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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홍콩러브트립
작가 : 제이J
작품등록일 : 2017.12.1

은퇴후 낯선 도시를 찾아온 톱스타 이한경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이드 송호연
홍콩에서 시작되었던 그들만의 러브 트립

 
1. 뮤즈가 나타나는 곳 - 첵랍콕 국제공항 #1
작성일 : 17-12-01 20:53     조회 : 421     추천 : 0     분량 : 6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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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뮤즈가 나타나는 곳 - 첵랍콕 국제공항

 

 그곳엔 줄 서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딤섬이 있고

 특유의 냄새가 배어있는 공기가 있어.

 어딘가로 떠나가고

 어딘가에서 돌아오는 이들이 있고

 누군가를 배웅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높은 성조를 가진 이 나라의 말들이 있고,

 낯선 곳들의 언어들이 있어.

 원시림에 뒤덮인 작은 섬에 위치한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그 날 그 곳에 네가 있었어.

 

 셩완의 거리에 위치한 경찰서에는 높은 성조의 광둥어 소음이 가득했다. 자고로 불금이란 대륙을 막론한 유흥 문화인바,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치고 끌려온 취객들이 오늘의 주요 고객들이었다. 문제의 소녀들은 유치장 안에서 모로 누운 채 잠들어 있었다.

 

 “홍콩 경찰 인권의식 정말 끝내줘요. 그렇죠?”

 

 호연은 소파에 앉아 딤섬을 먹고 있는 경찰관들을 향해 말했다. 밤샘 근무 후 허기를 달래는 중이던 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소파 테이블에는 인근 얌차집에서 배달되어 온 딤섬들이 즐비했다.

 

 “스무 살 여자 여행객들을 유치장에서 술 취한 아저씨들이랑 같이 재우다니 젠더의식도 아주 훌륭하시고.”

 

 일회용 수저에 고인 샤오롱바오 육즙을 후르륵 들이마신 경관이 호연을 올려다보았다. 비아냥거리는 호연의 말투가 거슬린 듯 짙은 눈썹이 곤두섰다.

 

 “페이크 머니여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마카오 다녀왔다고 진술 했다면서요. 카지노에서 바꾼 돈이 위조지폐 였으면 그쪽을 조사해야지 왜 엄한 피해자들을 범죄자 취급해요?”

 

 경관의 손에 들린 나무젓가락 끝이 유치장 쪽을 향했다.

 

 “저 아가씨들이 명품샵에서 천 달러 짜리 위조지폐를 들이밀었어요. 요새 위조지폐 들고 명품 사러 오는 사람들 많다는 뉴스 못 보셨어요?”

 

 호연은 잠에서 깨어나는 듯 뒤척거리는 그녀들을 한눈에 째렸다. 스키니 팬츠에 화려한 블라우스를 걸친 얼굴들엔 짙은 화장이 아무렇게나 번져있었다.

 그렇게 누누이 얘기를 했건만 어린 것들은 하여간 조심성이 없다. 어디에서든 고액권은 쓰지 마라, 쇼핑은 적당히 해라, 해외의 밤 문화는 삼가라, 누군가 공짜로 주는 음식이나 술은 절대로 받아먹지 말라. 호연이 블로그와 카페에 올리는 모든 글마다 덧붙이는 금지옥엽 같은 문장들을 소녀들은 귓등으로 처들은 게 분명했다.

 

 “당장 오늘 아침 출국예정이에요. 한국에서 학교 다니는 대학생들이고, 전과도 전혀 없어요. 더 붙잡아 두시면 이거, 공권력 남용입니다. 국제문제 될 수 있어요.”

 

 연이은 공격에 경관들의 낯빛이 변했다. 현지인은 아니나 유창한 광둥어로 또박또박 따져대는 여자를 향한 수상한 표정들도 보태졌다. 결정적 한방을 던질 타이밍이었다. 이럴 때마다 써먹는 단골 멘트 하나가 호연의 입에서 줄줄 흘러나왔다.

 

 “친구 아버지가 70년대 염정공서에서 경찰조직의 부정부패를 조사하셨는데, 영국으로 돌아가신 지금도 홍콩경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종종 칼럼을 쓰시죠. 특히 인권문제라던가.”

 

 경관들은 난처한 시선을 서로 주고받았다. 호연이 경험해온 바, 이들은 별거 아닌 일로 귀찮은 꼴을 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어 할 리도 없다. 그것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사소한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입질이 올 때가 됐다는 소리다.

 

 “신원 보증이라도 해주겠다는 겁니까? 보호자에요?”

 

 쟈스민 차를 후르륵거리던 다른 경관이 호연을 곁눈질로 훑으며 물었다. 운동복 차림으로 경찰서를 찾아온 호연은 누가 봐도 연락받고 뛰어온 보호자의 비주얼일 터였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생면부지의 소녀들을 구하겠다고, 보호자도 아닌 자신이 이런 꼴로 여기에 와 있다는 것.

 

 “내가 보호자면 저것들은 내 손에 맞아 죽었죠.”

 

 호연이 소녀들의 전화를 받은 곳은 빅토리아 피크 파크의 정상이었다. 예약 손님과의 만남은 정오 무렵 공항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한 달 일정으로 홍콩을 방문할 오늘의 여행객은 호연이 에세이 집필에 매달릴 몇 달간의 생활비를 감당해줄 중요한 인물이었다.

 시간은 여유로웠고, 날씨는 좋았다. 호연은 피크 파크 정상에서 홍콩대학까지 이르는 4.5km의 조깅로를 따라 뛰어볼 계획을 세웠다. 나이키 에어맥스 런닝화 끈을 조이던 순간, 주머니의 아이폰이 신나게 울어댔다.

 

 [레슬리님?]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경우는 둘 중 하나였다. 투어 일정에 변경이 생겼거나, 다른 도움이 필요하거나. 아침 7시에 절박한 목소리로 걸려온 전화라면 후자가 분명할 터.

 

 [저번 달에 홍콩 다녀온 친구한테 연락처 받았는데요.]

 

 설 연휴가 끼어있었던 지난 2월은 투어 스케줄이 빼곡했다. 세일 기간까지 겹쳐 온 도시가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일이 많은 만큼 사건사고도 많았다. 여권과 카드분실은 기본이었고 나이트클럽에서의 추행과 교통사고까지 사건의 종류도 다양했다.

 

 [에어비앤비 사기 당할 뻔 했는데, 도와 주셨다고.]

 [아. 그 여대생들.]

 

 선명히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소녀들은 숙소 주인이 파손된 TV를 물어내라고 한다며 급하게 연락을 해왔다. 전날 밤, 침사추이 야경투어를 했던 일행 중 일부였다. 몇 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생전 처음 해외여행을 왔다며 신나하던 얼굴들이 선했다.

 문제의 숙소에 찾아가 주인을 만난 호연은 여대생들이 벽걸이 TV는 켜본 적도 없다는 것을 설명하느라 꽤 애를 썼다. 이전 투숙객에게 연락해 TV가 이미 고장이었다는 진술을 받아내기까지 꼬박 반나절을 소비했다.

 무사히 일이 해결되고 감격에 겨워하던 그녀들에게 호연이 부탁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홍콩 여행 카페나 블로그에 후기 글이나 감사의 댓글은 올리지 말아 달라. 여행 카페에서 레슬리라는 이름은 프리랜서 일일투어 가이드이자 만능 해결사의 그것으로 통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자자한 명성에 에피소드 하나를 보태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후기는 막았으나, 친구들에게 연락처가 넘어가는 것은 막지 못한 모양이었다.

 

 [저희 지금 경찰서 유치장에 와 있어요.]

 “유치장이요?”

 [그러니까 어제.]

 

 소녀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호연은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을 힘껏 뻗고 있었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성경 구절이 하나 있다. 시작은 미비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사소한 배려와 작은 친절로 시작된 일이었다. 투어 중 핸드폰을 잃어버린 손님이 신고하는 것을 도와주고, 짐을 분실한 항공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을 도왔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위조지폐 사용혐의로 경찰서에 붙들려온 안면도 없는 소녀들을 구하러 이곳에 와 있었다.

 

 “보호자가 아니면 변호삽니까?”

 

 설마하는 얼굴로 경관은 물었다. 그럴 리가 있냐는 얼굴로 호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저는.”

 

 사람들은 종종 그녀에게 묻곤 한다.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녀는 대답했다. 낯선 땅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모른 척 할 수가 없다고. 그들은 오래전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고. 그때의 나도 누군가의 도움이 절박했었다고. 이곳은 누구나 길을 잃을만한 복잡한 도시, 홍콩이 아니더냐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누군가를 돕고 있다고.

 

 “가이드에요. 여행 가이드.”

 

 +

 

 “아, 맞다. 우리 콘택트렌즈 사는 거 깜박했다.”

 “제니 베이커리 쿠키도 못 샀어.”

 

 택시 뒷자리에 앉은 소녀들은 태평한 소리를 주고받고 있었다. 밤사이 경찰서에서 겪은 일들은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

 

 “렌즈는 직구가랑 비슷하고, 제니 베이커리 쿠키도 인터넷으로 다 팔아요.”

 “진짜요?”

 “그리고 그 쿠키, 홍콩 사람들은 뭔지도 잘 몰라. 관광객들만 아침부터 줄 서고 난리지.”

 

 호연은 초조한 눈으로 창밖의 도로를 바라보며 대꾸를 이어갔다. 소녀들이 걱정해야 할 건 미완성 쇼핑 리스트가 아니라 공항 가는 길의 교통상황이었다. 주말아침이라 살인적인 체증은 피할 수 있을 테지만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다. 조금만 서둘러 달라는 호연의 말에 뚱한 얼굴의 택시 기사는 낡은 도요타 크라운 컴포트의 액셀을 세게 밟았다.

 

 “홍콩 오면 꼭 사가야 된다고 하던데.”

 “원래 꼭 먹어봐라, 꼭 사야 된다 하는 것들은 거의 다 별로인 법이지.”

 

 안타까운 여행자들은 한 둘이 아니다. 맛집 순례만 다니다 끝나는 일정들, 셀카 삼매경에 빠져 거리 풍경은 제대로 담지 못하는 카메라들, 화장품 사러 약국을 털고, 과자를 사러 마트를 털며 소비하는 시간들.

 

 “내가 쓸 여행 에세이에 맛있는 쿠키 집 소개할 테니까, 다음에 홍콩 올 때 읽고 와요.”

 “어머, 언니 작가세요?”

 

 한 소녀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왔다. 작가. 호연은 그 단어를 쓰게 곱씹었다. 작가이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다.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그 시절 그녀가 쓰고 싶었던 글은 홍콩 생활을 담은 블로그 글이나 여행 에세이는 아니었다.

 

 “언니 책이랑 일일투어, 제가 블로그에 홍보 제대로 해드릴게요. 공항까지 같이 가주는 거 정말 너무 고마워요, 언니.”

 

 소녀는 조수석에 바짝 몸을 기대오며 혀 짧은 소리를 냈다. 호연이라고 할 일없이 한가하거나, 정성이 뻗쳐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그녀들이 선택한 외국 항공사는 일처리가 더디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수화물 무게를 트집 잡아 현장에서 추가요금을 요구하는 일도 빈번했다. 경찰서에서 자신들이 당한 일에 대한 진술도 제대로 못했다는 소녀들의 영어 실력으로 짐작컨대, 일이 꼬여 호연에게 또다시 sos가 올 가능성이 높았다. 무엇보다 경찰에 신원보증을 해준 사람으로서 호연은 그녀들을 무사히 한국으로 보내야할 책임이 있었다.

 

 “어차피 나도 공항에서 약속 있어요.”

 

 물론 그 약속은 정확히 세 시간 후의 일이었다. 계획대로라면 호연은 조깅을 마치고 동네로 돌아가 위니와 아침을 먹고 있을 거였다. 그녀는 어이없는 눈으로 비닐 소재의 핫팬츠와 레깅스 차림의 제 몰골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에 매시 소재의 쫄티라니. 이 난감한 복장을 해결할 길은 하나밖에 없을 터.

 

 [위니. 공항에 손님 픽업 올 때, 내 옷 좀 챙겨다주라.]

 

 호연은 빠른 속도로 핸드폰의 문자를 찍어 내렸다.

 

 [슈퍼맨이세요? 쫄쫄이 바지 차림으로 누구를 구하려고 공항까지 출동을 하신 건데. 나도 이미 출발했어. 차에 있는 내 옷 입어.]

 

 호연은 미간을 구겼다. 위니의 차에 있다는 옷이 지난 주말 그녀가 클럽갈 때 입었던 홀터 넥 블랙 원피스가 아니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가슴골이 깊게 파인 원피스나 지금 이 꼴이나 가이드가 아니라 이상한 여자로 보이기에 부족함이 없을 복장일거였다.

 

 “참, 여행 카페에 후기 글 남기지 말아요. 다른 가이드들한테 항의 받아.”

 

 하나마나한 당부라는 건 알고 있었다. 유치장에서도 셀카를 찍던 아이들이었다. 내일이면 홍콩에서의 여행기가 그녀들의 블로그를 도배할 것이다. 기가 막힌 사연의 포스팅에는 우리의 해결사 레슬리님에 대한 찬사가 담기고, 그 님의 블로그 주소가 링크되겠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야 할까. 에세이가 대박 나는 수밖에 없다. 오지랖 넘치는 가이드 생활을 은퇴하고 베스트셀러 여행 작가로 도약하리라. 호연은 조수석 창에 머리를 기대며 실현 가능성은 1도 없을 상상에 잠겼다.

 

 “어머 어머.”

 

 뒷자리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다른 소녀가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질러댔다. 호연은 룸미러를 통해 하얗게 질린 얼굴을 건너보았다.

 

 “야, 완전 큰일 났어! 언니, 난리 났어요!”

 “무슨 일이에요? 혹시 비행기 결항됐어요?”

 

 호연은 몸을 반쯤 돌려 다급하게 물었다. 조심성 없는 여행객들이 비행기 스케줄이라고 꼼꼼히 체크했을 리 만무했다. 급하게 체크아웃을 하느라 호텔 금고에 여권을 두고 온 걸지도 몰랐다. 어떤 일이든 발 빠른 대처만이 살길일터였다.

 

 “이한경 은퇴한대요.”

 

 예상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말이 돌아왔다. 호연은 두 눈을 까막까막 했다. 배우 이한경? 아닌 밤중에 왠 이한경? 멍한 표정의 그녀와 달리 소녀들은 경악에 찬 목소리로 호들갑을 이어갔다.

 

 “은퇴? 어머어머. 왜?”

 “몰라. 오늘 아침에 갑자기 발표하고 출국했대.”

 “출국이라니. 어디로?”

 “그건 아직 모른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어떡해.”

 

 이한경. 그는 데뷔 5년차 만에 모든 방송사와 영화제의 대상을 휩쓴 배우였다. 여심을 자극할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세운 관객 수와 시청률 기록을 스스로 갈아엎는 진기록을 쓰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최고 전성기를 맞이한 톱스타의 폭탄선언이 삼일절 아침을 강타한 모양이었다.

 

 “이번 드라마 정말 최고였는데. 시즌 2 해야 되는데.”

 “지난번 영화도 죽였잖아. 이번에도 상 탈건데.”

 “아. 영화 찍다가 목 다쳤다는 찌라시 돌던데, 많이 아픈가? 우리 오빠, 어떡해.”

 

 소녀들의 탄식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호연의 입가에는 어이없는 실소가 번졌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뭔 줄 알아요?”

 

 의아한 눈들이 그녀의 뒤통수에 꽂혔다.

 

 “연예인 걱정.”

 “…….”

 “2천 달러 위조지폐 보상받을 일은 걱정 안 되고, 은퇴한다는 이한경이 걱정 돼? 그 분은 우리가 걱정 안 해줘도 잘 먹고 잘 살아. 이미 벌어놓은 돈만으로도 죽을 때까지 문제없을 걸.”

 

 잠시 잊고 있던 자신들의 죄목이 떠오른 듯 소녀들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코가 한 자락은 빠진 얼굴로 소녀 하나가 중얼거렸다.

 

 “사실은요, 언니. 우리가 이한덕 이거든요.”

 “이한덕? 그게 뭔데?”

 “이게 다 한경 오빠 덕분이다.”

 

 두 명의 빠순이는 천연하게 눈을 깜박였다. 뒷골이 땡겨 왔다. 그 고생을 하고도, 저것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게 분명했다.

 

 “홍콩도 한경 오빠 때문에 온 거에요. 마담투소에 오빠 밀랍인형 전시 시작했잖아요.”

 

 그 말인즉슨 호연이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도 그 인물 덕분이란 소리였다. 이쯤 되면 악연도 보통 악연이 아니었다. 이한경. 그 이름 석 자는 호연에게 톱스타의 것이 아니었다. 잃어버린 것들을 떠오르게 하는 존재.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되새기게 만드는 사람. 호연의 삶이 바닥으로 내팽개쳐졌을 때, 한경은 혜성처럼 떠올랐다. 그는 모를 거였다. 자신이 차지한 행운이 누군가의 불행을 담보로 주어졌다는 걸, 하여 자신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겐 버거운 것이라는 걸.

 

 택시는 공항을 향하는 외곽도로로 접어들었다. 한경이 모델로 있는 의류업체의 커다란 광고판이 저만치에 보였다. 헤진 청바지와 심플한 흰 셔츠 차림으로 삐딱하게 서 있는 허우대를 호연은 못마땅한 눈으로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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