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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완더러스(wanderers)-방랑자들의 세계
작가 : Ryan
작품등록일 : 2017.11.17

미지의 세계로 전이된 서로 다른 사정을 가진 세력과 인물들이 살아남고 살아가기 위해 투쟁과 암투를 벌이는 가운데 혼자만 낯선 세계로 떨어진 범상치 않은 한 남자의 고군분투를 그린 액션 멜로 미스테리 판타지물

 
광장을 내려보다
작성일 : 17-12-03 00:43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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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그룬이 낮게 소리쳐 그를 멈춰 세웠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걸음을 멈춘 미르가 긴장한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잔뜩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시그룬이 아치를 바라보다가 거기에서 조금 못 미치는 위치에 위를 향해 길게 이어진 좁고 구부러진 계단을 가리켰다.

 

 “혹시 저 쪽에는 뭐가 있는지 알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그녀가 가리키는 길을 확인한 미르가 기억을 떠올리고는 말했다.

 

 “저 계단을 올라가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넓은 공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무슨 일이야? 뭔가 느낀 거야?”

 

 그의 질문에 시그룬이 답답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이대로 앞 쪽으로 계속 가면 안 될 것 같아. 그렇다고 해서 이 쪽 계단도 그렇게 좋은 느낌은 아닌 것 같은데……. 정면보다는 이쪽으로 가는 게 조금 편한 느낌이야.”

 

 미르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그가 먼저 탐색을 끝낸 익숙하고 안전한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시그룬의 본능적인 감각을 믿고 다른 길로 갈 것인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전에 시그룬의 감각이 보여주었던 놀라운 능력을 되새긴 미르는 그녀가 가리킨 계단 쪽을 향해 걸어간 뒤 경계하는 자세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중에도 시그룬의 미간은 펴질 줄 몰랐고 오히려 식은땀이 얼굴과 등에 흘러 옷이 축축하게 젖었다.

 

 그렇게 한참을 어둡고 구불거리는 계단을 올라가 마지막 계단을 넘어서 도착한 둘의 앞에는 텅 비어있는 넓은 공터가 있었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것이 무색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기운 빠진 미르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아까보다 창백한 얼굴이 되어 식은땀을 흘리는 시그룬의 얼굴을 본 그의 얼굴도 굳어졌다. 시그룬은 뭔가에 홀린 듯이 공터를 가로질러 까마득한 벼랑이 시작되는 곳으로 걸어갔다. 시그룬의 뒤를 따라 언제든 검을 뽑을 수 있도록 손잡이를 잡고 그녀에게 다가간 미르는 아래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맙소사……. 뭐야 이건 도대체......”

 ‘털썩’

 

 옆에서 다리가 풀린 시그룬이 주저 않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의 미르에게는 그녀를 챙길 정신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야......?”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저물어가는 태양 빛 때문에 붉게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원 형태의 거대한 광장과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외눈박이 괴물들과 광장 위 하늘이 새카맣게 물든 것처럼 보이게끔 만드는 수많은 박쥐 날개를 가진 괴물들 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놀라기 충분하지만 아직 하나가 더 남아 있었다.

 

 ‘쿠쿵!’ ‘쿵!’

 

 육중한 걸음소리를 내며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소의 뒷다리를 닮은 하체와 머리에는 악마의 뿔이 달려 있는 거대한 외눈괴물이 망치처럼 생긴 양 팔로 진로를 막는 건물들을 부수면서 길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발아래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 본 덕분에 넋을 잃고 있던 미르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리가 풀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시그룬을 거의 끌고 가다시피 하면서 벼랑에서 멀어졌다. 시그룬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미르가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벼랑이 있는 광장으로 올라왔던 계단 반대편으로 이동한 미르는 시계탑으로 지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탑으로 들어가 가장 위의 지금은 뻥 뚫려 있지만 시계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곳까지 올라갔다. 앞을 제외하고 사방이 막혀있어서 감시하거나 수비를 하기 용이해 보였다.

 

 미르는 여전히 정신을 놓고 있는 시그룬을 구석 바닥에 내려놓은 후 구멍 가장자리에 붙어 밖을 살폈다. 중심에 워낙 많이 몰려 있어서 그런지 평소 폐허에 비하면 여전히 많았지만, 아래에는 광장에 몰려있던 이터에 비교해서 한산하다고 느껴질 만큼 드문드문 움직이고 있는 이터들이 보였다. 하늘에는 여전히 많은 데빌윙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안전하다고 판단한 미르가 뒤로 물러나 시그룬에게 다가간 뒤 그녀의 뺨을 손끝을 모아 가볍게 두드렸다.

 

 ‘짝, 짝’

 “으, 응?! 여긴......?”

 

 정신을 차린 시그룬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장소가 아닌 처음 보는 공간에 와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히 일어나서 경계하려다가 그녀의 앞에 있는 미르의 얼굴을 보고서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떻게 된 거야? 여긴 어디고?”

 “지난번 탐색을 왔을 때 폐허의 중심이라고 생각되는 광장을 마지막으로 발견한 뒤에 캠프로 쓰기 좋겠다 싶어서 미리 봐 두었던 부서진 시계탑 안이야. 네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서 거의 업어오다시피 했는데 역시 기억을 못하나.”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시그룬이 얼굴을 붉히며 그에게 서둘러 사과를 했다.

 

 “아! 미안해. 다시 신세를 졌어.”

 “됐어. 아까는 누구라도 정신을 못 차릴 만했으니까. 아마 시구르드가 와서 그 광경을 보았더라도 너와 별로 다르진 않았을 거야. 그리고 이번에는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말해야겠는데.”

 “응?”

 

 뭐가 고맙다는 것인지 그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시그룬이 되물었다.

 

 “네 능력 덕분에 그 놈들과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잖아. 고맙다. 목숨을 빚졌어.”

 

 그렇게 말하고서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미르를 보고 당황한 시그룬이 어쩔 줄 몰라 하며 황급히 손으로 막으려 했다.

 

 “아니야! 나야말로 벼랑에 그대로 버리고 올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데리고 와줬잖아. 나야말로 당신에게 고마워해야지.”

 “그럼 서로를 구해 준 걸로 퉁 치자.”

 “퉁을 쳐?”

 “서로 비긴 걸로 하자고. 안 그러면 너 또 목숨을 바쳐 갚는다느니 하면서 맹세할 거잖아. 나도 물론 빚진 건 반드시 갚는 성격이긴 하지만 너희 쪽하고는 성질이 다르단 말이지. 사실 처음 네가 빚을 갚는다는 맹세를 할 때도 말리고 싶었는데 그러면 죽자고 덤빌 것 같았거든. 그런데 이번에는 서로에게 도움을 됐으니 아무도 빚진 것이 없는 걸로. 어때?”

 

 그녀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둘은 거래적인 관계가 아닌 함께 동행 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처음에 했던 맹세는 남아있지만 어떻게 설득하려 해도 시그룬은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그녀의 의지를 가볍게 여긴다고 생각해 갈등이 생기게 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미르의 의도를 눈치 챈 시그룬이 싱긋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 짓눌려 있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하하하. 그래,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이번 일은 퉁 치는 걸로 해줄게.”

 “역시 시원해서 좋네. 그럼 이제 밥 먹자.”

 

 마주보며 웃던 둘은 각자 먹을 음식을 꺼냈다. 낮에 먹었던 것과 동일하게 빵과 말린 고기 약간과 더불어 치즈조각을 꺼낸 미르와 달리 시그룬은 거기에 더해 말린 과일 몇 조각도 같이 꺼냈다. 대화 없이 식사를 하던 중에 문득 시그룬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건 뭐였을까?”

 

 그녀의 말을 들은 미르의 눈빛이 깊어졌지만 대답하지는 않았다. 시그룬도 딱히 대답을 바라고 말한 것이 아니었기에 서운해 하거나 눈치를 주지 않고 계속 스스로에게 말하듯이 중얼거렸다.

 

 “그것들의 모습은 마치……. 그래, 전쟁을 앞두고 모여 있는 병사들처럼 보였어. 개전을 앞두고 있는 군대가 미리 집결한 것처럼 말이야.”

 

 들고 있는 빵 조각을 입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를 대신해 미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을 말했다.

 

 “중요한 것은 어째서냐는 거야. 폐허 근처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 장소는 애쉬트레이뿐 일 텐데......”

 

 아직 정리할 것이 필요한 듯 미르가 뒷말을 흐려 말하자 시그룬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하지만 수호목과 수호자가 있는 한 이터는 성벽 근처에도 다가올 수 없어. 수호목의 영역을 넘으면 불타버릴 뿐이지.”

 

 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는 이터는 지금까지 밖으로 나온 인간을 노릴 뿐 불나방처럼 무작정 성채로 달려들지 않았지. 그런데 지금 저 모습은 마치 대규모의 사냥이나 침략을 준비하기 위한 것처럼 보여. 그래서 나는 가정할 수 있는 상황은 두 가지정도라고 생각해.”

 “그게 뭔데?”

 

 그의 말에 집중해 입으로 가져가려던 빵을 든 손을 멈춘 채 해답을 바라는 시그룬의 눈빛을 본 미르가 그 역시 손에 들고 있던 말린 고기를 내려놓고 손가락 하나를 세우며 말했다. 여유 있는 저녁시사는 이미 물 건너 간 것 같았다.

 

 “하나는 또 다른 인간들의 무리를 발견했을 가능성. 우리가 처음 이 세계로 넘어 왔을 때도 이터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사냥하고 포식을 즐겼던 것을 생각하면 가능한 일이지. 그렇다면 지금 놈들이 모여 있는 것이 대규모의 사냥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가능해.”

 

 끔찍했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른 시그룬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삶을 향한 비명소리와 죽음을 거부하는 울음소리, 생명이 죽어가는 소리, 뜨거운 불길이 주변을 태우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게걸스럽게 물어뜯고 삼키던 외눈 괴물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으음......”

 

 시그룬의 신음소리를 들어 넘기며 미르는 손가락 하나를 더 세워 보였다.

 

 “다른 하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하는데......”

 “뭔데?”

 

 생각하고 있는 것을 감히 입 밖으로 내뱉기를 주저하던 미르가 결심한 눈빛으로 말을 잇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애쉬트레이의 수호목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야. 만약 그렇다면 그동안 자신들을 성가시게 방해하던 보호막이 사라질 테니 그동안 억눌렀던 사냥을 위해서 저 놈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생각 할 수 있어.”

 

 두 번째 예시를 들은 시그룬이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 당신도 알다시피 로렌과 수호목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건재하잖아.”

 “그래, 그랬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일이 일어나고 만약 이터들이 그것을 미리 감지한 거라면?”

 “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일 뿐이야.”

 “가능성의 문제지. 만약 그렇다면 성채는 이 모든 것을 막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얼마동안은 버티긴 하겠지만 결국 성벽이 무너지면 성채에 살아 숨 쉬는 생명체는 이터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거야.”

 

 깊은 침묵이 둘 사이에 감돌았다. 둘은 지금 머릿속에 같은 장면이 떠 올리고 있었다. 불타는 성채 무너져 내리는 회색 성벽, 싸우는 사람들, 도망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감정 없는 새카만 눈으로 쫓으며 사냥하고 목구멍으로 삼켜버리는 외눈박이 괴물들의 모습이 현실처럼 눈앞에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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