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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푸른 장미 세 송이
작가 : 최너구리
작품등록일 : 2017.11.1

네가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야.
푸른 장미 가시덩쿨에 갇힌 너의 전생을 바꾸는 일.
그게 네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이유.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지 마.
도망가려고 하면 할 수록 가시덩쿨이 너의 숨통을 조이게 될테니까.
살고 싶다면 전생을 바꿔.

 
푸른 장미 08
작성일 : 17-11-30 21:12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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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까지 문 닫는 것을 거부하던 서준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 밀폐된 좁은 방안에는 다른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숨 쉬는 소리만이 그 침묵을 깨고 있었다. 김소영은 가만히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굳게 닫은 문에 손을 댔다. 문과 손이 만나고, 순간적으로 맞닿은 곳에 불꽃이 일렁였다. 아쉽게도 잠깐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본 김소영은 너무 놀랐다. 그래서 그녀의 눈이 평소보다 커졌다. 그래도 눈가는 아직 촉촉했다.

 

 서준이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닫았던 문을 열었다.

 

 문을 열리니 아까의 거실 풍경은 온데간데없었다. 불들이 문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었고, 주위를 감싸고 있는 불들의 안쪽은 깜깜했다.

 

 안쪽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다. 김소영은 놀란 나머지 뒤로 한걸음 멀어졌다.

 

 저안에 들어가면 어떤 인물이, 어떤 상황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녀와 다르게 서준은 익숙하게 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김소영을 바라보았다. 겁을 잔뜩 먹은 그녀의 모습에 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와서 안 가겠다는 건 아닐 거고, 무서운가?"

 

 농담 섞인 말투에 김소영은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렸다. 흔들리는 눈동자에 서준의 모습을 담았다. 농담에도 손의 떨림이 멈춰지지 않았다. 김소영에게 있어 그 불로 둘러싸인 문은 망설이게 되는 존재였다.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롤러코스터에 탄 것과 마찬가지였다.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그런 위협적인 롤러코스터.

 

 그리 겁이 별로 없는 김소영의 온몸을 떨 정도로 분 너머에서 풍겨져 나오는 위압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어떤 분위기보다 무겁고 사악한 느낌이었다. 김소영은 심호흡을 하며, 떨리는 몸을 제어해나가기 시작했다. 차츰 떨리던 몸이 더 이상 떨리지 않게 되고 흔들리던 눈동자도 평정심을 찾았다.

 

 침을 넘김으로 긴장감을 풀었다. 그리고 김소영은 서준이 중간쯤에 서있는 그 암흑 속에 발을 들여놓았다. 암흑은 기다렸다는 듯이 점점 그녀와 그를 집어삼켰다.

 

 그들이 완전히 암흑 속에 들어가자 문은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불꽃 하나를 일렁이고 사라졌다. 김소영의 집에 있던 사람의 온기도 함께 사라져만 갔다. 집은 차원의 문을 열기 이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무도 없고 외로움만 간직한 집으로 남게 되었다.

 

 김소영은 보이지 않는 길을 감각만으로 걸어 서준을 따라갔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김소영과 반대로 서준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깊이 빠지는 곳이 있었다. 서준은 익숙하기에 떨어지는 속도에 몸을 맡겼지만 김소영은 불안정한 마음 때문에 발버둥 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잡혀 발버둥 치는 고양이와 비슷한 모양으로 허공에서 발버둥 쳤다.

 

 잠시 후, 딱딱한 지면이 그녀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그녀는 바닥에 맞닿은 부분들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아린 부분은 쓰다듬으며 조금이나마 통증을 완화시켰다.

 

 서준은 사뿐히 지면에 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저앉아있는 김소영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어둠 속으로 반쯤 삼켜버린 달이 보이는 나무 밑이었다. 김소영은 찌푸리며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 그녀의 생각으로는 처음 오는 곳이었다. 하지만 익숙함이 그 생각을 밀어냈다.

 

 "여기..."

 

 서준은 주위를 계속 살피는 김소영을 보고 다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처음 와보는 곳은 아닐 거야. 여긴 네가 처음 제로님 만났던 장소니까."

 

 그들 앞에는 전에 김소영이 정신을 잃은 가게가 있었다. 하지만 그 가게는 그때의 허름하고 폐가 같은 느낌이 없었다. 사람의 온기가 여기저기 묻어있었고,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가게였다. 김소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가게를 넋 놓고 바라보다가 한번 더 확인하기 위해 서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정말 같은 곳이... 근데 너 모습이..."

 

 서준의 모습을 그녀의 눈에는 당황함이 담겨있었다. 그녀가 보게 된 서준은 눈썹을 덮는 앞머리, 귀를 덮을락 말락 하는 옆머리, 김소영의 집에 있었을 때보다 그의 머리카락은 눈에 띄게 길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결의 색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머릿결에서 붉은빛이 감돌았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서준에 김소영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생각을 해봐도 이건 상식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제일 불가능에 가까운 건 머리색이 바뀐 것만이 아니었다.

 

 눈동자의 색이 확연히 바뀌어있었다. 어둠을 본뜬 듯 진한 검은 눈동자가 아닌, 불같이 활활 타는 듯한 붉은빛을 띠는 눈동자였다.

 

 김소영의 시선이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자 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바뀐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이게 원래 내 모습이야. 그러니까 그만 봐."

 

 서준은 지나친 그녀의 시선의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고개를 틀어 그녀의 시선을 피해버렸다. 김소영은 아직도 신기해서 계속 주위 둘러보고 서준을 바라보았다. 한 시간 전에 우울해하던 사람 같지 않았다. 계속 미어캣처럼 주위를 살피던 그녀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건 그렇고 정말 여기 그곳 맞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데..."

 

 “당연히 달라야지. 거기랑 여기가 같으면 안 되지.”

 

 “왜?”

 

 “너한테는 이곳이 과거고 나한테는 현재일 만큼 시간 차이가 있어.”

 

 서준의 말에 김소영은 씁쓸함이 묻어있는 것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김소영이 사는 시간으로 친다면 서준은 그녀보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이가 많을 것이다. 이미 죽음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 지금 김소영이 밟고 있는 곳과 사는 곳의 시간 차이가 얼마나 있을지 알지 못하니 확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한동안 그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서준은 헝클었던 머리를 손으로 대충 빗어 정리하고 김소영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말했다.

 

 "너, 여기 생각나는 거 없어?"

 

 "어? 네가 방금 말했잖아. 나랑 제로라는 신이 처음 만난 곳이라고."

 

 "그거 말고."

 

 서준의 말을 뜻을 알아듣지 못한 김소영은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가 말할 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는 김소영을 보자 서준은 껄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차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었다.

 

 "하아, 생각해내려고 좀 해보지... 기억이 허투루 들어갔네."

 

 "... 기억이 없는 걸 어떡해..."

 

 기억을 넣는 도중에 김소영은 거부를 했었다. 그래서 머릿속에는 그녀의 전생인 여자의 기억이 반도 채 들어가지 않았다. 서준은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녀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했다.

 

 "여기 너의 전생인 여자, 민연이 죽음을 맞이한 자리가... 저기 나무 밑이야."

 

 말을 하면서 서준은 달빛을 모두 받아내는 큰 나무를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나무를 향해 김소영의 시선이 움직였다. 김소영은 나뭇잎이 너무 풍성해서 빛 한 줄기도 그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나무를 보고 초점이 흔들렸다.

 

 그 나무는 전에 제로가 김소영에게 기억을 심어주려고 했을 때 그녀의 뒷걸음질을 막던 나무였다. 그것을 자각하자 그녀의 머릿속에서 전에 그랬던 것처럼 생소한 기억이 재생되었다. 장면이라고 하기에는 깜깜했다. 하지만 뒤죽박죽 섞이고 엉킨 소리들이 김소영의 머리를 헤집어 놓는데는 충분했다.

 

 부서지는 낙엽 소리.

 

 여자의 흐느끼는 울음소리와 비슷한 바람소리.

 

 그리고 사죄하는 생소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슬픔에 잠겨 감정을 자극했다.

 

 '미안해... 연아... 날 용서하지 마...'

 

 바람이 불어 풀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그녀의 감정이 흔들렸다. 부드럽게 감정이 살랑거린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녀는 외롭게 그 장면들을 이겨내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지 않았다. 그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서준은 뭔가 생각이 난 듯한 김소영이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김소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감정에 사로잡혀 만 있었다. 바람 소리만이 그들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김소영이 슬픔에 찬 눈으로 나무만 보고 있었다. 서준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묵직한 침묵을 먼저 깼다.

 

 "네 기억 속에 민연을 죽인 사람이 있는 거지?"

 

 날카로운 눈매가 그녀에게 꽂혔다. 김소영은 따가운 시선에 나무에서 시선을 떼어내고,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런데 이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니... 누군지 모르겠어. 목소리만 들..."

 

 김소영이 말을 다하기도 전에 서준은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덮었다를 넘어서 꽉 움켜쥐었다. 손의 압력이 어깨에 뻐근함을 선사해주었다. 서준은 반쯤 정신줄을 놓은 상태로 김소영을 흔들었다.

 

 "누구야..."

 

 "나야 모르지..."

 

 "그게 누군지 기억해내!"

 

 김소영은 서준의 일방적인 강요에 얼떨떨했다.

 

 "왜, 왜 그래..."

 

 당황함에 김소영은 말을 더듬게 되었다. 서준은 떨리는 그녀의 음성을 듣고 눈매에 날을 조금이나마 누그러트렸다.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던 손의 힘이 점점 약해졌다. 김소영은 아려오던 어깨의 통증이 사라지자 한결 표정이 풀어졌다.

 

 서준은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를 바람에 실어 김소영의 귀에 들어가게 했다.

 

 "제, 제발 기억해내..."

 

 간절함이 김소영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위로를 해주어야만 할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끝내 어깨에 닿지 않았다.

 

 서준의 손이 김소영의 어깨 위에서 미끄러워져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바람에 그녀는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김소영은 서준의 어깨로 향하던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등을 보이는 서준을 바라보았다. 서준은 애통한 마음을 남몰래 달랬다. 그는 담담하게 연기를 하며 자신의 무례했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미안해.”

 

 “......”

 

 “이제 너의 전생인 민연한테 가자.”

 

 서준이 잠깐 김소영에게 얼굴을 비쳤다. 아프고 쓰린 마음을 동전 뒤집듯 순식간의 정리한 그에게서는 애처로움을 찾기란 어려웠다. 그는 작은 보폭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소영은 그의 뒤를 따라가기 이전에 짧게 생각했다.

 

 서준은 뭔가 슬픈 일이 많은데도 참아내고 있다. 감정을 꾹꾹 눌러 아무도 모르게 감추고 있다. 하지만 슬픔을 많이 참으려고 했던 사람의 눈은 속이지 못했다. 김소영은 서준에게 자신과 비슷한 점을 느꼈다. 그가 왜 이중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게 익숙하고, 드러내는 것에는 서투른 어른 아이여서 다른 인격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바람으로 만들어진 인격을 말이다.

 

 그 인격으로 앞에 펼쳐진 일들을 견뎌내지 않으면 뭔가에 휘말리게 된다는 중압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미숙한 그였다. 김소영은 서준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뭔가 깨달았다.

 

 ‘민연이라는 여자를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그 여자를 살려내야만 자신이 지킬 수 있는 것이 있는 걸까...’

 

 의문이 가득했지만 점점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에 김소영은 거리를 좁혔다. 빠르게 걸어 그의 뒤에 닿을 수 있었다. 김소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때 갑자기 서준의 발걸음이 멈췄다.

 

 “김소영, 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따라와. 여기서 생 마감하고 싶지 않으면.”

 

 딱딱한 어조가 김소영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녀는 은근히 많이 마주한 뒷면의 그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에 맞는 답을 했다.

 

 “걱정 마. 잘 따라갈 테니까.”

 
작가의 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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