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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픽미! 허그미! 키스미!
작가 : 하다온
작품등록일 : 2017.11.16

가수지망생 하린은 도망친 그(그놈?)가 돌아올때까지 슈퍼스타 도현에게 사로 잡히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하린에게 마음을 사로 잡히게 된 도현은 하린을 놓아주려 하질 않는데. 알콩달콩 사랑의 하모니를 쌓아가는 하린과 도현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20. 당신 거기에 있어요?
작성일 : 17-11-30 09:54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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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당신 거기에 있어요?

 

 

 “몇 번째 남자인가?”

 

 “네?”

 

 “쥐날 때 안아다 주는 남자 말이야.”

 

 “풋.”

 

 

 하린이 병원에서 했던 말과 토시 하나 다르지 않게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그를 보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곤두섰던 온 몸의 신경들이 차츰 가라앉았다.

 

 

 “한 백만스물아홉 번째?”

 

 “첫 번째 남자로군.”

 

 

 도현은 당연히 믿지 않았다.

 

 하린은 그가 두 번째, 혹은 세 번째였더라도 그 전의 사람들은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도현은 그 외의 남자는 그냥 엑스트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지나간 길에는 그 외엔 아무도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없었다.

 

 

 “그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은 뭐예요?”

 

 “자신감이 아니라 사실일 뿐이야.”

 

 “그래요, 그렇다 쳐요.”

 

 

 하린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치솟은 그의 자신감만큼은 인정했다. 아니 부러웠다. 어딜 가든 빛나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얄밉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밉지는 않은 그만의 매력이었다.

 

 도현은 방까지 안아다주었다. 하린의 쥐난 다리는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이상하게도 여전히 찌릿찌릿했다.

 

 하린이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다리를 주물렀다.

 

 

 “다시 도와줄까?”

 

 

 도현은 진지하게 마주앉아 다리를 주물러주겠다는 듯이 손을 뻗었다. 하린이 다리를 급하게 치우며 기겁을 했다.

 

 

 “아니요.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나가시는 문은 저쪽입니다.”

 

 

 하린은 벌떡 일어나서 방문까지 인도해주고 싶었지만 야속하게도 여전히 다리는 저렸다.

 

 

 “쿠쿡.”

 

 

 도현은 웃음을 숨기지 않고 방을 나갔다. 그는 하린을 놀리는 것에 재미가 붙은 것 같았다. 한바탕 웃음을 남기고 떠난 도현의 웃음이 방 안에서 떠도는 것 같았다.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빨간 얼굴을 감싸 쥐고 하린은 침대에 철퍼덕 누워버렸다.

 

 

 “저 남자는 아무 느낌이 없는 걸까?”

 

 

 혹시 나만 이렇게 가슴이 뛰는 걸까? 그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궁금해졌다고! 정말 미쳤다! 박하린 미쳤다고!”

 

 

 하린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하지만 여전히 심장은 레이스를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감은 두 눈 속안에서 하린은 여전히 도현에게 안겨있는 채였다.

 

 지난 번, 병실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음에도 오늘은 괜스레 마음이 복잡했다.

 

 가슴은 계속 두근대고 도현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느릿하지만 절대로 느리다고 볼 수 없던 심장소리도 들렸다. 가까이 다가 선 그의 인위적인 향수가 아닌 강한 살 냄새가 향긋했다. 그의 단단한 가슴을, 다리를 주물러주던 팔을 만져보고 싶었다.

 

 똑똑-

 

 

 “잠깐 들어가 돼?”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레 도현이 노크를 했다.

 

 

 “네? 네.”

 

 

 하린은 벌떡 일어나 달아오른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하린이 엉거주춤 일어서려하는 사이 도현이 문을 열고 그녀에게 다가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하린은 봉투를 뚫어지게 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돈 다발인가요?”

 

 

 하린은 말과 동시에 두 손을 조신하면서도 공손하게 내밀었다. 보통 돈은 저런 누리끼끼한 봉투에 담아주는 법이었다.

 

 도현은 그녀의 손 위로 봉투를 올렸다. 봉투에서는 썩 좋지 않은 돈 냄새가 아닌 향긋한, 식욕을 마구 당기는 그 익숙한 냄새가 솔솔 풍겼다.

 

 

 “에이.”

 

 

 아까 도현이 이야기했던 샌드위치인 게 분명했다. 입에선 아쉬운 소리가 나왔다.

 

 

 “싫다면, 다시 가져갈까?”

 

 

 도현이 하린의 손 위에 놓여 있던 봉투를 다시 집어 들었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역시 저녁 겸 야식은 샌드위치죠!”

 

 

 하린은 도현에게서 다시 봉투를 빼앗았다.

 

 

 “푹 쉬어.”

 

 

 그는 샌드위치를 전해준 후 나갔다.

 

 다시 침대에 앉은 하린은 샌드위치를 꺼냈다. 맛집으로 유명한 집의 수제 샌드위치였다.

 

 퇴원한 날 그가 사온 저녁은 잠깐의 호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도현은 오늘도 잊지 않고 하린의 저녁(혹은 야식)을 챙겨왔다. 하린의 입이 배시시 벌어졌다.

 

 하린은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단 가게답게 그냥 만들어져 나오는 샌드위치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 남자 누나한테 관심이 있어요.’

 

 

 갑자기 준영의 말이 떠올랐다.

 

 하린을 데리러 오고, 하루의 안부를 묻고, 샌드위치를 사왔다. 쥐가 난 그녀의 다리를 마사지해줬고 방에까지 데려다줬다.

 

 다시 하린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강도현이 아니었더라면, 그가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하린이 사랑에 빠졌을만한 행동들이었다.

 

 

 “하준영이 괜한 소리를 해서는!”

 

 

 우진을 사랑하는 도현이 하린에게 관심 따위를 보일 리가 없다. 양성연애자가 아닌 한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설마, 양성연애자?!”

 

 

 하지만 도현은 여자를 싫어한다고 누누이 승훈이 말했다. 여자를 싫어하는 양성연애자도 있나? 그런데 도현은 왜 여자를 싫어하지?

 

 

 “에라 모르겠다. 잠깐만 쉬었다 씻어야지.”

 

 

 하린은 잠깐 눕는다는 것이 그대로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 * *

 

 하린이 깊이 잠든 그 시각, 도현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이미 잠에 빠졌어야 했다.

 

 앨범 작업을 할 때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다. 10주년 앨범을 대신해야하기에 이전의 앨범들보다 더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게다가 승훈의 출장으로 승훈이 해주던 일까지, 가령 운전이라든가, 하린의 심부름까지, 스스로 해야 하기에 꽤 피곤했다.

 

 피로도는 상당했는데 잠은 오지 않았다. 도현의 정신은 말짱했다. 자신의 몸에 딱 맞게 안겨 들어 온 하린이 자꾸 떠올랐다.

 

 

 “미쳤군.”

 

 

 도현은 스스로를 비웃었다.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바짝 말라오는 입안에 차가운 냉수를 마셨다. 시원한 청량감에 정신이 더욱 또렷해졌다. 또렷해지는 생각이 다시 하린에게로 가 닿았다.

 

 오늘밤 잠을 자는 건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도현은 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작업실로 내려갔다.

 

 * * *

 

 짹짹- 짹짹짹짹-

 

 시골에서나 들을 수 있다는 새소리였다. 하린은 귀에서 울리는 소리에 차츰 정신이 깨어났다.

 

 

 ‘얼렁 씻고 자야지.’

 

 

 하린은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가 눈부신 햇살이 눈이 찌푸려졌다.

 

 

 “눈이 부셔? 설마?!”

 

 

 창문에 쏟아져 나오는 빛은 햇살이 맞았다. 그녀의 옷차림은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였다. 어제 도현이 안아다 방에다 내려다 준 그 상태 그대로 잠들어버린 것이다.

 

 왼 다리 하나로 커피숍에서 하루 종일 서 있었으니 녹초가 된 게 당연했다.

 

 

 “하아. 먹고 바로 자서 완전 부었겠네.”

 

 

 비적비적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자마자 거울에 자신의 얼굴이 비치자 하린은 또 한 번 경악했다.

 

 

 “뜨악!”

 

 

 하얀 바다 같은 얼굴에 짙은 다크서클은 예상했지만 볼에 한가운데 솟아오른 두 개의 화산섬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화장한 채로 잠들어버린 탓에 자그마한 뾰루지가 생겼다.

 

 

 “하아. 또 용암 흘러나오게 생겼네.”

 

 

 하린은 유심히 거울을 보다가 뱀 허물 벗듯 옷을 대충 벗어 던져버리고 월풀 욕조에 앉았다.

 당장은 용암을 처리할 수도 없었다. 우선은 샤워가 먼저였다.

 

 깁스를 한 채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가장 고된 일은 샤워였다. 깁스에 물이 닿으면 안 되는데, 이 깁스한 발을 처신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것이다.

 

 하린이 겨우 생각해 낸 방법이 욕조에 걸터앉아 깁스한 다리를 욕조 위로 턱하니 올려두는 방법이었다. 깁스가 물이 젖지 않도록 나머지는 후다닥 대충 씻어야 했다. 깁스한 동안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고, 시원하다.”

 

 

 따스한 물줄기에 온몸이 노곤해졌다. 아침의 상쾌함이 하린을 감쌌다.

 

 

 ‘그는 뭐하고 있을까?’

 

 

 불현듯 그가 떠올랐다. 밤새 그와 이러쿵저러쿵 꿈을 꾸더니만 일어나자마자 또 그의 생각이었다.

 

 하린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던 간에 그는 아무런 생각도 없을 것이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도 아니고 그냥 잠시 잠깐 어쩌다 일어난 스킨십을 가지고 스스로가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막말로 그는 광고를 찍어도 하린보다 더 예쁘고 볼륨감 좋은 여자들과 더한 부비부비를 찍고 또 그 여자들에게 대시를 받는 사람이다. 그러니 어젯밤 일로 눈 하나 깜짝할 리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어때서?”

 

 

 하린은 엉거주춤 일어나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봤다.

 

 

 “이만하면 얼굴도 예쁘지!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왔지! 성격도 좋아 노래도 잘해,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네!”

 

 

 두 개의 화산섬만 빼면 어지간한 연예인보다도 예쁜 얼굴이었다. 작은 복숭아 같은 탐스러운 가슴과 도현의 한 팔에 감싸지는 잘록한 허리에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엉덩이였다.

 

 하린에게 아쉬운 점이라곤 무대공포증을 가진 가수지망생이라는 것과 집 없는 신세라는 것뿐이었다.

 

 

 “아, 맞다. 오디션 봐야지…….”

 

 

 깊숙이 미뤄뒀던 오디션이 떠오르자 한숨이 세어 나왔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언제까지 무섭다고 웅크리고만 있을 순 없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강훈의 전화가 오기 전까지! 꼭 하나는 보자!

 

 한동안 물줄기를 마주하고 있던 하린은 물을 잠그고 일어나 서랍장을 열었다. 샤워를 너무 오래 했는지 배도 고팠다. 뭐라도 먹고 도현의 차를 얻어 타려면 서둘러야했다.

 

 

 “어?”

 

 

 각 맞춰 일렬로 꽂혀 있어야 할 수건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지?”

 

 

 하린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욕실 안에 있는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어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수건은 보이지 않았다.

 

 하린은 잘 쓰지 않는 면봉은 넉넉히 꽂혀 있고, 일주일 내내 써도 다 못 쓰는 휴지는 다섯 개나 꽂혀 있으며 바디 샤워나 샴푸는 가득 들어있었다.

 

 없는 거라곤 오직, 수건뿐이었다.

 

 

 “왜 하필 수건만 없는 거야!!!!”

 

 

 하린은 황망함에 머리가 띵했다.

 

 

 “아오, 추워!”

 

 

 봄이라지만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오소소 소름을 만들었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수건이 필요했다. 그런데 하린은 지금 알몸이다. 밖에 도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나갈 수도 없었다.

 

 

 “어떡하지?”

 

 

 벗었던 옷을 다시 입을까? 하지만 깨끗이 샤워를 했는데 옷을 다시 입고 싶진 않았다.

 

 하린은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 집에는 지금 도현과 하린만이 있다. 그런데 하린은 여전히 머리카락에서부터 시작된 물이 뚝뚝 떨어져 웅덩이를 이루기 직전이었다.

 

 

 “내가 어찌어찌해서 나간다 쳐. 나가서 수건을 어디서 찾아?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이 집에 짧은 기간 세입자로 지내면서 이 집의 구석구석을 돌아볼 시간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으며, 그러는 것 또한 너무 실례였다.

 

 당연히 이 집에 뭐가 있고 없고도 제대로 알 지 못하는 하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강도현 씨.”

 

 

 고민을 끝낸 하린은 욕실 바깥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알몸으로 있다는 사실이 하린의 목소리를 소심하게 만들었다.

 

 

 “안 들리나? 강도현 씨!”

 

 

 하린은 좀 더 크게 불렀다. 목소리가 욕실 안으로만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도현에게선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린은 문을 조금 더 열고 얼굴만 바깥으로 내밀고 몸을 S자로 격하게 꺾었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보았지만 근처엔 개미 한 마리도 없었다.

 

 

 “강도현 씨?”

 

 

 소심한 마음에 작은 소리가 나왔다. 도현은 어디에 있는 건지 대답이 없었다.

 

 

 “아으. 추워.”

 

 

 하린의 입이 덜덜 떨렸다. 입술이 파리해지고 안색도 조금씩 질리고 있었다. 젖어 있는 머리카락이 등에 닿는 감촉은 너무나 차가웠다. 이대로 조금만 더 덜덜 떨다가는 감기라는 놈이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을 참이었다.

 

 꼼짝없이 깁스한 채로 감기까지 걸린 민폐환자는 정말 사양이다. 마음이 급해진 하린은 냅다 샤우팅을 해버렸다. 어쩔 수 없다. 이제는 아판사판 공사판이다!

 

 

 “야! 강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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