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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를 채우는 나무
작가 : The매드해터
작품등록일 : 2017.11.26

온갖 이야기와 꿈, 기억들이 뒤섞인 특별한 세계.
당신은 세계를 관찰하는 '관찰자'가 되어, 세계의 주민이 된 이야기들을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네번째 이야기 - 시계 공방의 쌍둥이 노인
작성일 : 17-11-30 17:24     조회 : 272     추천 : 1     분량 : 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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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이 환하게 뜨는 밤이 되면 노인은 버려진 공방에서 홀로 시계를 만들었다.

 시계를 사려고 들르는 사람이 없어도, 노인을 만나려는 사람이 없어도 노인은 공방에 틀어박혀 시계를 만들었다.

 

 노인은 시계를 통해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가 만든 시계들은 특별했다. 시계의 바늘은 시간만을 가리키지 않았다. 날짜는 물론이고 누군가의 세월을 가리킬 수 있었다.

 노인은 지루함 따윈 느낄 수 없었지만 만약 노인 대신 다른 누군가가 공방에서 시계 만드는 일을 했다면 지루해 미쳐버릴것 같아서라도 시계를 들여다봤을 것이다.

 

 노인에겐 쌍둥이가 있었다. 해가 환하게 뜨는 아침이면 그 역시 공방에서 시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쌍둥이는 노인처럼 다른 사람의 시간을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대신 쌍둥이는 자기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들여다보고 바늘을 돌려 자기 시간을 바꿀 수도 있었다. 쌍둥이에게 그럴 생각 따윈 없지만 분침을 끝으로 돌릴 순 없었다. 쌍둥이의 시간에 끝이란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노인에게도 마차간지였다.

 

 그들은 아침과 밤을 돌아가며 시계를 만들었다."

 

 당신이 그림을 통해 나온 곳은 지배인의 그림에 그려져 있던 것과 같이 온갖 종류의 시계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곳은 어느 낡은  시계 공방이었다. 수백개의 시계 외에 특이점이라면 공방의 벽과 지붕이 벽돌이나 목재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하늘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밤하늘 망토의 여인의 아름다운 망토처럼, 별이 총총히 박힌 우주를 베어내어 벽돌을 쌓은것 같았다. 바닥은 의외로 평범한 목재였지만 당신은 별들이 돌아가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벽을 볼 수 있다.

 "누가 왔구먼..."

 당신은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들었다. 그 소년은 높고 넓은 책상에 앉아 드라이버로 회중시계를 고치고 있었다. 그는 의자를 돌려 당신과 밤하늘 망토의 여인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 자리에 소년은 없었다. 외알 안경을 낀 한 잘생긴 청년이 있었다. 검푸른 색이 다소 섞인 하얀 망토의 청년은 별빛과 잘 어우러지는 푸른색을 띄는 머리칼을 지니고 있었다.

 "아, 자네."

 청년은 밤하늘 망토의 여인을 힐끔 보며 말한다. 여인은 여전히 감정 없는 기계처럼 표정 변화 없이 청년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청년은 의자에서 일어난다. 훤칠한 키의 남자였다. 그는 당신과 여인을 본 척 만 척 하며 공방 구석에 있는 커다란 궤종시계를 고치기 시작한다. 별과 태양, 그리고 달 문양이 잔뜩 새겨진 고급스런 궤종시계는 청년이 몇 초동안 만지자 분침이 다시 돌아간다. 청년은 다시, 당신과 여인을 쳐다본다. 그러나 그 자리에 청년은 온데간데 없고 하얏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만이 있었다. 탈색된듯한 하얀 머리에 별빛처럼 은은하게 남은 이전의 푸르스름함과 청년과 같은 안경,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것만이 그 노인이 청년과 같은 사람이란걸 알려준다.

 "그래, 그 친구가 새로운 '관찰자'인가?"

 노인이 품에서 시계가 박힌 오르골을 꺼내며 여인에게 묻는다. 노인이 오르골을 몇 번 만지자 시계가 돌아감과 동시에 잔잔하고 평화로운 음악 소리가 울린다.

 "네."

 여인은 짧게 대답한다. 노인은 오르골을 탁자 위에 두고 당신과 여인이 넘어온 그림을 바라본다. 당신이 그 그림을 다시 볼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벽에 걸린 그림은 밑에 '만화의 낙원'이라고 새겨져 있다. 그 그림만이 시계와 작업용 책상 외에 그 공방에 있는 유일하게 다른 것이었다.

 당신의 엉덩이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든다. 당신의 뒤에 의자용 시계가 있다. 원래는 없었으나, 갑작스레 생겨난 것이다. 이는 물론 여인도 마찬가지고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의자용 시계에 앉아있다.

 당신이 눈을 한 번 깜빡이며 넓은 시계가 눈 앞에 나타나있다. 넓지만 짜리몽땅한 그 시계는 위에서 보면 탁자같이 보인다. 노인은 책상에서 시계가 박힌 주전자와 찻잔 세 개를 가져와 탁자같이 생긴 시계에 놓는다. 노인은 앉는 시늉을 했는데, 그 자리에도 언제 없었냐는듯 의자용 시계가 있었다.

 노인은 다시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찻잔 두 개에 홍차를 따라 당신과 여인에게 준다. 은은한 향을 내뿜는 그 차는 마시면 당신이 갖고 있던 온갖 걱정과 고난을 덜어주고 지쳐버린 심신을 달래줄 것이다. 그러기 전으로 시간을 돌려주는 것처럼.

 여인은 차를 마시지 않는다. 소년은 단숨에 그것을 들이켰지만 그 속은 하나도 비워져있지 않았다. 당신이 홍차를 마셨다면 어느새 그 양은 다시금 채워져있을 것이다.

 "그래... 자네도 시간을 조작하고 싶어서 여기 온건가?"

 소년이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것이다. 당신이 소년에게 그게 뭔 소리냐고 묻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소년은 여인을 쳐다볼 것이다.

 "또 아무 설명도 하지 않은겐가?"

 소년은 다시금 청년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여인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청년은 한숨을 짓더니 당신을 바라본다.

 "관찰자, 불친절한 도우미를 둬서 안됐구먼. 이곳이 시계 공방이라는건 굳이 설명 안 해줘도 잘 알겠지?"

 당신의 대답 여부와 관계없이 청년은 홍차를 한 모금 들이키고 말을 잇는다.

 "여기서 시계만 만드는... 다루는건 아니라네. 부탁만 하면 조금 더 특별한 시계를 건드릴수도 있지. 이를테면 자네의 시간같은."

 어느새 눈 앞으로 다가온 노인은 손끝으로 당신의 가슴을 톡 친다. 그러자 당신의 가슴 끝에 은색 시계가 나타난다.

 "이 세계에서 시간 따윈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네. 여기는 시간 따윈 무의미한 곳이니까. 기다림의 미학도, 흐름의 축복도 존재하지 않지. 하지만 이 늙은이는 그 기쁨들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라네."

 노인은 당신의 시계 분침을 돌린다. 시계가 돌아감에 따라 당신은 자신이 노인이 되었다가도 아이가 되었다가도 다시금 지금의 모습이 되는 것을 느낀다. 노인은 세번쯤 분침 돌리기를 반복하다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혹은 다른것도."

 소년이 된 노인이 시계를 두 번 건드리자 당신은 당신이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예전에 입었던 어떤 옷을 입고 있다.

 "한 부위씩 고를수도 있다네."

 소년이 말하자 당신의 복장은 모자, 상의, 하의, 그리고 장진구 순으로 당신이 언제 어느때 입었던 어떤 옷들로 무작위로 맞춰진다. 소년이 다시 시계를 두드리자 본래의 복장으로 돌아간다.

 "자, 봤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간이 어떤가?"

 소년이 묻는다. 그러나 대답을 바라고 물은것은 아니다.

 "자네가 되고 싶은 시간대, 입고 싶은 복장들을 생각하고 나에게 말해주게."

 청년은 그렇게 말하곤 아무 일도 없다는든이 책상으로 돌아간다. 청년은 책상에서 어디서 꺼냈는지 모르겠는 알람 시계를 고친다. 그는 탁자용 시계로 다시 돌아오거나, 당신에게든 여인에게든 다시 뭐라고 말을 걸지 않는다. 청년은 노인이 되었다가도 소년이 되었다가도, 다시 청년이 되기까지를 반복하며 시계를 고친다.

 당신은 당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정한다. 참고로 여기서 나가는 길을 찾으려면 공방 주인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걸 알아둬라. 바꾸기 싫다면 지금 모습 그대로 가도 좋다. 당신이 되고 싶은 정확한 시간대, 기억 속의 옷을 말해라. 노인은 당신의 시계를 꺼내 당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꺼내줄 것이다.

 노인은 당신이 말한대로 당신을 바꿔준다. 혹여나 당신이 까다롭고 애매모호한 주문을 해도 그는 숨을 쉬듯 너무나 간단하게 당신의 요구를 만족시켜준다.

 "나가는 길은 저쪽이네. 가기 싫으면 시계 구경이나 좀 하고."

 노인이 말하자 덜컹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들린 곳엔 분명히 이전엔 없었던 문 한 짝이 있다. 그 문에도 물론 시계가 박혀 있다. 문손잡이조차 동그란 회중시계로 만들어졌다.

 노인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책상으로 돌아가 시계를 만든다. 당신이 말을 걸면 대답을 해줄지도 모르지만 더 이상 자신이 먼저 말을 걸지는 않는다. 당신이 바로 공방을 나가든 박물관 구경하듯 공방을 돌아다니든 여인은 당신을 따라다닌다.

 공방 밖으로 나가면 문은 닫힌다. 당신이 이 세계에 처음으로 당도한 그 기이한 공간과 비슷하게 온갖 물건과 파편들이 떠다니는, 밑도 위도 없는 밤하늘 공간이었다. 중력도 시간도 뒤집힌 그 공간 어딘가에 떠있는 공방은 밖에서 보면 문짝에 시계가 달린 것 외엔 굴뚝이 있는 평범한 저택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공방 벽면엔 창문도 있었지만 당신은 공방에서 창문을 본 기억이 없다. 창문을 들여다보면 노인이 여전히 시계 고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여러분은 어떤 모습이 되고 싶나요?

 되고 싶은 나이, 가장 좋아하고 기억에 남는 과거의 옷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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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잭톰2 17-11-30 17:56
 
저번엔 정신사나운 느낌이였는데 오늘은 차분한 분위기네요.
너무 차분한 감이 있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헌데 저 노인은 낮인지 밤인지 어떻게 알려나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The매드해터 17-11-30 18:03
 
정신없는거만 하면 지칠 수 있으니까여ㅎ
+)이 세계에 낮과 밤 따윈 없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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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잭톰2 17-11-30 18:26
 
그럼 저 노인은 에초에 혼자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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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매드해터 17-11-30 20:35
 
고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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