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ANTI(안티)
작가 : 고전부
작품등록일 : 2017.10.30

한 독자의 초대장을 받고 일본 오사카로 간 작가 '시호'. 그곳에서 '시호'의 소설 속 장면과 똑같은 살인이 벌어진다.

 
15. 덫
작성일 : 17-12-01 19:58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502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5 - 덫

 

 유정은 조금 급하게 정신이 들었다. 제 이마에 누군가의 손이 올라온 것을 느꼈다. 차가운 물체가 급작스럽게 유정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유정은 두 팔로 어깨를 감싸며 인상을 찌푸렸다. 몸이 무거웠다. 아무래도 감기가 온 듯했다.

 

 “어때?”

 “뜨거워.”

 

 말소리가 들렸다. 여자의 목소리. 떠들썩하지 않고 비교적 조용한 것으로 보아 많아봤자 3명 정도였다. 하지만 정확히 누군지는 알기 어려웠다. 귀가 먹먹했다. 상대가 워낙에 소리를 죽이고 말하는 터라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유정은 더 누워있고 싶었다. 그럼에도, 힘겹게 눈을 떴다.

 

 공교롭게도 유정과 눈이 마주친 사람은 해림이었다. 해림은 유정의 이마에 다시 손을 올리려는 듯 가느다란 손가락을 편 채로 굳어있었다. 유정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유정이 깨어난 것을 확인한 해림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더니 뒤를 돌았다. 해림의 시선이 향한 곳엔 도연이 있었다.

 

 “일어났어.”

 “아. 다행이네.”

 

 해림이 제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키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유정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는 해림을 멀뚱멀뚱 올려다보았다. 해림은 그런 유정을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조그맣게 웃어 보였다. 유정은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은 채 해림의 손을 잡고 상체를 들었다.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남의 일에 늘 무관심했던 해림이 이렇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 정도면 자신의 안색이 정말 안 좋은 게 틀림없다고 유정은 생각했다.

 

 “지금 밤 9시야.”

 “…….”

 “기억은 나? 나랑 얘기하다가 갑자기 쓰러졌잖아.”

 

 유정은 아직도 정신이 몽롱한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도연은 유정이 앉아있는 소파 맞은편에 다리를 꼰 채 앉아있었다. 해림은 발소리를 크게 하며 걸어가더니 도연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해림은 테이블 위에 있는 게임기를 집었다. 이상하게도 게임기에선 어떤 전자음도 나지 않았다. 유정은 도연의 물음에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잔기침이 나왔다.

 

 “갑자기 너무 어지러워서 몸을 지탱할 수가 없었어. 머릿속도 아득해졌고.”

 “조금 무리를 하긴 했지? 뭐, 너뿐만은 아니지만.”

 “…….”

 “그래도 다행이네. 그냥 감기 정도라서. 나는 너도 죽어버리는 줄 알았어.”

 

 도연이 꽤나 다정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섬뜩한 농담을 하면서 잘도 웃음을 지었다. 해림은 미동도 없었다. 그리고 도연은 유정을 빤히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유정의 눈은 도연의 손을 따라갔다. 테이블 위를 보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말차가 찻잔에 담겨 있었다. 차가 놓여 있다는 건 얘기를 나누자는 뜻일 게 뻔했다. 유정은 두 손으로 찻잔을 들었다. 차는 투명한 녹색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더 이상 여기엔 있을 수 없게 됐고.”

 

 유정은 혀에 감도는 뜨거운 온도에 화들짝 놀라며 도연을 쳐다봤다. 한 모금을 마셨을 뿐인데도 씁쓸하고도 떫은맛이 입안 전체를 휘젓는 기분이었다. 딱히 유정의 취향은 아니었다.

 

 “하숙집의 잡일을 도맡아 하던 쇼고 씨가 죽었고, 내 손님인 요코 씨도 죽었고, 주인인 수경 씨도 체포되었고. 거기다…소은 씨와 효정 씨까지.”

 

 도연은 유리한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며 이어서 말했다. 무엇이든 장난 같은 모습. 유정은 도연의 그 능글맞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형사들도 더 이상 오지 않을 테고.”

 

 해림이 도연의 말을 덧붙이며 말했다. 시선은 여전히 손에 쥔 게임기에 고정된 채였다. 유정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하숙집 거실을 둘러보았다. 무서우리만큼 조용했다. 싸늘한 공기가 이곳에 잠겨있는 듯했다. 언젠간 반드시 팽창하고 말. 유정은 처음 하숙집에 왔을 때 북적거렸던 장면을 떠올렸다. 너무나 극명히 대비됐다. 불과 일주일도 안 된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아. 넌 정신을 잃어서 모를 수도 있겠네.”

 “…어?”

 “효정 씨가 자살했어. 모든 일들은 자신이 한 짓이라고 자백한 유서를 남긴 상태로.”

 “자살?”

 

 유정이 되물었다. 차는 좀처럼 식지 않았고, 유정의 입안은 마비가 된 듯 잘 벌어지지 않았다.

 

 “응. 아마 3시 반쯤? 필체를 대조해봤는데 유서는 효정 씨가 작성한 게 틀림없다고 형사들이 입증했어. 진짜 범인은 수경 씨가 아니라 효정 씨고. 뭐, 그러니까 소은 씨도 죽일 수 있었던 거겠지.”

 “사건은 종결된 거야. 완―전히.”

 

 도연이 말을 끝내자 해림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말했다. 유정은 완전히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유정이 정신을 잃기 전 수연은 모두를 불러 모으고 3년 전 사건과 하숙집에서 벌어진 일들과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그럼 소우마 미나토의 정체는….

 

 “그럼 소우마 미나토가…효정 씨라는 거야?”

 “글쎄. 묻고 싶어도 이미 죽어버렸으니 알 길이 없지. 애초에 휴우카 경위가 허무맹랑한 소설을 쓴 걸 수도 있고.”

 

 도연이 눈을 비비며 성의 없이 답했다. 도연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유정은 정신을 잃기 전 도연이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죽은 요코가 소우마 미나토의 엄마라는 말. 그녀를 하숙집에 데려온 것도 도연이었다. 여태껏 도연이 자신에게 보였던 행동을 보면 분명 3년 전 사건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토록 성의 없이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정은 도연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넌 죽은 요코 씨가 소우마 미나토의 엄마라고 했어. 네가 그녀를 데려온 거잖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거야?”

 

 유정은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목이 찢어질 듯 아파 쇳소리가 났다. 성대가 부어오른 듯했다. 하지만 유정은 도연을 심문하다시피 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소우마 미나토에 관한 의혹도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시호라는 사실을 그 누구도 몰라야 하니까.

 

 “조심해. 몸도 안 좋은데.”

 

 도연이 또다시 능글맞게 대처했다. 해림은 유정을 곁눈질로 한번 쳐다보다 테이블 위에 게임기를 내려놨다. 유정과 도연의 대화에 흥미가 생긴 듯 보였다.

 

 “확실히 소우마 미나토를 알아내려 요코를 이곳에 데려온 것은 맞아.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녀에게선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

 “정말이야?”

 “요코의 행동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 하숙집 안에 소우마 미나토가 없다고 판단했거나, 나한테 뭔가를 말하려고 했는데 불행하게도 죽어버렸거나.”

 “아니면…알고 있었음에도, 숨기려 했을지도.”

 

 해림의 마지막 말에 순식간에 주위가 싸늘해졌다. 결국 지금에 와서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무도 없는 하숙집 안의 텅 빈 공간이, 그것을 증명했다.

 

 “어쨌든 난 그 사건에 완전히 손 땠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사라져버린 셈이니까.”

 

 도연이 팔을 뒤로 넘긴 채 기지개를 폈다. 도연의 말이 맞았다. 사건이 종결된 이상, 소우미나토에 대한 언급을 반복하는 것도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이었다. 유정은 결국 함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유정은 물끄러미 도연과 해림을 번갈아 보다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해림 씨는…어쩌다 시호의 팬이 됐어요?”

 

 해림이 턱에 손을 괴고 있다 유정의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조금 의외라는 듯한 기색이 묻어났다. 그리고 해림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마치, 언젠가는 하고 싶었던 말인 양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음…안티가 되고 싶지 않아서? 나는.”

 

 유정이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안티가 되고 싶지 않다니. 대체 그게 무슨…. 유정은 순간적으로 시야가 흐릿해졌다. 해림과 도연이 유정의 눈 속에 빙글빙글 돌다시피 했다. 다시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우린 내일 아침에 도쿄로 돌아갈 거야. 넌 어떻게 할 거야?”

 

 도연이 물었다. 유정은 고개를 재차 저었다. 구역질이 일다 다시 앞이 명확해졌다. 도연과 해림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해림의 말을 뒤로한 채 유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바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유정은 이곳에 온 목표를 완전히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 상황에선 소우마 미나토의 정체는 알아낼 수 없었다. 도연과 해림을 붙잡고 있을 이유 또한 없었다. 유정이 처음 한국을 떠나올 때 100%의 확신을 갖고 온 건 아니지만 결국 이룬 건 없었다. 일본에 있을 이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유정은 그저 최소한의 것들에 안도해야 했다. 시호라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지 않은 것에 대한. 저가 쓴 글에 대한 악한 잠재력에 관한 비난을 피해 간 것에 대한.

 

 그럼으로써 그 누구도…시호의 존재에 대해 애정을 잃지 않은 것에 대한.

 

 “한국에 갈래.”

 

 얻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잃은 것도 없었다. 유정은 그렇게 생각했다.

 

 마음이, 잠잠해졌다.

 

 

 *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정중하고도 투박한 소리였다. 연이어 들렸다. 가까이 들리는 소음에 잠에서 깬 유정은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비척댔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아직 몸이 무거웠다. 하지만 노크 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유정 씨.”

 “…….”

 “일어나요.”

 

 문 밖에 있는 이는 급기야 유정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대체 몇 시 길래 이러지. 유정은 몸을 옆으로 틀어 벽면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오전 11시밖에 되지 않았다. 비행기 시간까진 아직 한참 남았다.

 

 “유정 씨.”

 

 거듭 유정의 이름이 들렸다. 웬만해선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다. 유정은 신경질적으로 베개를 집어던졌다. 저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게 탄식을 뱉은 유정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어제보다는 몸이 개운해진 듯했다.

 

 대충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진 유정은 발소리를 높이며 방문으로 다가갔다. 표정에 짜증난다는 기색이 여실히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세….”

 

 유정은 날이 선 말투로 물으며 문을 열었다. 문 밖에 있는 상대를 본 유정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틀었다. 유정의 문을 두드린 이는, 놀랍게도 서정이었다.

 

 “아. 드디어 나왔네.”

 “형…사 님?”

 “몸은 좀 괜찮아요?”

 

 이 사람이 여기 왜…. 도연이 분명 사건은 끝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직 더 조사할 게 남은 건가. 그런데 내가 몸이 안 좋은 건 어떻게 안 거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유정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서정을 쳐다보았다.

 

 “네. 근데 제가 몸이 아픈 건 어떻게 아신…아니. 여기에 왜 있으신 거예요? 사건은 이미 해결됐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서정이 입을 열었다. 유정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믿지 못하는 게 맞았다. 둔탁한 무언가가 유정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

 

 “해림 씨가 시체로 발견됐어요.”

 “…….”

 “방 안에서요.”

 

 유정은 또다시, 정신이 아찔해져 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Epilogue. 매드 독 2017 / 12 / 16 225 0 2970   
21 20. 안티 (完) 2017 / 12 / 14 244 0 7982   
20 19. 주인공 2017 / 12 / 12 225 0 8705   
19 18. 궤적의 경로 2017 / 12 / 10 230 0 8432   
18 17. 독자 2017 / 12 / 6 237 0 7113   
17 16. 개막 2017 / 12 / 4 253 0 7373   
16 15. 덫 2017 / 12 / 1 239 0 5021   
15 14. 파우스트 2017 / 11 / 29 232 1 6388   
14 13. 단순한 가정 2017 / 11 / 27 222 0 5966   
13 12. 레드카드 2017 / 11 / 25 244 0 6794   
12 11 . 하선 2017 / 11 / 22 224 0 6304   
11 10. 정도의 부재 2017 / 11 / 20 244 0 6093   
10 09. 분칠 2017 / 11 / 17 252 0 7163   
9 08. 지휘봉 2017 / 11 / 15 273 0 8086   
8 07. 자기 암시 2017 / 11 / 13 243 0 7477   
7 06. 데시벨 2017 / 11 / 10 237 0 7347   
6 05. 탐색전 2017 / 11 / 8 268 0 8033   
5 04. 작은 고의 2017 / 11 / 5 237 0 4497   
4 03. 전야 2017 / 11 / 3 238 0 6618   
3 02. 두 번째 방문 (1) 2017 / 11 / 1 252 0 4458   
2 01. 불시착 2017 / 10 / 30 248 0 5709   
1 Prologue 2017 / 10 / 30 399 1 149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