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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 밤, 보름달이 뜬다
작가 : 인사이
작품등록일 : 2017.12.3

시간을 거스르는 그녀의 좌충우돌 로맨스!
10년 전 풋풋한 연하남은 지금의 톱 스타 배우.
같은 사람인데 양다리 걸친 기분은 왜인가요?
뒤틀린 시간 속에서 피어난 첫사랑은 10년의 시차를 극복할 수 있을까?

 
1. 시작
작성일 : 17-12-03 19:05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4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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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작

 

 과연, 스타일리스트가 뽑은 ‘옷 입힐 맛 나는 배우’ 1위다운 몸이다.

 통 넓은 슈트 바지도 감출 수 없는 긴 다리,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허리선, 탄탄하고 넓은 어깨. 잡지 찢고 나온 환상의 신체 비율!

 

 그런데 얼굴이 할배.

 

 70대 어르신 얼굴을 하고 나타난 서문눌을 보며 매너지먼트 '더블에스'의 이 대표는 잔뜩 구겨진 얼굴을 다림질하듯, 눈썹 위를 쓱쓱 문질렀다.

 

 소시오패스 대학생 역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던 스릴러 영화 '어차피 일어날 일들'이 스크린에서 내린 게 불과 이 주 전이다.

 서른한 살의 서문눌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학 신입생 역할을 위화감 없이 소화해 냈다.

 극단의 이중적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연신 호평을 받았던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서문눌이 지금 할배 분장을 하고 회장님 놀이를 하러 간단다.

 연기 연습이란 말은 핑계 같고,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너, 정말 그러고 그 영화관에 갈 거야?”

 

 슈트 재킷을 걸치고 매무시를 가다듬던 서문눌은 몇 번이나 반복되는 질문에 어이없는 듯 짧은 웃음을 흘렸다.

 

 “넌 웃음이 나오냐? 저기 채 실장 입 내밀고 있는 거 봐라. 쟨 아주 울겠다.”

 

 이 대표가 턱으로 가리킨 곳에 눌의 매니저 채한결 실장이 우람한 몸을 벽에 기대고 비뚜름히 서 있었다.

 

 채한결 실장은 2년 전 매니저를 시작한 뒤 스스로 성공한 덕후라 칭하는 서문눌의 골수팬으로 눌의 말이라면 잠꼬대에도 반응하는 눌의 열혈 추종자였다.

 그런 그에게 저를 빼고 일정을 잡았다는 사실은 좌천 통보나 다름없었다.

 삐죽이 내민 입술로 툴툴거리는 채 실장을 보며 눌이 다정히 말을 건넸다.

 

 “휴일이라 생각하고 푹 쉬라니까.”

 

 “저는 쉬는 거 싫습니다. 그리고 내 배우 일정을 모르는 매니저가 어디 있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채 실장의 볼멘소리에 유빈의 대답이 냉큼 돌아왔다.

 눌의 일일 비서를 맡은 22살의 더블에스 소속 연기자 도유빈이다.

 유빈은 연기 멘토인 선배 곁에서 종일 같이 있을 생각에 잔뜩 신이 나 있었다.

 채 실장은 말끔히 슈트를 차려입고 머리에 잔뜩 힘을 준 유빈을 노려봤다.

 

 “얘는 되고 저는 왜 안 되는 겁니까? 비서 역할은 제가 더 잘할 텐데요!”

 

 “네가 눌이 매니저라는 거 다 아는데 네가 따라나서면 몇 시간 분장한 보람이 없잖아.”

 

 190cm의 거구가 징징대는 꼴을 더는 못 보겠는 이 대표의 말이다.

 

 “.... 저도 그러니까 분장을 하면….”

 

 “넌 얼굴이 아니라 몸이 문제야. 몸 자체가 미친 존재감인데 어떻게 감춰? 그리고 밖에 고기자 와 있더라. 너 ‘여자 감각’의 고 기자가 벼르고 있는 거 알지? 너랑 같이 나갔다가 따라붙으면 골치 아파. 지금 눌이 저러고 외출하는 것만으로 머리 복잡한데 더 보태지 마라.”

 

 “여자 친구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닌데 기자가 왜 무서운데요?”

 

 “인마, 두 달 전 동성연애 기억 안 나? 그 기사에 S 배우가 서문눌이라고 소문 쫙 돌았잖아.”

 

 “그러게 왜 눌 형님을 뒤에서 끌어안으셔서는.”

 

 “내가 안은 거 아니다? 백허그는 눌이 했거든? 그리고 근거 없는 음해성 기사라고 입에 거품 문 게 누군데? 와~ 인제 와서 내 탓 하는 거냐? 이 자식 빠져서 대표한테 대들기나 하고.”

 

 “그만 들 해.”

 

 아웅다웅 다투는 둘 사이에 눌의 청아하고 정갈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소란스럽던 사무실 안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토닥이던 둘과 그 둘을 구경하던 한 명, 그렇게 셋의 시선이 눌에게 돌아갔다.

 노인으로 분한 눌이 구부정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어때? 노신사처럼 보여?”

 

 세 개의 얼굴이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린다.

 

 “어우! 너 말하면 정말 안 되겠다. 할아버지 얼굴에서 네 목소리 나오니까 공포영화 보는 거 같아.”

 

 “전 지금 소름 돋았습니다.”

 

 모처럼 뜻을 같이하는 이 대표와 채 실장이다.

 

 “흠흠. 이러면 어떠한가. 이젠 좀 나아졌는가?”

 

 눌이 노인 목소리를 내며 다시 물었다.

 

 “.... 꼬마가 억지로 할아버지 흉내 내는 거 같아. 명탐정 코난한테 나비넥타이 빌려올 거 아니면 말은 되도록 아껴라. 그리고….”

 

 이 대표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알이 둥근 은테 안경을 가져와 눌의 코에 걸쳐줬다.

 

 “이거라도 써. 할아버지 눈빛이 너무 살아있다.”

 

 눌의 형형한 눈빛이 안경 안에 가려졌다.

 

 “이것도 끼십시오. 할아버지 손에 주름 하나 없는 것도 이상합니다.”

 

 이번엔 채 실장이 주머니에서 들어있던 가죽장갑을 주섬주섬 꺼내 눌의 손에 끼워주었다.

 눌의 긴 손가락도 가죽장갑 속에 가려졌다.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빈은 눌을 챙기는 둘이 꼭 주군을 챙기는 영의정과 좌의정 같단 생각을 했다.

 이젠 자신이 호위무사가 될 차례다.

 

 “선배님, 시간 맞춰 가시려면 이제 나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눌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이 대표와 채 실장을 바라봤다.

 

 “갔다 올게.”

 

 눌의 인사에 이 대표와 채 실장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손 인사를 했다.

 지팡이를 짚고 걷는 눌의 뒤를 유빈이 따르며, 둘은 천천히 스튜디오를 빠져나갔다.

 

 “그런데 왜 굳이 노인분장까지 하고 영화관에 가시는 겁니까?”

 

 “하루에 스무 시간 붙어 다니는 매니저가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아냐?”

 

 “대표님은 배우 사생활 관리 안 하십니까?”

 

 “그러니까 그 관리 네가 하고 나한테 보고해야 하는 거 아니냐?”

 

 “언제는 알아서 잘 하니까 일일이 보고하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스튜디오 안에 남은 두 충신은 옥신각신 토닥이며 주군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

 

 -착작작 착작작

 

 찰진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바닥에는 한 여자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

 

 지그시 감은 두 눈, 규칙적인 복식 호흡, 무언가에 몰두한 긴장된 표정.

 명상에 잠긴 듯 정적인 자세였지만 앙증맞은 두 손만은 바쁘게 움직인다.

 비장미까지 감도는 작은 체구의 그녀.

 설보름은 지금 화투패를 섞고 있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묘한 기분이 드는 아침이었다.

 습관대로 오전 여섯 시 반에 칼 같이 일어났고, 간밤 악몽에 시달린 것도 아니었다.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아침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그건 마치 시험장에 들어서기 전 긴장감 같았고, 여행 전날의 설렘과 비슷했으며, 태풍 전야의 평온과도 닮아 있었다.

 

 그 탓일까?

 보름은 초고를 끝낸 시나리오 한 편을 몽땅 삭제해버렸다.

 호기롭게 휴지통까지 싹 비웠거늘 5분도 채 안 돼 후회가 밀려왔다.

 숱한 밤 골몰했던 설정들과 장고의 문장들을 모두 날려버리다니.

 미쳤지, 미쳤어.

 이대로라면 아침 찬 도전은 엄마의 등짝 스매싱으로 마감될 게 뻔하다.

 

 보름은 심란한 마음을 날려버릴 길운을 바라며 오늘의 운세를 점치려는 중이다.

 오늘의 수상쩍은 기운이 제발 대박 운세에 닿아있기를!

 온 우주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며 보름은 잘 섞인 화투패를 사열 종대로 늘여 놓기 시작했다.

 평소엔 부유하는 생각들을 정리할 때 하던 그림 찾기 놀이였지만, 오늘만큼은 타짜의 눈빛이다.

 까맣고 커다란 보름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똥이나 나와라! 홍싸리도 좋고!”

 

 돈을 뜻하는 오동이나 행운이 온다는 홍싸리가 나왔으면 했다.

 아니지, 이왕이면 연인을 뜻하는 매화가 좋겠다.

 

 천기를 읽어내려는 점술가처럼 신중하게 패를 뒤집었거늘. 오늘따라 맞는 짝패가 없다.

 다른 때보다 두 배의 시간을 들였지만 네 장씩 딱 맞아 떨어진 패는 3월 벚꽃과 8월 공산명월 두 가지뿐.

 

 달밤에 여행이라…….

 

 오늘 당장 떠날 수 있는 밤 여행이라면 꿈나라 여행밖에 없다.

 흉흉한 세상 지켜줄 남자 하나 없는 처지에 밤길 산책은 꿈도 못 꾸고.

 

 “에이~ 똥이 나와야 했는데. 하다못해 나비 날아든 모란이라도 나오거나. 오늘 운빨이 똥이네.”

 

 아무래도 우주 기운을 소환할 만큼은 간절하지 않았나 보다.

 보름은 거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영화 포스터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

 

 아, 눌 오라버니.

 오라버니만을 위한 단 하나의 로맨스를 만들고 싶었는데.

 제 머리로는 안 되나 봐요. 아아, 이번 생엔 틀렸나 봐요. 흐윽.

 

 보름은 있지도 않은 옷고름으로 눈물을 닦는 시늉을 했다.

 어째 영화 포스터의 주인공인 배우 서문눌이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오늘따라 의미심장한 서문눌의 눈빛도 기분 탓이겠지. 쩝.

 씁쓸히 입맛을 다시던 보름이 갑자기 눈썹을 찌푸리며 배를 문질렀다.

 아랫배에 알싸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으. 마법의 그 날이구나.”

 

 보름은 생리 전 아랫배가 당기는 생리 증후군이 있었다.

 

 “흠…….”

 

 생리하려고 아침부터 기분이 그랬을까?

 몇 시간 숙성시켜 공들인 반죽을 오븐에 넣어두고 깜빡 잊은 사람처럼 뒤숭숭한 기분이 자꾸 머릿속에 달라붙는다.

 

 -딩동

 

 고개를 갸웃거리던 보름은 느닷없는 초인종 소리에 눈썹을 씰룩였다.

 아직 오전 8시도 안 된 시각이다.

 언제나 반가운 택배 아저씨일 리는 없고, 리드미컬 요란히 울리는 벨 소리는 확실히 불길하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알싸한 술 냄새가 풍겨왔다.

 

 “달~ 나 콩나물국 좀 끓여주라~ 새벽까지 달렸더니 속이 뒤집힐 거 같아.”

 

 현관 앞에 나타난 불청객은 미운 정, 고운 정. 알알이 박힌 보름의 불알(?)친구 미주알 현미주였다.

 슬픈 예감이 틀릴 리가 있나.

 콩나물이 들어있는 검은 봉지를 흔들며 해맑게 웃는 미주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

 

 에효,

 요란하게 시작되는 아침이로구나.

 보름은 눈꼬리를 내려트리고 울상이 되어 콩나물 봉지를 받아 들었다.

 

 꼬이고 꼬여 시간과 공간마저 비틀어졌던 그 날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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