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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르세라의 딸들
작가 : Alphafemale
작품등록일 : 2017.11.17

미래의 가상의 어느 나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성의 인구 비율이 여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자 정부가 남여를 차별하는 남아 특혜 정책을 시작한지 어언 삼십 년. 게다가 파산 직전의 정부는 도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의 개발 투자를 급격히 제한하며 도시간의 빈부 차이를 심하게 조장해왔다.

이런 불평등한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는 깡촌 르세라. 그곳에서 자란 어린 클로이가 도시 청년 케이시를 만나면서 그들의 불평등한 계약관계가 암암리에 시작된다.


alisa46@hotmail.com

englishchung@gmail.com

 
새로운 시작
작성일 : 17-12-02 19:09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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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정류장에 서서 우산도 없이 비를 피하고 있는 그녀가 안쓰러웠는지 젊은 청년 둘이 다가와 친절하게 물었다.

 

 “네… 감사합니다. 조지 스트릿이 이게 맞는지…”

 

 그녀가 바로 앞의 큰 도로를 쳐다보며 묻자 그들이 옆으로 바싹 다가와서는 그녀가 손에 든 종이를 내려다봤다.

 

 “조지 스트릿 맞아요. 그리고 저쪽 옆에 것은 리 스트릿. 그 둘이 만나는 지점이 여기니까… 잠깐만 815면…. 저 건물이 825니까 조금만 더 내려가면 있겠네요.”

 

 그의 익숙하지 않은 도시 억양과 빠른 말투가 그녀를 혼돈스럽게 했다.

 

 “그러니까… 이게 조지 스트릿이 맞는거죠?“

 

 “그렇다니까요. 조지 스트릿에, 옆의 리 스트릿이 만나서 저 아래쪽에 브로드웨이가 있고 거기에 가면…”

 

 그의 말이 다시 빨라지며 이번에는 원하지 않는 정보까지 덧붙였다.

 

 “아가씨! 가방, 가방 조심해!”

 

 누군가가 큰소리로 소리치자 당황한 클로이가 자신의 가방을 잡아당겼다. 그녀가 첫번째 청년으로 인해 주의가 산만해지는 동안 옆에 서있던 다른 청년이 그녀의 가방을 열심히 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꺄악!”

 

 놀란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그 둘이 잽싸게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서둘러 자신의 가방을 살펴보는 그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현금이 들어있는 작은 주머니가 가방의 포켓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클로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겁도 없이 홀로 기차에 몸을 실기로 한 것은 그녀의 결정이었다. 그리고 항상 말로만 들어왔던 시티로 오기로 한 것도 순전히 그녀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시티 도착 한 시간 만에 그녀는 자신의 결정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가를 실감했다.

 

 이제 비는 걷잡을 수 없이 쏟아붓고 있었다. 헤드라이트를 밝힌 차들이 빠르게 그녀 앞을 지나갔다. 도로 건너편으로 한 무리의 남자들이 큰소리로 웃으며 술집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르세라… 멍하니 비에 젖은 신발을 내려다보며 그녀가 생각했다. 르세라의 오늘은 어땠을까.

 

 

 

 

 “자네, 이제 그만 하게! 클로이는 금방 돌아올거야. 그 아이가 거기서 뭘 하겠어?“

 

 버니가 매튜를 위로하며 말했다.

 

 “아아…! 다 내 탓이예요! 클로이를 도시로 밀어보낸 미친 아빠라구요! 아… 클로이!”

 

 매튜가 머그잔에 보드카를 잔뜩 붓고는벌컥벌컥 들이켰다.

 

 “매튜, 그만해! 그렇다고 그 아이가 돌아올 것도 아닌데 자네답지 않게 이게 뭐하는 짓인가?”

 

 “클로이 엄마가 시티로 떠났을 때도 열여덟 살이었다구요. 그 이후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뻔히 아시면서 걱정하지 말라구요? 이건 우연이 아니라고요! 아아! 클로이… 아빠가 잘못했어…!”

 

 머리를 움켜잡은 그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버니가 매튜 앞에 앉으며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클로이는 강한 아이야. 어쩌면 지 엄마보다도 더 르세라의 사랑과 보호를 받는지도 몰라. 그때 그 캥거루만 해도… 자네도 봤잖나? 이런 진귀한 일이 한두번 일어난 것도 아니고. 그 아이는 르세라의 딸이라구. 그 아이가 결정하는 건 결국 르세라가 원하는 거야. 우리에게는 결정권이 전혀 없다는 거… 자네도 잘 알잖나… 이제 그만하게.”

 

 버니가 말하는 그 진귀한 일들 중의 첫번째는 클로이의 엄마가 죽고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났다. 오랜 가뭄으로 땅은 말라붙었고 양들은 점점 그 생기를 잃어갔다. 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했던 그 당시, 클로이는 다섯 살도 채 되지 않았다. 어느날 자리에서 일어난 매튜가 그녀가 침대에서 사라진 것을 알고는 혼비백산했다. 농장 주위를 다 뒤져도 그녀를 찾을 수 없었던 그가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두개의 조로 나뉘어진 그들은 먼고 국립공원을 항해 걷기 시작했다.

 

 “클로이!”

 

 “클로이!”

 

 매튜가 그녀의 부재를 발견한 그 순간부터 열두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도 그녀가 있을만한 곳을 예측하지 못했다.

 

 “클로이!”

 

 [바스락!]

 

 매튜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니 신기하게도 타조 한 마리가 서있었다. 워낙 수줍음이 많은 동물이라 웬만해서는 사람 앞에 나타나는 일이 드문 동물이다. 그런데 이 타조가 매튜의 눈에는 뭔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두어 발짝을 타조에게로 떼니 타조도 두어 발짝 멀어졌다. 다시 그가 몇 발자국을 더 떼니 타조가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타조를 따라 한 십 분 가량을 걸었을까. 르세라와 밀듀라가 처음으로 만났다는 신성한 장소로 들어간 그들이 그곳에서 클로이를 찾았다.

 

 “클로….!”

 

 “매튜, 조용히! 클로이는 지금 교감 중이야.”

 

 버니의 말에 그가 그녀를 조용하게 바라봤다. 앙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클로이가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띈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가 집에서부터 십 킬로미터도 넘는 이곳까지 혼자 걸어왔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지 엄마의 피를 이어받았어…”

 

 잠시 후 몸을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뜨린 그녀를 안고 매튜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가 없었다.

 

 “몰라… 기억이 전혀 안나.”

 

 그로부터 정확히 삼 일 후 굵은 빗줄기가 르세라를 찾아왔고 그 비는 정확히 삼 일 동안 계속해서 내렸다.

 

 

 

 “크흐흑! 클로이… 내 딸아… 널 네 엄마처럼 그렇게 보낼 수는 없어. 안돼, 클로이…”

 

 매튜가 머리를 식탁 위로 떨어뜨리고는 통곡을 터뜨렸다.

 

 

 

 

 ***

 

 임시 거처소에서 소개해준 직장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록스에 위치한 아주 바쁜 시푸드 레스토랑으로 앞에는 바다가 보였다. 바다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클로이는 매일같이 돈까지 받으면서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대만족을 했다. 게다가 그녀를 면접했던 매니저 어거스트는 호탕하고 친절했다.

 

 [띵!]

 

 주방에서 음식이 준비가 되면 음식 카운터로 전달이 된다. 경험도 없고 레스토랑에서 가장 막내인 그녀는 준비된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가는 푸드 러너였다. 일반 레스토랑과 달리 그녀가 일하는 곳은 고급 레스토랑이었기에 손님들이 테이블에서 스스로 주문하기보다는 웨이터가 직접 주문을 받았다. 물론 손님에게서 주문을 받는 웨이트리스들은 음식에 대한 지식이 많고 기본 예절이 잘 숙력된 베테랑들이었다. 그러기에 그들의 급여는 다른 웨이트리스들에 비해 훨씬 높았고 팁도 상당했다.

 

 “클로이, 이건 35번 테이블로 가져가. 손님들한테 공손히 하는 거 잊지 말고.“

 

 레스토랑에서 어거스트 다음으로 고참인 줄리는 완벽주의자였다. 이곳에서 오 년을 일했다는 그녀는 어쩌면 매니저보다도 더 실세를 가진지도 몰랐다. 실내 인테리어와 웨이트리스들의 손님 접대 예절, 테이블 셋업 등 레스토랑의 전반적인 관리를 그녀가 도맡아 하고 있었고 어거스트도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줄리는 와가 출신이야. 촌구석에서 올라왔지.“

 

 르세라가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어거스트가 와가를 촌구석이라 부르니 클로이로서는 얼굴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 잠시 멈춰섰던 와가는 시티에 훨씬 가깝게 자리잡은 작은 도시였다. 기차 운전사가 휴식이 필요했기에 그녀 또한 뻣뻣해진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녀가 ‘와~’ 소리를 연발할 정도로 흥미로운 타운은 아니었지만 밀듀라보다 사람도 차도 가게들도 많았다.

 

 어거스트가 르세라에 와봤다가는 완전 까무러치겠는걸…?

 

 그녀는 웃음이 나오는 걸을 가까스로 참았다.

 

 [띵!]

 

 음식이 카운터로 나오자 음식 이름과 함께 테이블 번호가 전광판에 보였다. 프래쉬 워터 연어 구이와 함께 다이어트 시푸드 샐러드. 테이블 번호는 1번이었다. 1번은 VIP들 중에서도 진짜 VIP들만 이용하는 테이블로 그녀의 레스토랑이 자랑하는 최고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였다. 원칙대로 하면 말단인 클로이는 VIP들 접대를 못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웨이트리스가 갑자기 병가를 낸 상태라 오늘은 그녀가 위층 VIP 손님들을 맡게 된 것이다.

 

 아, 떨려…

 

 이 손님들에게 작은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그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잘릴 거라는 것을 알았다.

 

 잘 할 수 있을거야. 평소에 하던대로 잘 웃고 음식만 테이블에 놔주면 돼.

 

 면접 때 어거스트가 한 말이 떠올랐다.

 

 [클로이라고? 넌 웃음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그거로 넌 합격이야! 내일부터 나와.]

 

 날카로운 첫인상과 달리 그녀의 웃음에서 나오는 천진난만함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과거에도 많았다. 음식이 든 접시를 손에 든 그녀가 넓은 파티션까지 쳐있는 1번 테이블로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음식 나왔습니다.”

 

 파티션 안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그녀가 먼저 조용히 말했다.

 

 “들어오세요.”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간 클로이가 확 트인 하버 브릿지와 바다 전경에 벌려진 입을 다물 수 없던 것도 잠시, 화려한 미모의 여자와 앉아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고는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 도시 남자…. 당황한 그녀가 그 자리에 어정쩡하게 서있으니 남자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샐러드는 여자 분 앞으로.“

 

 “네…”

 

 클로이가 테이블 위에 음식을 공손히 내려놓으니 앉아 있던 여자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건 내 게 아닌데.”

 

 그 말에 그녀가 놓여진 음식을 다시 확인하니 서로의 음식이 바뀌어 있었다.

 

 “죄송… 합니다!”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가 재빨리 음식을 바꿔 놓고는 허겁지겁 그곳에서 걸어나왔다. 등뒤로 여자의 목소리가 얼핏 들려왔다.

 

 “여기도 이제 다시 오면 안되겠네. 웨이트리스 교육을 이따위로 시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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