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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픽미! 허그미! 키스미!
작가 : 하다온
작품등록일 : 2017.11.16

가수지망생 하린은 도망친 그(그놈?)가 돌아올때까지 슈퍼스타 도현에게 사로 잡히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하린에게 마음을 사로 잡히게 된 도현은 하린을 놓아주려 하질 않는데. 알콩달콩 사랑의 하모니를 쌓아가는 하린과 도현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23.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는.
작성일 : 17-12-03 09:35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5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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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는.

 

 

 “어, 벌써 왔어요?”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한발로 콩콩 뛰며 그에게 다가왔다.

 

 도현은 하린이 집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침의 부상으로 인해서 오늘은 집에서 쉬도록 강요했던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집에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린이 도현을 맞이하자 그는 기분이 묘했다. 독립한 이후로 누군가가 집에서 그를 맞이한 적이 없었다. 원한 적도 없다. 상상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마치 이런 상황을, 이런 기분을 기다려왔었던 것처럼 온기가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또, 저녁을 사들고 오셨나~”

 

 

 도현이 들고 있는 쇼핑백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하린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오전의 일은 까맣게 잊은 듯 평소처럼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자신감이 넘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도현과는 다르게.

 

 

 “어? 곰탕이네? 내가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았지?”

 

 “뭐, 이제 그런 것쯤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지.”

 

 

 당연하듯 그에게 쇼핑백을 받아 들은 하린을 도현이 사뿐히 안아들었다. 생각지 못한 그의 행동에 하린이 얼떨결에 목을 휘감았다.

 

 

 “어? 또! 왜 이래요?”

 

 

 익숙한 그의 향기가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미약한 향수와 그의 체취가 섞인 오묘한 조합의 향기. 눈이 찌푸려지기는커녕 조금 기분이 나른해지는 그의 향기였다.

 

 

 “지금까지 당신이 쳤던 사고들로 봐선 미연의 방지가 최선이야.”

 

 

 아침 사건으로 몸이 더욱 불편 할 텐데 목발도 집지 않고 콩콩 걸리며 현관으로 달려 온 하린이 도현은 못내 걱정스러웠다. 저러다 다시 삐끗하기로 하면, 도현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강도현 씨가 원인이었던 그 사고들 말하는 거죠?”

 

 

 피식, 도현이 웃음을 흘렸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발가락이 부러진 것도 도현 때문이었고, 수건이 없었던 것도 도현이 말해주는 걸 깜박해서였다.

 

 

 “그래. 나로 인한 그 사고들. 그러니 내가 미리 조심하는 수밖에.”

 

 

 도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하린을 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짧고 짧은 거실을 지나쳐 하린을 식탁 의자에 내려주었다.

 

 하린은 쇼핑백을 열어보았다. 익숙한 로고가 보이자 하린이 휘둥그레졌다. 예약도 되지 않고, 무조건 줄 서서 기본 1시간 이상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는 그 집이었다.

 

 

 “대대로 비법 육수로 백퍼센트 한우의 뼈를 72시간 끓인다는, 이거 한 번 먹으면 부서진 뼈도 자리를 찾고, 잃어버린 뼈도 집에 돌아온다는, 그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실 때까지 찾았다는 맛집, 그 집 맞아요?”

 

 “맞아.”

 

 “여기 포장도 돼요? 내가 옛날에 갔을 땐 안 해 주던데.”

 

 

 도현이 그릇을 꺼내 음식을 옮겨 담아 하린의 앞에 놓았다. 아직 식지 않은 곰탕의 따스함이 그릇에 스며들었다. 이 음식을 사온 도현의 마음처럼 따뜻했다.

 

 

 “나는 강도현이니까.”

 

 “어! 정말? 강도현은 되는 거예요? 우와, 거기 안 되겠네. 완전 사람 차별한다고 SNS에 올려야겠다.”

 

 “그래? 그렇다면.”

 

 

 도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하린 앞에 놓인 곰탕을 슬쩍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

 

 

 “어허! 이 사람이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죠.”

 

 

 하린이 곰탕을 뺏어가는 도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의 손목을 잡은 손가락 끝에서 찌릿하고 전기가 타고 올라왔다.

 

 도현도 느꼈는지 움찔했다. 미약한 움직이었지만 움찔거림은 그녀에게까지 전달이 되었다.

 

 

 ‘나 지금 뭐한 거니.’

 

 

 하린이 바로 손을 떼었다. 도현 또한 손이 다소곳해졌다.

 

 몽정을 하는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손이 잠깐 스친 걸로 움찔하다니. 이게 다 아침 사건 때문이었다. 도현은 부러 투명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끝까지 들어봐야 할 말이 뭔데?”

 

 “아! 그럼 잘 먹겠다고요!”

 

 

 하린은 과장되게 말하고는 곰탕을 행복하게 바라보았다. 뽀얀 사골국물 사이로 간혹 수줍게 보이는 온몸을 불사른 우골을 보였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한 번 들이마신 국물은 시원했다.

 

 

 “우와, 국물이 정말 끝내줘요!”

 

 

 정성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낼 수 없는 진한 맛이었다. 소주 한 모금 안 마셨는데도 속이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당연하지. 누가 사온 건데.”

 

 “풋.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도현 씨가 만든 줄 알겠어요.”

 

 

 하린은 열심히 수저를 움직였다. 예쁘장한 그녀의 입도 쉼 없이 움직였다. 음식 하나는 복스럽게 먹는 1인자였다. 사온 보람을 느낄 만큼 맛있게 먹는 그녀를 보자니 도현은 절로 흐뭇해졌다.

 

 

 “오디션, 준비 하고 있나?”

 

 “푸풉.”

 

 

 한참 잘 먹고 있던 하린의 입에서 기침이 터져 나왔다. 목에 밥알이 걸린 것 같이 기침이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

 

 도현이 급히 하린에게 물 컵을 내밀었다. 하린은 컵을 받아 물을 마셨다. 기침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몰래 빵을 훔쳐 먹고 숨긴 죄를 들킨 듯, 하린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도현과는 케이스타 오디션에서 만난 적도, 스쳐 지나간 적도 없는 사이였다. 그의 앞에서 입 한번 뻥긋하지 않았는데 그는 어째서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냐고 묻는 것일까.

 

 

 “가수 지망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요? 언제요?”

 

 “가수 준비하는 거 아닌가?”

 

 “준비하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서요?”

 

 

 하린이 가수를 지망하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지만 도현에게까지 시시콜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매번 오디션에 떨어졌던 과거도, 그 이유에 대해서도.

 

 

 “피처링 할 사람이 필요해서 말이야. 테스트 받아 볼 생각 없어?”

 

 “네?!”

 

 

 하린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갑자기 지나가는 말투였다. 마치, 저녁은 먹었냐는 안부 인사 같은 식의 자세히 듣지 않았으면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였다.

 

 

 “피처링이요?! 테스트요?!”

 

 

 하린의 얼굴은 오늘 아침보다 더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인상을 쓰면서 그의 말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래. 이번 싱글 앨범에 들어갈 마지막 곡이야. 피처링 할 가수가 필요해. 당신 음색이 괜찮을 것 같은데. 나랑도 어울리고.”

 

 

 하린은 달아오른 열기에 손부채질을 했다. 도현의 표정으로 봐선 놀리는 투는 아니었다. 정말로 나에게 피처링 제의를 하는 건가?

 

 

 “결정은 테스트를 해봐야 알겠지만, 테스트 해 볼 생각 있어?”

 

 

 하린은 지금, 이 순간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슈퍼스타 강도현이, 탑가수 강도현이, 꼭 한번 같이 노래 해보 싶었던 강도현이 하린에게 피처링을 제의하다니.

 

 그런 일은 이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제의가 현실인지 하린이 상상해 낸 망상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박하린!”

 

 “네?”

 

 

 넋을 놓고 있던 하린을 도현이 일깨웠다.

 

 

 “녹음 해 본 적은 있어? 테스트 해 볼 거지?”

 

 “그럼요. 당연히 해야죠. 녹음이든, 테스트든 당장이라도 할 수 있어요!”

 

 

 하린은 바닥에서부터 싹싹 자존감을 끌어 모아 어깨를 활짝 폈다. 노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노래하고 싶다.

 

 

 “좋아. 내일 테스트 받아보자.”

 

 “네.”

 

 

 하린은 두근거렸다. 아직 피처링에 참여할 지 결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기회가 그녀에게 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기뻤다. 꼭 도현의 앨범에 같이 참여하고 싶었다.

 

 * * *

 

 다음 날, 하린은 도현과 함께 허리케인 사옥으로 향했다.

 

 기획사 오디션을 몇 번 보긴 했지만 허리케인은 처음이었다. 기획사 사옥은 허리케인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현대적이면서 모던한 건물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의 달린 모니터에선 소속 가수의 노래와 뮤직 비디오가 흘러나왔다.

 

 하린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심장의 두근거림 때문에 온 몸이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가 어딘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목발을 집고 있던 하린은 쑥 하늘로 솟아났다가 엘리베이터 구석에 갇혀 버렸다. 그리고 그 앞을 단단한 몸이 막아섰다.

 

 시선을 올리니 도현이 하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이쪽으로 오라니까?”

 

 

 도현의 투덜거림에 그의 따뜻한 숨결이 이마를 타고 내려앉았다. 읍! 생각지도 못한 가까운 거리에 하린이 숨을 멈췄다.

 

 

 “숨 쉬어.”

 

 

 하린을 달랜 도현이 뒤로 돌았다. 하린의 시선이 도현의 넓은 어깨에 갇혀 버렸다.

 

 후아- 그제야 숨을 참고 있단 걸 깨달은 하린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하린의 달콤한 숨이 도현의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목덜미를 타고 오르는 떨림에 도현은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커다란 인사 소리에 하린이 시선을 슬쩍 비켜 앞을 보니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이 빈틈없이 좁아졌다. 마지막으로 올라탄 매니저가 도현에게 양해를 구했다.

 

 

 “강 선배, 죄송해요. 급한 일이 있어서.”

 

 

 도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긴장이 돼서 정신을 놓고 있었던 모양이다. 엘리베이터에 갑자기 많은 사람이 올라타게 된 줄도 모르고 갑자기 안아 올린 도현에 놀란 하린이었다.

 

 

 ‘치! 말로 하지.’

 

 

 요새 부쩍 말보다 몸이 앞서는 도현이다 싶었다. 하지만 도현은 꽤 여러 번 하린을 불렀었다. 긴장한 하린이 듣지 못했을 뿐.

 

 바짝 얼어있던 긴장감이 사라진 하린은 같이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이 ‘일레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요새 제일 핫하다는 그 아이돌 그룹.

 

 멍뭉미로 아이돌계를 장악한 녤과 끝없는 개그감으로 예능계를 주름잡고 있는 용, 달콤한 보이스로 귀를 녹여주는 환까지.

 

 궁금했다. 보고 싶었다. 하린에게 언제 이렇게 가까이서 그들의 얼굴을 볼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하지만 떡 벌어진 어깨와 큰 키 덕분에 시야가 가려진 하린은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린은 도현의 머리를 피해 까치발을 들고는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고개를 빼고 그들의 얼굴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간도 좁은데다 도현에게 밀착해 있어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 조그만 비켜주지, 잘 안 보이잖아!’

 

 

 그러나 정작 까치발을 든 하린보다 고역인 사람은 도현이었다. 그녀가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일 때마다 달콤한 숨이 그의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결국 참지 못한 도현이 뒤를 돌아 하린과 마주보았다. 녤을 슬쩍 보고 있던 하린의 시선과 도현의 시선이 부딪혔다.

 

 깜짝 놀란 하린에게 도현이 조용히 속삭였다.

 

 

 “뭘 그렇게 보는 거야?”

 

 “저기 엘리베이터 탄 사람들 일레븐 맞죠?”

 

 “몰라.”

 

 “몰라요? 같은 기획사인데 어떻게 몰라요? 요새 제일 핫한 그룹인데. 저 뽀얀 얼굴 좀 봐요. 과즙미 터진다 진짜. 얼굴 좀 이쪽으로 돌려봐요.”

 

 

 하린이 손으로 도현의 얼굴을 왼쪽으로 살짝 밀었다. 그러자 멍뭉미 풍기는 녤의 시선 가득 들어왔다.

 

 귀염귀염 열매를 먹었는지, 20대 남자가 아주 귀요미가 터졌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하린이 마음껏 즐기고 있는데 한 순간 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신 그 곳엔 잘생김을 극치를 보여주며 남성미를 제대로 뿜어내는 도현의 얼굴이 가득 찼다.

 

 

 “잠깐만, 비켜 봐요.”

 

 

 하린이 다시 도현의 얼굴을 밀며 시선을 확보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도현은 몸을 바로 치켜세우며 하린의 시선을 차단했다. 그리곤 도현이 하린의 손을 얼굴에서 떼어내더니 꽉 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하린은 화를 내지도 못한 채 어금니를 꽉 깨물고 조용히 속삭였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뭐가?”

 

 “손은 왜 잡아요? 놓아주세요.”

 

 “싫어.”

 

 “왜요?”

 

 “자꾸 남자 얼굴에 손을 대는 나쁜 버릇이 있는 것 같아서.”

 

 “뭐라고요?”

 

 

 두 사람이 속삭이는 사이에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했다.

 

 

 “먼저 갈게요. 선배!”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선배님!”

 

 

 일레븐이 우르르 내리자 엘리베이터 안에는 도현과 하린 두 사람만이 남았다.

 

 

 “아!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뭐가?”

 

 “당신 때문에 제대로 보지도 못했잖아요.”

 

 “연예인 처음 보나?”

 

 “네. 처음 봐요. 처음 봅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연예인 얼굴 영접 한 건 처음이거든요.”

 

 “그럼 나는?”

 

 “네?”

 

 “나는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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