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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시간속의 연인]
작가 : 한이현
작품등록일 : 2017.11.21

꿈속에서 지켜보던 여인의 삶. 그녀의 비참한 끝을 본 그날.
그녀가 찾아와 손을 내민다.

비틀린 운명을 제자리에 돌려놓기위해 제안을 받아 드린여자 수빈.
달라진 여인의 눈빛을 본 그날, 바뀌기 시작한 남자 선.

+ 천천히 진행됩니다.

 
틀어진 거래
작성일 : 17-11-30 16:55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6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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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단주의 물음에 앞서 겄던 이가 고개를 숙이며 맞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왜나라 말을 하는 역어인으로 상단에서 그 위치가 제법 있는 자였다. 본래 역관이었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 하여 여러 상단을 전전했다고 한다.

 

 “이곳으로 한 이유가 있는가?”

 

 “사람들 눈을 피하며 물건을 나르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짐을 내리고 조금 쉬고 있자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나리]

 

 앞장선 이가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조시율입니다.]

 

 [그래 오랜만이군. 이쪽이 상단주인가?]

 

 [예, 이분이 상단주입니다.]

 

 조시율이 상단주에게 통역을 해주자 앞으로 나서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박가 순혜입니다. 귀하와 거래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정중한 태도가 제법 마음에 차는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뒤를 살피던 그의 눈에 가마가 들어왔다.

 

 [저 가마는 무엇인가?]

 

 [아! 저것은 상단주의 지인이 타고 있는 가마입니다. 거래하는 것이 궁금하다 하여 쫓아 온 듯싶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물건은 어디 있지?]

 

 단주가 앞으로 나서며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여 물건 일부는 여각에 대기해 놓았다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에이지는 얼굴을 일그러졌다.

 

 [딸깍]

 

 가마의 문이 열리고 수빈이 밖으로 나왔다.

 

 ‘기녀?’

 

 너울을 써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옷차림을 보아하니 기녀가 맞았다. 그녀가 단주에게 다가가 종이에 무엇인가를 적어 내려갔다. 그것을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 옆에서 조시율이란 자가 기녀가 말을 못 한다고 일러주었다. 말을 못 하는 기녀라? 흥미가 동했다.

 

 [저벅저벅]

 

 사내가 다가가 수빈의 손목을 잡아챘다. 놀란 수빈이 잇새를 깨물어 소리를 막았다.

 

 “으으”

 

 억눌린 소리가 너울 너머로 흘러나왔다. 당황한 단주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이 무슨 무례한 짓이오?”

 

 [기녀가 아닌가?]

 

 [기녀가 맞지만, 오늘은 자기 손님으로 온 것이니 더 이상의 무례는 용서하지 않겠답니다.]

 

 [흥 제깟 것이 용서하지 않으면 어찌하겠다는 것인지.]

 

 [거래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웃기는군. 어차피 나는 거래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나?]

 

 [그래도 시늉을 하셔야지요. 물건이 다 오지 않았습니다.]

 

 손목을 틀어 빠져나가려 힘을 주었지만 사내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상단주가 계속해서 항의했지만 조시율의 입에서는 그녀의 뜻이 아닌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약속을 잊으신 것은 아니시겠지요?]

 

 [나를 겁박하는 것이냐?]

 

 [그럴 리가요. 다만 아직 오지 않은 물건들이 있음을 생각해 주십사 하는 것이지요.]

 

 [흥! 흥이 식는군.]

 

 사내가 수빈의 손을 놓아주었다.

 

 [으으]

 

 부르르 떠는 수빈의 어깨를 감싼 단주가 그녀를 일꾼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단희가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작게 속삭인 그녀가 수빈을 조심스레 한쪽으로 이끌었다.

 

 『일이 틀어진 듯싶습니다. 』

 

 [으으]

 

 뒤돌아서는 단주를 불러 세운 수빈이 빠르게 글을 썼다.

 

 [통역하는 이가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확인한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왜나라 말을 아십니까?

 

 고개를 끄덕인 수빈이 빠르게 적었다.

 

 [아무래도 저자는 영상의 사람인 듯싶습니다]

 

 단주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갔다.

 

 “설마.”

 

 [예 함정이지요.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위험합니다]

 

 막 다음 말을 적으려는데 두 사람이 다가왔다.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그저 호기심에 그리 하셨답니다.”

 

 [아닙니다. 잠시 놀란 것뿐이니 심려치 마십시오.]

 

 수빈이 글을 적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조시율이 그에게 통역을 해주었다. 그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물건을 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상자를 열어 안을 확인한 에이지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이 정도면 상급이군]

 

 [자기네 상단은 항상 만족스러운 물건만을 거래 한다고 하는군요]

 

 단주가 자신 있게 말하자 그 말을 통역했다.

 

 [너도 그녀의 상단이면서 아닌 것처럼 말을 하는군.]

 

 [저는 임시지요. 제가 누구인지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마음에 드신다고 하십니다.”

 

 “다행이군요.”

 

 [나머지 물건들은 언제 오느냐고 물어봐라]

 

 통역을 하고 그녀의 말을 기다리던 조시율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하지만 찰나여서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알지 못할 정도였다.

 

 [사람을 보내야지만 출발한다고 합니다.]

 

 [뭐! 이건 이야기가 다르잖아.]

 

 [아마도 중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것을 염려해서 그런 듯합니다. 물건이 물건이지 않습니까?]

 

 [그럼 가서 가져오라고 해!]

 

 [대금의 지급을 여쭤보는데요]

 

 대금이 준비되어 있을 리가 없었다. 오늘 거래는 처음부터 약탈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최근 눈에 띄게 성장한 수빈의 상단에 타격을 주기 위한 영상의 요구였다. 처음에는 그냥 우연이라 치부했는데, 최근 들어 빠른 기세로 세를 늘려, 영상의 상단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거슬린 것이다.

 

 그래서 우찬성과 에이지의 거래 내용에 슬쩍 수빈의 상단에 장난질을 쳐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을 끼워 넣었다. 에이지도 손해 보는 것이 아니었기에 선뜻 받아들였다.

 

 [물건을 가져오면 지급하겠다고 해]

 

 [일부만이라도 보여 달라는 데요?]

 

 그러자 사내의 기세가 사나워졌다. 단주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수빈이 종이에 무엇인가를 끄적이더니 슬쩍 단주에게 보여주었다.

 

 [으으]

 

 “잠시 자리를 피해주시겠습니까? 이 사람이 많이 놀란 모양입니다.”

 

 두려움에 떠는 수빈을 힐끔거린 그가 입맛을 다셨다.

 

 [다른 연놈들은 다 죽여도 저년은 챙겨갈 것이다.]

 

 [에? 하지만 목격자를 남기지 말라는……]

 

 그가 검 손잡이에 손을 대며 그를 노려보았다.

 

 [나를 무어라 생각하는 것이지?]

 

 [죄. 죄송합니다]

 

 사내들이 멀어지자 수빈이 빠르게 글을 써 내려갔다.

 

 [그들은 우리를 죽이고 물건을 가로채려합니다. 미리 일러 놓은 데로 진행하세요]

 

 글을 읽은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거래를 준비할 때 수빈이 혹시 이렇게 될 수도 있으니 준비하라 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호위는 아가씨 곁을 떠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예, 단주님”

 

 상단주가 조시율을 부르며 다가갔다.

 

 “이보게 그럼 물건을 가져와야 하니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네.”

 

 “그리 하십시오. 에이지님께서도 빠르게 처리하시길 원하십니다.”

 

 “그리하겠네.”

 

 상단주가 짐꾼들에게 다시 여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서둘러 일어설 것을 종용했다. 그 모습을 보던 조시율이 당황하여 그녀를 막아섰다.

 

 “왜 이들을 돌려보내는 것입니까?”

 

 “짐꾼들을 보내야 짐을 들어 올 것 아닌가?”

 

 “여각에 남아 있는 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에게 가져오라 연통을 보내시면 되시지요.”

 

 목격자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들 중 살아 나가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들은 무인들이네, 그들이 짐을 들겠는가?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아니 그럴 것이네.”

 

 말을 들던 그가 놀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예?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당황한 그가 에이지 일행에게 다가가 상황을 설명하자, 큰 소리가 들렸다. 힘없는 짐꾼들이야 그들에게 손쉬운 상대였지만 무인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시율이 다가왔다. 짐꾼들을 보내도 되지만 무인들은 에이지 일행이 불편해하니 최소한만 동행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단주는 순순히 그러겠노라 답했다.

 

 ‘수완 좋은 이라고 하더니, 이리 멍청해서야.’

 

 속으로 단주를 비웃던 그가 에이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짐꾼들이 떠나자 상단일행은 몇 명 남지 않게 되었다. 너울을 둘러쓴 수빈의 얼굴은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 저를 훑어 내리는 에이지의 시선을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속내를 숨기지 않는 그의 눈빛은 역겹고 더러웠다.

 

 거래를 진행하는 동안 이상한 생각이 들어 동행을 제안했다. 사람들이 펄쩍 뛰며 말렸지만, 그녀가 밀어붙였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거래를 진행할 때 이목이 쏠리는 것을 걱정하여 조용히 움직였는데, 그것을 이용할 줄이야.

 

 홍상우는 아니 영상의 계획은 간단하다. 큰 거래를 나간 상단의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물건은 사라진다. 그때 누군가 나서서 증언하겠지. 그자는 조시율,

 

 증언은 상단에 좋지 않을 내용일 것이다, 후루카와 상단은 물건을 요구하거나 위약금을 요구할 것이다. 상단은 사람과 물건을 잃은 마당에 위약금까지 물어주어야 하니 막대한 손해를 입고 공주분해 될 확률이 높다.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영상의 개가 될 것이고.

 

 ‘영상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이거지요? 사람 잘못 봤습니다.’

 

 사람들을 보내었으니 그들은 무인들을 데리고 돌아올 것이다. 눈치 빠른 이에게 미리 약속된 말을 전하도록 하였으니, 그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했다. 하지만 여차하면 물건을 놔두고 도망을 쳐야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던는데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가 보였다. 그는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수빈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불길한 예감이 든 수빈은 상단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합류했다. 단희가 그녀 옆에 서자 작은 서책을 그녀의 품에 넘겨주며 눈짓을 했다. 힐끔 뒤를 본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속 깊숙이 서책을 갈무리했다.

 

 빠르게 다가온 사내가 수빈의 손목을 잡아챘다. 강한악력에 수빈이 신음 비슷한 것을 흘렸다.

 

 “너, 진짜 말을 못 하는 것이냐?”

 

 낯선 사내의 입에서 능숙한 조선말을 흘러 나왔다.

 

 [으으]

 

 몸을 한껏 웅크리고 팔을 비트는 수빈을 보던 그가 너울에 손을 뻗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계집?”

 

 수빈을 막아선 단희가 검집을 앞으로 내밀며 그를 제지했다. 남장을 하고 있던 단희의 목소리를 들은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손을 놔 주시지요.”

 

 “계집이 검을 들다니 신기하군.”

 

 “손을 놔주시라 말했습니다.”

 

 단희를 살피던 사내의 시선이 수빈에게로 향한다. 손목에 사내의 악력이 가해지자, 수빈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한숨을 내쉰 수빈이 단주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놀란 단주가 다가오려다 말고 왜인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수빈이 입을 열었다.

 

 “아-. 기분 더럽네.”

 

 말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수빈이 팔을 틀며 사내의 앞으로 한발 다가서 몸을 기울인다. 사내가 엇 하는 순간 품으로 파고든 그녀가 팔꿈치를 들어 명치를 가격했다.

 

 “컥.”

 

 체중을 실어서인지 제법 효과가 있었다. 자유로워진 손목을 흔들어 보인 그녀가 단희에게 눈짓하고는 냅다 뛰기 시작했다. 그것이 신호였는지 앉아서 휴식을 취하던 이들도 사방으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뭐야!]

 

 뒤늦게 달려 나가는 사람들을 확인한 이들이 뒤를 쫓았다. 짐꾼으로 위장했던 무사들은 검을 찾아 들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다 죽여!]

 

 달려나가던 수빈은 자신의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에이지와 몇몇 이들이 자신을 쫓고 있었다. 옆을 보니 단희와 단주가 함께 뛰고 있었다. 이 상태로 가면은 모두 잡힐 것이 뻔했다. 앞쪽에 작은 골짜기가 보였다.

 

 “단희야 저쪽!”

 

 그녀가 손짓하는 곳을 확인한 단희가 비틀거리는 단주를 잡아끌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뛰어!”

 

 뒤를 돌아본 단희는 놀라 그녀를 불렀다.

 

 “아가씨!”

 

 수빈이 그녀들이 뛰어든 곳의 위쪽으로 내달리며 뛰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입술을 짓이긴 단희가 단주를 잡고는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최대한 빨리 수빈과 합류해야 했다.

 

 [헉. 헉]

 

 가쁜 숨을 내쉬며 뛰는 그녀의 뒤로 희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면 안 돼. 뛰어.’

 

 저 아래 단주와 수빈이 사내 둘과 대치하고 선 것이 보였다. 두사람 정도야 단희가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니 문제없었다. 문제는 자신이었다. 저쪽으로 두 사람이 갔다면 이쪽은 셋이었다.

 

 달려나가던 수빈의 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망할.”

 

 수빈의 앞은 가파른 절벽이었다. 뒤를 돌아선 수빈의 눈에 비틀린 웃음을 짓는 에이지가 보였다.

 

 [이런 이런, 벙어리가 아니었나?]

 

 “…….”

 

 [달리면서 잘도 소리를 지르더군]

 

 “…….”

 

 뒷걸음치는 그녀를 향해 검을 들이밀었다.

 

 [비명소리가 듣고 싶군. 목소리를 들어보니 살려달라 애원하는 소리가 제법 들을만 한 것 같아.]

 

 그가 한 걸을 다가서자 그녀가 두 걸음 물러났다.

 

 [아! 그것도 제법 괜찮겠어. 내게 매달려 신음을 흘리는 모습도 좋을 것 같지 않은가?]

 

 그의 말에 사내 둘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미친놈.]

 

 에이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런, 우리말을 하는군.]

 

 [당신이 이럴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군. 원하는 것이 있어 이곳에 온 것이 아닌가? 에이지. 아니 료타?]

 

 료타라는 이름을 들은 그가 악귀 같이 일그러진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네년, 나를 아는군!]

 

 [……]

 

 [설마! 일부러 짐을 가져오지 않은 것인가?]

 

 [그것을 이제 알아채다니. 어리석군.]

 

 [네년!!]

 

 수빈이 두어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높이가 제법 되었지만, 잘만 뛰어내리면 크게 다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검을 빼앗아 반격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해보았지만, 잘못해서 다른 이의 눈에 띈다면 뒷감당이 되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뒤에 있던 자가 에이지에게 무어라 귓속말을 한다.

 

 [그래? 그럼 빨리 죽이고 뜬다.]

 

 오른쪽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검을 뽑아 들었다. 뛰어내리려면 지금뿐이었다. 뒤를 힐끔거리던 수빈이 마음을 다잡는 순간 그녀의 뺨에 따뜻한 무언가가 튀었다.

 

 [컁]

 

 검과 검이 맞대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녀 앞에 보라색 익위사 복장을 한 사내가 서있었다. 그가 든 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바닥엔 수빈을 죽이려던 자가 쓰러져 있었다.

 

 에이지가 익위사의 검을 쳐내며 수빈을 향해 뛰어들고 뒤쪽의 무사가 익위사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검을 피해 몸을 빙글 돌린 수빈이 에이지의 손등을 내리쳤다. 놀란 그가 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세를 가다듬는 순간, 익위사의 검이 그의 복부에 박혀 들었다.

 

 [컥]

 

 단발의 신음과 함께 그가 무너져 내렸다. 그가 검을 뽑아내자 붉은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낸 익위사가 나머지 무사를 눈으로 쫓았다. 눈치를 살피던 무사는 검을 치켜들어 휘둘렀다. 몸을 틀어 피하듯 검을 쳐내는 것을 확인한 무사가 몸을 돌려 검을 내질렀다. 검의 방향은 수빈이었다. 당황한 그녀가 뒷걸음칠 때 후두두 소리와 함께 발밑의 땅이 무너져 내렸다.

 

 “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느 쪽으로 뛰어내려야 덜 다칠까를 고민했었지만, 떨어진다 생각하니 두려웠다. 잠시 뒤 제 몸에 가해질 고통을 생각한 수빈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팍]

 

 자신을 감싸 안는 온기와 무게감이 느껴졌다. 살며시 눈을 뜬 그녀가 본 것은 사내의 가슴팍이었다. 고개를 들려는 그녀의 머리를 커다란 손이 지그시 눌러왔다. 자신을 보호하려 빈틈없이 끌어안은 사내의 체온과 단단한 신체가 느껴졌다.

 

 [퍽]

 

 떨어지는 중간 중간 부딪히는 소리와 충격이 전해졌다. 그때마다 수빈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절박하게 웅크리는 그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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