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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화에 관하여
작가 : 펭윙
작품등록일 : 2017.11.3

21세기,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이시대에 갑자기 오래전 모습을 감췄던 신들과 악마들이 나타난다. 인류와 함께 악마들과의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는 신들과, 신들을 굴복시키고 인류를 타락시키려는 악마들의 마지막 이야기


 
첫 전투(1)
작성일 : 17-12-02 00:50     조회 : 327     추천 : 0     분량 : 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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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델라의 카페는 소란스럽고 왁자지껄한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어두운 침묵만이 남아있었다. 시엔과 만델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테이블만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고 미카엘은 천사들과 지도를 보며 천자마가 보우를 납치해간 곳을 유추하고 있었다. 레이와는 어디론가 계속 바쁘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네?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다니요? 어제 그 사단이 났는데 어떻게 아무런 영력도 감지되지 않는단 말이에요? 잘 좀 해봐요! 아니... 지금 애가 납치됐는데 계속 안된다 하면 어떡하라는 거야!"

  레이와는 휴대폰 너머 어쩔 줄 모르는 STO 측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휴대폰을 집어던졌다.

  "STO에서는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했데요. 어떻게 그 큰 영력을 눈치채지 못하는지..."

  "동양에서는 가히 정점에 서있는 마귀입니다. 자신의 흔적을 감추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미카엘은 짜증 나는 표정으로 방금까지 살펴보던 지도를 찢으며 말했다.

  "그 아이가 없으면 원천을 찾은다 한들 무용지물이야. 이제 와서 또 다른 열쇠를 물려받은 사람을 찾을 수도 없고."

  "이봐 당신, 지금 보우가 납치됐는데 아직도 원천 걱정이야!? 걔가 이런 꼴 당하려고 당신들에게 협조한 줄 알아? 말만 천사지 말하는 꼴은 정말 양아치잖아!" 미카엘의 푸념을 들은 만델라는 여전히 보우를 열쇠로서만 대하고 있는 그의 태도에 분노했다.

  "뭐요? 양아치?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죠?"  

  "그래 이 양아치 새끼야. 기껏 도와준 사람을 걱정하기는커녕 도구로 대하는 놈이 그럼 양아치니 그럼 뭔데?"

  "무엄하군요! 그것이 그의 소명입니다! 반드시 짊어져야 할 숙명이고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을 왜 감사해야 하죠?"

  "뭐?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만델라가 여전히 보우를 무시하는 미카엘의 태도를 참을 수 없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싸늘한 시선들이 오고 가는 그때,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시엔이었다.

  "다 내 탓이야... 내가 천자마를 막아내지 못했어. 아니, 처음부터 보우를 이 일에 끌어들이는 게 아니었어. 불안감이 느껴졌을 때 멈춰 서야 했다고!"

  "근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일이 왜 근원 탓이란 것입니까? 그런 말씀 마세요! 왜 이리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

  "닥쳐 미카엘! 너야말로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예전에 사람들에게 따스했던 너는 어디 가고 지금 이기심만 남아있냐고!"

  미카엘은 갑작스러운 시엔의 호통에 아무 말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고개를 숙였다. 시엔의 말대로 그는 성경이 나타내듯이 마귀들에게는 엄하고 사람들에게는 자비로운 최고의 천사였다. 그러나 그는 언제부턴가 자비를 잃고 점점 냉정하게 변해왔었다. 그는 무언가를 시엔에게 말하려 했으나, 이내 다시 입을 다물고 그저 바닥만을 바라봤다. 시엔의 울음소리만이 들리는 구슬픈 침묵이 지속됐다. 그 분위기를 미카엘의 휴대폰 벨 소리가 깼다. 그는 휴대폰 화면을 봐 전화의 정체를 확인했다. 기보람 요원이었다.

  '아차!' 미카엘은 서둘러 기 요원의 전화를 받았다. 휴대폰 너머로 격양돼있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기요, 오늘 여기 둘러보신다 하지 않으셨나요? 지금 저 2시간째 땡볕 아래에서 서있습니다만?"

  "아 그게, 열쇠를 물려받은 아이가 사라졌습니다."

  "네? 아니 어쩌다가..."

  "아주 강력한 마귀가 기습적으로 그를 납치해갔습니다. 우리도 손쓸 틈이 없었어요."           

  "이 무슨... 잠깐 그러면 원천도 위험한 거 아닌가요?" 기 요원의 말을 들은 순간 미카엘은 갑자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 아이도 원천이 종묘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걸 알고 있다. 만약 그들이 고문을 해서 원천에 대해 무언가 알아낸다면...!'

  미카엘은 다급하게 휴대폰 넘어 기 요원에게 말했다.

  "저기 기 요원, 지금 당장 그쪽으로 천사 몇 명을 보내겠습니다. 그때까지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아주세요!"

  "말하는 순간 천사 한 명이 오고 있네요. 저 사람 도와주면 되죠? 그럼 좀 있다 봬요."

  "네? 뭐라고요? 기 요원, 기 요원!"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끊은 기 요원에 미카엘이 소리쳐봤지만 이미 미카엘의 신호는 끊겨 있었다. 미카엘은 주변의 천사들에게 기 요원이 말한 한 천사에 대해 물었다.

  "지금 종묘에 간 천사 누군지 아는 사람 있나?"

  "네? 미카엘께서 어제 직접 가신다 해서 지금 저희 말고는 모두 보우 군을 찾고 있습니다만... 종묘에 가기로 한 천사는 없습니다."

  아즈라는 갑작스러운 미카엘의 질문에 의아해했다. 미카엘은 아즈라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리고 서둘러 카페 밖으로 나갔다. 

  "모두들 날 따라와! 그들이 벌써 원천에 가까워졌다! 빨리 종묘로 가야 해!"

 

  기 요원은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천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만나자마자 2시간 동안 더운 날씨에 서있던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미카엘 씨가 보내서 온 거 맞죠? 그분은 원래 사람을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합니까? 아니면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햇빛 좀 받으라는 배려이신가?"

  천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눈도 안 마주친 채 기 요원을 지나 종묘로 향했다. 기 요원은 잠시 멈칫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천사의 뒤를 따라 계속 말을 걸었다.

  "참 냉정하시네. 뭐 그쪽의 상관 욕해서 기분 상한 거예요? 우리끼리는 상관 욕은 물론 동료 욕까지 마구 하는데, 역시 천사여서 그런지 그런 건 못하나 보네요?"

  옆에서 쫑알 쫑알 거리는 기 요원을 천사는 여전히 무심한 태도로 대했다. 기 요원은 그런 천사를 보고 무언가를 확신한 듯 표정을 굳혔다.

  "아니면... 미카엘이 당신의 상관이 아니거나." 

  순간 천사는 기 요원의 말을 듣고 뒤를 돌아 그녀를 돌아봤다. 어느새 그녀는 천사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뭐야 너, 어떻게..." 당황해하는 천사에게 기 요원은 주머니에서 작은 기계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 그 기계에서는 빨간 불빛이 깜빡거리고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우리 기술력이 워낙 좋아야지. 이제 우리도 당신들이 우리 편인지 아닌지 구별 정도는 할 수 있게 됐거든. 이거, 이래 봬도 거의 100년 다 된 기술이야? 이런 거 본 적 없지?"

  천사는 그걸 보고 비웃더니 이내 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천사가 아닌 천자 마의 수하 아수라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내가 너희들 편이 아니란 것을 알아냈으면, 뭐 어쩌게? 너희들 무기 따위가 우리에게 통할 듯 싶..." 그때 그의 말도 끝나기 전, 기 요원이 그를 향해 총을 쐈고, 총알은 그의 배에 명중했다.

  '어째서... 인간들의 무기는 그냥 통과할 텐데...!'

  "지금 어떻게 미개한 인간들의 총알이 네 몸에 맞았는지 궁금해하고 있지? 뭐, 지금 물러난다면 말해줄 수도 있고."

  아수라는 손으로 몸에 박힌 총알을 뺀 뒤 기 요원을 노려봤다.

  "너, 후회 안 할 자신 있냐?"

  "이미 국정원에 취직했을 때부터 계속 후회의 연속이었단다. 이제 더 한탄할 것도 없다 야." 

  기 요원은 태연하게 아수라의 말을 받아쳤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그녀는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이씨, 이걸로는 저거 못 죽이는데, 기껏해야 시간만 약간 끌 수 있는 건데... 천사들은 언제 오는 거야? 설마 아까 내 말 때문에 안 오는 건 아니겠지? 에이씨!'

 

  미카엘은 아즈라와 천사 몇 명과 함께 종묘 입구로 향했다. 얼핏 보기에 그곳은 평소와 같이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들이 종묘와 그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즈라가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기 요원이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정신 좀 차려봐요!" 아즈라가 그녀를 열심히 흔들어봤지만 그녀는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즈라는 순간 혜산 스님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설마 이 자도 스님처럼... 아즈라가 불안감에 휩싸일 때 그녀의 외침을 듣고 온 미카엘이 기 요원에게 다가갔다. "비켜 아즈라!" 미카엘은 기 요원의 몸을 세게 손바닥으로 쳤다. 그러자 밝은 빛이 기 요원을 감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 요원이 거친 숨을 내쉬며 깨어났다. "와 씨 죽는 줄 알았네!"

  "괜찮습니까? 마귀들이 먼저 왔습니까? 어디로 갔습니까?"

  "정전으로 갔을 거예요. 그곳이 종묘의 중심이고 가장 중요한 곳이니. 그나저나 뭐예요 이렇게 늦게 오고!"

  "미안합니다. 사과는 나중에 정식으로 하죠. 지금은 원천을 지켜야 합니다. 정전으로 안내해주세요. 모두 날 따라와!"

  천사들은 기 요원의 안내에 따라 정전을 향해 뛰어갔다. 그들이 정전이 있는 곳에 도착하는 순간,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어느새... 이렇게 큰 구멍을..."

  정전 건물 앞에는 거대하고 깊은 구멍이 나 있었고, 그 구멍 사이로는 몇 개의 커다란 지하실이 보였다. 천사들은 서둘러 구멍 아래로 내려가 지하실을 수색했다. 지하실은 경복궁에서 발견한 것처럼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건 대체... 언제 만들어진 거지?"

  기 요원이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워하고 있을 때, 천사 하나가 모두에게 소리쳤다. 

  "미카엘! 여깁니다! 근데...!"

  천사의 외침에 모두가 소리가 나는 방으로 모였다. 그곳에는 높은 단상이 파괴된 채 놓여있었고, 단상 꼭대기에는 마찬가지로 부서진 탁상이 놓여 있었다. 그 위 천장으로는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의 구멍이 나 있었다. 아즈라가 그 구멍을 따라 바깥으로 나가봤다. 그 구멍은 정전 근처의 작은 나무숲을 향하고 있었다. 

  "여기로 빠져나간 것 같아요!" 아즈라가 소리쳤고 미카엘은 몹시 분노하여 울부짖었다.

  "이놈들이 온 데를 다 부수고 원천을 상자 채로 가져갔다! 어찌 이리 극악무도할 수가 있단 말인가!"

  미카엘은 흥분한 채 방금 들어왔던 구멍을 나와 서울 상공의 하늘 위로 떠올랐다. 그 뒤를 천사들이 따랐고, 기 요원은 땅바닥에서 그들을 그저 올려다만 보았다.

 

  "이제 어쩌죠...? 열쇠와 원천 모두를 빼앗겼어요."

  아즈라가 심란한 표정으로 미카엘에게 물었다. 미카엘의 표정에는 세상의 모든 분노와 증오가 담겨 있는 듯했다.

  "...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그에 맞는 보답을 해야지. 그동안 너무 미지근하게 대해줬나 보군."

  미카엘은 자신의 칼을 뽑은 뒤 그것을 공중에 내리꽂았다. 그러자 검 주의로 동그랗게 밝은 빛의 원이 생기더니, 곧 원이 서울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밑에서 이 모든 과정을 봐온 기 요원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 뭐야 저 사람들은...'

  빛이 온 하늘을 모두 뒤엎고, 미카엘은 칼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꽉 잡은 뒤 외쳤다.

  "천상 군대의 영도자가 명하니! 천사들이여 일어나 이곳의 인간들을 악의와 간계로부터 보호하고 모든 악령을 지옥으로 내쫓아라! 이곳은 이제부터 신성한 전쟁터가 될 것이니!" 

  천사들이 본격적으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는, 참으로 오랜만인 순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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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끼나 17-12-02 02:04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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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윙 17-12-02 11:46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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