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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광복(光復)
작가 : 영원
작품등록일 : 2017.11.29

의열단 단원 우연(禹然)과 하시모토 사토시, 이재현의 우연과 필연 사이의 인연으로 시작된 광복 스토리

 
우연(偶然)과 필연(必然) 사이
작성일 : 17-11-30 22:50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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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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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입김이 나오는 것을 보니 제법 쌀쌀해진 날씨가 실감이 났다. 시간은 달리고 달려 벌써 찬 바람이 쌩쌩 부는 12월이 되었다.

 

 

 국밥집 앞이라... 분명 여기가 맞는데.

 약속 시간이 지난 지 한참이 되어도 오지 않는 상대에들에 연은 점점 초조해졌다. 차갑고 날카로운 칼바람이 연의 볼을 매섭게 흝고 지나가고 너무 심심한 나머지 습관적으로 발을 까딱거리고 있을 때 쯤 그녀가 기다리던 사람이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도착했다.

 

 "헉....... 헉... 동지! 여기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난 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ㄱ..."

 

 쉿. 목소리 낮춰요. 뛰어왔는지 머리는 엉망인데다 얼굴에는 자잘한 상처까지 달고 온 남자가 재빨리 국밥집 옆에 있던 성인 두 명은 숨을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쓰레기통 뒤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오. 헌병 놈들이 상해에서부터 우리 뒤를 밟았더군. 경성 아지트도 더는 안전하지 않은 것 같소. 일단 아지트부터 해산 시키고 당분간은 활동보다 숨어 지내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으니 빨리 전해주시오."

 

 남자는 여전히 숨을 고르느라 계속 헐떡였다.

 

 "그럼 제가 상진이에게 말해두겠습니다. 나흘 뒤 이곳에서 살아서 봅시다."

 

 "고맙소, 동지."

 

 남자는 순식간에 붐비는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살아서 보자 라... 다음에 또 만나자는 안부를 전하며 확실하게 다음을 기약하는 끝인사가 아닌 상대의 생사를 빌어주는 끝인사는 언제해도 연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연은 남자가 제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를 응시하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상진이 일하는 백화점 안의 안경점으로 뛰다시피 걸어갔다.

 

 젠장. 또 들키다니. 올해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놈들은 포위망을 점점 좁혀오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요즘 경성 아지트는 셀 수도 없이 계속 바뀌었고 연의 머릿속은 금세 아지트를 어디로 옮길 것인가, 밀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따위의 고민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

 

 

 "김상진! 상진아!"

 

 연은 백화점 입구에서부터 상진의 이름을 목이 쉬어라 불렀으나 그녀의 목소리는 곧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묻혀버렸다.

 

 "이 씨발 새끼가! 안경은 집으로 배달해준다며! 주문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 와?! 고객한테 이딴 식으로 해도 되는 거야? 어?"

 

 

 "저 고객님... 배달은 저녁에만 해드린다고 말씀ㅇ..."

 

 

 "언제 말해줬는데? 그런 말 없었잖아!"

 

 

 저 미친 고객에게 연신 굽신 거리는 앳된 소년은 분명 상진이었다. 씨발 진짜...

 

 상진에게 소리치고 있는 남자는 야마모토 유키무라, 현재 지명 수배된 별 볼일 없는 깡패였다. 그러나 일본인이 조선인에게 저런 행패를 부렸다는 것이 알려지면 아무리 깡패 야마모토 유키무라 라도 나라와 경찰은 일본인인 야마모토의 손을 들어줄 것이 뻔했기에 연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한탄스럽게도 그것이 이 나라 조선에서는 승전국인 일본이 누릴 수 있는 권리였고 복속국이 되어버린 조선이 잃어버린 권리였다. 하지만 점점 강도가 심해지는 갑질 탓에 야마모토를 말리러 가려던 연은 손목에서 느껴지는 악력 때문에 야마모토에게 갈 수 없었다.

 

 "내가 할게요. 그냥 있어요."

 

 예...? 당황한 연이 뒤를 돌아보자 어딘가 몹시 익숙한 한 남자가 연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적당히 넓게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팔, 그리고 고집스럽게 닫힌 입과 싸늘하게 올라간 입꼬리. 잘생겼다는 말 이외에 그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없는 듯 했다.

 

 

 터벅 터벅

 

 

 !!... 저 사람, 저번에 창문에 있던 그 사람 아니야?

 

 

 

 여러 생각으로 복잡해진 연과 대비되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야마모토에게로 걸어간 그였다.

 

 

 "무슨 문제이신가요 손님?"

 

 "이 조센징 새끼가 안경 배달을 해준다고 해놓고선 4시간이 지나도 안 해주잖아!"

 

 "당신이 들고 있는 종이에 배달은 오후 8시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적혀있네요."

 

 "ㅁ... 뭐라는거야? 빌어먹을 조센징... 넌 뭔데 나서?"

 

 자신의 손에 들린 종이에 적혀진 유의 사항을 읽은 야마모토는 목 언저리와 얼굴이 벌개져 여전히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하시모토 사토시."

 

 연의 손목을 잡았던 남자의 이름 7음절에 곧 입을 다물고 백화점을 나갔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시모토 사토시. 그렇게 유명한 이름었던가? 하시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고 있을 때 즈음 자신을 부르는 상진의 목소리에 망상에서 깨어난 연이었다.

 

 "누나! 어쩌려고 나서려고 했어! 나섰다가 야마모토나 사람들이 경찰이라도 부르는 날엔 다 끝인 거 몰라?"

 

 "그럼 그냥 다 쏴버리지 뭐."

 

 

 "누나!"

 

 

 상진의 걱정어린 진심인 걸 알지만 잔소리라면 다 귀찮은 연의 황당한 변명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진이다.

 

 "아까 상해에서 사람이 왔다 갔어. 헌병 놈들이 상해에서부터 쫒아왔대. 아마 우리 아지트도 안전하지 않을거야. 마담네 술집으로 옮기라고 전해. 무슨 말인지 알지? 얼굴이 알려진 나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네가 가는 게 훨씬 더 안전할거야."

 

 

 "얼굴이... 알려졌어...?"

 

 순간 상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으나 애써 모른 척 했다.

 

 "어. 어제, 그것도 일본 놈한테."

 

 

 화제도 바꿀 겸 안경집에 온 이유를 상진에 귀에 속삭여준 연은 무어라 잔소리를 더 하려던 상진을 무시하곤 그 날 창문에 서 있던 남자였을지도 모를 아까 그 남자를 피하기 위해 남자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어? 어디갔지. 분명 아까까지 제 앞에 있던 남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건 뭐 귀신도 아니고.

 

 "나 찾아요?"

 

 "아 깜짝이야!"

 

 "나 찾는 것 같던데."

 

 "그렇게 뒤에서 놀래키면...! 아니 그게 아니라 아까는 감사했어요."

 

 예상치 못한 전개였지만 애써 태연한 척을 해보인 연이 티나지 않게 은근히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딱히 그쪽을 도와준 건 아니니 신경쓰지 말아요. 내 백화점에서 그딴 식으로 행동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니까."

 

 내 백화점...? 아니 그보다 조선 말을 할 줄 알아?

 너무 놀라서 저도 모르게 나온 조선말에 조선말로 답해준 남자는 분명 이 백화점을 '내' 백화점이라고 칭했다. 그럼 이 백화점이 저 남자 거라는 건가? 한참을 혼란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남자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그래도 정 고마우면 차라도 한 잔 사요. 아, 저는 하시모토 사토시, 조선 이름은 이재현입니다."

 

 재현이 내민 손을 잡고 살짝 흔든 연은

 

 "우연이에요, 제 이름."

 

 어쩌면 이 남자와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

 

 

 

 연은 까마귀가 벌써 몇 번이나 울고 갔는지 한없이 어색하고 조용한 자리가 불편하기만 했다.

 긴장한 탓에 나온 부자연스러운 자세 때문에 허리가 아팠지만 꿋꿋하게 처음 그 자세 그대로 차를 마셨다.

 

 

 너무 지루한 나머지 찻잔을 달그락거리다 재현이 거슬렸는지 쳐다본 것을 느낀 연은 다리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바르작 거렸다.

 

 

 "저... 왜 부르신 지는 모르겠는데 할 말 없으시면 전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차 값은 제가 내고 갈 테니까 마저 드시고 일어나세요."

 

 

 고요한 적막과 불편함만이 가득했던 이 공간에서 한가지 깨달은 것은 저 남자, 그 날 창가에 있던 남자가 맞다는 것이었다. 저 얼굴이며 양복이며 머리 스타일이며 어제 저녁 그 남자가 확실했다. 또 하나 깨달은 것은 저 남자도 연이 어제 총을 쏜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듯한 눈치였다는 것이다. 여태 신고하지 않은 것을 보면 신고할 생각은 없는 것 같으나 혹시 모르니 저 남자의 입에서 어제 얘기가 나오기 전에 어떻게든 황급히 자리를 떠야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가 일어나자마자 재현이 나직하게 말했다.

 

 

 "이 차는 아까 그 깡패 일 덮어준 값이라고 치고 어제 일은 나랑 한 번 더 만나주는 걸로 퉁 쳐요. 딱히 그런 일에 관심이 있는 편도 아니고 조선에 온 지 얼마 안 되서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거든요."

 

 

 그런 일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듣자마자 어젯밤 온갖 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했던 기도가 통했다는 기쁨이 온 몸을 휘감았지만 이내 정신줄을 붙잡았다. 이 남자와 엮이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는 게 더 큰 일이 라고 판단한 그녀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재현의 말에 따라야했다. 지금 이 순간, 연의 비밀과 그 비밀에 걸린 그녀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갑은 재현이고 을은 연이었으니까.

 

 

 "12월 8일 오후 1시 백화점 앞."

 

 

 이젠 나도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뭐라고 핑계를 대야하나. 일본인을 만나러 간다고 하면 분명히 오해받을텐데. 결국 자포자기한 그녀는 날짜와 장소를 불러주곤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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