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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픽미! 허그미! 키스미!
작가 : 하다온
작품등록일 : 2017.11.16

가수지망생 하린은 도망친 그(그놈?)가 돌아올때까지 슈퍼스타 도현에게 사로 잡히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하린에게 마음을 사로 잡히게 된 도현은 하린을 놓아주려 하질 않는데. 알콩달콩 사랑의 하모니를 쌓아가는 하린과 도현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19. 나는 몇 번째 남자인가.
작성일 : 17-11-30 09:53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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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나는 몇 번째 남자인가.

 

 

 “데리러 오고 싶지 않아서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인거죠?”

 

 

 하린은 농담으로 자신의 생각을 차단했다.

 

 그가 자상하다니? 그가 세심하다니?

 

 생각할 거리도 안 되는 괜한 이야기를 들은 후인 데다가, 몸이 피곤하니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거다.

 

 

 “가끔 박하린 씨는 날 놀라게 해.”

 

 

 도현은 씩 웃고 있었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그 볼우물에 빠져 헤엄치고 싶게 만드는 딱 그런 미소였지만 하린은 그 속에 담긴 도현의 의도를 모르지 않았다.

 

 역시 데리러 오기 귀찮았던 거였다. 아마 자신의 낸 사고가 아니었다면, 승훈이 출장을 가지만 않았더라면 도현이 하린을 데리러 직접 여기까지 올 일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쉽게 인정하지마라고요!”

 

 

 아무렇지도 않게 저렇게 말을 하는데 관심은 개뿔!

 

 갑과 을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여전히 을은 하린이었다. 도현이 데리러 오지 않는다면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했다.

 

 결국 하린은 도현 앞에서 납작 엎드렸다.

 

 

 “내일도 제발 데리러 와주세요, 집주인님!”

 

 

 하린은 제 두 손을 꼭 맞잡고 커다란 눈을 천천히 깜박였다. 운전을 하느라 앞만 쳐다보던 도현이 힐끗 하린을 보고는 피식거렸다. 눈망울이 고양이처럼 애틋함을 가득 담아 반짝이고 있었다.

 

 

 “기운찬 걸 보니 발은 괜찮은가 보네.”

 

 “강도현 씨가 없어서 또 부러지거나 그런 일은 없었어요.”

 

 “다행이야.”

 

 

 순순히 인정하는 도현을 빤히 보던 하린이 앞을 바라보았다.

 

 

 “승훈씨는 연락 없었어요?”

 

 

 하린은 강훈이를 찾으러간 승훈의 소식이 궁금했다.

 

 

 “아직 별다른 연락은 없어.”

 

 “네…….”

 

 

 승훈이 우진, 강훈과 같이 돌아오면 좋을 텐데.

 

 어느새 도현과 하린이 탄 차는 시골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기분이 편안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만이 빛이 되는 조금은 어두운 시골길이 이제는 정겹게 느껴졌다. 도현의 집에서 지낸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오랫동안 지냈던 전셋집보다 더 도현의 집이 더 자신의 집 같았다.

 

 

 “저녁은 먹었어?”

 

 “저녁이요? 오늘은 그러고 보니 못 먹었네……. 아, 도현 씨도 혹시 저녁 안 먹었어요?”

 

 

 하린은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져 뭘 챙겨먹을 정신도 없었다.

 

 시간이 벌써 10시가 가까워져가는 시간이었지만 도현 역시 저녁을 안 먹었을 것 같았다. 집에 식료품을 챙겨두지 않는 사람이 매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게 더 이상했다.

 

 

 “샌드위치 좋아하지?”

 

 “그럼요!”

 

 

 하린의 좋다고 대답하자 도현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일부러 챙겨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하지만, 도현이 하린을 위해 일부로 샌드위치를 챙겨온 것을 모르는 하린은 도현의 웃음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었다. 자, 잠깐! 저 웃음은 뭐야?

 

 하린은 허리를 곧추 세우고 턱을 높이 들고는 새초롬하게 말했다.

 

 

 “잠깐, 내가 왜 샌드위치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잡식성이라서?”

 

 “또! 그 얘기! 나는 잡식성이 아니라 다만 복스럽게 먹는 거라고요. 잘 먹으면 복이 오는 법이예요.”

 

 “웃으면 복이 오는 게 아니고?”

 

 “잘 먹고 행복해서 웃으니 복이 오는 거지요.”

 

 “그렇다고 치지.”

 

 

 차는 어느새 차고로 들어와 있었다.

 

 차에서 먼저 내린 도현이 돌아와 하린의 문을 열어 주었다.

 

 하린은 목발을 꺼내 바닥에 지지하는데. 다치지도 않은 멀쩡한 왼 다리에서 찌릿했다. 다리 전체에 쥐가 기어 다니는 소름끼치는 느낌이었다.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서 움직이면 전기충격이라도 받는 듯 따끔했다. 머리털이 곤두섰다.

 

 

 “안 내릴 거야?”

 

 

 차 문을 연 채로 도현이 가만히 하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에 쥐가 났어요.”

 

 

 하루 종일 주문을 받느라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한 다리에만 힘을 주고 일어섰던 게 무리가 된 듯 했다.

 

 두 다리가 나누어 짊어지던 짐을 하나에서 다 처리해야 했으니 그 얼마나 고달팠을까.

 

 

 “못 일어나겠어요.”

 

 

 하린은 다리를 풀기 위해 발가락 끝에 힘을 주었지만 잠시 풀어진가 싶었던 다리는 계속 저려왔다.

 

 전기 고문을 받는다면 이런 느낌인 걸까? 머리카락 하나까지 삐쭉 솟아오르는 느낌이 무척이나 소름끼쳤다.

 

 하린은 울상을 지었다. 다리 저림이 풀린다 해도 힘이 풀려 걸을 수 있을지 몰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도현이 쓰윽 하린에게로 자신의 몸을 낮춰왔다.

 

 

 “뭐, 뭐예요? 왜요?”

 

 

 하린은 갑자기 도현이 훅 들어오자 바짝 긴장이 되었다. 도현을 피해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등 뒤에 푹신한 시트에 가로막혔다. 다리까지 다친 환자 주제에 시트를 뚫고 날아갈 순 없었다.

 

 슬로우 모션처럼 너무나도 느리게 가늘고, 희고 긴 남자의 손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도현의 손가락들이 하린의 멀쩡한, 아니 멀쩡하지 않은 쥐가 나 퉁퉁 부은 다리를 향해갔다.

 

 

 “뭐하려고요?”

 

 

 하린은 도현의 손을 제지하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이미 도현은 하린의 다리를 감싸 쥔 후였다.

 

 차에 탄 하린은 무척이나 피곤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다 낫지 않은 상태인데도 일을 했으니 피곤하지 않다면 그것이 이상할 것이었다.

 

 집에서 쉬기를 권했지만 이상하게 고집을 피웠다. 그렇게 고집을 피우니 쥐가 안 나고 배길 리가 있나.

 

 

 “안 그래도 돼요!”

 

 

 깜짝 놀란 하린은 새된 비명을 질렀다.

 

 

 “고맙다는 인사로 들리는데.”

 

 

 도현은 하린의 거부를 무시하며 신발을 벗기곤 발끝을 하린의 몸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손길로 하린의 가늘고 흰 종아리를 어루만졌다.

 

 쥐가 난 하린의 다리는 단단했지만 도현에겐 아기 살결처럼 보들보들했다. 그녀의 다리는 근육 하나 잡히는 것 없이 매끈하고 한없이 말랑말랑했다. 쫀득쫀득한 게 찰떡같기도 했다.

 

 도현은 최대한 악력을 빼고 뭉친 근육이 풀릴 때까지 살살 하린의 다리를 마사지했다.

 

 단순히 근육 뭉침을 풀어주기 위한 마사지임에도 불구하고 도현은 오히려 마음이 포근해 지며 치유 받는 느낌이 들었다. 아가의 볼을 만졌을 때처럼 보드랍고 달콤한 느낌에 좀처럼 손을 땔 수가 없었다.

 

 

 “흠……, 좀 어때?”

 

 “괜, 괜찮아요. 이제 그만해도…….”

 

 

 도현의 손길을 거치면서 그녀의 다리는 부드러움을 되찾고 있었다.

 

 얼굴이 벌게진 하린은 어떻게든 다리를 빼내보려 했지만 도현은 그때마다 어떻게 알고는 하린의 다리를 꼭 쥐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다리를 주무르는 손길은 부드러워 나른할 정도였다.

 

 

 “아!”

 

 

 하린은 찌릿함이 느껴지자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질렀다. 다리의 쥐가 여전히 찌릿한 건지 그의 손길이 찌릿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아파?”

 

 “아, 아니요. 이제 진짜 괜찮아요. 그만해도 돼요.”

 

 

 도현은 하린의 다리에서 천천히 손을 떼었다. 그는 왜인지 드는 허전한 마음을 모른 척 하며 하린에게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고, 고마워요.”

 

 

 도현에게 말한 것과 달리, 하린도 사라진 도현의 손길에 의지할 곳이 없어진 것 같은 허전함이 느껴졌다.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치다가 중간에 뚝 끊긴 느낌이었다.

 

 중간에 뚝 끊겼다고? 미쳤어, 정말 미쳤어!

 

 

 “걸을 수 있겠어?”

 

 

 하린이 제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도현은 그녀가 차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이 발그레해진 하린은 목발을 바닥에 내리고 바닥에 내려서려했지만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렸다. 목발은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리고 다리는 제대로 못 움직이는 상태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꺄악!”

 

 “이런!”

 

 

 도현은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하린이 완전히 고꾸라지기 전에 그녀를 안아 올릴 수 있었다. 하린도 강렬한 생존본능으로 도현의 어깨를 붙잡았다. 도현은 하린의 허리를 꽉 그러안았다.

 

 

 “나이스 캐치.”

 

 

 도현이 조용히 속삭였다.

 

 하린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숨과 같은 속도로 가쁘게 뛰고 있는 하린의 심장 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두근. 두근. 두근.’

 

 

 하린 심장소리와는 다르게 느리게 뛰는 심장 소리가 귀에 들렸다. 엇박자로 뛰는 그 소리는 하린의 심장 소리와 합쳐져 묘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하린의 세차게 뛰는 심장소리가 맞닿은 가슴을 타고 그대로 도현의 심장으로 전달되었다.

 

 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하린의 허리를 더욱 꼭 붙들었다. 그녀의 허리를 놓으면 그대로 다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아니, 이건 스스로에 대한 비겁한 변명이다.

 

 지금은 그냥, 이대로 놓고 싶지 않았다.

 

 하린의 몸은 자신의 몸에 꼭 들어맞았다. 그리고 따뜻했다.

 

 그녀의 온기는 도현의 마음으로 서서히 퍼져가고 있었다. 작은 물방울 하나가 커다란 호수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짧은 몇 초의 시간이 아득히 이어지고 있었다. 이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여자를, 아니 사람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도현이었다. 도현을 향한 탐욕스러운 시선도, 끈적이는 손길도, 도현 자체가 아닌 그의 다른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도 싫었다. 끔찍했다.

 

 도현이 사적으로 알게 된 사람 중 유일하게 하린은 그에게 바라는 것이 없었다. 하린에게선 담백한 시선만이 있었다. 그래서인가?

 

 하린과의 접촉은 싫……지 않다?

 

 벌써 두 번째였다. 그 누구도 의도치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냥 자연스러운 스킨십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왜, 싫지 않은 거지? 아니 왜 좋은 거지?

 

 도현은 답 없는 혼란에 빠졌다.

 

 하린은 아찔했다.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더라면 다른 다리가 부러지거나, 이미 부러진 다리가 또 부러졌거나, 아니면 팔이든 허리든 또 다른 어디가 부러졌을 것이다.

 

 

 ‘다행이다. 그가 날 안아줘서…….’

 

 

 뭐어?!!!! 날 안아줘?! 그제야 하린은 도현의 심장 소리가 들린 이유를 알아챘다. 도현의 탄탄한 가슴이 하린의 가슴께에서 느껴졌다. 그건 이 남자도 내 가슴을 느낀다는 거잖아!

 

 

 “히익!”

 

 

 하린은 도현의 품에서 떨어져 그를 밀쳐내려다가 몸의 중심을 잃고 팔을 휘저었다. 도현은 단단한 팔로 하린의 허리를 붙잡았다. 다시 하린은 도현의 품에 빈틈없이 안겼다.

 

 

 “다시 입원하고 싶은 거야?”

 

 

 도현이 고민에 빠질 새도 없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던 하린은 다시 쓰러질 뻔했다. 이 여자는 그냥 두면 기어코 사고를 치려 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목을 잡아.”

 

 

 낮은 도현의 음성에 하린의 솜털이 바짝 일어섰다.

 

 

 “아니 왜요? 어? 어?”

 

 

 하린의 말 뿐인 저항은 사뿐히 무시하고 도현은 하린을 안아들었다. 하린은 본능적으로 도현의 목에 손을 감았다.

 

 

 “잘했군.”

 

 

 도현의 목소리가 하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에게서 향수와 함께 미약한 땀 냄새가 났다. 하린의 심장이 더욱 격렬한 레이스를 시작했다.

 

 도현은 하린이 긴장했음을 눈치 챘다. 얼굴이 발그레하고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다. 그가 아는 하린은 갑자기 안아버린 도현에게 욕을 하거나 시시껄렁한 농담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도현에게 안겨있었다.

 

 도현은 그녀를 안고 있는 게 전혀 싫지 않았다. 여자의 살갗이 자신의 몸에 쓸려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내심 흐뭇했다. 자신의 품 안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안겨있는 그녀를 보자니 만족스러웠다.

 

 만족스럽다고? 이 사실을 깨닫자 도현은 자신도 하린만큼이나 긴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긴장하다니?’

 

 

 웬만해선 카메라 앞에서도, 수많은 대중 앞에서도 긴장을 하지 않는 그였다. 긴장을 자신을 위축시킨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 긴장감이 나쁘지 않았다. 약간 설레기까지 했다.

 

 

 “나는……?

 

 

 도현의 다정한 시선이 하린에 닿았다.

 

 

 “몇 번째 남자인가?”

 

 

 하린의 동그란 눈이 오로지 도현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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