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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이 죽은 세계: 엔드게임
작가 : 제비비
작품등록일 : 2017.12.3

이능력을 지닌 인간들의 세계. 어느 날, 신이 나타나 말한다.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나를 위해 싸우고, 죽어라."

 
죽어가는 생명의 기운1
작성일 : 17-12-03 21:01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4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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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냄새다.”

 

 연하는 맥이 확 풀렸다.

 

 “에이씨! 지금 장난 쳐?”

 

 한 소리 했지만 재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코를 쳐들고 냄새 맡기 바빴다. 연하는 한심하게 쳐다봤다. 저 열정의 절반이라도 좋으니 다른 분야에 쏟았더라면.

 

 “그냥 여자가 아냐. 여신이야, 여신.”

 

 그렇게 말하고 재욱은 눈을 감았다. 능력인 ‘뛰어난 후각’이 한층 강력해지면서 냄새의 주인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으허.. 헤에... 대박...”

 

 재욱의 얼굴에 징그러운 미소가 걸렸다. 연하는 혐오감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감상을 마치고 재욱이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거리를 수색하는데 그 모습이 의욕 넘치는 황소 같았다. 재욱은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다가 30미터쯤 앞에 있는 양 갈래길 앞에서 멈춰 섰다.

 

 “아... 냄새가 오래 되서 어느 쪽이 맞는지 알 수가 없네.”

 

 재욱은 고심하다가 손짓으로 뒤에 있던 연하를 불렀다. 연하는 가기 싫었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연하가 다가가자 재욱이 가슴을 펴고 말했다.

 

 “우리 욱벤져스의 첫 임무는 아리따운 여신님의 안전한 귀가다. 난 왼쪽으로 갈 테니까 넌 오른쪽으로 간다. 여신님 발견하면 무조건 전화부터 한다. 알겠나?”

 “아니, 잠깐만. 나 혼자 돌아다니라는 거야? 그러다 하이에나라도 만나면 어쩌라고. 네가 필요 없을 거라고 해서 무기도 안 가지고 왔단 말이야.”

 “여기 꼴을 봐라. 이런 말라비틀어진 나무작대기 같은 곳에 하이에나가 있겠냐? 정 불안하면 먼저 돌아가던가. 바쁘니까 나 먼저 간다.”

 

 재욱은 그 말만 남기고 왼쪽 길로 빠졌다. 연하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뭐라고 하려다가 그만뒀다. 대신에 재욱의 진지한 모습에 끔뻑 속아 넘어간 자신을 탓했다.

 연하는 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오른쪽 길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걱정과 달리 거리는 평화롭기만 했다. 인적이란 찾아볼 수 없었고, 보이는 거라고 해봐야 거리 끝에 걸린 노을이 전부였다.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은 느낌이 들쯤, 거리 끝에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 연하는 인영의 형태를 유심히 살펴봤다. 노을을 등지고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장을 하지 않은 걸로 봐선 A.A는 아닌 것 같았다. 혼자인 걸로 봐선 하이에나도 아닌 것 같았다.

 검은 인영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그와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졌다. 인영의 정체는 30대쯤 돼 보이는 검은색수트차림의 남자였다. 검은색선글라스와 무전용 이어마이크도 착용하고 있는 것이 보디가드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는 무전을 하는 중인지 이어마이크에 손을 갖다 대고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옆을 지나갔다. 연하는 안중에도 없어보였다.

 수트가 완전히 지나가고 연하는 붙들고 있던 긴장을 풀었다. 그때였다.

 

 “이봐, 너.”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 긴장을 풀던 차라 연하는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슬며시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수트가 물었다.

 

 “혹시 여기서 이상한 거 못 봤나?”

 “이상한 거요? 어떤 이상한 거요?”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그런 거 말이다.”

 

 질문이 솜이불을 덮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루뭉술했다. 저런 식으로 묻는다면 부모님성함을 물어도 대답 못할 것 같았다. 연하는 당연히 얘기해줄 수 있는 게 없었고, 크게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군. 알았다.”

 

 수트는 틀었던 허리를 바로하려다가 ‘아’하는 소리를 뱉고는 다시 연하를 바라봤다.

 

 “곧 있으면 어두워지니까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가라.”

 “네.”

 

 대답을 듣고 수트는 가던 길을 갔다. 연하도 다시 길을 걸었다. 그러면서 방금 대화를 곰곰이 되짚어봤다.

 짧지만 이상한 대화였다. 뭔가를 찾고 있다면, 찾을 생각이 있다면 정확한 형태이나 행색을 전달해야하는데 수트는 그러지 않았다. 마치 해선 안 되는 얘기를 은밀하게 하는 것처럼.

 

 ‘혹시...?’

 

 갑자기 연하가 걸음을 멈췄다. 수면 위로 떠오른 한 가지 가능성. 짐작에 불과하지만, 가능성은 낮지만, 의욕이 생기기에는 충분했다.

 연하는 한층 힘이 실린 걸음으로 나아갔다. 그를 불러 세운 건 수트의 실수였다.

 보물찾기가 시작됐다. 연하는 능력을 사용했다. 보잘것없는 C급 능력자지만 보물찾기만큼은 자신 있었다.

 한 골목을 지날 때였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골목에서부터 안개가 뿌옇게 새어나왔다. 황금을 기화시킨 것 마냥 고급스러운 노란빛을 띠는 안개였다.

 금빛 밤하늘과 그 위를 수놓은 별을 보는 것 같아서 퍽이나 볼만했다. 하지만 이 광경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는 없었다. 금빛 기운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힘이나 기운을 보는 능력을 지닌 연하만 볼 수 있었다.

 연하는 골목 앞에 가서 섰다. 금빛 기운.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인간의 기운은 파란색이다. 능력에 따라 색이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금빛을 본적은 없었다. 이 안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거대한 드라이아이스가 기화되고 있는 것처럼 금빛 기운이 기세 좋게 뿜어져 나왔다. 색도 색이지만 양이 일반적인 수준을 아득히 상회했다. 연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죽어가는 생명의 기운.’

 

 죽음이 가까워지면 내재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다. 어떤 시한부환자한테서, 나이든 길고양이한테서, 비슷한 기운을 본 적이 있다. 이 안에도 죽어가는 생명이 있는 게 분명했다.

 연하는 좌우를 한 번 둘러보고는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희한하지만 금빛의 기운이 끌어당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 정도 들어가자 악취가 진동했다. 원인은 골목 끝에 버려진 오래된 쓰레기봉투더미였다.

 

 “이런 제길...”

 

 금색 기운은 쓰레기봉투더미에서부터 나오고 있었다. 기운의 정체를 밝히려면 냄새의 근원지에 가야한다는 얘기였다.

 연하는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기운의 손짓은 냄새를 감내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가까이서 본 쓰레기봉투의 산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안에 시체 몇 구를 숨겨놨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차마 손으로는 건드릴 수 없어서 발로 툭툭 쳐서 봉투더미를 뒤쳤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는지 몇 번 건드리니 위에서부터 봉투가 우수수 떨어졌다. 안에 있던 ‘무언가’는 그때 모습을 드러냈다.

 ‘무언가’는 쓰레기더미가 무너지는 동시에 달려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데다가 움직임도 빨라 연하는 대처 못하고 목을 내줬다.

 

 “크윽!”

 

 연하는 목을 붙잡힌 채 벽까지 밀려났다. 벽에 부딪치면서 전신에 충격이 전해졌다. 백팩을 메고 있었지만 완충효과를 보기에는 가해지는 힘이 너무 강력했다. 고통에 신음할 겨를도 없었다. 목을 움켜쥔 손이 그것을 불허했다.

 연하의 발은 땅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맴돌았다. 연하는 켁켁거리며 괴로워했다. 숨이 막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목이 짓눌려 죽거나, 뜯겨서 죽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았다. 그 정도로 그녀의 손아귀는 사나웠다.

 

 다짜고짜 공격한 금발의 여성은 손목에 수갑을 차고 있었고, 여기저기 구멍 난 낡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평범한 여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녀가 괴력의 소유자라는 점이었다. 힘으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부질없었다. 배가 접힌 알루미늄 캔처럼 목이 찌부러지지 않도록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제발... 날 내버려둬!”

 

 그녀는 악에 받친 표정으로 목을 한 층 더 세게 쥐었다. 연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과정 중에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눈물 맺힌 에메랄드빛 눈동자. 한 없이 아름다운 눈동자에 담긴 것은 원한과 증오뿐이었다. 선행을 베풀면서 살지는 않았지만 원한 살 행동을 하면서 살지도 않았는데 저런 눈을 보고 있으니 조금 억울했다.

 

 뻐억!

 

 연하는 떠나가는 정신을 부여잡고 무방비인 그녀의 배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그녀는 컥 하는 단말마와 함께 바닥에 고꾸라졌다. 연하는 과자부스러기처럼 바닥에 늘어져선 처절하게 숨을 골랐다.

 

 “콜록, 콜록! 허억... 컥...!”

 

 기침 하면서 숨 쉬랴, 침 흘리랴, 눈물 찔끔하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연하는 상태가 호전되고 나서야 여자를 봤다.

 금발의 여자였다. 옷이고, 몸이고, 초췌하기 그지없지만 어깨너머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은 금빛 노을을 머금은 폭포 같았다. 어쩌면 진짜 황금보다 값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이었다.

 연하는 실망스러웠다. 그녀가 바로 금빛 기운의 정체였기 때문이다. 이 거리에 있는 보물의 정체가 신수일수도 있다는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수는 천계의 생물로 전투력이 높아 길들이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개체수가 매우 적고 인간에 대한 경계가 심해서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연하도 짐작만 할 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금빛 기운이 소리친 것이다. ‘지나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야!’라고.

 

 “이봐요.”

 

 연하는 휘청거리면서 일어나 헛된 바람을 불어넣은 장본인을 불렀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몇 번 더 불러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순간 불안이 엄습했다.

 

 '죽은 건가?’

 

 연하는 슬며시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그녀는 여전히 죽음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분명 죽을 것이다.

 죽이려고 했던 여자를 구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할 건 없었다. 답은 정해져있었다. 연하는 인간관계는 서툴어도 선악구분은 명확했다. 이대로 그녀를 두고 가는 것은 뺑소니나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그녀와는 풀어야할 오해가 있었다. 죽게 내버려뒀다가 귀신이 돼서 들러붙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연하는 백팩을 내려놓고 여자를 등에 업었다. 살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자 악취가 코를 쿡쿡 찌르다 못해 후벼 팠다.

 

 “우욱!”

 

 헛구역질이 나왔다. 오늘 구내식당에서 코다리튀김이 나와서 점심을 거른 게 천만다행이었다.

 내려뒀던 백팩을 앞으로 메서 그녀의 수갑을 교묘히 가렸다. 해질 무렵이라 사람을 만날 확률은 적겠지만 조심해봐야 나쁠 건 없었다.

 연하는 집으로 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우엑! 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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