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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청천무가: 푸른 하늘에 노랫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작가 : TeamVariation
작품등록일 : 2017.11.30

靑天無歌
Present by Variation

방대한 발타 연대기의 시작에 어울리는 동목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Variation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명품 판타지를 제공해드립니다.

 
제 1 장: 염방 (3)
작성일 : 17-12-02 02:11     조회 : 328     추천 : 4     분량 : 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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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한 마디로 벙찐 얼굴이다. 염방은 문틀이 닳도록 오갔던 상천당 앞마당에서 길을 잃었다. 이틀이 넘도록 세안은 고사하고 환복조차 하지 못한 탓에 그 형색이 흡사 외성의 빈민들과 다를 바 없다. 그 꼴이 예와 같아, 정신이 아득해졌다.

 

  부모님이 눈먼 칼에 맞아 돌아가시던 날, 방화에 홀랑 타버린 집을 배경으로 두고 성한 곳 없는 몸에 동생만 꽉 끌어안고 떠났다. 굶주려 빈민촌에 흘러 들어가 없는 살림을 털어 생쌀이라도 물에 타 두 입에 닥치는 대로 쑤셔 넣었다. 몇 번은 그것도 걸려 매를 맞기도 하였다. 이대론 둘다 죽는다 싶어 살림을 봐주던 어멈 하나가 생각나 인상착의만 물어 어찌 찾아가 대뜸 동생을 안겼다. 눈 먼 복수할 대상도 없어 분풀이 하듯 잡은 검엔 나름 재능이 있어서, 칼 밥을 꽤나 먹었다. 그런 중에 외유 나왔던 천율방을 만났다. 몇 번 오갔던 술 잔에 호기로움이 였던지 대뜸 충성을 맹세한 것은 그때의 천율방의 꿈은 찬란히도 빛났기 때문이다. 힘이 되어주겠다는 말에 왔던 길을 되돌려 동생을 찾아갔다. 오랜만에 보는 오라비를 잊지도 않고 반갑게 맞아주는 여동생의 손에 청혼서를 들려주었을 때, 염방은 감히 이런 상황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리 생각하니, 자신도 소연도 한없이 안쓰럽기만 하다. 처지가 우습기도 하다. 과연 나는 무엇을 꿈꾸고 숱한 선택들을 내려왔는지 지나온 길이 막막히 멀어 되돌리지 못했다.

 

  염방의 시야 끝자락에 희미하게 인형이 잡힌다. 흡사 죄인을 방불케 하듯 맨땅에서 뒤꿈치를 들고 상천당을 빠져 나온 하진을 마주한다.

 

  하진은 목덜미에 갑작스레 전해지는 싸늘한 기운에 찬 물방울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충혈된 눈으로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염방이 서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주저 앉자 염방은 서서히 다가온다. 미끄러지듯이 오는 게 귀신인지 사람인지 의심스럽다.

 

  자신이 귀신이라도 되냐는 그의 물음을 입 꼬리를 올리며 웃음으로 답하지만, 까닥 잘못하면 목이 날아갈 판국에 부담스러움은 감출 수가 없다. 빨리 자리를 피했어야 했는데 숨 돌린다고 기대 있던 게 후회스럽기만 하다. 염방이 손을 올리자 아찔한 장면이 뇌리를 스쳐 시선을 외면하며 눈을 질끈 감았지만 염방은 차분히 그를 일으켜 세울 뿐이었다. 먼지를 툭툭 털어주면서, 어찌 후계가 나아질 방도가 전혀 없냐는 질문이 들려왔다.

 

  당황스런 질문이다. 맹안이 질병도 아니고, 의술이 극에 달했다는 중음에도 그런 방도는 없을 것이다. 목이 잠겨 답은 못하고 고개만 도리질을 친다. 땅으로 쳐지는 그의 한숨에 저절로 자세가 낮춰진다.

 

  하진으로선 억울하다. 무슨 신선도 아니고. 나면서부터 가지고 태어난 숙명과도 같은 장애를 어떤 수로 고치겠는가. 의원이라는 족속이 사람 명줄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자고, 인사들이 보기에는 죽을 사람도 살려내는 주술사 같게 보여도, 그 또한 사람이었고. 기적은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괜히 불쑥 튀어 오르는 불만으로 화근을 한 번 더 뱉었다.

 

  “게다가, 자극에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과, 사지의 힘이 약한 걸 보아한데 출산이 지연되어 혹여 다른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저어 되기도 합니다만.”

 

  아이가 지체아일 수도 있다는 말에, 크게 화가 난 염방은 허리춤에 있던 칼을 빼어 든다. 쇠붙이가 맞닿는 소리만으로도 온 몸에 생채기가 남는 것만 같다. 죽이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한 말이건만, 하진이 앓는 소리를 내며 염방 앞에 무릎 꿇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아 애원했다.

 

  볼썽사나운 모습에 노기가 가라앉은 염방은 상황만 꼬이게 될 것을 저어하여 도리없이 칼을 집어 넣는다. 하진은 걸음아 살려라 도망 나가고. 도리어 시름만 얹은 염방은 상천당 안으로 들어섰다. 속절없이 발에 채이는 것도 없었다.

 

  불과 몇 시간 전 까지만 해도 이 곳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문안에는 자신과 가주의 꿈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저 안에는 이제, 꺾여 절망이 되어버린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염방은 용기가 나지 않아 헛기침만 반복하였다. 지쳐 잠든 소연을 돌보던 맹노가 부은 눈을 하고서 문을 반틈만 열었다. 얼굴의 반만 나온 맹노의 얼굴에는 원망만 가득하다. 가모를 뵐 수 있냐는 염방에 말에 맹노는 잠시 기다리라 냉기만 남기고선 문을 닫아버린다.

 

  자신이야 할 말이 없었다. 피 한 방울 조차 섞이지 않은 노파 만이 곁을 지키고있다.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었던 마음에 치뤄왔던 세월이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끊임 없이 망(望)하며 살아가야 했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면 하늘 위는 아니더라도 그 바로 밑에는 있을 수 있겠다 믿었다.

 

  그러나 주춧돌은 신기루였던지 사라져버려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밟고 올라서면서 망(忘)한 것들이 이제야 보인다. 외면하고 싶지만, 도망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자리를 지켰다. 한참 뒤에 문이 열리고 맹노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과 들어오시라 한다. 염방이 누이의 방으로 들어섰다.

 

  침상에 기대있는 여인이 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염방은 말을 꺼내지 못하고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 참담한 몰골이 아득하게만 보였다. 한편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든 아이가 야속하다. 고생했다 말을 꺼내야 할까?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를 할까?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하염없는 시간이 등을 떠밀어 염방은 소연에게로 다가갔다.

 

  소연은 오라비와 마주하며 그에게 보인 적 없던 불안감을 토해낸다. 오라비는 알고 있는지, 나는 누구이며, 이곳에 어찌하여 있는 것인가에 대하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소연은 물었다.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소연은 알고 있었다. 자신은 행복하지않다. 그럼에도 소연은 제 인생의 철저한 타자인듯 혹은 관찰자인 듯 어떤 불만이나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것이 제 팔자려니. 업보려니 하며 입 꾹 다문 체 온 몸으로 버텨 온 것이다. 그 끝에서 소연은 결국 무너지고 있다.

 

  염방은 누이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 할 수 있는 것이 어깨에 손을 올려 모두 잘 될 것이니 걱정말라는 거짓말 밖에 없어 그것만 남겨두고, 억지로 잠을 재웠다. 술에 취한 듯 기억이 희미해 진다. 피곤함이 온 몸을 누르고 있지만, 처소로 돌아갈 새가 없다. 염방이 대기하고 있던 운연을 불러 청천회 간부들을 소집했다.

 

  때 아닌 소집령에 정천당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시동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간부들에게 대접할 다과를 준비하고 있고 상석에 자리 잡은 천율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간부들 사이에 묘한 설렘이 흐르고 있다. 그들도 천부에서 기지개 꽤나 피는 인물들이었기에 오면서 제법 많은 소리를 듣고 왔다. 간부들은 눈치껏 작게 정보를 나누며 정천회주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율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개회를 선언한다.

 

  천율기는 가모가 여식을 출산한 소식을 들었느냐고 물었다. 눈치만 보며 침묵을 일관하고 있는 간부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다들 근질거리는 입을 조심하고 있음이다. 면면들을 보아하니 그들이나 자신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 천율기는 지금쯤 염방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잔뜩 구겨진 얼굴로 제 동생에게 화를 내고 있을까? 떠나는 가주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눈물만 질질 흘리며 호소를 하고 있을까? 역시 사람이란 제 주제를 알아야 한다고, 근본 없는 놈에겐 과분한 자리였다. 자신만 하더라도 이른 나이에 쟁쟁한 천부 권력자들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 얼마나 많은 암투와 기계를 펼쳐야 했는지. 율기는 이 자리가 심히 만족스러웠다.

 

  “후계를 생산하신 가모께서는 강건하시나, 후계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보요.”

 

  같지 않은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늙은 구렁이들. 속이야 빤히 들여다보이는 바, 다들 쾌재를 부르고 있을 터다. 개중 목에 힘 좀 준다는 이들은 가주께서 속이 많이 상하셨겠다는 둥, 너스레를 떨어 댄다. 흥분한 간부들은 이게 다 미천한 이가 권력을 잡아 하늘이 노하신 것이 아니냐며 염방의 이름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에 동조하는 과격한 이들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당장 달려가 가모를 끌어 내려야 한다고 소리쳤다. 천율기는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시간이 흘러 소강 상태로 접어들자 비로소 율기는 입을 떼었다.

 

  “우리야 말로 고천을 생각하는 충신들이 아니겠소. 이런 위기 상황을 잘 대처해서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해 봅시다.”

 

  정천당이 박수 소리로 가득찬다.

 

  정청부에 새로 지어진 청천당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뿌듯하였다. 쥐뿔 가진 것 없이 거리만 전전하던 놈이 번쩍번쩍한 건물로 좋은 옷을 입고 등당하는게 새삼 자랑스럽기도 하였고, 정청부로 가는 길목의 민들이 눈짓과 고갯짓으로 아는 체 하는 것이 즐겁기도 하다.

 

  오늘은 그 거리에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염방을 웃음을 띄우며 안녕을 전하는 늙은 상인이 황급히 안으로 들어간다. 거리가 텅 빈 듯 하다. 항상 분주하던 곳이 걸음에 채이는 것이 없어, 죄인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는 당으로 향했다.

 

  본래 회의가 시작하기 전 까지 사담과 웃음이 끊이질 않았건만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애써 태연한 척 시시콜콜 안부인사를 건네어도 어색한 미소만 돌아온다. 정청당. 고요함에 깔려 모두가 죽어가고 있었다. 염방은 개회를 선언하며, 새벽의 일을 전하였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염방은 덤덤히 말을 이어 나간다.

 

  “시국이 이러하니 본론으로 접어들겠소. 정천회 쪽에서 아마 이를 기회삼아 우리를 팽하려 하겠지요. 정천회주도 참석한 자리였으니, 반응은 빠를 것이 외다.”

 

  간부들은 안타까운 소식에 슬퍼해주지는 못할 망정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그들의 악질에 욕을 해댄다. 염방은 그들과 우리가 다를 바 없다 생각했다. 반전된 상황에서, 과연 나는 함께 슬퍼해 줄 수 있는가? 인간이란 존재는 이기적이기에, 그것이 정도에 어긋나는 일일지라도 제 뜻과 합치한다면 기필코 그러한다. 천부에서 꽤나 굴렀던 그가 보기엔 정사(政事)는 논함에 있어서는 언제나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게 되어있었다.

 

  과격한 간부 몇몇이 어차피 힘 없는 늙은이들 무력으로 제압하면 안되느냐는 식으로 열을 낸다. 특히나 명두천이 벌떡 일어나 봉기라도 할 듯하다. 염방은 힘없이 만류한다. 이미 정천회에서는 명확한 약점을 가지고 우리의 급소를 노리고 있을 텐데 무작정 달려드는 것이 자살과 무엇이 다를 것이 있냐며 참담하게 토로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 있을 중앙 회의를 어떻게 버텨내느냐 이다면서, 후일에 대한 논의는 잠시 미루고 침착함을 유지하라는 당부와 함께 자리를 파한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Vari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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