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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49.영원히 그와 함께 하고 싶어.
작성일 : 17-12-02 22:25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7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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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과 통화를 하고 있던 문을 두드리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철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제이, 잠깐 할 말이 있습니다.

 

  "네? 무슨 할 말이요?"

 

 제이는 혹시나 철수가 자신의 전화 내용을 들었을까 걱정하면서 철수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덤덤한 그의 얼굴을 보니 그가 자신의 통화 내용을 들은 건 아닌 것 같았다.

 

  "잠깐 거실로 나와보십시오."

 

  "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철수의 목소리가 조금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 제이는 통화를 종료하고 거울 앞에서 헝클러진 머리를 정리했다.

 

  '철수 씨가 내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야.'

 

 제이는 철수를 향한 자신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윤정에게 털어놓고 있었다.

 

  ㅡ 철수 씨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ㅡ 글쎄, ……그런가.

 

 사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제이는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말을 겨우 삼키고 덤덤하게 반응했다.

 

  ㅡ 뭐야 반응이 왜 이렇게 심드렁해?

 

  ㅡ 철수 씨가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지금 나한테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ㅡ 그래?

 

  ㅡ 응,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지금은 철수에 대한 자신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진정시키기에도 모자랐다.

 

 그녀도 자신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철수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울렁거렸다.

 

 심장병인 건가, 아니면 체한 건가 싶어서 병원에라도 가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제이는 거실로 나가기 전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혼잣말했다.

 

  "심장아, 제발 부탁이니까 시끄럽게 떠들지 좀 마라. 제발."

 

 이번만큼은 심장이 자신의 말을 듣길 바라면서 제이는 문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다리를 꼬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던 철수는 그녀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제이는 얼른 그에게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철수 씨, 무슨 일이세요?"

 

 제이가 묻자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철수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한국방송협회'에서 나한테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스토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사건 당시 제이의 집에 들어가서 스토커와 처음 마주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이 많았다.

 

 철수는 언론에 그가 '말디'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제이의 매니저라고 둘러댔다.

 

 철수가 그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이유는 호사가들한테 쓸데없는 미끼를 던져주고 싶지 않아서, 라고 설명했다.

 

 그 이후 철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하며 제이의 스케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는 등 소속사 사장의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제이에게 오던 방송사의 연락은 이제 철수에게로 갔고 그는 매번 그녀에게 스케줄에 대해서 직접 설명해주었다.

 

  "'한국방송협회'에서요?"

 

  "네, 마술문화발전의 공을 인정받아서 제이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고 하더군요."

 

  "정말요?"

 

 제이는 놀라운 듯 눈꺼풀을 깜박였다.

 

 사실 제이는 '어쩌다 보니' 방송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연히 시작한 방송일이었는데 오디션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면서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었는데 자신에게 상까지 수여하다니, 제이는 쑥스러운 듯 볼을 붉혔다.

 

  "방송협회 측에서는 제이가 꼭 참석해 줬으면 하고 바라는 눈치입니다. 그런데……."

 

 철수가 말끝을 늘어트리자 제이가 고개를 들었다.

 

  "아마 그곳에 하연주 씨도 참석할 것 같습니다."

 

  "……."

 

 철수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진 제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연주가 그녀의 머리에 칵테일을 쏟은 이후 제이는 단 한 번도 그녀와 마주친 적이 없었다.

 

  "제이는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철수가 무심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봤다.

 

 상을 받으러 가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연주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제이는 고개를 밑으로 숙였다.

 

 방송 협회 측에서 자신을 좋게 봐준 게 고맙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침묵하고 있던 제이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움직였다.

 

  "저기, 그런데 혹시 그 시상식에 철수 씨도 참석하시나요?"

 

  "네, 나도 문화 산업에 투자한 공을 인정받아서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고 하더군요."

 

 철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제이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정말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참석할게요."

 

 철수가 자신의 곁에 있다면 제이는 연주와 마주치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리던 제이가 철수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아니, 그냥, 별다른 의미는 없어요. 그, 그러니까……."

 

  "난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철수는 단호한 어조로 제이의 말허리를 잘랐다.

 

 평소와 똑같은 말투였지만 뭔가 미세하게 자신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달려졌다는 것을 느낀 제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철수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상자를 그녀에게 건넸다.

 

 커다란 상자를 받은 제이는 살짝 비틀거렸다.

 

  "이게 뭐예요?"

 

  "시상식에서 제이가 입을 드레스입니다."

 

  "드레스요?"

 

  "네. 선물이니까 받아둬요."

 

 생각치 못한 철수의 선물에 얼떨떨했지만 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내일이 시상식이니까 오늘은 일찍 자도록 해요."

 

 무심한 말 한마디 남기고 철수는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와 다르게 철수의 행동에서 찬바람이 불었지만, 바로 내일이 시상식이라는 말에 당황한 제이는 그의 미세한 변화를 무던하게 넘겼다.

 

 철수가 준 상자를 들고 방으로 들어온 제이는 침대에 올려놓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와아."

 

 상자 안에 들어있는 블랙 드레스는 한쪽 어깨가 훤히 노출되어있는 과감한 디자인의 드레스였다.

 

 매혹적이고 고혹적이면서도 그녀의 아름다운 실루엣을 살려주는 오프숄더 드레스를 보고 제이는 탄성을 질렀다.

 

 과감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보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동공이 벌어졌다.

 

  '이걸 어떻게 입어. 진짜 철수 씨는 내가 이걸 입기를 바랐던 건가.'

 

 바로 내일 그의 앞에서 자신의 살결을 드러낸다는 생각에 제이의 볼이 살짝 달아올랐다.

 

 아무래도 오늘은 잠이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았다.

 

 

 

 ***

 

 

 

 한국방송협회가 주관한 시상식이 주인공은 단연컨대 제이였다.

 

 철수가 제이를 위해서 준비한 블랙 드레스는 그녀의 하얀 살별과 대조를 이루면서 완벽한 드레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이는 수상을 하러 나가는 자신을 위해서 기립박수를 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목이 메여서 수상 소감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올 한해 많이 힘들었던 그녀를 위로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눈빛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시상식이 끝나고 애프터 파티에 참석한 제이는 손에 들려있는 트로피를 보면서 뿌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이 이런 큰 상을 받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샘솟았다.

 

 오늘은 그야말로 제이에게 완벽한 하루였다.

 

 그녀를 향해 모든 언론사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고 모든 사람들이 무대에 다시 선 그녀의 용기를 격려했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제이는 자신이 멋진 파티의 주인공인 된 것만 같았다.

 

  '……그런데 철수 씨가 안 보이네.'

 

 너무나도 완벽한 하루였지만 제이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애프터 파티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제이는 악수를 하면서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공중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철수 씨는 어디에 있을까?'

 사실 제이는 FISM(세계마술대회)에서 철수와 함께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철수와 함께 레드카펫에 입장할 줄만 알았다.

 

 무대 위에 서서 공로상을 받는 철수의 모습을 보면서 작게 웃음 지은 제이는 애프터 파티에는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분명히 철수 씨도 애프터 파티에 참석했을 텐데.'

 

 제이는 손으로 드레스 자락을 잡고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두리번거리면서 철수를 찾고 있던 제이는 한 손에 칵테일 잔을 쥐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철수……!"

 

 손을 들어 그의 이름을 부르려고 하던 제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철수는 늘씬한 몸매의 모델부터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주목을 받은 영화배우까지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

 

 제이는 천천히 손을 내리고 뒤돌아섰다. 이유를 콕 집어 이야기할 순 없었지만, 이곳은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것 같았다.

 

 제이는 힘없는 표정으로 철수에게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제이 씨."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그레이 수트을 입은 정혁이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혁 씨."

 

 정혁의 고백을 거절한 뒤 오랜만에 그와 마주친 제이는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제이 씨, 오늘 상 받은 거 진심으로 축하해요."

 

  "고마워요, 정혁 씨."

 

 몇 주 만에 정혁과 재회하는 것이었지만 다행히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건 자신을 배려하는 정혁이 따뜻한 마음 덕분이었다.

 

  "그런데 제이 씨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인데 표정이 안 좋아 보이네요. 무슨 일 있어요?"

 

  "……네?"

 

 표정에 내 감정이 다 드러났던 걸까.

 

 제이는 당황해하면서 손바닥으로 두 볼을 감쌌다.

 

  "오늘같이 기쁜 날 제이 씨 표정이 왜 안 좋아 보이는 지 내가 한 번 맞춰볼까요?"

 

  "……."

 

  "강철수 대표 때문이죠?"

 

  "……!"

 

 정혁의 말에 제이는 고개를 내저으며 부정하려고 했으니 목구멍이 막힌 것처럼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제이 씨, 강철수 대표가 여자들한테 둘러싸인 거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어요."

 

  "그게……."

 

 힘겹게 입술을 뗀 제이는 다시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제이 씨, 난 사실 제이 씨가 왜 내 고백을 거절했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어요."

 

  "……."

 

  "제이 씨가 내 고백을 거절한 건 철수 씨 때문일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

 

 어느새 제이의 눈동자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녀가 촉촉한 눈동자로 정혁을 올려다보자 그는 제이를 이해한다는 듯이 웃음을 머금었다.

 

  "제이 씨, 난 제이 씨가 진심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정혁 씨."

 

 감정이 복받쳐 올라온 제이는 잘근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난 비록 제이 씨를 행복하게 해줄 순 없지만, 강철수 대표라면 제이 씨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네요."

 

  "……."

 

 제이는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볼 수 없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정혁은 계속해서 따뜻한 눈빛을 그녀에게 보내며 말을 이어갔다.

 

  "강철수 대표랑 제이 씨 정말로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정혁과 대화를 마친 제이는 고개를 주억거린 후 붉어진 눈시울로 뒤돌아 섰다.

 

 역시 정혁은 그녀의 생각대로 훨씬 사려 깊고 배려심 많은 남자였다.

 

 아마 정혁만큼 진심으로 여자의 행복을 빌어주는 남자는 이 세상에서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난 정혁 씨보다 철수 씨가 더 좋아.'

 

 애써 외면했던 자신의 진심을 드디어 인정한 제이의 오른쪽 눈에서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혁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그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오늘따라 잔인하게 느껴졌다.

 

 

 

 ***

 

 

 

 저도 모르게 흘린 눈물 때문에 번진 화장을 고치기 위해 제이는 화장실을 찾았다.

 

  "……훌쩍."

 

 마지막으로 봤던 정혁의 뒷모습을 떠올리면서 제이는 코를 훌쩍였다.

 

 자신이 정혁에게 무척 잔인한 짓을 한 것 같아서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정혁 씨한테 정말 미안하다.'

 

 심성이 착한 정혁은 진심으로 자신과 철수의 행복을 빌어 주었다.

 

 그의 고백을 거절한 제이의 정혁처럼 순수하게 행복을 빌어주는 남자는 무척 드물 것이다.

 

 처음부터 정혁은 그녀를 응원해주고 그녀를 지지해주었다.

 

  "……정혁 씨, 고마워요."

 

 멍하니 정혁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 제이는 눈물을 흘리느라 차마 그에게 건네지 못했던 말을 혼자 되뇌었다.

 

 정혁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일 밖에 없었던 제이는 진심으로 정혁의 행복을 빌었다.

 

 정혁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제이의 마음 한 켠에는 오늘따라 자신에게 냉정했던 철수의 모습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왜 자신의 심장은 정혁이 아니라 철수를 향해 뛰는 건지 머리로는 알수 없었지만, 생각해보면 이게 바로 사랑인 것 같았다.

 

  "……하아."

 

 제이는 시상식장에 들어설 때 같은 차를 타고 나서 한 번도 제대로 시선을 마주친 적 없는 철수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오늘은 그냥 나 먼저 집으로 돌아가자.'

 

 번진 화장을 고친 제이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순간, 안쪽에 있는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큰 소리가 났다.

 

 쾅.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자신과 비슷한 디자인의 블랙 드레스를 입은 연주가 보였다.

 

  "……."

 

 하필이면 여기서 만날 줄이야.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 상대를 만난 제이는 저도 모르게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축하해, 제이야. 너 오늘 상 탔더라."

 

 연주는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제이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지만, 연주의 말투에서는 조금의 진심도 담겨있지 않았다.

 

  "……응, 고마워. 연주야."

 

 굳이 그녀의 말투에 돋혀있는 가시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제이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신에 대한 열등감으로 몸부림치는 연주를 위하는 일은 자신이 먼저 자리를 뜨는 것일 것이다.

 

 제이는 연주를 피하고자 작은 클러치를 손목에 걸고 화장실 밖을 빠져나오려고 했다.

 

  "사실 네가 상을 탄 건 전부 다 윤 씨가 몰래 숨겨놓은 '환상의 마술' 덕분이지?"

 

 자신의 아버지를 '윤 씨'라고 무례하게 말하는 연주의 목소리를 듣고 제이는 걸음을 멈춰 세웠다.

 

  "윤 백룡 씨도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야? 한국에 있는 마술사들을 그렇게 위한다고 했으면서 '환상의 마술' 트릭은 절대 안 밝히다니."

 

 연주의 말을 들은 제이가 피가 날 듯이 주먹을 꽉 쥐었다.

 

  "정말 착한 척하면서 뒤로 호박씨 까는 사람은 상종도 하기 싫어. 그러니까 갑자기 즉사한 거지."

 

 짝!

 

 연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이는 화장실이 울릴 정도로 세게 그녀의 뺨을 내려쳤다.

 

  "우리 아빠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마."

 

 제이에게 뺨을 얻어맞은 연주는 부들부들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너 이러면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

 

  "너 내가 사람들한테 소문 다 낼 거야. 윤제이가 화장실에서 내 뺨 때렸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연주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면서 비열하게 웃었다.

 

  "사람들은 분명히 네가 그동안 착한 척했다고 생각할 거야. 네가 평소에 사람들한테 여우 짓 하면서 친절하게 굴었던 게 다 가식이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날 거라고!"

 

 연주는 악에 받친 듯이 제이에게 독설을 퍼부었지만 제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 사람들이 내 뒤에서 뭐라고 떠들던지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까."

 

  "……허!"

 

 연주는 헛웃음을 터트렸지만 할 말이 없는지 입술만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앞으로 너와는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 같이 우연히 만나더라도 우리 서로 아는 척하지 말자."

 

 단호하게 할 말을 끝낸 제이는 사람들이 없는 복도의 벽에 기대서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한 번도 다른 사람의 뺨을 때려본 적이 없던 제이의 손끝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윤제이, 겁먹지 말자. 넌 해야 할 일은 한 것뿐이야."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하늘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부모님을 욕하는 것은 절대 참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

 

 하지만 연주의 뺨을 때린 것은 제이에게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지자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내가 다른 사람의 뺨을 때리다니…….

 

 하지만 연주가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욕하는 데 가만히 있었으면 자신은 지금 이 순간을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

 

  "그럼 다들 안녕히 가세요."

 

  "오늘 너무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뵐게요."

 

  "나중에 술 한 잔 더 진하게 해요.'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애프터 파티가 끝나고 사람들은 저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 그들의 차로 향했다.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는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철수가 있었다.

 

 머리를 위로 올린 철수는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살뜰하게 챙기는 철수의 모습에는 기품과 품위가 배어 나왔다.

 

  "……."

 

 제이는 물끄러미 사람들 속에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평소 같으면 연주의 말에 한마디도 받아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을 자신이 아까처럼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그동안 자신의 옆에 있어 준 철수 덕분이었다.

 

  '영원히 그와 함께 하고 싶어.'

 

 새삼스럽게 자신의 옆에 있던 철수의 소중함을 깨달은 제이의 머릿속에 영원히 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별동별처럼 지나간 생각은 순식간에 그녀의 마음속을 차지했고 그녀의 눈동자에는 철수의 모습만 오롯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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