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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청천무가: 푸른 하늘에 노랫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작가 : TeamVariation
작품등록일 : 2017.11.30

靑天無歌
Present by Variation

방대한 발타 연대기의 시작에 어울리는 동목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Variation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명품 판타지를 제공해드립니다.

 
제 1 장: 염방 (4)
작성일 : 17-12-03 18:54     조회 : 316     추천 : 4     분량 : 5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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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염방은 발가락 움직일 힘도 다 빠져 청천당에 홀로 남았다. 그의 시선을 슬슬 외면하며 떠나는 회원들의 모습에서 정치적 생명의 끝을 보고 있었다. 함께 변혁을 이룩하자던 말은 꿈으로 가득 찬 눈동자들이 바래며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은 아닌지. 결국 정도를 외친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은 자신이 증오하는 천율기의 모습과 비슷해졌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자신이나 율기나 권력에 미쳐버린 괴물에 불과하다. 깊숙이 가라앉은 염방 위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보니 운연과 명두천이 서있다.

 

  명두천이 궁상도 이런 궁상이 없다며 혀 끝을 찼다. 위로보다는 타박에 가까웠다. 사십 줄 넘은 놈이 고작 발 한 번 묶였다고, 세상 다 잃은 듯 앉아 있는 꼬라지가 퍽 웃기다는데, 운연은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두천이고 운연이고, 염방이 직접 천거한 인사들이다.

 

  명두천이 다짜고짜 칼을 들이밀며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냐 물었다. 당시 꽤나 유명한 칼잡이인 두천은 금보에서 꽤나 알아주는 명사 가문 출신이라 하던데, 입에 걸레를 물었는지 말 끝마다 쌍소리가 붙는게 어디 질 안 좋은 곳의 식구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땐 염방도 성격이 유들유들하지는 않아서, 머리통을 들이밀며 자신 있음 붙어 보자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두천이고 자신이고 좋은 말로 해서 호방함이었지, 무식하기 짝이 없어서 몸이 너덜너덜 해지고서야 검을 내던졌다. 좀처럼 결말이 안 나던 결투가 수십이 반복된 후에 둘은 술을 나누었고 등 내 줄 만한 동료가 되었다.

 

  운연은 명두천의 시비로 붙어있던 아이였는데, 분방한 두천 때문에 별별 고생을 했다고 했다. 애초에 두천이 시비를 두고 살만 한 기품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인지 여동생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워낙 오랜 시절 붙어있던 둘이라. 처음에는 다분한 의심이 들었지만 서도. 혹여 그런 소리를 했다간 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운연을 보아하니 하기사, 두천의 행실을 두고 봐온 그녀로선 핏대를 세울 만 하였다.

 

  나중에 가주를 만나 밑사람이 된 후로 소원해진 관계였건만. 명두천은 먹다 죽을 의리라는 것으로 부탁 한 번에 뒤도 없이 천부로 들어왔다. 곁눈으로 배운 도둑질이라고, 명문가 출신은 맞는지 그럴싸한 자리에 앉혀 놓으니 척척 잘 해내나 싶었는데, 언제 운연을 몰래 데려와 잡일이고, 차대한 일이고 싹 맡겨버린 체 놀고 먹는다는 걸, 일에 치여 죽겠다며 찾아와 드러누운 운연 때문에 알게 되었다.

 

  운연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평소에는 차분한가, 수줍은가 하게 있다가도 워낙 별일을 다 겪어서인지 담대하기도 하여 수틀리면 별 꼴을 다 보인다. 요전엔 정천회 간부 몇이 두천을 두고 뒷말을 하다가 눈 뒤집힌 운연에게 걸려 아주 곤욕을 치뤘다. 무심한 두천도 운연이 낯빛만 바꾸면 바짝 세운 꼬랑지를 다리 사이로 집어 넣곤 한다.

 

  “수틀리면 엎으면 되겠지.”

 

  코를 후비듯 한 명두천의 말에 염방은 이런 것들을 측근이라고 두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안타깝다. 그런데 꽉꽉 뭉친 뒷목 근육이 풀리는 가 싶더니 와돈(臥豚) 오줌보 터진 듯 바람이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자신이 천부에서 너무 굴렀나 보다. 그래 수틀리면 엎어버리면 되겠지. 가신들의 소집을 알리는 능천범종이 정청부를 가득 채운다. 염방이 서슬 퍼런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능천사당의 양 갈래로 발자국들이 이어진다. 중앙 회의장으로 입성하는 양회(兩會)의 간부들의 표정이 상이하다.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청천회는 과묵함을 유지하며, 정천회를 주시하고. 정천회는 공간의 주인이라도 되는 듯 하다. 항시 참석해 상석에 자리했던 가주가 온데 간데 없다. 염방과 두천을 마지막으로 회의장이 가득 차자. 의장 대리가 천천히 등당하여 개회를 선언한다.

 

  청천회 쪽에서 아직 가주께서 등당하지 아니하셨는데 어찌하여 개회를 선언하느냐고 묻자, 천율기가 가주께서 심신이 불안하시어 요양 차 별장에서 머무르신다 전했다. 정천회 쪽에서 혀를 차며 가주의 마음이 많이 상하신 것 같은데 하였다.

 

  가모가 득녀를 하셨다는 말로 시작한 천율기의 연설은 실로 대의만을 바라보는 위정자의 모습과도 같았다. 옆에서 명두천이 운연에게 귓속말로 무어라 하고 있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운연을 보아하니 욕이란 욕은 다 퍼부는 것 같기는 한데. 염방이 보기에는 의장대리의 모양세야 말로 진정한 정치인이었다.

 

  속내를 숨기고, 결국 원함을 쟁취한다. 천율기는 언제나 그래왔다. 나름 정적이라는 자들이야 그녀의 진의가 어렴풋하게 보여 혀끝으로 씹어 대곤 하여도, 인지부 민들에게 천율기라는 천부인은 궁휼이 여기는 어진 사람이며, 덕 높은 어르신이었다. 민심은 오히려 염방을 욕하였다.

 

  가진 능력도 없는 것이, 동생 팔아 한 자리 꿰차고 앞에서는 알랑방귀, 뒤에서는 똥구멍에 낀 나물도 빼어 먹는다.

 

  염방은 시간이 지나면 다 풀릴 오해라고 생각했었다. 가주가 권력의 중심에 선다면, 자신의 모든 죄악은 정천회주에게로 가고, 오직 영광만이 자신에게 함께하리라. 지금엔 아무런 감흥 없는 생각이다.

 

  천율기의 말이 끝나자 박수소리로 가득 찬 중앙회의장에서 청천회 회원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혹시, 염방이 흥분해 정천회주에게 달려드는 것은 아닐까, 안색을 살폈는데, 다행히 염방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허나 호사에 다마라고, 후계 아가씨께서 맹안을 지니셨다는 소식도 들려 왔소이다.”

 

  염방은 올 것이 온 듯 하여, 가만히 눈을 감았다. 운연의 손이 등뒤에서 느껴진다.

 

  같잖은 탄식들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몇몇은 일어나 애도를 표하기도 했었다. 광대 짓과 다를 것이 없다. 염방은 생각했다. 미리 합을 맞춘 것인지, 격분한 척 책상을 쾅 치고 일어난 것은 정천회에서도 방귀 꽤나 뀐다는 평합문이다. 합문은 백발이 가득한 노인네인데, 염방과는 땔 수 없는 악연으로 얽혀 있었다.

 

  평합문은 세관 출신으로, 세수 개혁당시 권력을 잡은 신진 세력이었다. 전대 가주가 아직 뭣 모르던 시절에, 그의 측근으로 활동했었다. 전대 가주는 합문을 앞세워, 당시 온갖 비리의 온상이던 세관부를 싹 갈아엎었고 그를 천부의 새로운 인재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겉과는 달리 욕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개혁과 동시에 세관부를 독자적인 기관으로 만들면서 부장의 위치에 오른 합문은 일찍이 돈이 모든 것의 중심이고 꼭대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평합문은 증세 법안의 가결 후에 세관부 부장으로 시행 관리감독관을 역임하였는데, 이때 증세를 피하려고 재산의 크기를 속이고자 하는 대상인과 천부인들에게 뒷돈을 두둑이 챙겨 놓았다. 세수 개혁이 처참히 실패하여 전대 가주의 오명으로 남은 것이 오롯이 합문의 책임이라는 평가를 보았을 때. 그가 챙긴 부정 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천부인들 사이에 쉬쉬 대는 이야기로, 합문은 시기 적절하게 최소한의 운용자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유동자산을 땅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가 관심을 보인 곳은 염방이 태어난 옛 천가촌이나 외성 밖의 땅들이었는데. 이곳들은 워낙 토지가 척박해 작물이 자리를 잡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합문으로서는 최적의 위치였다.

 

  그 때문인지 합문은 당시 옛 천가촌의 지주장(長)이었던 염방의 부모와 만남을 주선하였다. 염방이 합문을 처음 만났던 것이 바로 그때였다. 합문은 집까지 찾아와 부모에게 땅을 팔라고 요구하였으나, 부모는 대대로 지켜온 땅을 넘길 수는 없었기에 이를 고사하였다. 합문은 안타까움을 표하고서 별 소동없이 발을 돌렸다.

 

  차라리 그때 넘겨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도가 들었고 염방의 부모는 유명을 달리한다. 운이 좋아 염방은 소연만 데리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거리를 전전하다 듣게 된 소식으로, 예전 가지고 있던 집안 땅에서 광산이 발견되었다. 염방이 대뜸 달려들어 그 땅 주인이 누군가 하고 묻자, 천부의 장합문 어르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에야 까마득한 예전 일이고, 심증적 증거만을 가지고서 장합문의 목을 치기에는 가진 바 세력이 없었다. 때가 오기만 잠잠코 기다리며 그를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잘 갈아 놓은 칼이 써보지도 못한 체 동강날 위기에 처했다.

 

  “이게 다 근본도 모를 이를 안주인에 앉혔기 때문이요!”

 

  그렇게 시작한 합문의 요지는 유서 깊은 천가에 때 아닌 불행은 오롯이 가모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에 돋친 가시는 대놓고 염방을 향해 있었다. 불 같은 성질로 뒤지지 않는 명두천도 들고 일어나 그 무슨 되도 않는 소리인가 하였다.

 

  명두천은 그게 어찌하여 가모만의 책임이며, 이것은 단지 안타까운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하였다. 고례에도, 천가의 위대한 영웅, 천유소도 다리를 절었지만 영성으로 이름을 남기시지 않았냐며 반론하였다.

 

  그를 시작으로 중앙회의장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험악해지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비방과 욕설로 가득 찬 곳에서 염방은 오로지 천율기만을 직시하고 있었다. 뭘 어떻게 하고자 하는가? 그 뜨거운 시선에 율기는 웃음을 보이며 의장봉을 들어올린다.

 

  천율기가 의장봉을 두드리며, 회의장을 진정시킨다. 율기는 지금 무엇들 하는 거냐며 쓴 소리를 뱉었다. 이게 무슨 추태들이요?

 

  “누구 책임인가를 따지기 전에, 조의와 축하를 표함이 맞지 않겠습니까? 고작 몇 시간 전에 세상을 보신 후계입니다. 아직 성명조차 정해지지 못하였는데, 다들 사사로운 이익으로 대의를 무시하실 생각이십니까?”

 

  평합문이 멋쩍은 표정으로 사의를 표명한다. 천율기는 염방을 보면서, 고개를 숙였다. 염양각주에게는 죄송하다며, 가모의 친지가 있는 자리에서 성에 차지 않는 발언들을 너그러이 용서해달라 청하였다. 염방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천율기는 더욱 큰 일은 가주께서 자리하고서 의논하도록 하고, 우선은 가주께 진의 하여 후계의 이름부터 정함이 옳을 것이라 말한다. 청천회야 시간을 버는 일이니 아무 답을 하지 않았고, 정천회 쪽에서도 의장의 혜안이 깊다며 동의를 표했다. 의장 대리의 폐회 선언이 이루어진다.

 

  이름이 들어있는 봉투가 천율기에서 염방으로 넘어간 것은 중앙회의가 끝난 직후이다. 이미 정해져 있던 성명을 가지고 선심 쓰듯 시간을 내어준 천율기의 의도를 도통 모르겠다. 가모께 전해달라며 몸을 돌리는 율기를 염방이 잡았다. 무슨 더러운 속내를 숨기고 있냐며.

 

  천율기는 몸을 돌려 모르겠다는 듯 눈을 휘었다. 고천 전체의 운명을 가르는 중차대한 일에 어찌 개인적인 감정을 섞을 수 있겠냐고, 모든 것은 대의에 따라 진행되어야 함이 옳다고 말한다. 염방이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Write Legengds. Vari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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