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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작가 : 지평선
작품등록일 : 2017.10.31

30일 뒤에 지구가 운석에 충돌해 멸망한다.
지구의 멸망을 막으려는 영웅들의 이야기도 아니고,
멸망하는 지구를 분석하는 공상과학물도 아니다.

삶이 30일 남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D-25, 붕괴
작성일 : 17-12-01 18:54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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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는 꿈을 꿨다.

 아주 무서운 꿈이었다.

 건물이 다 무너져내리고 온 거리가 불바다가 되고 시꺼먼 먼지로 하늘이 뒤덮이는 꿈이었다.

 

 그것은 마치 지구 종말의 날 같았다.

 

 나는 먼지 더미 사이를 헤치며 숨을 헐떡였다.

 이마와 콧잔등에 땀이 맺히고 등 뒤가 후끈거렸다. 나는 무너져가는 건물 사이를 확인하며 무언가 찾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또 어떤 상가가 바스라지듯 내려앉았고, 나는 놀라서 도로 한 중간을 빠르게 뛰었다.

 숨이 목끝까지 차오르는데, 네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네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무섭다고 생각할 때 갑자기 저 멀리서 네가 보였다.

 다시 한 번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꾹 참고, 나는 너를 향해 달렸다.

 그렇지만 반대편 건물이 무너지고 그 건물이 너를 덮쳤다.

 너는 가루처럼 사라지고, 나는 우두커니 그 앞에 서 있었다.

 

 

 꿈에서 깨자마자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켰다. 오전 3시 41분.

 어두운 방 안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그 캄캄한 적막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

 방의 불을 켜고, 침대에서 내려와 냉장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을 꺼내 한 컵 들이켰다.

 차가운 냉수에 정신이 번쩍 들고 입안이 얼얼했다. 찌르르 소름이 올라왔다.

 

 다시 침대로 돌아왔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뜬 눈으로 불켜진 형광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손을 더듬거려 베게 밑에 깔린 핸드폰을 집었다. 들어올리다 실수로 얼굴에 떨어뜨린다.

 악, 짧고 굵은 비명을 내지른 후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톡에 들어가 얼굴 없는 너의 사진을 누른다.

 

 우리가 나눈 짧은 대화들.

 별로 재밌는 대목도 아닌데서 나는 계속 피식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일 뭐 해?' 전송

 

 

 이 시간이면 아마 자겠지. 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곤 했으니까.

 

 

 '오늘?' 03:58 하태양

 

 

 어?

 예상치 못하게 온 답장에 놀라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건지도 잊어버렸다.

 

 

 '아, 오늘이네 이제ㅋㅋ' 전송

 

 '아침에 운동하고 와서 밥먹고. 끝?' 04:01 하태양

 

 

 끝, 이라는 건.

 나랑 보낼 시간이 있다고 말하는 거지?

 

 

 '왜 아직 안 자?' 전송

 

 '넌 왜 아직 안 자?' 04:05 하태양

 

 '난 자다가 일어난 거.' 전송

 

 '난 그냥 잠이 안 와서.' 04:06 하태양

 

 '왜 잠이..'

 

 

 나는 '왜 잠이 안 오는데?'라고 보내려다가 지웠다.

 

 

 '잘 자.' 전송

 

 

 

 

 

 

 

 

 

 

 

 

 

 

 

 

 

 

 

 "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짜증이 뒤얽혀 구겨진 소희의 표정이 사나웠다.

 소희는 문학개론 전공책을 던지듯 책상에 떨궜다. 쿵-, 둔탁하고도 날카로운 소리가 죄없는 조원들의 귓가를 갈겼다.

 

 

 "내일 모레면 발푠데 왜 발표자가 출석을 안하냐고. 어디 간 거야?"

 

 "그걸 알면 여기 있겠냐?"

 

 현채도 만만치 않게 화가난 어조로 받아쳤다.

 연우 역시 말은 없었지만 근심 어린 복잡한 표정으로 책상이 뚫릴 듯 쳐다봤다.

 

 

 "카톡도 다 씹고. 완전 잠수 탔잖아."

 

 "그냥 교수님한테 얘기하자."

 

 우리만 남은 빈 강의실에서 마치 무슨 전쟁 선전포고라도 하는 듯 현채의 표정이 진지했다.

 

 

 "지금 그게 문제야? 우리 중에 발표준비 한 사람 있어?"

 

 소희의 말에 우리는 셋 다 입을 다물었다.

 

 

 "어떡해? 아, 그니까 그 선배 발표 맡을 때부터 뭐가 좀 찜찜하다 했다니까."

 

 "그 선배 재수강이니까 발표시키자고 한 사람은 너잖아."

 

 "그래서? 그 선배 발표 튄 게 내 잘못이라 이거야?"

 

 "아니, 니가 시켜놓고 찜찜했니 어쨌니 하니까 그러는 거 아냐."

 

 "성현채. 넌 왜 내가 무슨 말만하면 물고 늘어져?"

 

 "뭐?"

 

 

 결국 김조이 선배의 불참은 현채와 소희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내가 언제 널 물고 늘어졌어?"

 

 "그랬잖아. 성현채 너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아니꼽다는 듯이…. 장노을은 무슨 말만 하면 떠받들어주면서."

 

 

 보다 못한 연우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둘 다 그만해. 지금 우리끼리 싸워서 될 일이야?"

 

 "손연우 너도 똑같아. 같이 다니면 맨날 노을이가 하자는대로 하고, 노을이 말만 듣고.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무시하고 비꼬고."

 

 "소희야, 왜 그래 정말."

 

 

 소희는 그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곧 울 것처럼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

 나는 대학 와서 처음 맞는 갈등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난 자료조사 다 해서 장노을한테 보냈으니까, 이제 니들 알아서 해."

 

 

 소희는 전공책을 거칠게 가방에 집어넣고는 강의실 문까지 쾅 닫고 나가버렸다.

 

 

 "뭐야…."

 

 

 우리 셋은 아무 말 없이 아마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뭐야…?'

 

 

 

 

 "발표 그냥 내가 할게."

 

 

 현채랑 연우가 나를 쳐다봤다.

 아마 둘 다 내 입에서 이 말이 나오기를 바랬을 것이다.

 

 현채는 평소에는 친구들이랑 잘 떠들다가도 발표 단상 앞에만 서면 말을 더듬고 쩔쩔맸다.

 연우 역시 편한 자리에서는 할 말 다 하는 똑부러지는 친구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는 자리에서는 영 숫기가 없었다.

 그나마 내가 자료 수합을 맡아 발표내용도 대충 다 알고 있었고, 발표 역시 잘 하지는 못해도 중간은 갔다.

 

 

 "그럴래…?"

 

 현채와 연우가 미안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응. 자료도 다 나한테 있고. 나도 잘은 못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까 한 번 준비해볼게."

 

 "진짜 다행이다. 고마워 노을아."

 

 현채가 내 손을 붙잡았다.

 연우도 내 등을 토닥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아, 현채야."

 

 "응?"

 

 

 "PPT에 김조이 선배 이름은 빼자."

 

 

 원래 조용하던 강의실에 더욱 깊은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게 맞았다.

 소희가 막판에 우리한테 다 떠넘기긴 했어도 그 전까진 계속 회의에도 참석했고 자료도 열심히 만들었다.

 

 근데 김조이 선배는?

 조장이면서 회의는 커녕 수업에도 안 오고.

 발표는 결국 내가 떠맡게 되고.

 

 

 "그냥 발표전에 교수님한테 조용히 말씀 드리는 게 어때? 너무 일 크게 만드는 거 아니야?"

 

 아까 소희에게 기세등등 따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걱정스런 모습으로 현채가 말했다.

 

 

 "어쨌든 이름은 빼야할 거 아냐. 참여 안 했는데 PPT에 이름 넣을 수는 없잖아."

 

 "노을이 말이 맞아. 현채 너 PPT에 김조이 선배 이름 지워."

 

 

 현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근데 노을이 너… 이렇게 화난 모습 처음 본다. 맨날 조용히 있는 모습만 봤는데."

 

 현채가 어울리지 않게 조금 머뭇거리는가 싶다니 사실 꽤 놀랐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노을이가 언제 화냈어? 조용해도 할 말 있을 땐 하는 거고, 해야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사리분별은 해야지. 이름 빼는 건 당연한 거야. 조별 과제

  팀원들한테 이만큼 민폐끼쳐놓고 이정도로 넘어가면 그 선배 입장에선 감사합니다, 해야지. 우리는 진짜 호구야. 완전 곰탱이지, 곰탱이."

 

 현채가 날 공격한 적도 없는데 괜히 연우가 나를 감싸듯 열을 올렸다.

 

 하지만 나는 이미 현채와 연우가 아웅다웅대는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혼자 속으로 '그 선배, 꺼림칙 해.' 되뇌일 뿐이었다.

 

 

 

 

 

 

 

 

 

 "오늘은 5조 발표죠? 발표자 나오세요."

 

 

 발표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밤잠 줄여가며 열심히 준비했다.

 대학교 들어와서 첫 전공 수업을 무임승차 선배 때문에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장학금도 꼭 받아야하니까….

 

 준비한 자료를 들고 앞으로 나갔다. 단상 위에 자료를 올려 놓고 앞을 한 번 쳐다보는 데 수 많은 시선들이 오직 내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 속에는 함께 긴장해주는 현채와 연우도 있었고, 턱을 괴고 시큰둥 바라보는 소희도 있었고, 차분한 미소를 머금은 임혜성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자리엔 전공책을 뒤적거리는 하태양과 그 앞 뒤로 얼굴만 아는 동기들, 여기저기 떨어져 앉은 차가운 눈빛의 선배들….

 나는 조용히 숨을 한 번 내쉬었다. 최대한 시선들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할 수 있어.

 

 준비해 온 PPT 자료를 띄웠다.

 그리고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교수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표의 시작을 가로막았다.

 

 

 "그런데 왜 5조 PPT에는 김조이 학생 이름이 없죠? 5조 조장 아닌가?"

 

 교수님의 한 마디에 강의실 전체가 술렁댔다.

 연우와 현채와 눈이 마주치자 우리는 서로에게 '교수님께 말씀 안드렸어?'하는 눈빛을 미뤘다.

 순간 아차,하는 생각에 아까보다 더욱 긴장이 올라왔다.

 소희는 이게 무슨 상황이야,하는 표정으로 PPT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나를 쳐다봤다.

 

 

 "김조이 학우는 발표에 참여하지 않아서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내 대답에 강의실은 더욱 크게 술렁거렸다.

 워낙 이런저런 소문이 많던 선배라 장내는 더욱 열기를 띤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자자, 여러분 모두 조용히 하세요. 그럼 오늘 김조이 학생은 출석도 안 한 겁니까?"

 

 그 말에 모두가 주위를 돌아보았으나 김조이 선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흠, 일단 5조 발표 시작하세요."

 

 교수님은 옆으로 물러나서는 아직 시작도 안 한 발표를 두고 벌써 무언가를 메모를 하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몸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움직이려고 노력하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준비한 PPT 자료, 대본, 예시들.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발표를 이어갔다.

 

 그 때, 갑자기 뒷문이 조용히 열리며 검은색 원피스 차림에 옅은 분홍색 베레모를 쓴 여학생이 들어왔다.

 여학생은 자연스럽게 나와 제일 먼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내 몸짓 하나하나에 주목하던, 강의실에 앉아있던 모든 사람들이 뒷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뭐라 말은 못하는데 그렇다고 시선을 거두지도 못했다.

 

 

 "뭐해요? 발표 계속하세요."

 

 교수님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다들 몸을 바로 돌려 앉았다.

 

 

 "교수님, 5조 발표자는 전데요."

 

 부드럽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그대로 강의실 허공을 가로질렀다.

 김조이 선배의 충격적 발언에, 현채, 연우는 물론이고 소희까지도 나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다른 선배들과 동기들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발표 진행 중이니까, 늦게 온 김조이 학우는 나중에 이야기 하세요."

 

 김조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또 나와 눈이 마주쳤다.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그녀의 표정은 비참함과 분함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표정에 황당함을 느꼈다.

 

 김조이는 맨 뒷자리에 그대로 앉았다.

 

 나는 발표내내 시선을 그녀의 베레모 밖으로 돌리지 못하고 발표를 마쳤다.

 
작가의 말
 

 영하권으로 떨어져서 아침 저녁으로 엄청 추워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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