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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백제의 한
작가 : 바위
작품등록일 :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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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한 가능성 있는 허구, 그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

 
백제의 한
작성일 : 17-12-03 13:33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1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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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식

  흑치상지가 사타상여와 함께 임존성으로 돌아가고 있는 동안 웅진성의 예식은 의자를 닦달하고 있었다.

  “어라하, 달솔 국담이 군령을 어겼으니 처형을 명해 주십시오.”

  “무슨 말인가. 갑자기 국 달솔을 처형하라니.”

  의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국담을 바라보았다.

  “어라하, 국담은 전시에 진지를 이탈했을 뿐만 아니라 아녀자를 희롱하기까지 했습니다. 여기 고변자도 있습니다.”

  예식은 총각을 앞세우며 국담과 관련된 일을 설명했다. 자초지종을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부풀린 모함이었다.

  “성 밖으로 나간 것이 사실인가.”

  의자가 왼쪽 눈을 살짝 감았다 뜨며 국담에게 물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핑계거리를 만들어 말하라는 신호였다. 사실, 자율권이 있는 야전군의 장수로서 잠시 진지를 이탈한 것이 그리 큰 죄는 아니었다. 서열상 국담은 의자의 바로 아래에 있었기에 구지 예식에게 보고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다면 의자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이 죄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자만 이해를 하고 넘어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따라서 의자는 국담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국담이 만약 군을 책임지는 장수로서 군사들의 사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무녀를 찾았다, 고 했다면 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당시 백성들이 추앙하고 있는 민간신앙이 바로 도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담은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하고 말았다.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여인을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온다는 것이 그만 조금 늦게 되었습니다. 미리 보고를 드리지 못한 죄는 분명 저에게 있습니다.”

  이로써 국담이 진지를 이탈한 것은 순전히 사심에 의한 사실로 드러났다. 더구나 국담은 왕의 최측근 호위장군이 아닌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국담의 죄는 매우 커다랗게 보일 수도 있었다. 의자는 몸을 비비 꼬며 아주 난처해했다. 의자의 왕권이 강했던 평소 같았으면 이 정도는 말 한마디로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식이 웅진성의 실질적인 지배자로서 배신의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저 자가 나의 오른팔인 국담을 제거하여 무엇을 얻고자 함인가.’ 의자는 국담의 처형에 혈안이 되어있는 예식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그렇군! 틀림없이 배신의 걸림돌인 국담을 없애려는 수작이다.’ 의자는 예식의 배신을 다시 한 번 확신했다.

  “그럼, 국 달솔을 어찌 처리해야 옳겠는가.”

  “당연히 목을 베야 합니다.”

  “그 정도 죄로 목을 벤단 말인가.”

  “무조건 베야 합니다. 그래야만 군기를 세울 수 있습니다.”

  예식은 군기를 앞세우며 강경하게 사형을 요구했다. ‘군기라···.’ 의자는 군기라는 말을 되새기며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군기를 무시할 수도 없고 무조건 왕명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편, 국담은 의자의 결정을 굳게 믿고 있었다. ‘이제 어라하는 예식의 배신을 확신했을 것이다. 해동증자라고 칭송받던 어라하가 아닌가. 어라하께서 예식의 음모를 빤히 알고 있는 이상 나를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식은 이번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국담은 예식이 의자의 명에 불복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할 경우 즉시 칼을 빼 예식과 일전을 벌일 각오를 하고 있었다.

  급기야 의자가 무릎을 탁 치고 벌떡 일어섰다. 군왕의 위엄을 세우기 위한 일종의 위협적 행동이었다.

  “이제 결정을 내리겠다. 이건 지엄한 국왕의 명령이다. 따르지 않으면 반역과 배신으로 간주하겠다. 웅진성 내 모든 군사와 백성들을 집결시켜라!”

  의자는 반역과 배신이라는 말에 유독 힘을 주어 큰 소리로 외쳤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 반역과 배신이라는 말에 예식과 그 무리들이 바짝 긴장을 했다. 그럼으로 의자는 조금이나마 말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의자의 명에 따라 웅진성 내 모든 백성과 군사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대 백제국의 백성들이여! 오늘 나의 호위장군이자 달솔인 저 국담이 내게 보고도 하지 않고 병영을 이탈했다고 한다. 지금은 전시이고 마땅히 군법을 어긴 죄를 물어야 한다. 북방의 방령은 국담의 참수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담은 이 나라의 재앙이었던 이무기를 때려잡은 영웅으로서 그동안 쌓은 공이 차고도 넘친다. 더구나 국담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를 보호해야할 호위장군이다. 그러한 이유로 참수까지는 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국담보다 더 뛰어난 자가 있다면 그에게 내 호위를 맡기고 국담을 참수하겠다. 달솔직책은 물론 호위장군자리까지 주겠다는 말이다. 누가 나서겠는가.”

  ‘아니! 저, 저런 수를 쓰다니.’ 허를 찔린 예식이 급하게 예군과 수하군관들을 둘러보았다. 그들도 예식과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도무지 토를 달 수 없는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이무기를 때려잡은 백제의 영웅이라는 말에 격하게 고무되었다. 아니, 이무기를 때려죽인 영웅이 누군가와 목숨을 건 결투를 한다는 사실에 전투본능이 살아났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욕구를 국담의 결투가 대리로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우리 백제를 이무기의 재앙으로부터 건져낸 영웅을 이대로 죽일 수는 없다. 건길지(1)의 말씀대로 기회를 줘야한다!”

  백성들 중 누군가가 목청을 돋우어 외쳤다. 그러자 수많은 횃불들이 꼬리를 흔들며 기회를 주자, 라는 구호를 따라 외쳤다. 이로써 국담의 죄는 결투를 통해 사면되기에 이르렀다. 결투, 의자는 국담과의 결투에서 이길 자는 없으리라 확신했다. 또한 국담의 결투는 웅진성 내 백성과 군사들의 마음을 의자쪽으로 응집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의자의 결정에 동조하는 백성들을 보자 예식은 바르르 떨릴 때까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는 예군을 비롯한 자신의 수하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식의 끄덕임은 기회를 봐서 들이치자는 신호였지만 수하들은 국담의 결투를 인정해야한다는 의미로 받아 들였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의자의 묘수에 당황하고 있던 상황이라 수하들은 예식의 신호를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평소 신중하던 예식 또한 잠시 이성을 잃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원래 기회를 봐서 들이치자는 신호는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이기로 되어 있었다. 예식의 흥분이 생각하는 힘의 질서를 잠시 무너뜨린 것이다.

  의자는 일렁이는 횃불들 사이로 예식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예식이 주먹을 불끈 쥐고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도 확실히 보았다. ‘저 자가 무슨 신호를 보내는 것인가. 설마 지금 일을 벌이자는 신호는 아니겠지. 일을 벌인다 해도 지금은 아닐 것이다. 저들도 백성들이 두려울 것이다. 백성들을 잘만 이용하면 시간을 벌 수 있다. 흑치상지를 데리러간 복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하루 이틀 사이에 지방군이 집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흑치상지라도 달려와 웅진성을 장악하고 버틴다면 지방군은 속속 모여들 것이다. 흑치상지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예식이 배신을 한다면 희망은 없다.’

  국담을 위기에서 건져 내랴, 예식의 배신을 견제하며 지연시키랴, 흑치상지와 지방군을 기다리랴. 의자의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예식에게서 눈을 뗀 의자는 지휘봉을 들어 벌집소리를 내는 백성들을 진정시켰다.

  “웅진성의 모든 백성들이 원하는 일이니 이제부터 목숨을 건 결투를 시작한다. 국담과 결투를 벌일 상대는 누가 좋겠는가.”

  의자가 예식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물었다. 예식의 머릿속에 적당한 인물이 떠오를 리 없었다. ‘무술이라면 단연 형님이 으뜸이지만 형님이 패하거나 죽기라도 한다면 모든 일이 허사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 웅진성에서 형님 말고 그 누가 저 국담 놈을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예식의 생각대로 웅진성의 백성과 병사, 심지어 내 노라 하는 군관들 중에서도 나서는 자는 하나도 없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국담의 사건은 없는 것으로 하겠다. 정말 나설 자가 없는가.”

  의자는 예식의 형인 예군이 나서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예군이 예식을 대신해 웅진성의 군권을 장악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담이 예군을 이긴다면 배신의 예봉이 꺾일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의자의 기대는 현실로 이루어졌다. 예군이 참지 못하고 나선 것이다.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갑작스런, 하지만 얼마든지 예측 가능했던 예군의 도발에 백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자 예식이 불에 덴 듯 깜짝 놀라 예군을 쏘아 보았다.

  “혀, 형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다른 자를 내 보내고······.”

  예식은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은 다른 자를 내 보내고 형님은 기회를 봐서 어라하를 잡아야 합니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가 듣는 자리에서 그 말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어쨌든 물은 엎질러졌다. 예식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묘책을 강구해 내야만 했다.

  급기야 예군이 긴 칼을 빼들고 의자 앞에 섰다. 또 다시 백성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나라가 망하고 나당연합군에 짓밟힐 위기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목숨을 건 결투가 안겨줄 짜릿한 쾌감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어라하, 이곳 방령인 저도 제안을 하겠습니다.”

  다급해진 예식이 의자에게 ‘제안’이라는 수를 섰다. 갑작스런 예식의 제안에 의자는 거부의사를 밝히고 싶었지만 처지가 처지인지라 무조건 묵살할 수는 없었다. 하기야 결투는 왕의 일방적 명령이었다. 신하들의 의사도 존중해줄 필요는 있었다. ‘저 자가 무슨 말을 할까.’ 의자의 심장이 쫄깃쫄깃 해졌다.

  “어라하께서는 국담과의 일대일 결투를 명하셨지만 국담은 나라의 재앙인 이무기를 없앤 영웅입니다. 저 계백이라면 몰라도 지금으로써는 백제에서 국담을 일대일로 이길 무사는 찾기 힘들 것입니다. 예군과 함께 웅진성의 군관 열 명을 붙여 주십시오. 그러면 깨끗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예식은 일대 십일의 결투를 제안하고 나섰다. 군관 열 명이지만 가리어 뽑는다면 그야말로 예군에 버금가는 고수들일 것이다. 국담이 아무리 이무기를 물리쳤다고는 하나 무공이 어느 경지에 오른 열 한명의 고수들을 한꺼번에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더구나 대대로 물려 갈고 닦아온 예씨가문의 검법을 전승한 예군이 가세한 결투라면 누가 보아도 질 것이 빤했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전법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국담을 동그랗게 포위한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후방의 전사들이 공격을 할 수도 있고, 너덧 명의 전사가 앞에서 공격을 하는 틈에 나머지 전사가 후방공격을 할 수도 있고, 이것저것 안 되면 열 명의 전사들이 일제히 달려드는 틈을 이용해 무술이 출중한 예군이 일격을 가할 수도 있다. 결정을 해야 하는 의자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체면 떨어지게 몇 명을 깎자고 할 수도 없고, 이를 어쩐다.’ 의자는 마땅한 답을 내지 못하고 쩔쩔맸다. 그러자 무책임한 백성들은 싸워라, 싸워라, 빨리 싸워라! 라는 구호를 외쳐댔다.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일대 십일의 결투가 더 흥미진진한 것이다. 그들도 생각이 있는지라 예군과의 일대 일 결투라면 이무기를 해치운 국담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예식이 기가 막힌 제안을 한 것이다. 백성들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고 의자의 결정을 기다렸다. 하지만 의자는 예식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국담이 나섰다.

  “어라하, 방령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안 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놈들과 지금 사생결단을 내는 것이 옳다.’ 의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편이 났다고 생각하고 국담을 가까이 불렀다. 하지만 갑작스런 예군의 일격으로 결투는 이미 벌어져 버렸다.

  국담이 힘겹게 예군의 일격을 피하자마자 나머지 전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제야 국담이 집안의 보검을 빼들었다. 예리하게 날이 선 보검이 시퍼런 빛을 내뿜었다. ‘아니, 저 빛은? 이렇듯 캄캄한 어둠 속에서 검이 자체 발광을 하다니···.’ 예식은 국담이 뽑아낸 검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결투를 보고 있던 백성들도 기가 막힌 검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국씨집안의 보검은 진정한 주인을 만나야만 신비한 빛을 낸다. 하지만 검의 주인이 상대를 반드시 죽여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발광하지 않는다. 국담이라는 주인을 만난 보검은 그동안 단 두 번만 푸른빛을 냈다. 국담이 이무기를 죽일 때와 사비의 강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상한 괴물을 만났을 때이다. 그런데 그 검이 지금 예군과 그 수하들을 향해 빛을 내뿜고 있는 것이다. 의자는 으스스한 살기를 느꼈다. ‘국담은 저 칼의 빛이 없어도 저들에게 지지 않는다. 빛을 뿜는 국담의 검은 저들 십여 명 정도는 일격에 해치울 수 있는 위력이 있다. 그런데 국담이 저들을 죽여서 득 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백성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국담이 저들을 죽여서는 안 된다. 예식은 아직 반역행위를 드러내지 않았다. 저들을 죽이고 예식을 잡아들일 명분이 없다. 더구나 저 빛으로 사람을 죽인다면 백성들은 사술을 부렸다고 할 것이다. 잘못하면 자중지란만 일어난다.’ 의자는 시퍼런 빛을 휘두르려는 국담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저들을 죽이지 마라!”

  보검에서 시퍼런 빛이 서서히 사라지며 국담의 몸이 검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무술의 최고수 열 명의 칼과 창을 한 번에 피해낸 것이다. 국담이 공격을 하는 전사들의 등 뒤로 내려앉았다. 그 때 수도방위대의 군관들이 일제히 국담을 막아섰다.

  “이 결투는 불공평합니다. 우리도 숫자를 맞추어야 합니다.”

  “모두 물러서라. 너희들이 나서면 일만 크게 만들 뿐이다. 이건 절대 명령이니 모두 따라야 한다.”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방위대의 군관들이 물러나자 예군과 그의 전사들이 자세를 다부지게 잡았다. 의자의 명령이 있었던지라 국담은 이제 이들을 죽여서는 안 된다. 국담은 목숨을 건 결투에서 상대방을 죽이지 말라는 의자의 말을 언뜻 이해하지 못했다. ‘저들은 나를 반드시 죽이려고 한다. 저들은 배신자다. 지금 예군을 죽이지 않으면 치명적인 우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어라하께서는 저들을 죽이지 말라는 것인가.’ 국담의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또 다시 전사들이 달려들었다. 예군은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국담이 수세에 몰려 허점이 보이면 가문의 비술을 써 단번에 급소를 찌를 생각이었다. 국담은 하루살이처럼 끈질기게 매달리는 전사들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어 이리저리 피하기만 했다. ‘이자들은 배신자다. 이자들을 죽이지 못한다면 차라리 반병신으로 만들어 딴 짓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생각을 정리한 국담은 제일 앞서 치고 들어오는 전사를 칼 등으로 친 뒤 갈빗대를 걷어찼다. 우지끈, 적어도 세 대의 갈비가 나간 소리가 났다. 전사는 옆구리를 잡고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다음 전사가 칼을 들어 국담의 정수리를 향해 곧바로 내리쳤다. 오른 발을 내밀고 들어 올린 양손에 모든 기를 모아 열쌔게 내리치는 솜씨가 과연 병사들을 훈련하는 최고의 군관임에 틀림없었다.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검을 내리치는지 어지간한 고수라도 피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 검법에 맞서려면 칼을 들어 막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담은 몸을 슬쩍 비껴 칼을 피해낸 뒤 그대로 전사의 불알을 걷어찼다. 우지끈 소리가 나며 골반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 정도라면 틀림없이 불알이 터졌을 것이다. 불알이 터져 고자가 되든 말든 국담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세 번째 전사는 지축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이럴 경우 보통은 온 몸의 무게를 칼에 실어 수직으로 내리 찍으려는 것이다. 그 칼을 막으려고 했다가는 막는 칼이 두 동강 나고 정수리에 칼날이 박혀 얼굴이 반으로 쪼개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뒤로 물러날 틈도 없다. 역시 옆으로 피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날아오른 전사는 칼을 수직으로 내리치지 않았다. 고환이 나간 전사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전사는 국담이 옆으로 칼을 피할 것으로 알고 칼을 옆으로 휘둘렀다. 전사가 변법을 썼지만 국담이 보기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검법이었다. 국담은 고개를 살짝 숙여 전사의 칼을 가볍게 피해낸 뒤 엄지와 검지를 벌려 목을 쳐버렸다. 전사는 목구멍의 연골이 부러졌다. 그는 아마도 음식물을 삼키지 못해 한동안 고생할 것이다. 순식간에 세 명의 전사가 반병신이 되자 다섯 명의 전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들은 죽기를 각오한 것 같았다. 국담은 창을 거꾸로 잡고 빙빙 돌렸다. 역시 죽이지 않기 위함이었다. 창이 어찌나 빨리 돌아가던지 창끝에서 엄청난 굉음이 났다. 달려드는 전사들의 칼과 창, 방패 등 모든 병장기가 산산조각 부서져 사방으로 튀었다. 무기를 잃은 전사들은 맨손으로 국담을 잡으려 어정쩡하게 팔을 벌렸다. 지켜보던 백성의 무리 여기저기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국담은 창 자루로 전사들의 어깨와 다리, 목 등을 사정없이 때려 바닥에 눕혔다.

  “피융”

  국담의 몸이 지붕보다 더 높이 솟아올랐다.

  “이야압!”

  국담은 낙하하는 힘을 이용해 쓰러져 있는 전사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두 발로 엎어져 있는 전사들의 허리를 내리 찍어버린 것이다. 전사들은 외마디 신음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머리를 쳐 박았다. 그들 역시 허리가 부러져 전사로서의 역할을 못할 것이다. 이제 예군과 나머지 한 명의 전사만 남았다. 전사는 예군의 곁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예군의 최측근 호위무사로서 예군과 대등한 대련을 할 정도의 무술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이 힘을 합쳐 들이친다면 아무리 국담이라도 쉽게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저들은 나를 죽이려고 하고 나는 저들을 죽일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단번에 전사의 실력을 간파한 국담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특별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국담은 머릿속의 잡념들을 모조리 버리고 오직 죽이지 않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생각만 했다. 국담이 검을 꼿꼿하게 세우고 자세를 다잡았다.

  “어쩌다 운이 좋았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부터가 끝장승부다. 너는 오늘 내 칼에 죽을 것이다.”

  예군은 국담의 심기를 건드려볼 생각으로 약을 올렸다. 그리고는 옆의 전사에게 나는 저 놈을 정면에서 공격할 테니 너는 뒤를 맡아라, 하고 속삭였다. 전사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약간 끄덕인 뒤 그대로 몸을 솟구쳤다.

  “휘이잉”

  전사의 몸이 바람처럼 날아올라 국담의 뒤로 내려앉았다. 실로 엄청나게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백성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오! 오! 소리만 내고 있었다. 백성들은 태어나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볼 수 없을 절대고수들의 대결을 보면서 오줌을 지릴 정도로 흥분을 했다. 하지만 예식의 마음은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일대일 대결이라면 백제 땅, 아니 대륙과 한반도를 통틀어 국담을 이길 자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놈은 아무리 뛰어난 무사들 수십 명이 덤벼도 꺾을 수 없다. 저 놈은 섣부른 대결이나 칼로는 이길 수가 없다. 저 놈을 잡으려면 소나기처럼 퍼붓는 화살밖에 없다. 아니면 전 군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야 승산이 있는 무서운 놈이다. 형님이 아무리 뛰어난 무사라 해도 저 놈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형님을 살리고 봐야 한다. 형님이 무사해야 앞으로의 일을 도모할 수가 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예식은 정신없이 사방을 둘러보며 예군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전사가 국담의 뒤로 날아 앉고 예군이 정면에 서면서부터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됐다.

  예군의 칼은 역시 살아 움직이는 듯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단단한 쇠를 두드려 만든 칼이지만 마치 종이처럼 펄럭이며 목표물을 향해 돌진했다. 국담이 언뜻 보자 칼은 수 십 여개의 환영을 만들어 어느 것이 진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문제는 칼을 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예군은 수 십 여개로 나뉘어 춤을 추는 칼에 몸을 감추고 번개같이 찌르고 들어왔다. 예군이 구사하고 있는 검법은 이전에 국담이 겪었던 수준이 아니었다. 칼은 그 전보다 더욱 현란하게 춤을 추었고 목표물을 향해 들어오는 속도는 무공이 절정에 이른 고수라도 쉽게 잡을 수 없었다.

  “슈우욱”

  칼로 칼을 막을 수 없는 상황, 국담은 일단 몸을 공중으로 띄워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물체가 국담과 함께 날아올랐다. 국담의 뒤에 있던 전사였다. 그는 국담이 예군의 칼을 피해 몸을 공중으로 부상시키는 순간을 결정적인 기회로 삼았다. 절대 고수들의 싸움에서는 기회가 그리 흔하게 오지 않는다. 국담이 예군의 칼을 피해 날아올랐지만 둘 만의 대결에서는 실수가 아니다. 하지만 절대고수 둘이서 한명의 고수를 상대할 때는 다르다. 상대방의 칼을 피해 몸을 움직인 것 자체가 실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고수가 움직이는 고수를 향해 일발을 날릴 수도 있고, 그 일발은 거의 무방비상태에서 맞는 것이기 때문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전사는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전사는 역시 그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슈슉”

  전사는 국담과 동일한 높이로 떠올라 무방비상태인 국담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이제 국담의 목은 늦가을의 홍갈색 낙엽처럼 뱅글뱅글 돌며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전사의 몸이 활처럼 구부러지며 공중으로 높이 솟구쳐 올랐다. 잠시 후, 전사는 머리를 땅으로 향한 상태에서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퍼억”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사의 머리는 단단하게 영글어 가는 호박에 박혀 버렸다. 하지만 목뼈가 부러져 생사를 기약하기 힘들 정도였다. 예식은 그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예식의 기억에 따르면 전사가 공중에서 칼을 휘두르려는 순간 국담의 몸이 반사적으로 회전했고, 말처럼 뒷발을 뻗어 전사의 명치를 그대로 가격했다. 타격의 강도가 얼마나 강했던지 명치를 맞은 전사의 몸은 직각으로 꺾였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땅으로 떨어져 내린 것이다. ‘공중에 뜬 몸을 저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니···.’ 예식은 벌떡 일어나 다음 상황을 뚫어지게 쏘아 보았다.

  공중에서 전사를 불구로 만든 국담은 사뿐하게 내려앉아 예군을 응시했다. 예군은 더 이상 칼의 춤을 추지 않았다. 그 자신도 공중에서의 기가 막힌 상황을 똑똑히 지켜보고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칼로는 저 놈을 쉽게 잡을 수가 없겠구나. 하지만 아직은 가문의 검법을 다 쓰지 못했다. 몇 번의 공격을 더 해본 다음에 안 되면 다음 행동을 취해야겠다.’ 예군은 아우인 예식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예식은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만 두라는 신호였다. 하지만 예군은 예식의 신호를 자기의 고집대로 해석했다. ‘방령도 내 생각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최후의 일격을 가해보자.’ 예군이 생각하는 최후의 일격은 예씨가문의 선조가 백제로 이주한 이후 가장 진화된 수준으로써 지난번 국담과의 대결 때 실패를 했던 바로 그 팽이검법이었다. 팽이검법도 조금 전에 사용했던 기술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검을 흔들지 않고 팽이처럼 빠르게 돌려 순간적으로 찔러버리는 점이 달랐다. 팽이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검이 목표물로 파고들어가는 순간은 바람을 가르는 화살과 다름없다. ‘그 때는 내가 너무 성급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예군은 크게 숨을 들이 마신 뒤 공격 자세를 취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예식은 마른 침을 삼켰다. ‘형님, 이번 공격이 실패를 하면 제발 그만 두십시오. 구실은 제가 만들겠습니다.’

  과연 예군의 칼이 팽이처럼 빠르게 돌았다. 칼은 목표물로 가까이 갈수록 궤적이 커지고 마침내 예군의 몸이 칼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변화무쌍하게 회전하며 들어오는 칼의 진원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함부로 칼을 휘둘러 헛방을 치는 순간 회전하는 칼날이 순식간에 상대의 몸통을 꿰뚫어 버릴 것이다. 지난번 예군이 이 공격을 취했을 때 국담은 공중으로 몸을 날려 피했었다. 착지하는 순간 크게 빈틈만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예군의 공격은 이전과는 달랐다. 칼의 회전속도와 몸의 이동속도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완벽했다. 이전에는 칼에 몸을 완전히 가리지 못한 예군이었다. 국담은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 공격이라면 몸을 띄워 착지하는 순간 나 역시 완벽해야 한다.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저 칼에 구멍이 뚫리고 말 것이다. 밀고 들어오는 힘이 워낙 강해 정면으로 칼을 막을 수도 없다. 죽이지 말라 했으니 칼에 살기를 낼 수도 없다. 그렇다면 답은 공중으로 몸을 피하는 길 뿐인데, 완벽하게 착지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다음이 문제다. 두 번째 공격은 첫 번째보다는 칼의 들어오는 힘과 도는 힘이 조금 약하겠지만 아주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막아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승부를 확실하게 가를 수 있는 좋은 기회기기도 하다.’ 찰나의 순간임에도 국담의 머리는 팽팽 돌아갔다.

  “이 여업!”

  예군의 칼이 코앞까지 오자 국담은 생각대로 몸을 솟구쳤다. 이제 착지가 문제였다. 국담은 솟아오른 몸을 멀리 튕겨 거꾸로 쏟아져 내려왔다. 바늘처럼 가늘게 쏟아져 내린 국담은 몸이 땅에 닿는 순간 빠르게 일으켜 정 자세를 취했다. 전혀 흔들림이 없는 완벽한 착지였다.

  “패애앵”

  예상대로 예군의 두 번째 칼이 들어왔다. 사느냐 죽느냐의 절체절명의 상황, 국담의 몸이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국담은 머릿속을 하얗게 비우고 본능이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국담의 본능이라면 이무기와 상대했을 때의 그것과 같을 것이다. 예군의 칼이 아무리 빠르고 정확하다고 하나 본능에 의거해 움직이는 국담의 몸을 잡지 못했다. 칼을 아무리 휘둘러도 국담이 연기처럼 빠져 나가자 예군은 점차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이런, 쓰벌!”

  예군은 이제 검법이고 나발이고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렀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다른 전사들처럼 반병신이 될 것이 빤했다.

  “그, 그만. 그만하시오. 졌네, 졌어. 졌단 말이야!”

  보다 못한 예식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싸움을 중지시켰다.

  “어라하, 저러다 제 형님마저 잡겠습니다. 국 달솔이 이긴 것으로 하고 상황을 종료시키시지요.”

  의자의 입장에서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였다. 그 정도면 자신의 힘을 충분히 과시했으며 백성들 또한 어느 정도 장악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오른팔인 국담이 처형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 반가웠다. 하지만 국담이 자유로워졌다하여 예식이 배신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담이라는 엄청난 위기가 해결되자 의자의 마음은 또 다시 초미의 긴장상태가 되었다. 예식이 예군의 승벽을 말리고 있는 가운데 의자가 신경질을 부렸다.

  “임존성의 복신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냐? 일단 그들이라도 와야 할 것 아닌가.”

  의자는 예식을 흘깃거리며 큰 소리를 쳤다. 의자는 사비성에서 이곳 웅진성으로 피신하면서 잠시 예식을 의심한바 있었다. 예식은 당시 사비성과 가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의심은 기우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그런 마당에 임존성의 흑치상지도, 다른 지방의 성주들도 깜깜 무소식이다. 마음이 다급해진 의자는 지방군이 오지 않는 이유를 흑치상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방 최고의 토착세력인 흑치가문이 움직이지 않으니 모두들 복지부동하고 있다고 믿었다. ‘정녕 이들이 오지 않을 것인가. 하지만 오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흑치상지가 오지 않는다고 무조건 그를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자의 심장은 오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사비성이 함락되었다면 소정방은 곧 군대를 몰고 이곳으로 올 것이다. 차라리 놈들이 온다면 저 예식 놈도 함께 싸울 텐데. 철옹성인 이곳에서 죽기로 버티면 꽤 많은 시간을 벌 수도 있다. 그 사이 복신이 흑치상지를 데리고 오고 다른 성의 성주들이 합세를 한다면 살 길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저 예식 놈이다. 저 놈이 나를 잡아 바치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으니···. 어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예식 놈을 붙잡아 두어야 한다.’

  *주석*

  당시 일반백성들은 백제의 왕을 ‘건길지’라고 불렀고, 귀족 및 조정의 신하들은 ‘어라하’라고 불렀다는 기록(중국 북주(北周)의 역사책인 주서(周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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