11 / 5 312 2 5905   
4 피해망상과 아웃사이더 3 (2) 2017 / 11 / 4 313 2 5504   
3 피해망상과 아웃사이더 2 (1) 2017 / 11 / 4 309 2 5815   
2 피해망상과 아웃사이더 1 (2) 2017 / 11 / 3 332 2 4648   
1 프롤로그 - 죽끓이는 복학생 2017 / 11 / 3 471 2 414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배니셔
null
신이 없는 세계
null
밤의 왕을 죽여
null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