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괴기한 일이람....”
약초꾼은 질척이는 핏물을 찝찝하게 바라보았다. 눈과 피로 축축한 옷을 파고드는 겨울 공기가 찼다.
‘피 있는 곳엔 좋은 꼴 못 본다.‘
팔십에 가까운 노인은 피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하지만, 호기심. 호기심이 들끓었다. 눈 아래 뭐가 잠자고 있을지...
‘피는 좋지 않아. 불길해’ 이성이 말을 걸었다.
‘하지만, 언제 또 여길 오겠어’ 감정이 요동쳤다.
십 년 전은 아무것도 없었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노인은 갈등했다.
‘날이 어두워 질 거야.’
‘해는 아직 밝아. 잠깐 확인만 하면 돼.’
힘들게 올라온 것도 한몫했다. 다시 보니까 피도 별로 무섭지 않았다. 해는 밝았고 충분히 돌아갈 수 있었다.
‘돌아가.’
이성이 경고했다.
‘조금만. 조금만 보자. 발에 걸린 것만.’
차게 식은 옷을 여미며, 노인은 눈을 살살 파헤치기 시작했다.
***
눈을 치운 그곳에 드러난 발걸이의 정체는 은색 검집이었다.
들어 올리는 것은 시도로 그쳤다. 근육이 부족한 팔은 그것을 땅에 기대는데 역할을 다했다.
“호오..”
감탄사가 쏟아졌다. 보석은 없지만 살아 움틀 것 같은 크로스 형태의 금속 무늬는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다. 잡아본 것이라곤 과도나 곡괭이 밖에 없는 비루한 손은 전설에 나올까하는 검집에 전율했다.
‘이 안에 든 칼자루는..!’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눈은 더 이상 순진한 약초꾼의 그것이 아니었다.
노인은 팔을 제치고 바닥을 헤집었다. 추위에 굳은 손과 발은 그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설사 동상에 걸려 약초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검이 그와 식솔들의 일생을 책임질 것이다. 검집은 그만큼 가치가 있었다.
열심히 공터의 반을 들춰내자 칼자루가 발견되었다. 여럿.
그러나
....검집의 주인이 아니었다.
노인은 쓸데없는 칼들에 분노가 났다.
그것들은 약초꾼이 생전 잡아볼 수 없는 진귀한 검들이었지만, 노인에겐 쓰레기보다도 못했다.
“어디 있어.”
노인은 검을 내팽개쳤다. 금화를 벌겠다는 초기의 목적은 상실된지 오래였다.
“검.”
눈이 정신없이 돌아갔다.
“검.”
몸이 노인의 통제를 벗어나 미친 듯이 눈을 헤집었다. 집착을 넘어 그에게 숨길 수 없는 광기가 흘렀다.
벌써 하늘은 공터처럼 검붉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암울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세상이 붉었다.
***
노인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칼자루에 미친 듯한 기대 아니, 이건 갈증이었다. 갈증이 일었다.
혀가 바짝바짝 탔다.
뾰족한 혓바늘이 메마른 입을 찔렀다.
이미 바닥난 수통을 던지고 노인은 서둘러 눈덩어리를 입에 집어넣었다. 피가 섞여 입가가 붉게 젖었지만,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아예 얼굴을 눈에 처박고 게걸스럽게 마셨다.
그래도.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일었다.
혀가 메마른 사막처럼 그의 몸에 수분을 앗아갔다.
그때,
‘검.’
‘검을 찾아’
본능이 속삭였다.
‘검이 갈증을 해결할거야‘
노인은 절박하게 나머지 반을 뒤졌다.
그리고 공터 가장자리에..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