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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너무나 특별한 소녀
작가 : 최윤슬
작품등록일 : 2017.11.5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삶이 끝날지도 몰라.'
만사가 무기력한 열여덟 수연에게 너무나 특별한 찬별이 다가온다.
그들의 친구 프랑소와까지, 세 사람의 너무나 특별한 성장담.

 
-16화- 비밀 카친
작성일 : 17-12-01 22:10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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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비밀 카친

 

  4월도 중반으로 치닫고 있었다. **고등학교의 교정은 봄빛으로 흐드러졌다. 앞 다투어 피던 백목련, 자목련은 일찍 만발한 만큼 서둘러 퇴장했고, 수줍게 봉오리를 내놓던 벚꽃나무들이 한껏 기지개를 켜는 차례였다. 겨우내 이름 모를 나무였던 것들이 비로소 이름과 표정을 얻어 부푸는 때였다.

 

  꽃이 주는 흥취와는 상관없이 교실에는 슬슬 중간고사의 압박이 밀려오고 있었다. 쉬는 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찬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쉬는 시간이면 영어 단어장이나 정석을 펴놓고 있는 통에 수연조차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수연과 찬별이 전처럼 수다를 떠는 시간은 점심시간과 하굣길의 짧은 시간으로 한정되었다.

 

  그래도 섭섭함을 느끼는 수연은 아니었다. 전교에서 5등 안에 드는 성적을 유지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임을, 경험해보지 않아도 예측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찬별은 비밀스러운 사생활까지 안고 있다. 두 얼굴을 동시에 완벽히 해내려면 보통 사람이 생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의 두 배, 아니 그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가만히 짐작해보는 수연이었다.

 

 

  “너 이러다 전교 1등하는 거 아니야?”

 

  수연이 짐짓 심술궂은 목소리를 흉내 내어 말하면 찬별은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내 머리론 역부족. 5등 안으로 유지하는 것도 지옥 맛이야.”

 

  그늘진 옆얼굴로 찬별이 작게 중얼거리던 것을 수연은 잊을 수 없었다.

 

  “중학교 때 한 번 5등 밖으로 밀려났었는데, 엄마가 울었어. 내 앞에서, 펑펑.”

 

 

  사실 수연은 찬별과의 대화 시간이 줄어든 것이 내심 반가웠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수연에게도 혼자만의 비밀을 키울 시간이 부쩍 필요해진 것이었다.

 

  요새도 지욱의 카톡은 쉬지 않고 날아왔다.

 

 

  [토요일에 뭐 해.]

  [영화보러 갈래?]

 

  수연은 그때그때마다 약간의 고민을 한 후 적절한 답톡을 하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지욱은 수연을 스물 셋의 연상녀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답톡을 하는 일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언제까지 이 거짓말을 이어가야 할까?’

 

  수연은 새삼 연기력 좋은 찬별이 존경스러워졌다. 얼굴을 보지 않고 카톡만으로 하는 거짓말에도 이렇게 피가 마르는데, 찬별은 일탈 생활에 모범생의 삶까지, 두 마리 토끼를 알뜰하게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찬별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처음부터 나이를 솔직하게 말했으면. 거짓말 할 필요도 없을 텐데.’

 

  하지만, 하고 수연은 마음속으로 자문했다.

 

  ‘진짜의 나를 알았어도 지욱오빠가 내게 번호를 물었을까?’

 

  수연은 괴로웠다. 본래보다 괜찮은 가짜 차수연을 꾸며내는 일은 수연의 적성에 영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밝히고 솔직해지려면 찬별의 거짓말을 폭로하는 셈이었다.

 

  ‘연락을 끊어버릴까?’

 

  가장 친한 친구인 찬별에게도 말 못할 비밀 따위, 키우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을 이 문제로 수연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괴로움은 마약과 닮아서, 위험도가 큰 만큼 중독성도 강했다. 수연은 지욱에게서 카톡이 오면 심장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은 충격을 얻는 동시에 심장에 분홍빛 꽃물이 번지는 것과 같은 달콤함을 느꼈다.

  시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급식실 갑세.”

 

  찬별의 목소리에 겨우 4교시가 끝났음을 알아차린 수연이었다.

 

  “속이 꾸룩꾸룩해. 쉬는 시간마다 엎드려 잤더니 소화가 영. 아, 다리도 띵띵 부었어.”

  “오늘 맛있는 메뉴면 어떡해.”

  “뭔데?”

 

  수연의 말에 찬별이 게시판으로 쪼르르 달려가 급식 메뉴표를 읽었다. 반 아이 중 누군가가 맛있는 메뉴에만 형광펜으로 표시를 한 뒤 붙여둔 것이었다.

 

  “육개장, 프레시바 앤 스파이시 소스...... 이게 뭐지?”

 

  수연은 김빠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번에도 나왔잖아, 그거. 오이랑 고추장이야.”

  “헐.”

 

  터덜터덜 걸어온 찬별은 수연의 책상에 엉덩이를 대고 걸터앉더니 음, 하고 목소리를 끌었다.

 

  “너 말이야.”

  “어.”

 

  수연은 괜히 마음이 켕겨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너 뭐 숨기는 거 있음?”

  “엥? 뭔 소리야.”

  “얼굴색이 영 칙칙한 것이......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고...... 그러니까 학교에만 오면 병든 닭처럼 곯아떨어지는 걸 테고. 대체 밤에 뭐 하는 거야.”

  “아, 뭐가. 얼른 가서 프레시바 앤 스파이시 소스나 드셔.”

  “너 연애해?”

 

  찬별의 돌직구에 수연은 가슴이 철렁했다.

 

  “야! 모쏠한테 예의 없이 그게 뭔 소리.”

 

  수연이 펄쩍 뛰는 것을 보며 재미를 느낀 찬별은 더욱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수연을 죄어왔다.

 

  “빨랑 안 불래? 몇 반 누구야. 이 언니한테 말해봐. 연애 박사님의 팁을 좀 얻으면서 연애하란 말야, 이 철벽녀야.”

  “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누구지? 8반에 그...... 그 축구하는 남자애?”

 

  찬별이 별 상관도 없는 시커먼 남자애 얘기를 하자 수연은 벌컥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고작 그런 애랑 어울려 보이나?!

 

  “나 교복 커플 관심 없거든?”

  “어쭈?”

 

  찬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수연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어차피 졸업하면 안 볼 애들 중에서 뭣하러 남친을 만드냐.”

 

  수연은 저도 모르게 나온 말에 스스로도 놀랐다. 그런 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찬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야, 나랑 생각이 똑같네?”

 

  그러더니 찬별은 이윽고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요즘 찬별은 수시로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연도 내심 그것이 신경 쓰였지만 지욱과의 카톡에 빠져 지내느라 미처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뭐야. 너야말로.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

 

  수연의 질문에 찬별은 한숨을 푹 쉬더니 대꾸했다.

 

  “심재랑 사이가 좀 그래.”

  “왜?”

 

  눈을 동그랗게 뜨는 수연을 보며 찬별은 픽 웃었다.

 

  “담에. 담에 얘기합세.”

 

  찬별의 미적지근한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수연은 그쯤에서 한 발 물러서야함을 알고 있었다. 찬별의 성격상, 파고들수록 더욱 숨어들지 간청한다고 알려줄 타입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심한 척 등을 돌리고 있어야 쪼르르 쫓아와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는 타입이란 걸 친구가 된 지 몇 달 만에 터득한 수연이었다.

 

  찬별이 매점에서 사온 만두와 주스를 먹으며 둘은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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