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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06
작성일 : 17-11-30 01:57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5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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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영이 택시를 잡기 위해 연신 팔을 흔들어댔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 빈 차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분이 지나도 차가 잡히지 않자 결국 영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은 그런 곳에는 수많은 죽음들이 존재했다. 영이 사람 많은 곳을 피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영이 인적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 끝으로 갈수록 사람들 말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영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되돌아가면 차 많은 큰 길이 나온다. 영이 그냥 앞으로 걸었다. 차 있는 도로 보다는 사람 많은 골목이 낫다고 판단했다. 한 블록을 지나니 술집이 줄지어 있었고 그곳은 인근 대학교의 학생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다행히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영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느꼈다. 저 사람들은 본인들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그 글들이 전부 거짓말이라도 되는 듯이 이곳에는 즐거운 사람들 밖에 없어 보였다. 영이 되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영의 앞을 한 남자가 지나쳐갔다. 순식간에 세상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영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분명 영을 죽이는 남자였다. 자신이 본 죽음을 영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남자의 손에는 온통 피가 묻어있었고 그 앞에는 영이 쓰러져 있었다. 영의 옆에 놓여있는 칼이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핏빛만 가득한 끔찍한 죽음이었다. 영이 넋을 놓고 남자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남자는 시끄러운 대학생들 무리를 빠르게 지나쳤다. 익숙한 곳 같아 보였다. 얼마가지 않아 사람이 거의 없는 주택가에 다다랐다. 손과 발이 차갑게 얼어버릴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영의 등에서는 땀줄기가 흘렀다. 계속해서 앞만 보고 걸어가던 남자가 영의 시선을 느낀 건지 멈췄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갑작스러운 남자의 행동에 영이 저도 모르게 몸을 숨겼다. 한참을 둘러보던 남자는 빠르게 빌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가 들어가고 나서야 전봇대 뒤에 숨어있던 영이 골목으로 나왔다. 남자가 들어간 건물을 바라보던 영이 숨을 몰아쉬었다. 아주 순간이었고 제대로 확인도 하지 못했지만 영은 직감적으로 그 남자가 자신을 죽일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영의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미래 속에서나 봤던 남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느껴지는 감정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영이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골목을 빠르게 벗어났다. 영이 큰 길로 가버리고 난 후 빌라 건물로 들어갔던 남자가 문을 열고 고개를 아주 살짝 내밀었다. 그는 환이었다. 환은 영이 사라진 골목 주변을 계속해서 둘러봤다.

 

 “기분 탓인가.”

 

 환이 티셔츠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환은 며칠 뒤, 한 여자 아이를 살해한다. 하지만 환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집으로 들어온 환이 다시 한 번 창문을 열어 밖을 확인했다. 반 지하라 문을 열어도 반은 평지에 가려져 있어 골목이 잘 보이지 않았다. 환이 창문을 닫았다. 분명 누군가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는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남자였어도 늦은 시간에 어둡고 좁은 골목을 지나다보면 무서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에 안심한 환이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는 이불 하나 깔려 있지 않았다. 짐 정리를 하다가 당장에 입고 써야할 옷과 이불조차도 다 박스에 넣어버렸기 때문이다. 박스들을 바라보다보니 불현 듯 태주와 만났던 낮의 일이 떠올랐다.

 

 “형수님이 너한테 전해 달라고 하셨어.”

 

 환도 역시 태주가 처음으로 현서를 ‘형수님.’ 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환이 직접적으로 정신과 의사인 태주에게 현서의 정신 질환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에도 별다른 반응 없던 태주가 며칠 사이에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그 말은 곧 태주가 현서를 만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엄마와 아들이라는 것은 결국 그런 것일까. 아무리 끊어내고 싶어도 절대 끊을 수 없는 관계. 환이 한 쪽 팔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렸다. 돈도 없고, 친구도 없었지만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나 행복한 삶이었다. 현서는 일종의 망상 장애를 겪고 있었다. ‘망상 장애’ 라는 것도 의학 관련 영상과 책들을 통해 알게 된 지금에서야 내린 추측일 뿐이지 그때 당시에 환은 엄마의 그런 행동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도움을 청할 다른 가족도 없었고 주변에 두 사람이 가깝게 지내는 어른들도 없었다. 환은 미쳐있는 현서를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에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악몽을 꾼 듯 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불안증이 도졌는지 어쩔 줄 몰라 하던 환이 다급히 창문을 열어 바깥공기를 들이켰다. 몇 번의 심호흡을 하고서야 진정이 되었는지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평생 꺼내고 싶지 않은 그 날의 일이 떠올랐다. 환은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 사실상 환이 현서를 떠나버린 결정적인 이유는 평생의 짐으로 남을 그 날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창가에 서서 잠시 고민하던 태주가 이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사람은 현서였다. 태주가 환에게 선물을 잘 전달해주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단 몇 글자에 묻어나왔다.

 

 “선물은 못 전해줬어요.”

 

 태주는 환에게도 솔직하게 말했으니 현서에게도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현서가 괜한 기대를 갖게 하고 싶지 않았다. 현서가 준거라는 걸 숨기고 환에게 선물을 전해줬든, 혹은 주지도 못한 선물을 줬다고 말하든 둘의 관계에는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두 사람 관계에 쓸데없는 거짓말은 더 방해만 될 뿐이었다. 태주의 말을 들은 현서가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현서의 실망스러움이 전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태주가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꾸 내밀다보면 받겠죠, 뭐. 지도 사람인데. 좋은 거 많더라고요.”

 “벌써 용서받기에는…. 제 죄가 너무 컸나보네요.”

 

 어떻게 해서든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태주의 실없는 농담이었지만 현서는 침울했다. 답지 않게 실실거리던 태주가 웃음을 멈췄다. 그때 누군가 태주의 진료실에 노크를 했다. 아마 황 교수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점심시간 이었다.

 

 “제가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다급히 말한 태주가 현서의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책상 옆에 놓여있는 작은 거울로 차림새를 확인한 태주가 문을 열어 황 교수를 반겼다.

 흰 머리 지긋한 노인으로 밖에 안 보이는 수수한 차림의 황 교수는 이 분야에서는 대한민국 최고라 할 정도로 유능한 의사였다. 태주가 수경과 영을 만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다 황 교수 덕분이었다. 한 달은 기다려야 원장님과 진료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간호사에게 방법이 없냐며 끈질기게 애원하는 수경에게 태주가 말을 걸었고, 태주의 대학시절 은사님이 황 교수라는 정말 간단한 이유로 수경은 태주에게 영을 부탁했다. 어쨌든 황 교수는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었다. 태주가 손짓으로 먼저 앉으시라고 권한 뒤 황 교수가 앉고 나서야 그 맞은편에 앉았다. 황 교수가 불편한지 앉자마자 가운을 벗어 옆 자리에 뒀다. 몇 십 년을 입어도 편해지지 않는 옷이었다. 막중한 책임감이 담긴 옷이기 때문에 그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황 교수 때문에 태주도 환자를 보고 있을 때가 아닌 이상 가운을 잘 입지 않았다. 사실 태주는 큰 의미 없이 황 교수를 동경하는 마음에 따라 시작한 것 뿐 이었다. 황 교수가 태주를 지그시 바라봤다.

 

 “간단하게 점심이나 하려고 했는데 바빠 보이네?”

 “네?”

 

 태주의 되물음에 황 교수가 전화 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아, 아니요. 그냥…. 가족과 통화 중이었습니다.”

 

 ‘가족’이라고 말하기에 앞서 꽤나 긴 망설임이 있었다.

 

 “가족?”

 

 존경한다며 언제, 어디든 자신을 따라다녔던 태주인 만큼 황 교수 역시 태주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다. 태주가 딱히 ‘가족’ 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 없다는 것 역시 이 병원 내에서 황 교수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태주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형수님이요. 형이 죽고 나서 한 번도 연락을 안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최근에 연락이 닿았거든요.”

 “딱히 기쁘지만은 않은 거 같네?”

 “그냥 이런 게 다 낯설어서 그런 거 같아요.”

 

 이미 태주의 얼굴과 눈빛에서 모든 감정을 캐치했을 테지만 황 교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황 교수의 시선이 태주의 책상에 멈추었다.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각종 에너지 바 봉지가 널려 있었다.

 

 “나 존경한다고 너무 나처럼 살려고 하면 안 돼. 나 요즘 젊었을 때 안 먹고 산 거 얼마나 후회 하는지 알아? 삭신이 쑤셔.”

 

 황 교수의 말에 그제야 태주가 가볍게 웃었다. 황 교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일에 있어서는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지만 제자들에게, 가족들에게는 더 없이 따뜻하고 넓은 사람이었다. 그게 태주가 황 교수를 존경하는 제일 큰 이유였다.

 

 “요즘 많이 바쁘지?”

 

 황 교수의 질문에 태주를 향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태주가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여러 가지 생각할 게 좀 많네요.”

 “아직도 그 어린 학생이 자네한테는 일순위인가?”

 

 그 어린 학생은 황 교수가 영을 말하는 별칭 같은 것이다. 영을 한참 치료하던 당시, 사실상 영은 황 교수에게 치료 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모든 자문을 황 교수에게 구했다. 때문에 황 교수는 태주만큼이나 영의 증상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태주에게 가장 소중하고 아픈 손가락인 환자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이젠 저도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요. 자신의 delusion (*망상) 에 대해서 너무 확신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젠 제가 이상한 건가 싶어요.”

 “그에 대한 GAAB (*전반적인 태도, 행동) 는?”

 “여전해요. 살리지 못했다는 guilt (*죄책감) 때문에 심한 insomnia (*불면증) 에 시달린 지도 오래 됐고요.”

 “지독한 사명감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나보네.”

 “약물 치료도 소용이 없고…. 정말 뭐가 보이기라도 하는 걸까요?”

 “정신과 의사한테 타협이란 없어. 알지?”

 

 심각하던 태주가 나지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 얘기는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서로 얼굴 볼 시간도 잘 없는데.”

 

 황 교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주가 휴대폰을 챙겨오겠다며 책상으로 갔다. 그제야 현서에게 환의 관계에 대해 제대로 묻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사실은 선물의 여부가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전화를 걸었던 것인데 그걸 잊고 있었다.

 

 “뭐해. 어서 와.”

 

 다시 가운을 입으며 황 교수가 말했다.

 

 “네.”

 

 태주가 휴대폰을 가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별 수 없었지만 적어도 황 교수와 식사를 앞 둔 지금은 당장 급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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