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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애박사는 하이드씨
작가 : 새로고침
작품등록일 : 2017.11.3

[차원이동/사기꾼여주/여주를 이용하려는 남주/계약관계/말빨 좋은 여주]

24살, 한국의 연박하는 바다에 빠져 죽었다. 빌어먹을 인생. 그녀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욕을 퍼부었는데,

"시발!"

"얘야, 뭐라고?"

눈을 떠 보니 귀족 집안의 외동딸이 되어 있었다. 거기까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박하는 '몰락'귀족의 외동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아버지는 실종, 어머니는 병사. 결국 이런 거다. 원래부터 꼬인 인생인지라, 더 놀랄 것도 없다. 홀로 남은 박하는 전공을 살려, 향수 가게 '하이드'를 차렸다. 사랑에 고픈 아가씨들에게 가짜 페로몬 향수를 팔아 등을 쳐먹으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엔 사기꾼 만나는 데 예약도 필요한가?"

이 남자만 없었더라면.

 
7. 해답은 고양이?
작성일 : 17-12-03 10:56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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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안 해! 안 해요.”

 

 “또 뭐가 문제야.”

 

 가일은 눈썹을 슬며시 올리며 나디아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하달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돌연 나디아가 식식대며 달려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걸 깜빡했다. 자괴에 빠질 시간도 없이, 나디아가 발을 쾅 굴렀다.

 

 “예법 선생 거지같아!”

 

 “어허.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아, 아무튼……! 진짜 별로에요.”

 

 나디아는 몇 번 심호흡을 하더니, 숨을 단번에 내쉬었다. 조금 진정한 것 같네. 가일은 비식 웃으며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왜 그래. 뭐가 문제야?”

 

 “후우……. 에밀란이 아주 나를 쥐 잡듯 잡으려고 한다니까요? 기껏 해봐야 황궁 시녀잖아.”

 

 “황궁 시녀니까, 너보단 예법에 능통하지. 황궁 시녀는 귀족 중에서 뽑는 건 알고 있지? 에밀란은 수석 시녀야. 아직 데뷔하지 않은 시골 귀족 영애보다는 에밀란의 지위가 높지.”

 

 가일은 나디아를 달래기 위해 한 말이었는데, 어째 역효과가 난 모양이다. 나디아는 도끼눈을 뜨더니, 순식간에 토끼 귀 마냥 추욱 내려앉았다.

 

 “……알겠어요.”

 

 금세 기세가 푹 죽어버린 나디아는 조금 전까지 바삐 움직이고 있던 가일의 깃펜과, 엉거주춤 멈춘 가일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바쁜데 방해했나보네요. 미안해요.”

 

 풀이 죽은 게 꼭 귀를 축 늘어트린 토끼 같아 귀엽다는 생각도 잠시, 무언가 달래주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떻게 말을 꺼내지? 뭐라고 해야 하지? 평생 누군가를 달래 본 기억이 없는 가일은 머뭇머뭇하다가 방문을 여는 나디아를 불렀다.

 

 “하이드.”

 

 아, 이름 불렀어야 했나. 가일이 아차 하는 사이, 나디아가 고개를 돌렸다. 저 벽안을 마주하니 더 할 말이 없다. 결국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내가 알려준 방들은 앞으로 들어오지 마.”

 

 나디아는 돌아보지 않았다.

 

 “알겠어요.”

 

 목소리가 더 죽어 있다. 가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말이 아닌데. 자책하는 가일을 두고, 문이 닫혔다.

 

 ‘뭐야, 이게.’

 

 괜히 갔어. 나디아는 괜히 서러워진 기분에 제 방으로 달렸다. 달리다가, 멈칫하고 다시 조심조심 걸었다.

 

 나디아가 아무리 기본적인 예법을 배웠다고는 하나, 황궁의 예법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당연히 그녀는 첫 수업부터 오만 지적을 다 들어야 했고, 숨소리를 지적받을 즈음에는 나디아도 폭발하고 말았다. 차마 예법 선생인 에밀란의 면전에다 대고 안 한다고 소리를 치지는 못하고, 끝나자마자 바람같이 가일에게로 달려온 것이었다.

 

 결과는 이 모양 이 꼴이지만.

 

 나디아는 시무룩한 채로 방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가일은 자신을 방해한 것이 많이 언짢았는지, 돌연 축객령까지 내렸다. 그렇게 기분이 나빴나? 나디아는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하긴, 이걸 시키려고 나를 데려왔는데. 내가 싫다고 뻗대고 있으니……. 비싼 밥 먹은 값을 해야지. 박하야.’

 

 나디아는 눈을 끔뻑였다. 지난번 서재에서 선을 그은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 조심하려고 했는데, 그게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래.

 

 “서운해 하지 말자. 서운해 하지 말자…….”

 

 선을 그은 것도, 자신을 내쫓은 것도. 감히 서운해 할 만한 부분이 못 된다. 그는 고용인. 나는 피고용인. 가일은 나디아에게 최상의 것들만을 제공했고, 나디아 스스로도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이제 르로이 공작의 하나뿐인 혈육이야. 이 문장은 마법처럼 나디아의 콧대를 솟아오르게 만들었다.

 

 하이드.

 

 조금 전, 방에서 나가기 전 그가 불렀던 호칭이 떠올랐다. 역시 가일은 속으로 자신을 그저 써먹기 좋은 패로 생각하는 거겠지. 향수가게 주인 하이드. 황녀가 자신에게 넘어오도록 도와줄, 좋은 패.

 

 “난……연박하야.”

 

 오만해지지 말자. 하이드라는 가면을 써도, 나디아라는 가면을 써도, 넌 여전히 연박하야. 나디아는 얼굴을 이불에 푹 파묻었다. 크림색 이불이 한참이나 뺨을 덮고 있다가, 나디아가 고개를 들자 순식간에 퍼져 버렸다.

 

 “제멜한테 민트 티 달라고 해야지.”

 

 상심해 있지 말자. 페퍼민트 티를 마시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나디아는 총총 층계를 걸어 내려갔다.

 

 

 ***

 

 

 “제멜.”

 

 “예.”

 

 “사람을 달래는 건 어떻게 해야 하지?”

 

 당연히, 나디아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녀는 식사시간이면 아무 말 없이 음식을 깨작거리다 방으로 올라갔고, 예법을 비롯한 가정교사가 다녀갈 때가 아니면 문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처음 집에 왔을 때 활기찼던 모습을 생각한다면, 누가 보아도 풀이 한껏 죽은 모습이었다.

 

 ‘주인님과 아가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가.’

 

 좋은 집사는 눈치도 좋아야 한다. 제멜은 가일이 말한 ‘사람’에 나디아가 들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해주면 풀리지 않겠습니까?”

 

 “좋아하는 거?”

 

 가일은 마른세수를 했다. 한시가 바쁜데 이런 거에 신경을 써야 한다니. 그렇지만 나디아가 특별히 짜증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가일 혼자 제 발 저려 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녀를 탓할 수도 없다.

 

 ‘짜증나.’

 

 애초에 왜 신경을 써야 하는 거지? 나디아는 정말로 조용히, 얌전하게 지내고 있었다. 비싼 보석을 사 모으는 것도, 허영심에 차서 난동을 부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날 이후 서재는 발도 디디지 않고 방에서만 지냈으니, 특별히 가일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불편하냐고.’

 

 편해야 할 텐데, 왜? 가일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그날 달래는 걸 잘 못해서 그런 건가. 가일은 지금의 불편함을 죄책감으로 정의했다. 달래주어야 할 상황에서 내쫓기까지 했으니 풀이 죽는 게 당연하다. 말을 잘못한 내 탓이니 가서 사과를…….

 

 가일은 몸을 일으키려다 멈칫했다.

 

 ‘사과는 어떻게 하지?’

 

 한평생 사과라는 것을 해볼 일이 없는 위치에서 자라 온 가일이었다. 미안하다고 입을 열려고 하니 낯이 뜨거워 견딜 수가 없다. 가일은 도로 자리에 앉았다. 제멜은 벌써 다른 일을 보러 나가 있었다. 이젠 더 물어볼 사람도 없다. 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뭐가 이렇게 어려워…….”

 

 빨리 사과를 하고 이 찝찝한 기분을 털어내야 하는데. 가일은 눈을 감았다.

 

 

 “이거 완전 맛있다…….”

 

 나디아는 혼자만의 티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가일의 예상과 달리, 나디아는 생각보다 멀쩡했다. 그녀가 풀 죽은 듯이 다닌 것은 그저, 가일하고 마주치기 싫었던 것 때문이었으니까.

 

 ‘그도 그렇잖아. 얼굴 보면 괜히 들뜰 것 같다고.’

 

 나디아는 컵케이크를 마저 입에 털어 넣었다. 르로이 공작가의 주방장은 정말로 훌륭했다. 덕분에 나디아는 매일 새로운 디저트를 맛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이렇게 활기차신 분인데,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지.’

 

 제멜은 제멜 나름대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녀의 오찬을 매번 곁에서 지켜보는 제멜로서는, 그녀와 주인 사이에 도저히 무슨 일이 있었다고 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 제멜과 가일의 사정을 모르는 나디아는, 에밀란에게 배운 대로 조신하게 앉아 휘핑크림을 포크로 한 입 떠먹었다. 입가에 묻은 크림은 냅킨으로 톡톡 닦아내고. 좋아.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는 나디아에게, 결국 제멜은 입을 열고 말았다.

 

 “아가씨.”

 

 “불렀어요, 제멜?”

 

 제멜은 순진하게 자신을 향하는 벽안을 보며,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사람을……달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사람이요?”

 

 “네, 사람.”

 

 “흐음…….”

 

 나디아는 포크를 내려놓더니, 아무것도 묻지 않은 손을 냅킨으로 닦았다.

 

 “고양이는 어때요?”

 

 “네?”

 

 제멜은 한껏 눈을 휘며 웃는 나디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디아는 재미있는 장난이라도 꾸미는 아이처럼 맑게 웃더니, 손바닥을 모아들었다.

 

 “고양이. 귀엽고, 보드랍고, 따뜻하고. 고양이랑 있는데 어떻게 안 달래지겠어요?”

 

 “아…….”

 

 “아, 물론 알레르기가 있다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요……. 차분하게 달래는 데는 고양이만한 게 없죠.”

 

 고양이랑 놀고 싶다. 나디아는 허공에 모았던 손을 한 번 털어내곤 다시 포크를 들었다. 몽실몽실한 귀여운 고양이를 생각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디저트를 즐기기 시작했다.

 

 

 

 "고양이입니다."

 

 "뭐?"

 

 가일은 미간을 찌푸리며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제멜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자신의 집사가 맛이 가기라도 했는지부터 원래 이렇게 뜬구름 잡는 성격이었나 하는 의문까지 갖은 물음표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제멜이 다소 체념한 투로 입을 열었다.

 

 "황당하실 거 압니다. 주제넘지만 혹시 달래야 하는 분이 아가씨는 아니신지요."

 

 "……이번만 넘어가도록 하지. 어떻게 알았어?"

 

 그렇게 티를 내시는데 모를 리가요. 제멜은 혀끝에 걸린 말을 꼭꼭 씹어 삼키며 단정하게 웃어 보였다.

 

 "제 짐작이었을 뿐입니다. 아가씨는 고양이를 매우 좋아하시는 것 같더군요. 혼자 지내기 영 적적하실 테니 고양이를 한 마리 선물해드리면 어떨까 싶습니다."

 

 가일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짧은 고민을 오가는 것 같았다.

 

 "그거면, 좀 달래질까?"

 

 "감히 말씀드리자면 아주 특효일 것 같습니다. 악효과는 나지 않을 것 같으니 속는 셈 치고 해보시는게."

 

 "제멜, 나 정원 좀……."

 

 그때, 나디아가 문을 열었다. 그녀는 제멜을 보고 살짝 웃었다가, 뒤에 있는 가일을 보곤 화들짝 놀라며 눈동자를 열심히 굴렸다. 그들이 있는 곳이 꼭대기층이 아닌 1층의 휴게실이었기 때문에 제멜을 찾으러 왔다가 의외의 인물을 보고 놀란 모양이었다. 그녀는 짧은 시간동안 굉장할 정도로 우왕좌왕 하더니, 문을 탁 닫고 나가버렸다.

 

 사람을 저렇게 피해? 가일은 이를 으득 깨물었다.

 

 "네 말은 없는 일로 하지. 나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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