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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접근의 의도
작가 : 햐뉴
작품등록일 : 2017.11.29

막장집안에서 태어난 외동아들 제경수
전생에 무슨 업보를 지었길래, 집안에는 온통 외면하고 싶은 가족 뿐
그러던 어느 날 경수에게 완벽한 남친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환경이 환경인지라 불쑥 의심부터 먼저... 너 나한테 접근한 의도가 뭐야?
너무 완벽한 남친 선우와 그런 남친이 못내 의심스러운 경수의 이야기

 
2. 커밍아웃 (1)
작성일 : 17-12-02 16:26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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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침에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부엌으로 왔는데 최악의 아침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음식은 맛있어 보였다. 아빠는 요리를 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맛있는 음식들을 메쓰거리게 만들 얼굴이 있었다는 것이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나는 가능한 최대한 할아버지와 멀리 떨어져 앉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식탁은 4인용 식탁이었다. 수저를 뜨던 할아버지가 나를 보더니 반가운 기색을 해보였다.

 

  "오~ 우리 손주 경수구나.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구나."

  "그야 아버지가 외박하셨으니까 그렇죠. 그것도 일주일이나."

 

  아빠가 식탁 위에 먹음직스러운 프라이를 놓으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줬다. 할아버지가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외박이라니? 나는 줄곧 이 집에 있었다. 니들이 내게 관심이 없는 거겠지."

  "카드에 스페인 행 항공권 결제내역이 찍혔더라고요."

  "...그건 외출이었다. 사소한 외출."

  "아무렴요."

 

  아빠는 덧붙였다. "경수가 아버지처럼 외출을 했으면 전 그날로 경찰서에 신고했을 거에요. 가출 청소년으로요." 문득 궁금해졌다. 근데 왜 아빠는 할아버지를 신고하지 않았을까? 아빠는 이미 할아버지를 체념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저 흠, 하고 딴 척을 부릴 뿐 그 사실을 별로 서운해하진 않았다. 아무튼 저 말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나를 겨냥한 말이 분명했다. 아빠는 내가 할아버지를 닮을까봐 은연중에 두려워했다.

 

  나는 국을 뜨다 말고 고개를 올렸다.

 

  "아. 할아버지. 궁금한 게 있어요."

  "오. 네가 내게 궁금한 것도 있다니. 뭐냐?"

 

  할아버지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아빠 역시 의아해하는 낯빛이었다. 나는 할아버지를 한심하게 생각했고,그러니 할아버지에게 질문 따위를 한 적 또한 없었다.

 

  근데 이 얘기를 해도 될까? 가족끼리 단란히 아침 식사하는 자리에서... 음... 하긴 옛날엔 할아버지 옛 애인 세 명이 머리채 잡고 우리 집에 뛰어든 적도 있었지. 나는 일말의 고심 없이 물었다.

 

  "옆집 할머니랑 사겨요?"

  "..."

  "..."

 

  아빠의 눈이 커졌다. 아빠가 뜨악한 얼굴로 할아버지를 쏘아보았다. 할아버지는 시선을 회피한 채 헛기침만 했다.

 

  "아... 아..." 아빠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리기 시작하더니, 시원스럽게 터졌다.

 

  "아버지- 또에요?!?!?!"

  "...그게 말이ㅇ,"

  "경수한테 또 무슨 모습을 보인 거에요?!"

  "아니아니, 나는 억울하다. 난 연애한 죄 밖에 없어."

 

  할아버지가 도와달라는 듯 애절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능청스럽게 프라이를 베어물었다.

 

  "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본 게 아니라 같은 반 친구한테 들은 거에요. 자기 할머니랑 사귄다고."

 

  아빠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커지며, 폭팔했다.

 

  "뭐라고?! 아버지, 이젠 하다하다... 경수 친구네 할머니까지 건들여요?!?!"

  "아니, 나는...!"

  "아버지 때문에 제가 옛날에 얼마나 많은 친구들과 절교한 줄 알아요?! 근데 이젠 하나 밖에 없는 손주까지 외톨이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어요?!?!"

 

  아빠의 언성이 점점 더 높아졌고, 나는 "잘 먹었습니다-"라는 짤막한 인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엌을 빠져나가는 내내 뒤에서 할아버지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아... 왜 그러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년에게 연애는 아주 중요한 거라고 했어... 왜, 요즘 우울증 거려서 자살하는 노인네들도 많잖아. 노년기의 연애는 그런 우울한 생각들을 막고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신체를... 그리고 할아버지의 씨알도 안 먹히는 변명은 곧 아빠의 언성에 멎어들어갔다.

 

 

 

  아무도 없었지만 "다녀오겠습니다-."란 인사를 의례적으로 한 뒤 밖으로 나왔다. 한여름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훅 끼쳐들어왔다. 더위엔 질색이다. 몸 위로 달라붙는 끈끈한 기류가 싫어 반사적으로 몸을 떨며 눈을 찌푸리다가, 담장 앞에 드리운 인영을 알아보고 놀란 눈을 키웠다.

 

  "...유선우?"

 

  기다란 인영의 고개가 느릿하게 돌아섰다. 내 쪽으로. 미친. 진짜 유선우잖아.

 

  "안녕."

 

  내가 담장 밖으로 나오자 유선우가 내게 살며시 손을 들어 인사했다. 나는 얼떨결에 따라 인사했다. 손까지 팔팔 흔들면서.

 

  인사가 끝나니 더위보다 더 소름돋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대화를 위해 아무 말이나 던졌다.

 

  "여긴 웬일이야?"

 

  병신 아냐? 옆집이고 등교길이니까 우연히 만나 거지. 아무 말 던지랬다고 진짜 아무거나 던지냐? 그런데 유선우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진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너랑 같이 가고 싶어서 기다렸어."

 

  이 상황에서,'지금 기다렸다고 생색내는 거야? 누가 기다리랬어? 엉?' 이라고 물으면 내가 너무 못된 새끼겠지. 그래, 그냥 입다물고 가자. 그렇게 조용히 걷다가 괜히 유선우와 같이 걷고 있는 상황이 어색해 관자놀이를 긁으며 물었다.

 

  "언제부터 기다린 거야?"

  "얼마 안 됐어."

  "그니까 언제부터?"

  "한 십 분 정도."

 

  미친. 십 분이면 집에서 잠이나 더 자고 말지. 이 땡볕에 말없이 십분이나 서 있었다니, 물론 우리가 약속시간을 따로 정한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조금 미안해졌다. 그래서 괜히 말이 더 툴툴거리게 나갔다.

 

  "초인종을 누르지 그랬어. 안에서 기다려도 됐을 텐데."

 

  내 툴툴거림에 유선우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내가 멋대로 기다린 거잖아."

  "..."

  "앞으로 같이 가도 돼?"

  "... 이미 와 놓고선."

 

  내가 뾰로통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유선우가 눈을 예쁘게 휘어올리며 웃었다. 순간, 나는 다른 생각 따윈 다 잊어버린 채 넋 놓고 유선우의 웃음을 보았다. 정말 아름다운 미소였다. 휘어진 눈이 꼭 초승달 같았다.

 

  너무 빤히 쳐다보았나. 예쁘게 웃던 유선우가 금세 웃음을 지우곤 뭐냐는 듯 나를 쳐다보았고,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나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김현수한텐 뭐라고 하지. 우리 관계에 대해 말야."

 

  나는 당연히 유선우가 '미쳤어? 그걸 왜 김현수한테 말해.'라고 할 줄 알았지만, 유선우가 담담하게 내뱉은 대답은 너무나 의외의 것이라 나를 충격과 혼란에 빠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우리 사귄다고 해야지."

  "뭐? 미쳤어?"

  "... 왜?"

 

  유선우는 되려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우리가 사귄다고 말해?"

  "사실이잖아."

  "그게 무슨 사실... 이긴 하지만. 그래,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걸 어떻게 그대로 말하냐고."

  "그럼 뭐라고 해? 네가 내 애인이라고 해?"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니, 혹시 얘 외국에서 살다 왔나? 뭐 이렇게 오픈 마인드야.

 

  "여긴 korea잖아."

  "응."

  "우린 사귀... 긴하지만 서로 남자고."

  "게이지."

  "뭐?"

  "그걸 게이라고 해."

 

  유선우가 쐐기를 박듯 덧붙였다.

 

  "우린 게이야."

  "..."

 

  그래, 요약해줘서 참 고맙다.

 

  "그래... 아무튼 우리가 게이...인데. 내 말은, 한국 사회는 그걸 용납 안 한다는 거지. 아마 우리를 정신병 취급할걸?"

  "안 그래."

  "아니, 그래! 너 게이 영화 본 적 있어?"

  "퀴어 영화."

  "... 그래, 게인지 퀴언지 하여튼 그런 영화 본 적 있냐고."

 

  입을 다문 유선우를 향해 나는 따발총처럼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의견에 대해 깐족거리며 딴지를 거는 것은 내가 잘하는 일 중에 하나였다.

 

  "우. 연. 히. 그런 영화를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게이로 태어난 두 사람이 결국 자살하는 내용이었어. 물론 우리가 자살할 거라는 얘기는 아니야. 뭐... 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난 아니거든. 하지만 게이-아니, 퀴어 영화의 결말은 대체로 새드엔딩이고 그런 영화는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는 평을 듣지. 그게 무슨 뜻이겠어?"

  "..."

  "이 사회가 게이를 용납 못한다는 뜻이잖아? 김현수가 얼빵하게 생기긴 했어도... 실제로 하는 짓도 얼빵하긴 하지만. 어쨌든 걘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남학생이라고."

  "..."

  "우릴 이해 못 할 거야."

 

  나는 말을 끝낸 후에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고, 내내 조용히 듣고 있던 유선우는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본 채 조용히 걸을 뿐이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서 나는 더 왈가불가하지 않았다.

 

  한참을 잠잠히 걷던 유선우가 마침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래도 말해야겠어."

 

  유선우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단호함이 뚝뚝 떨어지면서도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수는 너랑 가까운 사이잖아. 앞으로 나하고도 친해질 테고.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

  "만약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건 현수의 몫이야."

 

  그러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현수는 네 친구니까, 네가 정 원하지 않는다면..."

  "됐어."

 

  나는 유선우의 말을 끊어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냥 말하지 뭐. 난 그냥 위험성을 말했을 뿐이야."

 

  그걸 각오 한다면야 뭐. 애초에 김현수는 고민거리도 아니었지. 걘 단순한 애니까.

 

  우리의 논쟁 아닌 논쟁은 이렇게 해서 약간 허무할 정도로 끝이 났다.

 

  "근데 원래 그래?"

 

  내가 유선우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묻자, 유선우가 "뭐가?"하며 되물었다.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에 설핏 웃음이 날 것 같았다.

 

  "원래 그렇게 당당하냐고."

  "..."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뜸을 들이던 유선우가 잠시 뒤, 간단명료하게 대답을 내놓았다.

 

  "당당하지 못할 건 아니니까."

 

  꽤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말에 대하여 특별히, 내 특기인 '딴지걸기'를 시전하지 않았다.

 

  그때 유선우가 옆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손잡을래?"

 

  나도 모르게 숨을 헉, 들이켰다. 고개를 홱 돌려서, 놀란 눈으로 유선우를 쳐다보았다.

 

  "... 내가 왜?"

 

  유선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뭐가 어떠냐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우린 사귀니까."

  "...!"

  "...?"

  "... 싫어."

 

  나는 단호하게 대답한 채 유선우를 외면했다. 그리고 애써 걸음을 빨리했다. 곧이어 유선우가 긴 다리로 달음박질하며 내 옆자리로 따라붙었다.

 

  "왜?"

 

  유선우가 순진하게 물었다. 나는 절대로 유선우 쪽을 쳐다보지 않으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네 손에 박테리아 많을 것 같아."

  "..."

  "..."

  "... 나 손 잘 씻는데."

  "데톨 써?"

  "아니."

  "그럼 영원히 안녕이야."

 

  도도한 척 하느라 보고 있진 았지만, 아마도 유선우가 나를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았다. 딱 그런 류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치만 나는 계속 모르는 척 했다.

 

  사실 내 손도 데톨로 안 씻지만. 뭐 지가 어쩔 꺼야. 우리 집 재활용통을 뒤지지 않는 한 알아챌 일은 없을 텐데.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햐뉴입니다 :)

 심사위원님들... 끝까지 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제 글이 웹툰이나 웹드라마의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bl로 느끼실 수도 있지만 사실 bl을 첨가한 <성장물>입니다. <성장하지 않는 성장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발 끝까지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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