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프레닐에게 물은 다음 몸을 다시 우아하게 세웠다. 프레닐이 질문에 답하기를 기다렸지만 프레닐은 멍하게 있을 뿐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 순간에도 프레닐의 머릿속에는 어느 한 기억이 재생되고 있었다. 평소처럼 꽤 무거워 보이는 짐을 든채 손으로 인사를 해주며 나가는 프레닐의 아버지의 모습이 계속해서 재생되었다. 방금전까지 말이 많던 프레닐이 갑자기 말이 없어져서 걱정이 됐는지 샤르에는 프레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프레닐! 프레닐! 정신차려봐!."
"..아."
몇번 흔들자 프레닐은 정신을 차리고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정신을 제대로 차린뒤 손을 내리면서 앞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녀를 프레닐은 여전히 인상을 쓴 채로 바라보았다.
"알아."
"그렇군..그럼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나?."
"몰라."
그의 눈썹이 또 꿈틀거렸다. 프레닐은 아까부터 약간씩 바뀌는 말투때문에 거슬려했다. 티는 안냈지만 그녀의 말투가 서서히 바뀔 때마다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것마저도 두 사람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런가. 뭐 그럴수도 있지. 그럼 이제는 내 소개를 하지."
그녀가 소개를 한다고 하자, 프레닐과 샤르에는 긴장했다. 모르는 사람인데다가 프레시라고 하는 사람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이다. 프레시는 프레닐의 아버지이며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가족중 한 사람이다. 그런 그를 물어오는 단아하고 우아한 소녀는 프레닐의 눈에는 수상할 수 밖에 없다. 프레시의 동료라면 매우 많이 만나봤기 때문에 알텐데 프레닐이 모른다는 것은 프레시의 동료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너희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것 같으니까 너무 경계하지 말아줬음 하는데. ...나는 리스라고 해. 나이는 열 여섯이고."
"열 여섯이라고?!. 나보다 한 살 많네!. 훨씬 더 어른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겉모습만 그럴 뿐이야. 어른같다는 소리는 예전부터 많이 들어왔어."
"그럼 우리 친구..."
"어떻게 우리 아빠를 알고 있는 거지?."
"글쎄. 그보다 그 말투 좀 거슬리는데,"
"남말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리스와 프레닐 사이의 알 수 없는 스파크가 튀자 샤르에는 한숨먼저 쉴 수 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한 살 위여서 신나했는데 두 사람은 정작 다투고 있으니 말이다. 샤르에는 두 사람의 어깨를 한쪽씩 잡고 말했다.
"사소한걸로 다투지 마. 방금 처음 만난건데 다투는건 예의가 아니잖아?."
"쳇, 리스라고 했지?. 리스, 제대로 말해. 우리 아빠를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그럼 부탁하는 어조로 말해야지. 명령어는 싫거든?."
"..."
샤르에의 스트레스가 올라감과 동시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