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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홍콩러브트립
작가 : 제이J
작품등록일 : 2017.12.1

은퇴후 낯선 도시를 찾아온 톱스타 이한경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이드 송호연
홍콩에서 시작되었던 그들만의 러브 트립

 
1. 번외 - 99년 4월 1일 그때, 그곳
작성일 : 17-12-03 08:04     조회 : 375     추천 : 0     분량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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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년 4월 1일 그때, 그곳

 

 입국장 문으로 들어선 아이의 걸음이 멈추었다. 2층 까지 높게 뚫린 공항 천장을 동그란 눈이 올려다보았다.

 

 “엄마, 여기 우리가 항상 오던 그 공항 아니죠?”

 

 아이는 엄마의 옆구리에 달라붙으며 물었다. 어린 딸을 내려다보는 여자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여기는 홍콩에 새로 생긴 공항이야.”

 “옛날 그 공항은요?”

 “그곳은 도시에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위험했거든. 여기는 섬 위에 있어서 훨씬 크고 안전하대.”

 

 홍콩에 오는 비행기들은 언제나 곡예 같은 착륙을 했다. 공항이 도시 한복판에 놓여있는 탓이었다. 가지각색의 무늬가 그려진 비행기들이 빌딩과 나무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날았다. 누군가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공항 근처의 주택가에서 낮게 나는 비행기를 올려다보는 일이었다. 거대한 몸체가 눈앞을 지나가는 순간, 아이는 고개를 한껏 쳐들고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들곤 했다. 어서와. 여기는 홍콩이야. 그 곳은 카이탁 공항이었다. 아이는 익숙했던 이름과 다시는 보지 못할 풍경들을 잠시 떠올렸다.

 아이는 낯선 공간을 잠시 휘둘러보았다. 밝은 색의 대리석으로 마감된 공간에는 색색의 간판을 단 음식점들과 여행사 부스들이 어깨를 맞댄 채 모여 있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생과일 쥬스가게와 햄버거 가게도 보였다.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바닥에 손을 잡고 선 모녀의 모습이 어른어른 비추었다.

 

 “참, 우리 딸 생일 축하해.”

 

 공항버스 승강장 표시를 눈으로 찾던 여자가 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밤 비행기를 타고 온 탓에 이 곳은 이른 아침이었다. 그녀들은 언제나 처럼 오늘 하루를 이 도시에서 보낼 거였다. 작은 손가방을 하나씩 들고, 예쁜 원피스를 차려입은 그녀들은 누가 봐도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모녀로 보일지도 몰랐다.

 

 “생일날 친구들하고 파티 해야 되는데, 매년 엄마랑 홍콩 오는 거 안 섭섭하니?”

 “난 엄마랑 여기 오는 게 더 좋아요. 만우절이 생일이라고 남자애들이 놀리거든. 생일이라고 말해도 뻥치지 말라고 하는데 뭘.”

 

 천지분간 못하는 꼬마들이 악의 없이 던지는 말들은 아이의 가슴에 종종 화살처럼 박혔다. 송호연, 넌 왜 엄마랑만 살아? 아빠 없어? 홍콩? 네 아빠 짱개야? 아홉 살 아이에게 그런 질문들은 절대로 웃어넘길 수 없는 것들이었다. 뾰로통해진 얼굴로 운동화 끝으로 대리석 바닥을 톡톡 치는 딸을 내려다보던 여자가 무릎을 반쯤 구부려 아이와 눈을 맞추었다.

 

 “호연이 너 그거 아니?”

 

 아이는 슬그머니 엄마의 얼굴로 눈을 들었다.

 

 “만우절에 태어난 사람은 거짓말 같은 운명을 만나게 된대.”

 

 아이는 눈을 까막까막했다. 가끔 엄마는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하곤 했다.

 

 “운명이 뭔데요?”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우리 호연이를 낳게 된, 그런 거.”

 

 아이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아이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실체가 없는 무언가였다. 엄마가 자신의 얼굴을 가끔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사진 한 장 없는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라서 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한 여자의 인생에 잠시 머물렀던 한 남자가 바로 이 곳의 사람이라는 걸, 그들이 짧게 사랑했던 곳이 바로 이 도시라는 걸, 그것이 매년 엄마가 자신을 데리고 홍콩을 찾는 이유라는 걸 아이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럼 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요?”

 

 아이에게 사랑은 하늘로 떠오르는 색색의 풍선 같은 것이었다. 손에 닿지 않는 구름 같은 것이었다. 커다란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포근할 거라고 생각됐다. 아빠라는 존재처럼,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이기도 했다.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사랑이 가득 담긴 눈이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럼. 정말로 거짓말 같은 인연을 만나게 되지.”

 “어디에서요?”

 

 여자는 휑한 공간을 눈으로 휘둘러보았다. 아이의 눈이 엄마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돌아갔다. 트렁크를 끌거나 커다란 배낭을 맨 사람들이 그녀들이 통과한 입국장 문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거나, 이제 여행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얼굴엔 설레임과 안도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런 곳.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멋진 도시의 공항 같은 곳.”

 “엄마도 아빠를 공항에서 만났어요?”

 

 쓸쓸한 미소가 하얀 얼굴위로 번져갔다. 오래된 시간들을 더듬는 듯 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두 사람은 다정히 손을 잡은 채 아침 해가 막 떠오른 도시를 향해 걸음을 디뎠다. 광둥어의 안내판이 저만치에 보였다.

 

 -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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