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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15
작성일 : 17-11-30 10:26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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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소녀의 모습을 한 스미레는 꿈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보며 처연한 미소를 짓고 있다. 붉은 나비 한 마리가 정원을 노니는 듯하다. 작고 가녀린, 그리고 안쓰러운 모습이다.

 

 “스미레 씨?”

 

 스미레는 내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벽을 통과하듯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홀린 것처럼 집으로 들어갔다.

 

 소녀 스미레의 영혼은 천천히 거실을 거닐다 아버지의 서재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서 있더니 2층의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걸까. 그녀와 아버지는 어떤 관계였을까. 열두 살의 스미레의 뒷모습에서 나는 아버지의 온기를 느끼며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가 걸음을 멈춘 곳은 손님을 위한 침실이었다.

 

 어쩐지 손님방이 있는게 이상했는데 여긴 예전에 스미레가 머물던 방이었구나.

 

 스미레는 멈춘 채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침대 아래를 가르켰다. 저 밑에 무언가 있는 것일까.

 

 나는 그녀의 지시를 따라 침대 아래를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단풍나무로 만들어진 상자가 있었다. 상자안에는 지전(紙錢) 다발과, 그리고 여성용 상복 한 벌이 들어 있다.

 

 “이건 무슨 …?”

 

 상자의 내용에 대해 스미레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새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듯 그녀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집 밖의 정원까지 달려나와 봤지만 그녀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을을 뒤덮고 있던 안개도 사라져 하늘이 화창하게 개어 있었다. 마치 꿈만 같았다.

 

 그녀의 영혼이 내게 전하려고 했던 것은 대체 뭐였을까?

 

 -지전? 그건 천도제나 장례식 때 쓰는 용품이잖나.

 

 노 교수와의 전화를 통해 그제서야 나는 눈치를 챘다. 5년 전에 이미 스미레는 원혼을 천도시키기 위해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다. 그러던 와중에 피치 못할 사고를 당해 죽음에 이르렀고, 그녀의 영혼이 제령의 역할을 맡길 이로 나를 선택한 게 아닐까 싶었다.

 

 -스미레의 영혼이 자네를 선택한 것 같군.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요. 마치 홀린 것 같습니다. 이게 바른 길이겠지요?”

 

 -그러길 바래야겠지.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지만 말이야. 우선 자네 메일로 해석본을 보냈으니 꼭 읽어보길 바라네. 스미레 양은 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더군.

 

 교수가 보낸 스미레의 연구해석본은 양이 꽤 줄어 있었다. 교수의 말대로라면 마을과 관련되지 않은 자료들은 과감히 빼버렸다고 하니, 그 빠진 자료들의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거겠지.

 

 연구노트 대부분의 내용은 교수와 내가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에 후지와카 가문이 이 마을을 지배했다는 내용과, 태평양 전쟁 패전 후 대부분 철수 했다는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나는 빠르게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찾았다. 아버지가 말한 단서 중 하나. 후쿠베 신이치에 대한 기록이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지 않고 한국에 남은 일본인들 중 하나였다.

 

 

 후쿠베 신이치. 개명 박신일은 후지와카 가문의 고용인출신으로 초창기 대한민국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친일파 관리, 그리고 재조선일본인들과 협력하여 일본제국이 미처 수거하지 못했던 전쟁자금을 획책하여 빠르게 권력을 쥐었으며 광산업, 방직사업 등으로 재산을 축적하였고, 군사정권의 비호로 족벌기업으로 성장. 현재의 신일그룹을 만들었다.

 

 

 신일그룹?! 한국 10대 대기업 중 하나잖아…. 그게 후쿠베 신이치가 세운 회사였다고?

 

 

 1979년 10월 20일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 신일그룹은 장남 박양광(후쿠베 히로타다. 일본국적)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가족경영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은동마을은 박신일의 정신적 고향과도 같은 곳으로 신일그룹에게 있어 성지와 같은 곳으로 보인다.

 

 마을 지주 중 하나인 박찬수 씨의 말에 따르면 은동마을은 후쿠베 가문이 일체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가문의 경영을 맡을 수 없는 방계혈족이 마을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저주의 뒷편에 신일그룹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로군.

 

 

 등줄기에 싸한 기운이 타고 흐르는 게 느껴진다. 두려워서? 아니, 이건 겁이 나서 그런 게 아니다. 기세등등하게 달려든 상대의 일격을 맞기 직전에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찔러넣은 카운터가 직격할 때의 느낌이다. 실체없는 괴물인줄 알았는데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수확이다.

 

 나는 연구노트 파일을 좀 더 넘겼다. 그리고 또 다른 정보를 발견했다.

 

 

 9번 갱도에 세워진 사당은 후지와카 가문이 지배하던 당시 지어졌던 것을 재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초기 사당의 모습은 제령과 원혼천도의 증거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으나, 1973년 재건축된 사당에서는 풍요기원과 소원성취의 모습을 겉으로 드러내고 내부엔 원념을 증폭시키는 무고의 형태가 이루어져 있음을 직접 확인하였다. (애금면사무소 내 기록 확인)

 

 

 뭐?! 재건? 다시 지어졌다고…? 이건 박성배의 말과 너무 다르잖아.

 

 박성배가 거짓말을 한 걸까. 지금까지 내가 찾아낸 내용들과 그가 내게 말한 내용은 거의 일치하지만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너무 다르다.

 

 그는 나에게 사당의 목적은 원혼천도라고 말했고, 사당은 그의 아버지가 73년에 지은 것이라고 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가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군.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렇다면 그가 진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40년 전의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 특히 그는 그 당시 어린이였을테고, 유년 시절의 기억은 왜곡되기 쉽다.

 

 그게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나를 속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 완벽한 거짓말은 99%의 진실 속에 1%의 거짓말을 담아 완성 시키는 것이니까.

 

 박성배가 나에게 자신이 아는 진실을 말한 것이든, 혹은 의도적으로 나를 속인 것이든 간에 더 이상 나는 그를 믿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봐서 내가 죽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어찌됐든 그는 나를 살리려고 애를 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 나는 그를 이용해야 한다. 사당의 원혼들의 한을 완전히 풀 수 있는 진실에 닿을 때 까지. 살아남기 위해.

 

 나는 스미레의 연구노트를 더 읽어보았다. 교수가 많은 부분을 삭제했음에도 저주와 관련 없어 보이는 내용들이 꽤 많았다. 천천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들도 있겠지만 전부 읽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한참을 빠르게 클릭하던 나는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발견했다.

 

 박신일의 혈족(직접 만나볼 수 있었던 이들.)

 박찬수 – 박신일의 삼남 박양조의 차남. 은등마을 산 157(등나무골)에 오두막을 짓고 거주중.

 박성일 – 박신일의 차남 박양신의 장남. 은등마을 이장.

 박성배 – 박양신의 차남. 은등마을 청년회장.

 

 박성배…! 후쿠베 신이치 가문의 사람이었군. 마을의 감투는 모두 혈족이 쥐고 있는 거였나. 대기업 총수일가의 방계라면 농사따위는 짓지않아도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을 터다. 풍년이 어쩌고 하는 건 죄다 거짓말이었던가.

 

 스미레의 연구노트에는 리스트의 사람 중에 그나마 자신에게 호의를 보였던 이는 박찬수와 박성배였다고 적혀있었다.

 

 이들에게 스미레의 이야기를 나눠본다면 그녀에 대한 당시의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들 중 하나와 접촉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박성배를 만나 스미레의 이야기를 꺼내기는 조금 두려웠다. 그가 정말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박찬수를 찾아가 보기로 결심했다. 그 것이 옳은 선택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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