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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50.당신들한테 제안할 게 있어요.
작성일 : 17-12-03 20:00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7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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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당신들한테 제안할 게 있어요.

 

 

 

 손발이 결박된 상태로 정신을 잃었던 철수는 조심스럽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새까만 어둠뿐이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태오에게 협박 전화를 하는 납치범들을 방해하다가 머리를 얻어맞은 철수는 독방에 홀로 감금되었다.

 

 차를 운전하고 가던 철수는 도로 한가운데에서 납치범들에게 납치를 당했다.

 

 바빴던 일을 마치고 하나와 오랜만에 휴가를 가기 위해 철수는 직접 차를 끌고 콘스탄츠로 향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운전하면서 하나의 손에 깍지를 낀 철수는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태오와 함께 시작한 사업이 독일에서 승승장구했고 결혼까지 생각할 만틈 사랑하는 여인을 독일에서 만났다.

 

 독일로 떠난다는 철수에게 사람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만류했지만, 독일에 온 것은 그가 인생에서 했던 최고의 선택이었다.

 

 철수의 장밋빛 미래를 가로막은 것은 손에 권총을 들고 하얀 두건을 쓴 정체불명의 사내들이었다.

 

  ㅡ Halt(멈춰)!

 

  ㅡ Wer da(누구냐)?

 

 그들은 철수의 질문에도 대답하는 대신 그를 운전석 밖으로 끌어내렸다.

 

 갑작스러운 괴한들의 습격에 하나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당시 상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철수는 납치범들이 그에게 총구를 겨누는 데도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납치범들은 강제로 철수와 하나의 눈을 가리고 손발을 밧줄로 묶었다.

 

 철수와 하나를 뒷좌석에 태운 납치범들은 차를 끌고 어디론 가로 향했다.

 

  ㅡ 하나야, 걱정 마. 별일 없을 거야.

 

 철수는 그녀의 손을 꽉 부여잡으면서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을 속삭였디.

 

 하지만 급박한 상황에 그의 심장도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그들의 말을 엿들은 철수는 그들이 자신의 돈을 노리는 납치범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ㅡ 여보세요? 태오야! 나 형이야. 그들이 원하는 대로 절대 돈을 주지 마! 대신 경찰에 신고해!

 

 납치범들의 요구에 절대 응하고 싶지 않았던 철수는 태오에게 협박하는 사내들의 전화를 빼앗아 다급하게 소리쳤다.

 

  ㅡ Hurensohn(개자식아)!

 

  ㅡ ……으윽!

 

 권총으로 철수의 머리를 내리친 납치범들은 그의 손과 발을 결박하고 허름한 창고에 가두었다.

 

 권총으로 머리를 맞고 겨우 정신을 차린 철수는 옆방에서 들리는 빛줄기를 발견했다.

 

  ㅡ 「잠깐만 당신들한테 제안할 게 있어요.」

 

 불빛이 새어 나오는 옆 방에서 독일어를 하는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철수는 조용히 움직여 문틈 사이로 귀를 가져다 대었다.

 

  ㅡ 「내가 당신들한테 제안하고 싶은건……」

 

  "……허억!"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철수는 꿈에서 깨어났다.

 

  "하아, 하아. 하아."

 

 그때와 똑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는 철수는 침대 옆 테이블에 있는 조명에 손을 내밀었다.

 

 조명등이 켜지면서 주위에 있는 물건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자 철수는 자신이 있는 곳은 독일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후우."

 

 납치사건이 있었던 뒤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직 철수는 그날의 악몽 같았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입어버리려고 지워버리려고 애쓰고 노력했지만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철수의 몸은 납치범들이 강제로 가두었던 허름한 주택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정신은 그곳에 갇혀있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곳으로 꿈을 통해서 불려간 철수는 몸서리를 쳤다.

 

 이제는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철수의 꿈속에서 충격적이었던 그날의 일이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그날 이후로 철수의 삶은 그의 생각과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꿈꿨던 철수는 이제 평범한 연애 조차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가 바랬던 것은 평범하게 사랑하는 여자의 남편이 되어서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는데.

 

 그날 이후로 철수에게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되었다.

 

 끔찍했던 그 날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신과 상담을 받고 인종차별반대 단체를 세우면서 갖가지 방법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 당했던 상처는 끝내 치유되지 않았다.

 

  "……."

 

 비틀거리면서 침대에서 일어난 철수가 차가운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하얀 달빛이 내려앉은 거실에는 푸른 빛이 감돌고 있었다.

 

 차가운 물을 목구멍으로 넘긴 철수는 잠이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방에 들어가는 대신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하나야."

 

 철수는 오랜만에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독일에서 사업을 하는 족족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던 철수는 거리에서 과일을 팔면서 생활비를 마련했다.

 

 독일에 오기만 한다면 한국에서 생활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장밋빛 미래만 생각했던 철수의 앞에는 냉혹한 현실이 그를 가로 막았다.

 

 마지막으로 백룡이 준 500만 원으로 시작한 꽃다발 사업이 망하고 나서 철수는 크게 절망하고 있었다.

 

 정말로 나는 안 되는 놈인가, 이쯤에서 다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

 

 독일에서 철수는 동생 태오를 만났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가족이 있었다.

 

 양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행복한 가정에서 사는 태오를 보고 철수는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버린 듯 했다.

 

 아직 철수는 섬에서 양식장을 하시던 아버지와 살던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태오는 그때의 일을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태오는 독일로 찾아온 자신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반가워했다.

 

 하지만 이미 형제 사이에는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거리감이 생겨 있었다.

 

  ㅡ 이거 얼마예요?

 

 빠르고 억센 독일어 대신 부드럽고 유한 한국말이 들리자 철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한쪽 어깨에 커다란 첼로를 매고 있는 하나는 짙은 갈색 머리에 웃을 때 휘어지는 눈꼬리가 사랑스러웠던 여자였다.

 

 철수는 그날 순식간에 하나에게 반해버렸고 하나와 사귀고 나서 사업이 술술 풀리자, 철수는 자연스럽게 하나와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

 

 꿈에 나타난 그녀를 생각하면서 철수는 괴로운 듯 표정을 구겼다.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던 여자였다.

 

 마음을 준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것은 모르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것보다 훨씬 큰 상처를 남겼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 철수의 눈에는 그녀의 단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길게 교제를 하면서 그녀에게도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철수는 그녀의 단점 대신 장점만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철수의 노력에 관한 결과는 처참하고 비참했다.

 

 다시 잠자리에 들 용기가 나지 않았던 철수는 해가 떠오를 때까지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

 

 

 

 회사로 출근한 철수는 비서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 담긴 서류를 하나 건네받았다.

 

  "대표님, 한 남성분이 대표님께 전해달라고 부탁하신 서류입니다."

 

  "……남자가요?"

 

  "네, '행복 심부름센터'라고 이야기하면 대표님이 아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비서의 말에 철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류를 받아들었다.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선생님에 죽음의 비밀을 밝힐 시간이 없었던 철수는 사람을 시켜서 백룡의 죽음에 얽힌 비밀의 열쇠를 풀려고 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뒷조사의 결과가 나온 모양이었지만 철수는 선뜻 서류를 열어보지 못했다.

 

 책상 위에 서류를 올려놓고 팔짱을 낀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철수가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행복 심부름센터 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강철수입니다."

 

  - 아,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심부름센터 직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철수는 천천히 서류 봉투의 입구를 뜯었다.

 

  - 오늘 보내주신 서류 잘 받으셨습니까? 대표님이 어제는 출근을 안 하셨다고 하셔서 비서에게 맡겨 두었습니다.

 

  "네, 다행히도 잘 받았습니다."

 

 봉투 안에서 하얀 서류를 꺼낸 철수는 재빠르게 눈으로 글자를 읽어내려갔다.

 

  "……김태춘?"

 

 서류의 앞면에는 험상궂은 사내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이름은 김태춘, 나이는 54세. 폭력 및 사기 등으로 인한 전과 13범인 그는 사진 속에서 담배를 물고 동네 사우나에서 터덜터덜 걸어 나오고 있었다.

 

  - 네, 죽기 전에 윤백룡 씨와 자주 어울렸다는 소문이 있는 남자입니다.

 

  "선생님이 이 남자와 어울렸다는 말입니까?"

 

  - 네.

 

 짧게 대답하는 심부름센터 직원의 목소리에 의아해진 철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과 13범인 김태춘과 백룡은 전혀 접점이 없어 보였다.

 

 항상 정석대로 살고 교과서처럼 인생을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하던 백룡이 전과 13범인 김태춘과 어울렸다니.

 철수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을지 궁금했다.

 

  -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는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울리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철수는 몇 달 전에 제이와 함께 백룡의 동선을 따라 추적을 했던 일을 떠올렸다.

 

  ㅡ 동네 목욕탕에서 윤백룡 씨가 어떤 사람이랑 같이 사우나를 하는 것 봤는데, 그 사람이 조금 이상했지.

 

  ㅡ 어떤 점이 이상했습니까?

 

  ㅡ 아 글쎄 조폭도 아닌데 등 뒤에 문신을 하고 있더라니까.

 눈을 가늘게 뜬 철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을 이어갔다.

 

  "김태춘이라는 자가 어떻게 선생님을 알게 된 거죠?"

 

  - 저도 그게 참 의문이었습니다. 고인이 되신 윤백룡 씨와 김태춘 씨에게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보였거든요. 그런데…….

 

 심부름센터 직원이 말끝을 흘리자 철수는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데요?"

 

  - 그런데 윤백룡 씨와 김태춘 씨 사이에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 윤백룡 씨랑 김태춘 씨 둘 다 아는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하연주 씨의 아버지 하종석 씨입니다.

 

  "……!"

 

 심부름센터 직원의 말을 듣고 철수의 눈동자가 파도치듯이 일렁였다.

 

 겨우 자신의 내면에서 폭풍우 치는 바람을 잠재우고 철수는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습니까?"

 

  - 네, 그렇습니다. 알고 보니 김태춘 씨의 고등학교 동창이 하종석 씨라고 하더군요.

 

  "……."

 

  - 그리고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인데 김태춘 씨가 윤백룡 씨의 사무실로 찾아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사무실에요?"

 

  - 네, 그때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르지만 윤백룡 씨가 김태춘 씨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크게 화를 냈다고 합니다.

 

  "……그랬군요."

 

 간단하게 브리핑을 들은 철수는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내려놓았다.

 

 선생님이 죽기 전에 가깝게 지냈다는 인물이 김태춘이라는 인간인 줄이야.

 

 김태춘과 선생님이 전혀 격이 다른 인물이었다.

 

  '선생님이 김태춘이라는 인간과 한 물에서 같이 놀 리가 없는데…….'

 

 가슴이 답답해진 철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심부름센터 직원의 설명에 오히려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 철수는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비서가 전해준 서류를 들춰보던 철수의 머릿속에 FISM(세계마술대회)에서 만났던 마술사와 나누었던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ㅡ 윤 선생님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마술사이십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분에게 신세를 진 적이 있습니다.

 

 마술을 시작한 지 5년이 된 마술사 현우는 철수에게 과거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신인이었을 때 겪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ㅡ 사실 마술의 트릭이라는 게 마술사들에게는 밥줄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법적으로는 보호받기 힘듭니다.

 

  ㅡ 그렇습니까?

 

  ㅡ 네, 마술의 트릭은 저작권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현우의 말에 철수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다.

 

  ㅡ 저작권에 적용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세히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ㅡ 마술 아이디어는 저작권 보호에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만약 마술의 아이디어를 활용해서 책 또는 동영상을 만들었을 때만 저작권이 인정됩니다.

 

  ㅡ 그러면 윤백룡 씨의 마술 아이디어가 담긴 동영상을 보고 다른 마술사가 마술 공연에서 마음대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겁니까?

 

  ㅡ 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마술에 특허 등록이 되어있는 줄 아는데 마술사들은 오히려 특허 등록을 하는 것을 꺼립니다.

 

  ㅡ 왜 그렇습니까?

 

  ㅡ 특허 등록을 하게 되면 마술의 모든 비밀을 세세하게 밝혀야 하거든요.

 

  ㅡ …….

 

  ㅡ 마술사들은 마술의 트릭을 생명으로 여기는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특허 등록을 안 하는 게 낫죠.

 

  ㅡ 그렇군요.

 

 철수는 그제야 왜 백룡이 마술 트릭이 적혀있는 공책을 금고에다가 소중히 보관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마술사에게는 재산이나 다름없는 마술 트릭이었지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으니, 딴에는 금고라는 임시방편을 만든 모양이었다.

 

  ㅡ 그래서 마술사들 사이에서 서로 마술의 트릭을 공유하지 않으려는 눈치 싸움이 치열합니다.

 

  ㅡ …….

 

  ㅡ 그런데 하종석이 갑자기 마술계에 들어오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 마술사들이 피해를 많이 입었습니다.

 

  ㅡ 하종석이라면, 하연주의 아버지 맞습니까?

 

 철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현우를 바라보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현우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ㅡ 네, 저도 사실 그때는 마술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멋도 모르던 애송이였죠.

 

  ㅡ …….

 

  ㅡ 저는 하종석이 굉장히 유명한 PD라길래 믿어도 되겠다 싶어서 마술 트릭을 전부 알려줬는데……, 뒤통수를 맞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는 듯이 현우가 어금니를 으드득 소리나게 깨물었다.

 

  ㅡ 유명 PD였던 하종석이 저한테 저를 위한 단독 마술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그동안 떠올렸던 마술 아이디어를 전부 하종석에게 알려줬습니다.

 

  ㅡ …….

 

  ㅡ 저뿐만 아니라 다른 신인 마술사들도 하종석에게 마술 트릭을 알려줬었습니다.

 

  ㅡ …….

 

  ㅡ 그리고 그렇게 신인 마술사들의 마술 트릭을 가져간 하종석은 마술 트릭을 자기가 개발한 것처럼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ㅡ …….

 

  ㅡ 나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몇 년이나 지난 일이었지만 현우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아직 풀어지지 않는 듯 그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튀어 올랐다.

 

  ㅡ ……많이 힘드셨겠군요.

 

 현우는 대답 대신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ㅡ 당시에 저는 아무도 모르는 신인 마술사였고 하종석은 잘나가는 유명 프로그램 PD였습니다. 제가 언론에 이야기해봤자 아무도 제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게 뻔했습니다.

 

  ㅡ ……그랬군요.

 

 현우의 사정을 모두 들은 철수는 안타까운 듯이 미간을 좁혔다.

 

  ㅡ 그런데 그때 윤백룡 선생님께서 제 사정을 알고 하종석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크게 화를 내주셨습니다.

 

  ㅡ 윤 선생님께서요?

 

  ㅡ 네. 어떻게 신인 마술사의 마술 트릭을 함부로 빼앗을 수 있냐고 공개적으로 화를 내시면서 하종석이 하는 마술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방송국에 말씀하셨지요.

 

  ㅡ …….

 

 백룡을 생각하면서 현우는 눈시울이 붉혔다.

 

  ㅡ 그 일로 선생님께서는 방송국에 찍혀서 몇 년간 방송 활동을 하시지 못하시고 공연만 하셔야 했습니다.

 

  ㅡ …….

 

  ㅡ 꼭 은혜를 갚고 싶었는데 윤 선생님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실 줄이야.

 

 철수는 조용히 눈꺼풀을 아래로 내렸다.

 

 그도 현우와 똑같은 심경이었다.

 

 정말로 이렇게 허망하게 백룡이 죽음을 맞이할 줄이야.

 

 백룡의 죽음을 조사하던 철수에게 또 다른 진실의 문이 열렸다.

 

 처음에 그가 백룡의 죽음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 것은 우연히 든 생각 때문이었다.

 

 백룡의 죽음에 모종의 음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연한 생각 하나 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철수는 점점 백룡의 죽음의 얽힌 비밀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머리끝까지 화가 솟구쳤다.

 

  ㅡ 알고 보니 김태춘 씨의 고등학교 동창이 하종석 씨라고 하더군요.

 

 쾅.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철수는 주먹으로 책상을 세게 내리쳤지만 쉽게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어쩌면 하종석이 선생님의 죽음에 얽힌 비밀의 중심 인물일지도 모른다.

 

  "하종석."

 

 철수의 살벌한 눈빛으로 조용히 그의 이름을 뇌까렸다.

 

 하종석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

 

 

 

 집으로 돌아온 철수는 양복을 벗지 않은 채로 의자에 앉아 고민에 빠져있었다.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제이에게 알려야 하는 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앞이 막막했다.

 

  '뭐라고 말해야 제이가 충격을 받지 않을까.'

 

 오랜시간 고민 끝에 철수는 잠시 진실을 덮어두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제이가 충격을 받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저릿해졌다.

 

 철수는 그녀가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똑똑똑.

 

 가볍게 노크하는 소리에 철수는 방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어보니 제이가 자신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굳은 다짐을 한 듯 그녀는 다부진 표정으로 철수와 눈을 마주쳤다.

 

  "철수 씨, 제가 개인적으로 철수 씨한테 할 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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