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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백제의 한
작가 : 바위
작품등록일 : 2017.11.29
백제의 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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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한 가능성 있는 허구, 그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

 
백제의 한
작성일 : 17-12-02 13:05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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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잠에서 깨어난 복신은 급하게 흑치상지를 찾았다. 하지만 흑치상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흥망계절의 정신이 의자와 특별히 관계가 없다, 는 사타상여의 말에 움찔하던 흑치상지였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가? 하고 흑치상지가 사타상여에게 물었을 때 사타상여는 이렇게 대답했다.

  - 사실 흥망계절의 정신은 귀족들이 백성들을 선동해 자신의 신분과 위치를 지키려는 속임수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신분과 위치를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소정방에게 항복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흥망계절의 정신을 이용해 백성들을 부추겨 싸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자신들을 위해 흥망계절의 정신을 이용하는 것이지 백제나 어라하를 위한 것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이런 시국에 그들이 어라하의 소집명령에 쉽사리 응하겠습니까?

  흑치상지는 사타상여의 말에 흔들려 일찌감치 사비로 떠났다. 사비의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결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복신은 흑치상지가 보이지 않자 지수신에게 따지듯 물었다.

  “어찌된 건가. 군사들을 모으라 했더니 흑치상지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사타상여도 보이지 않는데, 도대체 무슨 수작들을 부리는 건가.”

  “좌평어른, 진정하십시오. 흑치장군은 지금 사비성으로 가셨습니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돌아오시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제게 군사 모으는 일을 맡기고 가셨습니다. 제가 철저히 준비를 하겠습니다.”

  복신이 생각할 때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내 명령을 거역하고 멋대로 행동을 하다니, 흑치상지가 그럴 리가. 일이 이렇게 되면 웅진성이 위험하다. 지금 웅진성은 어찌되고 있단 말인가.’ 복신은 탁자를 탁탁 치며 지수신을 추궁했다.

  “지금 웅진성은 어찌되고 있는가.”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걸 어찌 믿어!”

  복신은 목구멍이 찢어질 듯 소리를 지르며 가슴을 세차게 두드렸다. 하기야 변화무쌍한 전시에서 들어오는 이런저런 정보를 다 믿을 수도 없고, 금세 확인할 수도 없는지라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복신이었다. 그런 복신과 달리 지수신은 급할 것이 없었다. 그 역시 백제의 여느 귀족들과 마찬가지로 왕인 의자가 우선은 아니었다. 사실 지수신도 의자에게 특별한 은혜를 입지 못하고 지방에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는 한미한 무장에 불과했다.

  “좌평어른, 흑치상지 장군께서 오늘 밤 안으로 돌아오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동안 제가 군사들을 모아볼 테니 기다리고 계시다가 장군이 돌아오면 웅진성으로 가시지요.”

  “에라, 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복신은 답답했지만 지수신과 함께 군사 모으는 일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군사들은 속속 모아져 그날 모은 숫자만 오천에 육박했다. 그 군사들 역시 오합지졸이었지만 정무의 군사들이 그렇듯 잠재된 힘은 무한했다. 군사들이 모아지자 복신은 자신감이 끓어올랐다. 이대로라면 몇 만의 군사라도 모을 것 같았다. ‘흑지상지가 돌아오자마자 웅진성의 어라하께 가서 배신자 예식 놈을 응징하리라.’

 

  지수신의 말대로 흑치상지는 사타상여와 함께 사비성 부근에 숨어 도사리고 있었다. 여럿이 움직이면 들킬게 빤했음으로 단 둘 뿐이었다. 흑치상지는 허술한 틈을 타 신라 병사들의 옷을 뺏기로 했다. 그들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출입이 자유로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덥수룩한 수염이 문제였다. 칠 척에 가까운 키와 부리부리한 눈썹 등 범상치 않은 외모 또한 눈에 띄는데 일조할 것이다. 흑치상지는 결국 수염과 눈썹을 박박 밀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살기 위해 이 짓까지 하는구나. 내 평생 이렇게 살지는 않았거늘 참으로 치졸하다.’ 하지만 망국의 상황에서 천하의 흑치상지도 어쩔 수 없었다.

  흑지상지가 길게 기른 수염과 눈썹을 자르고 있을 때 신라의 병사들로 보이는 몇 명이 가까이 다가왔다.

  “백제 년들이 삼삼하긴 한데 강물에 뛰어들어 죽는 것들이 대부분이니. 거, 천하절색 궁녀들도 상당히 많던데. 아깝다, 아까워.”

  “그러게 말일세. 그렇게 뒤질 바에는 나나 한번 만나고가지. 뭣 하러 생목숨을 버린담.”

  “그나저나 웅진성으로 도망친 백제 왕 놈을 잡으러 간다더니 언제나 간대?”

  “아, 당나라 놈들의 노략질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언제 갈지 모르지. 하기야 왕이 웅진성으로 도망쳐봐야 독안에 든 쥐새끼 아닌가?”

  신라 병사들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어런더런하며 바지춤을 풀었다. 노란 오줌이 지린내와 함께 흑치상지의 얼굴로 쏟아졌다.

  “이런, 개자식들!”

  참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었다. 놈들의 말을 더 들어 보려고 한 것이 실수였다. ‘차라리 때려잡아 놓고 문책을 할 걸.’ 그렇지 않아도 자신을 치욕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던 흑치상지는 하찮은 병졸들이 싸댄 오줌을 뒤집어쓰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야아!”

  거구의 몸이 새털처럼 가볍게 날아올랐다.

  “빠악 빠악 빠악”

  전광석화와 같은 흑치상지의 정권에 신라 병사들은 뼈가 박살나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사타상여는 허겁지겁 그들의 멱살을 거머쥐고 언덕 밑으로 끌어 내렸다.

  “이 놈들을 죽여 버려야겠다.”

  “장군, 참으십시오. 오줌 좀 맞았다고 구지 죽이실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사타상여의 말처럼 천하의 흑치상지가 얼굴에 오줌 좀 맞은 일로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에이, 더러워서 원.”

  사타상여는 신라 병사들의 갑옷을 벗기고 적당한 크기를 골라 입었다. 하지만 흑치상지가 문제였다. 맞는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통이 큰 흑치상지에게 맞는 투구도 없었다. 사타상여는 억지로 끼워 입은 갑옷으로 엉거주춤하게 돌아다닐 흑치상지를 상상했다.

  “장군, 안되겠습니다. 이대로 가면 오히려 의심을 더 받게 됩니다. 제가 가서 사정을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그동안 이 놈들에게서 필요한 정보나 캐내십시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말단 신라 병사들의 망이나 보고 있어야할 처지를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 더구나 그들에게서 빼낼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었다. 사타상여는 흑치상지에게 신라 병사들을 맡기고 사비도성으로 불안한 발걸음을 옮겼다. ‘하기야 야전사령관 격인 나보다는 사비의 대 귀족인 사타상여를 통해 사태를 파악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겠지.’ 흑치상지는 씁쓸하게 웃으며 신라 병사들의 머리에 꿀밤을 한 대씩 먹였다. 신라 병사들은 머리에 꿀밤을 맞고 옆구리를 만지며 괴로워했다. 무지막지한 흑치상지의 주먹에 갈빗대가 나간 것이다.

  사비의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사타상여는 오리무중이었다. 배가 고픈 흑치상지는 신라 병사들을 윽박질러 주먹밥을 뺏어 먹었다. 기다림에 지쳐 화가 나면 또 다시 병사들의 머리통에 주먹만 한 혹을 만들었다. 그 때마다 병사들은 갈빗대를 잡고 나뒹굴었다. 갈빗대가 나간 병사들은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툭하면 꿀밤을 메겨 고통스럽게 만드는 흑치상지. 웃지도 울지도 못할 기묘한 상황이 사비도성외곽 언덕아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흑치상지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려 할 때 사타상여의 인기척이 들렸다. 흑치상지는 내심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 양 반가웠지만 겉으로는 잔뜩 무게를 잡고 투덜거렸다.

  “왜 이리 늦은 게야?”

  “말도 마십시오. 제가 하루 종일 자세하게 살펴보고 귀족들을 만나 돌아가는 사태를 파악했습니다. 사비는 지금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물론이고 귀족들까지 무지막지한 봉변을 당하고 있습니다. 연합군 놈들은 남아있는 귀족들을 죄다 잡아다 놓고 개나 돼지 대하듯 합니다. 그나마 감추어둔 재산을 내 놓으면 조금 봐주는 것처럼 하다가 더 내 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없다고 하면 발로 짓밟습니다. 놈들은 독이 바짝 올라있습니다. 지금으로써는 항복을 한들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항복을 할 것이냐, 흥망계절의 정신을 이용해 봉기를 할 것이냐. 귀족들이 개돼지 취급을 받는다면 흑치상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빤했다. 하지만 흑치상지는 다른 말을 했다.

  “지금은 놈들이 험악하게 굴어도 결국 우리 귀족들의 협조를 받지 않으면 백제를 장악할 수 없다. 생각이 바뀔 것이다. 그러니 일단 임존성으로 돌아가서 기다려 보자.”

  “그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흥망계절의 정신을 이용한 봉기는 다음 일이니까요.”

  “그럼, 웅진성으로 가는 일도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군.”

  “당연하지요.”

  복신은 의자가 걱정돼 안달복달하고 있는데 흑치상지와 사타상여는 죽이 척척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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