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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청천무가: 푸른 하늘에 노랫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작가 : TeamVariation
작품등록일 : 2017.11.30

靑天無歌
Present by Variation

방대한 발타 연대기의 시작에 어울리는 동목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Variation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명품 판타지를 제공해드립니다.

 
제 1 장: 염방 (2)
작성일 : 17-12-02 01:34     조회 : 353     추천 : 4     분량 : 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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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이를 받은 맹노는 환한 웃음을 띄우며 여아라는 소식을 전한다. 소연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아이의 성별보다는 당장으로 닥칠 위기감만 머리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운명적인 직감일 수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아무런 상관없는 불안감일 수도 있었다. 소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땀을 채 닦지도 못한 하진이 아이를 넘겨 받아 살폈다. 배에 손을 얹어 가녀린 몸부림을 느껴보고 혹시나 싶어 부리 같은 입에서 숨결을 확인하고야 한 시름 놓았다 싶어 피식 웃음이 세어 나왔다. 그는 마음 고생, 몸 고생시킨 얼굴이나 한 번 보자며 아이를 들어올렸다. 가볍게 들리는 건 갓 태어나서 그렇다고 치는데, 아이에게서 묘한 이질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굳어진다. 이틀 간 잠은 고사하고 눈 한번 제대로 감지 못한 탓에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라 믿으며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아도, 그는 틀리지 않았다. 몹쓸 것을 내팽개치듯 맹노에게 아이를 넘겨주고 하진은 돌아서 머리를 움켜쥐었다. 당장에 문 앞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두려움이 앞선다.

 

  맹노는 놀라며 후계 아가씨를 받아 들고, 무슨 짓이냐며 하진을 다그쳤다. 자신의 말에는 답도 없이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무언가 사단이 난 것 같았다. 턱에 힘이 들어가며 고인 침이 목 뒤로 넘어갔다. 떨리는 손으로 후계 아가씨 얼굴을 바라보니. 맹노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 하였다. 애써 눈을 뜨고 있는 아가씨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맹노는 눈물만 핑 돌았다.

 

  염방과 천율방은 인기척 없는 방문 뒤에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고 들어서고 싶었다. 꿈틀거리는 그들의 걸음을 알기나 하는 것인지. 하진은 아직도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신경이 곤두서 있는 맹수같은 이들에게 비보를 전해야 하는 것이 왜 하필 자신인지. 이 아이가 고천의 다음 패권의 중심이라는 것 때문에 자신이 전할 소식의 파급효과가 얼마나 거대하고 두려운 것인지. 혹여 자신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지. 하진의 시간은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마른 목으로 공기만 넘어간다.

 

  단지 남일이라 떠 넘긴다고 책임의 화살을 피해가기에 어려울 것이다. 탄생의 순간 뿐 만 아니라 산모의 건강을 책임져 온 것도 자신이다. 뜨거운 공기와 얽힌 피비린내에 정신이 혼미한 것이다. 하진은 창을 열어 맑은 공기를 간헐적으로 들이 마신다. 다시 아이에게 다가가 신중하게 눈을 열어보았다.

 

  하진은 흰 백태가 뿌옇게 낀 어떤 공허와 마주한다. 참담함과 허무함을 목도하고, 온통 어둠과 마주한 그가 문밖으로 나선다.

 

  문 뒤에서 보이는 그림자에 하진은 뒷걸음질을 쳤다. 자세를 고치려 애쓰지만 풀려버린 다리는 제 마음과 같지 않았다. 두 손을 어깨에 올렸을 뿐인데 무슨 힘이 이렇게도 센 지. 줄 곳 이 앞을 지키는 것 같더만 귀신이 틀림없다. 후계는 어떠하냐는 질문들에 하진은 쉬이 답하지 못하고 등뒤가 오싹해지고 있었다.

 

  천율기는 식은땀을 흘리며 답을 주저하는 하진을 보면서 일이 요상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뒤통수를 직감이 팽팽하게 당겨 오는 것이 왜 인지 입이 말려 올라가는 기분이기에 뒤편으로 기대 있던 몸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녀만 느끼고 있는 게 아니다. 염방 또한 문 뒤를 확인해 본 것도 아니었건만, 낌새를 보아하니 결코 좋은 소식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모골이 송연해짐을 체득하고 있었다. 가관은 천율방의 안색이다. 하얗게 뜬 모습이 분노로 그런 것인지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남에 아득한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답답함이 가장 큰 천율기가 나서서 무슨 일이기에 말을 꺼내지 못하냐고 다그친다.

 

  “자네 눈에는 여기 서있는 인사들이 한가해 보이는가?”

 

  하진이 말을 더듬으며 잇지 못하고, 떨리는 다리며, 허리를 쿡쿡 찔러 대는 이유는 부리부리한 염방의 시선을 맨 몸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집요하게 목을 노리는 것이 뾰족한 맹수의 어금니인지, 허리춤에 매어진 검인지. 귀신 같은 얼굴의 가주도 성격이 만만치 않아 수틀리면 손부터 나가지 않는가? 눈을 꽉 감은 체 목구멍을 열어버렸다.

 

  “산모께서는 강건하시나, 후계의 안구에 하얗게 백태가 꼈고, 초첨이 잡히지 않은 걸 보아하니. 감히 말씀드리는 것이온데 맹인(盲人)이 아닐까 하여.”

 

  염방으로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다. 순간 온통 이명으로 가득 찬 머리에서 떠오르는 것은 누이에 대한 걱정보다 옆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함께 있던 천율방의 반응이었다. 고개가 빳빳이 굳어버려 삐걱거린다.

 

  천율방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의원 나부랭이가 뚫린 입이라고 제 멋대로 지껄이는 것인지. 하늘이 정녕 그리 행하는 것인지. 주둥이를 찢어 거짓이 된다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었다. 서슬 퍼런 얼굴로 다시 물으며 다가간다.

 

  하진은 죽을 맛이다. 차라리 모든 상황이 거짓말이었으면 좋았겠다. 그러나 그는 일개 의원이었고 운명을 비틀 재주는 없었다. 몸을 돌려 꽁지 빠지게 도망이라도 쳐볼까? 고천을 손바닥 위에 두는 분들인데 피할 수는 없겠지. 하진이 죽음을 직감하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후계는 맹인입니다.

 

  손을 걷어 올린 천율방을 제지한 건 천율기다. 그녀의 내심은 고소함이 주체 못할 정도로 커져 하늘이 돕는구나 하며 웃고 있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표정을 숨기고. 율기는 가주의 손을 내리고, 등을 툭툭 두드렸다.

 

  “가주.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마시오. 가모가 강건하다니 그게 어디오?”

 

  천율방의 몸이 떨린다.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운명이 몸을 친다. 이것은 배신이다. 그의 눈은 향할 곳 없는 원망으로 이글거리고 있다. 이것은 염방의 탓도, 소연의 탓도 아니다. 원망보다는 허무함이다.

 

  부글거리며 올라오는 쓴 맛은 텅 비어 버린 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더욱 아래 깊숙이 응어리져 있던 야망, 그것이 산산이 부서지며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공허함이 올라오는 것이다. 율방은 어지러움을 느낀다. 안부를 묻는 천율기의 얼굴만 시야로 가득 들어오는데, 흐려진 초점 그 끝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소리내는 법을 잊어버린 염방이 보였다. 그래. 이것이 끝이고, 하늘의 뜻인지도 모른다. 지독한 운명이라면, 단 하나만이 주어진 인생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율방은 몸을 돌려 상천당을 벗어나려 한다. 욕지기가 올라와 험한 꼴을 보일 수는 없었다.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천율기가 안타까움 가득한 얼굴로 염방에게 위로를 건넨다. 염방은 그 뒷편에 깃든 만만한 미소를 보고야 말았다. 공기가 지나치게 무거워진다. 이 년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그 면상을 짓이기면 속이 좀 풀리게 될까? 여기를 벗어나면 기쁜 소식이라며 온 성안을 헤집고 다니며 소리치고 다닐 것이다. 이제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발버둥치며 날뛰는 것 밖에 없을 테다. 그리 말하고 있는 율기를 칠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그러나 염방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아무렇게 불어 공든 돌탑을 무너뜨렸다. 염방을 뒤에 남겨두고, 천율기의 발걸음이 경쾌하게 바닥에 부딪쳤다.

 

  천율기는 황홀경에 도취되어 깔깔거렸다. 대기 중이던 수족들마저 난처한 웃음만 지었다. 율기는 운명이라는 게 참 얄궂다며 어찌 일이 이렇게 풀리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동조를 구한다. 밑 사람들이야 비위를 맞춘다 싶고, 염방의 오만방자한 꼴을 보자 하니 이렇게 되도 싸다면서, 다른 이는 하늘도 노하신 게 틀림 없다면서 연신 고개만 끄덕인다. 숨을 고른 율기가 낯빛을 바꾸면서 정천회 간부들의 긴급 소집을 명한다. 재빠르게 퍼져 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율기의 눈만 반짝인다.

 

  도망치듯 나온 천율방은 고삐를 손에 쥔 채 말에 오르지 못한다. 몇 시간 새에 부쩍 늙은 듯 굵게 패인 주름 사이로 어스름이 맺혔다. 여명이 밝아와 상천당 꼭지에서 부서진다. 율방은 갑작스레 떠오르는 태양이 적어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제야 깨닫고 있었다. 차라리 꿈 꾸지 않았더라면. 바보처럼 만족한체 살았더라면. 지금의 참담함은 없었을 텐데.

 

  늦지 않았지. 빈 웃음을 흘리고. 그래, 지금이라도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그러면 그런대로 살아가자.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말이 투레질을 했다.

 

  염방은 이대로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번뜩 들면서 가주의 발자취를 쫓는다. 가까이로 말 울음소리가 들리며, 마음이 더 급해진다. 천율방이 안장에 훌쩍 뛰어오른다. 잠시 기다려 달라, 대뜸 소리를 지른 염방의 목소리에 율방은 친절이도 박차를 가하지 않았다. 숨도 고르지 못한 염방은 초점이 흐려진 천율방의 시선과 부딪친다. 어떤 의지조차 없이 지쳐 있는 가주를 보며 염방은 목이 턱 하고 막혀버렸다.

 

  저 자는 이제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야망 넘치던, 고천을 뛰어넘어 대륙을 넘보던. 그 호방함에 반하여 따르겠다 맹세하였다. 그러나 바늘 끝에 서있던 이의 각오였던가? 하나의 절망만으로 무너질 것이었던가? 나는 어린 정성으로 그를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다, 이 순간만일 것이다. 염방은 믿음을 잃지 않았다.

 

  “가주께서 그토록 기대하고 기다렸던 아이이기 때문에 실망이 크시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가모님께서 가장 큰 실의에 빠져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훗날을 도모해야 함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 이렇게 말씀드려 봅니다.”

 

  가주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막 오른 햇빛이 눈이 부셔 염방은 고저 없는 가주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천율방은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 이다. 외면하고, 멀어진다면 한 때 들끓었던 마음도 잠잠해 지겠지. 놓아버릴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염방의 지껄임은 말 엉덩이에 부딪쳐 사라지고만 있을 뿐이다.

 

  “또한 앞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제외하면 육신은 강건하다니, 가주께서 힘이 되어 주신다면 패권은 아가씨께 돌아갈 것입니다. 가주, 당장이 아닌 앞을 보셔야 합니다. 이 염방, 가주의 검이 되겠다고 맹세하였습니다. 무엇이 막는다 한들 감히 가주를 멈추게 하겠습니까? 이 염방을 믿고 가시지요.”

 

  천율방은 염방의 눈을 바라만 보면서 묻는다. 그게 다인가? 목소리엔 어떤 감흥도 없었다. 염방은 어떤 답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렸다. 말머리를 돌리는 율방이 염방에게 한 마디만 남겼다.

 

  “각주 말마따나, 각주 누이 마음이 많이 상했을 테니, 잘 위로해주시게.”

 

  말굽소리만 남아있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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