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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nonsense love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7.11.13

누군가와 연인이 되어 사랑을 이어나가기 힘든 한 남자와 그 남자를 도와 병을 고쳐나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nonsense love-15
작성일 : 17-12-02 20:53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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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람쥐 쳇바퀴. 그게 정식적인 명칭인지는 모르겠지만 놀이공원에서 그 단어를 들으면 명확하게 하나가 떠오른다. 여러 개의 납작한 원통들이 벽에 매달려있는데 그 원통 안으로 들어가 안전장치를 메고 기계의 움직임에 몸을 맡겨 빙글빙글 도는 그런 기구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름대로 괜찮은 기구인 것 같다. 그런데 다만 하나의 문제점은 파도처럼 넘실거리듯 움직이다가도 갑자기 360도를 회전시키고 혹은 그 정도로 꺾었다가 훅 내려준다. 한마디로 겁나 어지럽다는 뜻인데 우리의 뱃속엔 각자 볶음밥과 돈가스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토 안할 자신 있냐?”

  “균형 감각이 어렸을 때보단 괜찮아졌으니 괜찮겠지.”

  뭐, 그런 걸로 하자. 그리고 그 전에 대관람차와 사격장을 돌아다니면서 어느 정도의 소화는 됐을 터.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윤영은 더욱 그러했는지 내 손을 잡고 이끌어 줄에 섰다.

  어린애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줄이다. 어린애들은 이런 종류의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눈앞에서 운행하고 있는 기구의 모습을 바라봤다. 원통들이 매달린 벽들도 빠르게 도는데다가 그 원통들도 정신없이 돌고 있어서 바람이 여기까지 훅 다가왔다. 아마 계절의 영향으로 불어오는 바람도 어느 정도 포함이 되어있겠지만 그래도 활기차고 시원한 기구라고 느꼈다. 윤영은 옆에서 내 말에 몸으로 동의를 하듯 눈을 감고 머리카락을 조금 휘날리며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상쾌한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뱉기를 반복하는 그녀였다.

  어린애들이 부피가 작아서 그런지 순전히 바람을 느끼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줄이 줄어들어 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곳이랑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우리의 차례가 빠르게 다가왔다. 우리는 걸어 다니며 빈 원통을 찾아 앉았다. 안내원 분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안정장치를 해주셨고 마지막으로 우리까지 안전장치를 다 채우시고 손가락으로 ok사인을 만드시니 또 다른 안내원의 텐션 높은 목소리와 함께 기구가 돌기 시작했다. 벽 자체도 돌면서 기구도 함께 돌기 때문에 상당히 정신이 없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놀이공원에 어울리는 기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신이 없이 그저 즐겁다, 재밌다 같은 생각만 머리에 있게 만드는 그런 것들 말이다.

  그녀도 즐기고 있는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직 초반 단계라서 잔잔하게 돌고 있는데도 저렇게 웃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기구에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니면 어린애와 같은 면이 지금 보여 지는 중일지도 모르고.

  안내원의 소리에 맞춰 점점 도는 각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윤영의 미소는 더욱 밝아졌고 내 입에도 미소가 띄워졌다. 180도를 넘기며 돌기를 반복하자 이제 그녀와 내 입에서는 미소뿐만이 아니라 웃음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재밌었네.”

  “특히 아예 한 바퀴 돌 때가 재밌었지.”

  쳇바퀴가 끝나고 나서 오던 길의 반대 방향으로 걸으며 대화를 이었다. 지금 윤영과 나는 그녀의 뜻대로 둘 중에 남은 하나를 타러 가고 있었다. 그 남은 하나의 이름은 롤러코스터. 놀이공원의 대표적인 이미지에 회전목마와 같이 양대 산맥을 이루는 기구다.

  높은 걸 별로 안 무서워한다는 것은 내가 질문해서 알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생각하지도 못 한 기구의 이름을 꺼냈을 땐 꽤나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윤영은 오히려 놀이공원에 왔고 높은 게 안 무섭다면 그 정도는 타는 것이 정상이 아니냐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고개를 조금은 애매하게 끄덕이며 그녀의 표정이 하는 말을 수긍했다.

  가는 길에 줄이 길어 입이 심심할 것 같아서 조금 끈끈한 느낌이 드는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구슬 아이스크림을 서로 가격을 지불해 두 개씩 손에 들었다. 늦가을이라서 손이 좀 차갑지만 그래도 못 들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둘 다 큰 불평 없이 아이스크림들을 든 채 롤러코스터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걷자 머리 위로 비명 소리와 흡사 지하철 지나가는 소리가 함께 나서 ‘드디어‘인가 하고 봤더니 ’역시나‘다. 고개를 내려 까치발을 세우고 앞을 보니 줄이 엄청나게 길게 서있는 것이 보였다. 윤영 또한 내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기대를 가득 담은 눈으로 먼저 발걸음을 뗐다.

  줄의 맨 뒤에 서서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줄이 길 것 같아서 먹을 걸로라도 시간을 때워야 하는데 앞서 한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스스로 살짝 감탄을 한다. 윤영도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먼저 먹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은 콘 아이스크림이고 구슬 아이스크림은 한 손으로 잡고 한 손으로 숟가락을 들어 퍼먹어야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한 입을 베어 물고 우물거리고 넘기다 한 발자국 앞으로, 또 베어 물고 우물거리다 넘긴 다음 한 발자국 앞으로. 롤러코스터 기구의 줄도 조금은 길기 때문에 뭉텅이로 빠지는 느낌이다. 실제로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콘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을 때 우리는 맨 뒤에서부터 거의 중간까지 와있었다. 다음 음식은 구슬 아이스크림. 윤영은 레인보우 맛, 나는 초콜릿 맛을 골랐다. 작은 스푼으로 조금씩 떠서 먹는 사이 앞쪽에서 자그마한 시비가 붙었는데 그 내용은 ‘왜 새치기를 하는 것이냐?’ 에 대해서였다. 대화를 듣고 싶지는 않았는데 듣기에도 불쾌한 고함으로 동네방네에 이 놈 좀 보라는 듯 소리를 질러대서 강제적으로 듣게 되었다. 대충 상황을 보니 한 쪽은, 간단히 말해 a는 쭉 줄을 서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일행이라면서 끼어든 것이 불만이었고 다른 쪽, 간단히 말해 b는 일행인데 급한 볼 일이 있어서 잠깐 이탈했다가 들어온 건데 그건 결국 처음부터 있던 거와 다름이 없는데 왜 그렇게 화 내냐는 것이었다. 어느 쪽의 편도 못 든다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저 사이에 끼어들어 내 자신을 희생시켜 둘을 막을 생각은 없지만 들려오는 소리에 의한 생각은 어쩔 수 없다. a도 어찌 보면 불만을 가질 수 있을 거다. 우리처럼 무언가 딴 짓을 할 게 없거나 참을성이 없다면 이 긴 줄은 그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 그 자체일 거고 b의 행동은 그 테스트 용지를 그대로 찢어버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b의 입장에서 보면 또 b는 어이가 없을 수도 있다. 이 넓은 장소에 있는 사람은 열의 아홉은 모르는 사람일 터 그런 사람에게 뜬금없이 ‘볼 일이 있는데 잠시 나갔다 올 테니 새치기로 오해해주지 마세요.’ 같은 말을 할 수 없었을 테다. 그러니 일행에게만 말을 하고 최대한 빠르게 온 것일 거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의 분노 어린 고함소리를 들으면 처음엔 미안함, 조금 뒤엔 어이없음, 마지막으로 가선 같은 분노를 느낄 것이다. 그러한 누군가의 탓을 하기 힘든 말다툼은 멱살잡이로까지 이어지기 전에 나타난 안내원에 의해 제지되었고 곧 줄은 평화를 되찾았다.

  대략 멍해진다는 말이 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저 말의 의미를 절절히 체감하고 있을 즈음 우리의 순서가 왔다. 주위를 살펴 계단 근처에 배치가 되어있는 쓰레기통에 들고 있던 쓰레기들을 버리고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발을 들이밀었다. 윤영은 신났는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먼저 우리들이 앉을 곳을 골랐다. 맨 앞자리다. 다른 곳은 어떠냐고 물으려고 했는데 이미 그녀는 앉은 뒤였다. 나는 미간을 한 번 짚고 그녀의 옆에 앉았다.

  “기대된다!”

  확실히 내가 이 놀이공원에 와서 윤영과 많은 기구를 타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유독 다람쥐 쳇바퀴와 롤러코스터에는 아주 많은 호감을 표하는 것 같다. 아니, 표했다. 정말이지 무슨 사연이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내가 타자고 했던 것을 탔을 때보단 웃는 횟수가 많은 느낌이다. 뭐, 사연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슬픈 사연은 아닐 것이다. 슬픈 사연이었다면 오히려 피하지 않았을까 싶다.

  고정시켜주는 막대기가 내려오고 적어도 나는 기대 반 떨림 반으로 움직이길 기다렸다. 그녀는 기대만으로 움직이길 기다렸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차체가 덜컹 하고 움직였다. 출발 합니다~! 라는 텐션 높은 안내원의 대사와 함께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구구구궁 하는 작지만 무서운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확 내려가는 지점이 가까워지면서 높이가 올라갈 때마다 내 심장 박동 수도 함께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나 덧붙이자면 난 높은 것을 못 타지는 않지만 그 한계치는 존재한다. 그리고 난 그 한계치가 롤러코스터다. 윤영은 옆에서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고 있고 나는 무교지만 이 순간만큼은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조그마한 기도를 하나 드렸다. ‘심장마비로 안 죽게 해주세요.’ 그리고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뜨자마자 레일을 따라 아래로 곤두박질을 쳤고 나는 안전바를 꽉 잡고 눈을 질끈 감으며 비명을 질렀다.

  ...지쳤다. 오늘 하루 나누어져 천천히 올라와야 할 피곤함이 한꺼번에 롤러코스터에 모아 나를 덮친 느낌이다. 옆을 보니 윤영은 아직도 뭐가 그리 웃긴지 웃고 있었다. 아니지, 저건 비웃음에 더 가깝다.

  “왜 그렇게 웃냐?”

  “높은 거 무섭냐고 물어본 애가 눈 꽉 감고 타는 게 웃겨서?”

  라고 대답을 건네곤 작게 실소를 흘리던 그녀는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하... 조금은 부끄럽지만 저렇게 크게 웃는 건 처음 본다. 나쁘지는 않은 댓가인 것 같다.

  하늘을 바라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하긴 정오가 다 되어서 들어왔으니 대기 시간들을 합치고 계절을 고려하면 응당한 결과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지 입가에 웃음을 남겨둔 채로 나와 같이 걸으며 출구를 향해 가고 있었다. 윤영이 처음에 들어갈 땐 별로 웃고 있지 않았는데 나갈 땐 웃고 있었다. 놀이공원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너는 집에 어떻게 가?”

  “지하철 타고 가면 돼. 너는?”

  “난 버스.”

  서로의 교통수단이 다른 관계로 나는 그녀를 따라 역 앞까지 나가 배웅했다. 그녀는 이제 괜찮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나한테 괜찮다는 것을 윤영이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조심히 가라.”

  “어, 너도.”

  지하철 안까지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뒷모습이 사라지자 나는 등을 돌려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가는 중에 방금 전 내 행동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좀 웃겨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다니, 옛날에 본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장면이 아닌가? 진정한 연인이라도 된 느낌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서서 대기 시간을 확인했다. 10분이었다. 핸드폰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 시간은 흐르겠지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들어 이어폰을 꽂아 음악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음악이 처음부터 다시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가만히 있자니 오늘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러다 갑자기, 정말이지 갑자기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가리고 있던 안개가 싹 걷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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