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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붉은 꽃이 피는 마을
작가 : Ki다린
작품등록일 : 2017.11.30

부모님의 행방을 모른 채 외할머니와 셋이 살고 있던 쌍둥이 희원과 수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장례식장에 수원과 희원의 외당숙이라는 남자가 찾아와 쌍둥이를 부양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향하게 된 시골 마을에서 희원은 자꾸만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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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01 23:46     조회 : 322     추천 : 0     분량 : 5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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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속의 비포장도로 위를 달리는 마을버스는 심하게 덜컹거리고 있었다. 흔들리는 차체에 실린 몸속의 내장기관들도 함께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구역질이 튀어나오려는 입을 손바닥으로 막았다.

 

  “버스 안에서 토하면 너 다신 안 봐.”

 

  내 옆에 앉아있던 수원이 내 곁에서 한자리 옆으로 물러나며 말했다. 내가 당장 토하기라도 할 것처럼 나에게서 몸을 한껏 피하는 수원을 노려보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평소에는 멀미를 하지 않아서 시골의 비포장도로를 우습게 본 것이 잘못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멀미약을 먹어두는 건데.

 

  차가 마을에 점차 가까워질수록 내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멀미를 시작할 무렵 수원이 손에 쥐여준 검정색 비닐봉지를 입가에 대고 있으면서도 부디 이 봉지를 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내 기도가 무사히 하늘에 닿았던 건지, 나는 검정 비닐봉지를 쓰지 않고 버스 밖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아, 살 것 같아.”

  “나도 형이 버스 안에서 토하지 않아서 겨우 살았어.”

 

  내가 만약 버스에서 토를 했더라면 나를 모르는 사람인 척했을 거면서. 아직도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시골이라 그런지 공기 하나는 대차게 맑다. 시원한 공기가 폐 속에 스며들자 기분 좋은 청량감이 몸을 감싼다.

 

  “아직 외당숙은 안 왔나 보네.”

  “그러게. 버스정류장으로 마중 나온다고 하셨지?”

  “응.”

 

  마을버스가 우릴 내려준 곳은 한적한 숲길이었다. 여기서 더 들어갈 곳이 없었던지 버스는 우리를 내려주고 유턴해서 왔던 방향으로 돌아갔다. 버스 정류장에는 그 흔한 실시간 버스 실시간 위치 서비스도 없었다. 나는 덩그러니 정류장에 붙어있는, 하루에 세 번 버스가 오는 시간이 적혀 있는 종이를 훑어보았다.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6시. 이렇게 세 번.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적어두었다.

 

  “그런데 진짜 아무것도 없네. 여기서 더 들어가면 마을이 있는 걸까?”

  “그러게. 완전 촌이라 공부하기는 좋겠다.”

 

  이곳저곳을 보느라 바쁜 나와 달리, 수원은 손에 들린 단어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부를 하다니. 한날에 태어난 내 동생이지만 수원을 이해하기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얘들아!”

 

  찌륵 찌륵 우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몇 분을 기다렸을까. 멀리서 달려오는 발소리와 함께 외당숙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 수원은 몸을 돌려 외당숙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더운 날씨에 허둥지둥 달려온 외당숙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외당숙은 손등으로 땀을 훔치며 반가운 표정을 했다.

 

  “늦어서 미안하구나. 방 정리를 마저 하느라고 늦었지 뭐니. 자자, 더운데 어서 가자. 아, 짐 들어줄까?”

  “괜찮아요.”

 

  우리의 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 많지 않던 가전제품은 외당숙네에 다 있다고 해서 처분했고, 손에 들린 짐은 교과서와 옷이 전부였다. 평소에도 교복을 입고 지낼 일이 많으니 옷도 많지 않았다. 우리가 짐을 들자 외당숙은 앞서서 걷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 뒤를 따랐다. 세 명의 발걸음이 닿는 길에서 흙먼지가 날렸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수원이 정신 사납다며 내 등을 한 차례 때렸지만 두리번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붉은 꽃을 찾기 위함이었다.

 

  “혹시 마을에 붉은 꽃이 많이 피나요?”

 

  마을로 향하는 길에는 눈에 띌 만큼 많은 붉은 꽃이 피어있지는 않았다. 물론 붉은 색을 한 꽃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다른 곳과 비교해 볼 때 이 길의 상징을 붉은 꽃으로 할 만큼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결국 외당숙에게 물어보는 것을 택했고, 나의 물음에 외당숙과 수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했다.

 

  “음… 붉은 꽃? 많이 피어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아, 그런가요.”

  “왜? 그런데 음….”

 

  외당숙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말고 어색하게 웃었다. 이런 일은 자주 있었기에 외당숙의 표정에 담긴 낭패감을 읽어내기는 쉬웠다.

 

  “아, 저는 희원이에요.”

  “아하하, 둘이 정말 닮아서 구분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네. 어쨌든, 희원이 붉은색 꽃을 좋아하니? 감수성이 풍부하구나.”

  “아,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얼버무리자 수원이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나는 그 시선을 모른 척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그런데 여기 농어촌전형도 되나요?”

  “농어촌 전형…? 음, 보람이에게 물어봐야 알겠는데. 아, 내가 희원이, 수원이랑 나이가 같은 딸이 있다고 했지? 이름이 보람이란다. 정보람.”

 

  수원이 외당숙과 대화하는 것을 들으며 걷던 중, 길가에 있는 수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에 사는 아이인가 싶어 나는 소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소녀는 내가 손 흔드는 모습을 분명 봤을 텐데도 숲 안쪽으로 뛰어 사라졌다. 나는 무안해진 손을 내려 볼을 긁을 수밖에 없었다.

 

  “뭐해?”

  “아, 아니… 저기 어린애가 있어서 인사했는데. 그냥 가버렸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인사하면 잘도 받아주겠다.”

  “아하하, 그렇지…?”

 

  수원이 핀잔을 줘서 머쓱하게 웃었다. 내 상상 속의 시골 아이들은 아무에게나 허물없이 다가가고 장난치고 그런 이미지였는데, 요즘 아이들의 경계심은 시골이나 도시나 다 똑같은가 보다.

 

  그렇게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마을 입구가 서서히 보여 왔다. 성인의 키 정도 되는 높이의 울타리. 그리고 그 울타리의 정중앙에 거대한 나무문이 있고, 그 나무문에는 ‘비함마을’이라고 쓰여있었다. 보통 시골의 마을 입구는 이렇게 문이 달려 있는 걸까.

 

  “보통 이렇게 문이 달려 있나요?”

 

  나와 같은 의문을 수원도 느꼈던지, 수원이 외당숙을 향해 물어보았다.

 

  “음… 글쎄? 다른 마을은 가보질 않아서 모르겠는데. 뭐, 문이 달려 있다고는 해도 빗장도 없으니 그냥 이건 장식이나 마찬가지지.”

 

  그렇게 말하며 외당숙은 나무문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끼익, 하는 소리가 나고 문은 손쉽게 열렸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마을의 전경은 텔레비전에서 보던 시골의 풍경 그대로였다. 숲 사이로 듬성듬성 있는 주택들과 흙길. 이 비함마을이라는 곳은 개발이 많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도시에서 살다 와서 처음에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살다 보면 정말 좋은 마을이라고 느낄 거란다. 물도, 공기도 도시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아, 그리고 인심도 말이다.”

 

  애향심이 담긴 외당숙의 말을 들으며 나와 수원은 마을 안쪽으로 발을 디뎠다.

 

  그 순간, 귓가에서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주변에 어린아이는 없었다. 더위에 흐르던 땀이 몸을 기어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에 수원에게 귀엣말을 건넸다.

 

  “무슨 소리 못 들었어?”

  “못 들었는데. 무슨 소리?”

  “아, 아냐….”

 

  수원이 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순간적으로 피어난 오한이 전신을 감쌌다. 나는 그것을 떨쳐버리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분명 더위를 먹어서 잘못 들은 것일 테다. 아니면 아까의 멀미 때문에 감각기관이 제 일을 못 하고 있다든가.

 

  “저건 뭔가요?”

 

  한참 도리질을 하고 있을 때 수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원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니 입구 안쪽, 그 바로 앞에 있는 갈림길에 두 개의 비석이 서 있었다. 똑같은 크기, 똑같은 모양을 한 쌍둥이 같은 비석이었다.

 

  “아, 저건 우리 마을의 설화라고 할까, 전설이라고 할까… 아하하. 하여튼 그런 비슷한 것이 있는데 쌍둥이에 관한 것이란다. 아주 예전에 우리 마을에 찾아온 쌍둥이 덕분에 마을이 번영했다나? 그 설화 때문에 우리 마을 사람들은 쌍둥이를 귀하고 어여삐 여기는 풍습이 있어. 너희들도 마을 어른들의 예쁨을 듬뿍 받을 수 있을 거야.”

  “번영이요?”

  “하하, 그렇다고는 하는데 너무 오래전 이야기라. 나도 자세히는 몰라.”

 

  외당숙은 어색하게 웃었다. 모른다고는 했지만 그 웃음은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웃음이 아닌 무언가를 얼버무리기 위한 웃음으로 보였다. 나와 수원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외당숙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지만 외당숙은 그 시선을 피하듯 앞서 걷기 시작했다.

 

  “자, 그럼 우리 집으로 안내할게.”

  “…네.”

 

  외당숙의 뒤를 따라 걸으며 나와 수원은 시선을 교환했다. 이 마을에 오기 전부터 머릿속을 지배했던 불안감이 더 크게 변했기 때문에 나는 수원에게 속삭였다.

 

  “역시 이상하지 않아?”

  “흠….”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전학 수속 다 밟고 이사도 다 했는데 어디로 돌아가?”

 

  수원의 냉정한 말에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수원의 말대로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었다. 습기 가득하던 그 반지하 방으로도 이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말했던 붉은 꽃이 피는 마을의 이야기나 우리 이름 한자의 의미의 이야기를 해서라도 수원을 설득했어야 했는데. 후회했지만 후회한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당숙의 뒤를 따라 마을 어귀에 들어섰다. 외당숙에게서 느껴지는 께름칙한 감정과는 달리, 마을 안은 정말 평화로웠다. 작은 텃밭에서 작물에 물을 주는 사람, 마당을 청소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들려오는 새소리. 이 모습들에서 작은 안도감을 느끼며 이 마을에 있는 동안 이 이미지를 계속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랐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아, 순자 할머니.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선 것은 어떤 할머니였다. 외당숙이 순자 할머니라고 부른 그 할머니는 외당숙을 향해 옆집에 놀러 가는 중이라고 대답을 하고 나선 나와 수원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얼굴이 뚫릴 정도로 강렬한 시선에 꾸벅 묵례하고 나자, 할머니는 우리의 손을 덥석 쥐었다.

 

  “정말로 똑같이 생겼구먼! 잘 오셨네, 잘 오셨소. 앞으로도 잘 부탁허이.”

  “아, 네….”

 

  무엇을 잘 부탁한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외당숙이 말해주었던 쌍둥이 설화 때문에 우리를 이렇게 반겨주는 것이라고 대충 납득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할머니의 감격스러운 눈빛을 보니 외당숙도 우리를 처음 보았을 때 나와 수원이 똑같이 생겼다며 감격스러운 듯 쳐다봤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단순히 마을 설화 때문에 우리가 쌍둥이인 것을 기뻐하는 것일까.

 

  할머니는 외당숙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감자를 내 손에 꼭 쥐여준 채 떠나갔다. 아마 놀러 간다고 하셨던 옆집에 전해주려던 물건이리라. 난처한 표정으로 감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나를 보고 외당숙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내 말이 맞지? 앞으로도 이런 일이 종종 있을 거란다.”

  “아, 네….”

 

  마을은 생각보다 더 넓었고, 우리는 한참을 더 걸어야만 했다. 마을 안에 작은 병원이나 학교도 자리하고 있다는 외당숙의 이야기를 들으며 걷던 중, 갑자기 외당숙이 걸음을 멈추었다. 외당숙은 뒤를 돌아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곳이 희원이와 수원이가 앞으로 살게 될 곳이란다.”

 

  외당숙은 살짝 몸을 비켰고, 열린 대문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저택의 위용에 나와 수원은 할 말을 잃은 채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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