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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붉은 꽃이 피는 마을
작가 : Ki다린
작품등록일 : 2017.11.30

부모님의 행방을 모른 채 외할머니와 셋이 살고 있던 쌍둥이 희원과 수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장례식장에 수원과 희원의 외당숙이라는 남자가 찾아와 쌍둥이를 부양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향하게 된 시골 마을에서 희원은 자꾸만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01
작성일 : 17-11-30 00:15     조회 : 502     추천 : 2     분량 : 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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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밤, 목에 찾아온 갈증으로 인해 잠에서 깨어났다. 어슴푸레하게 비치는 집안의 모습을 눈길로 더듬어 부엌으로 향한 나는 냉장고 문을 열어 생수병을 그대로 입에 가져다 대고 마른 목을 축여냈다. 시원한 생수가 목을 타고 흘러내림과 동시에 잠들어 있던 감각이 눈을 뜬 듯 귓가에 닿지 않던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묘한 소리였다.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이기도 하였으며, 소리죽여 웃는 듯한 소리이기도 하였다.

 

  낡은 반지하의 집은 방음이 그다지 잘되지 않는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전화통화를 하는 소리나 혹은 윗집의 소리가 필터링 없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은 이유는 첫 번째로 사람이 지나다니기엔 너무나도 늦은 시간이었고, 두 번째로는 그 소리가 우리 집안에서 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나는 소리를 쫓았고, 내가 도달한 곳은 할머니의 방 앞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할머니의 방안에서 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할머니…?”

 

  할머니를 불러보아도 대답은 없었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소리, 숨죽여 웃는 소리만이 여전히 들려올 뿐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할머니 방 문고리에 손을 뻗었고,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조그마한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할머니였다. 항상 일찍 자던 할머니가 깨어있는 모습 자체가 드문 일이었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였던 일은 할머니가 몸을 잘게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

 

  “할머니 어디 아파?”

 

  대답 없이 가늘게 몸을 떨고 있는 할머니를 향해 다가가려던 나는, 갑자기 창밖 불어온 바람과 함께 훅 느껴지는 비릿한 냄새에 그대로 몸을 멈추었다. 평상시와는 다른 분위기, 등줄기에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경종을 무시한 채 나는 용기를 내어 할머니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고, 어둠에 익숙해짐과 동시에 밝아지는 시야에 들어온 것은.

 

  희번득한 눈을 빛내며 웃고 있는 얼굴, 흰 이에 묻어있는 붉은 피. 그리고 할머니의 손에 들려있는 쥐 시체였다.

 

  *

 

  “…형! 형! 야, 강희원!”

  “…헉!”

 

  내 몸을 흔드는 손길에 숨을 헐떡이는 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낮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 없게 밝게 빛나는 장례식장의 조명에 갑자기 노출된 눈이 부셔왔다. 눈을 비비자, 이마에 맺혀있던 땀방울이 손등에 흘러내렸다.

 

  또 그 꿈이다. 그날 이후, 과거의 잔상은 마치 통과의례가 된 듯이 잊힐 즈음에 가끔씩 찾아와 나를 괴롭힌다. 갑자기 목이 말라왔다.

 

  “무슨 꿈을 꿨길래 식은땀을 그렇게 흘려?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서 한 대 때리려다 참았네. 얼른 정신 차려! 조문객 왔으니까.”

 

  태어난 시기가 몇 시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엄연히 따지면 이 세상에 생긴 것은 동시였으나, 세상의 빛을 나보다 몇 시간 뒤에 보게 되어 동생으로 살아가고 있는 수원이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나는 미안하다는 듯이 웃어 보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는 사람이 많이 오지 않았다. 기껏해야 나와 수원이 다니는 학교의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할머니와 셋이 사는 우리를 딱하게 여기던 집주인 아주머니뿐이었다. 그런 그들도 다 빠져나가고 텅 비어버린 장례식장에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한 명의 중년 남자가 영정사진 앞에 놓인 향에 불을 붙이고, 절을 했다. 그 모습을 잠이 덜 깬 눈으로 바라보던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수원을 쳐다봤다. 내 표정에 숨겨진 의미를 알았던지, 그도 모른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남자가 두 번의 절을 마치자 우리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와 수원도 서로 마주 보던 시선을 돌리고 남자를 향해 똑바로 섰고, 남자와 우리는 맞절을 하였다.

 

  “얘들아…!”

 

  맞절을 마치고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상투적인 인사를 하려던 찰나, 남자는 탄식을 흘리며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양팔을 크게 벌려 나와 수원을 한 번에 감싸 안고는 눈물을 터뜨렸다.

 

  “아이고, 고생 많았지. 이제야 찾아와서 미안하구나…!”

 

  갑작스러운 남자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나와 수원은 누구냐고 물어볼 타이밍도 놓친 채,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그대로 남자의 팔 안에 안겨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한참 동안 우리의 등을 쓸어내리며 힘들었겠다고, 고생 많았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할머니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와 수원이 엄마는 어디에 갔냐고, 아빠는 누구냐고 물으면 할머니는 안타까운 미소를 흘리며 너희가 다 크고 직업을 가지게 되면 알려주겠노라고, 항상 대답을 회피하곤 했다.

 

  그랬기 때문에 이 남자의 등장은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남자의 외모에서 느껴지는 나이로 유추해보건대, 우리 아빠가 살아서 나이를 먹었다면 이 남자 정도의 또래일 것 같았고, 이것은 너무 희망적인 바람이라 조금만 기대를 낮춰본다면 할머니가 알려주지 않은 엄마나 아빠의 친인척일 수도 있었다.

 

  나는 기대에 찬 눈으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자상해 보이는 눈빛을 마주하고 누구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옆에서 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누구시죠?”

 

  수원이었다. 조금 더 상냥한 소리로 물어보면 어디가 덧나냐, 라는 표정으로 수원을 노려보자 수원은 콧방귀를 뀌며 남자를 밀어냈다. 수원에게 밀려 우리에게서 몸을 떨어트린 남자는 눈물 섞인 눈으로 어색하게 웃었다.

 

  “아, 아하하… 미안하구나, 내 소개도 안 하고. 생면부지의 사람이 찾아와서 이렇게 눈물 바람이니 이상한 게 당연하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남자는 나와 수원의 눈을 차례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의 외당숙이란다. 희원이와 수원이의 할머니가 나에게는 이모가 되고, 너희 엄마가 나의 이종사촌 동생이지. 이렇게 말하면 이해하기가 쉽겠지.”

 

  외당숙이라고 하는 낯선 단어에 그럼 우리와 외당숙은 몇촌의 관계인 것인지 머리를 굴려대고 있을 무렵, 진작 계산이 끝난 건지 수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외당숙 아저씨…? 흠, 하여튼 아저씨는 우리 외할머니의 형제의 아들이란 말이군요. 우리와 촌수는 5촌이고요.”

  “그래. 정확히 말하면 우리 어머니가 희원이, 수원이의 외할머니의 여동생이란다.”

 

  자신을 우리의 외당숙이라고 지칭한 남자와 수원이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따라 머릿속에 가계도를 그려보았지만 당장은 감이 오지 않았다. 나는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나저나 희원이와 수원이, 정말 똑같이 생겼구나. 알아보기 힘들겠는걸.”

  “아, 제가 희원이에요.”

  “제가 강수원이고요.”

 

  우리는 차례로 자신을 소개했다. 외당숙은 우리가 똑같이 생겼다는 점이 기쁘기라도 한 듯 눈을 반짝였다.

 

  “그나저나 저희한테 친척이 있는지는 몰랐네요. 할머니가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해주셔서…”

 

  내가 말하자, 외당숙은 곤란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하구나. 이모는 우리 어머니와 크게 싸우고 마을을 나가신 거라서 지금까지 행방을 알 수 없었거든. 이렇게 고생하며 살고 있었던 것을 알았더라면 진작 알아보고 찾아왔어야 했는데…”

  “그런데 어떻게 알고 오신 거죠? 부고는 내지 않았습니다만.”

  “호, 혹시 저희 엄마의 소식도 알고 계시나요?”

 

  수원과 내가 동시에 물었다. 수원은 마치 낯선 사람을 적개시하는 고양이처럼 경계심을 숨기지도 않고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개의치 않고 외당숙은 침착하게 수원에게 먼저 대답을 해주었다.

 

  “사실은 얼마 전부터 이모의 행방을 찾고 있었단다. 우리 어머니의 건강도 안 좋아지셔서 말이지. 아무리 사이가 나빠지셨다고 해도 단둘 밖에 없는 자매이니… 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다가 타이밍이 이렇게 되었구나. 조금만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희원이가 물어본 것은…”

 

  외당숙은 나를 향해 미안하단 표정을 지었다. 외당숙의 입에서 나올 말이 예상되는 표정이었다.

 

  “미안하지만 민영이의 행방은 나도 잘 모른단다. 너희와 함께 살고 있지 않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돼서…”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부모님도 행방불명. 친척은 한 명도 모르는 탓에 수원과 나, 이렇게 단둘이서 천애 고아 신세가 될 것을 걱정하고 있던 차에 외당숙의 존재는 물론 반가운 것이었지만, 5촌이라는 관계는 너무 멀지는 않지만 또 너무 가깝지는 않은 것이었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무렵에도 풍요롭게 사는 것은 아니었지만, 할머니가 밖에서 가져오신 소일거리와 정부에서 받는 저소득층 지원금으로 근근이 살아갈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다. 보육원의 신세를 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힐긋 수원을 쳐다보자, 수원도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수원은 어릴 적부터 야무진 아이였다. 공부도 잘하고 말귀도 잘 알아듣는, 나보다 훨씬 똑똑한 아이다. 너무 사리에 밝고 냉정해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수원이 보육원 같은 곳에 들어가서 반년밖에 남지 않은 수능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좋아, 당장 발인이 끝나면 어디 공장이라도 들어가서 돈벌이를 하자. 어차피 나는 성적도 그리 좋지 않으니 학교를 그만두는 것쯤은 괜찮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외당숙이 우리의 손을 잡았다.

 

  “그래서 말인데… 희원이와 수원이, 우리 집에 오지 않겠니?”

  “네?”

 

  다시 나와 수원의 말이 겹쳤다.

 

  “갑자기 찾아와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너희 둘 거둘 형편은 충분히 된단다. 보호자도 없이 둘이서만 어떻게 살 수 있겠어. 앞으로는 나를 아빠라고 생각하고…”

  “잠깐만요. 정말 외당숙인 것도 아직 확신하지 못하겠는데요.”

 

  수원이 단호하게 말하자 외당숙은 품속에서 무슨 종이를 꺼내어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가족관계증명서였다.

 

  “우리 어머니, 즉 너희 이모할머니의 가족관계증명서란다. 그렇지 않아도 너희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떼어왔는데 잘된 것 같구나. 여기 본인 부분이 이모할머니의 이름이고 자녀란에 이쪽, 정찬영. 이게 내 이름이야.”

 

  가족관계증명서를 들고 찬찬히 보고 있던 수원이 나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너무 준비가 철저한 것 같지 않아?”

  “그렇긴 한데…”

 

  내가 우물쭈물 대답하자, 수원은 다시 외당숙을 향해 말했다.

 

  “그런데 우리 외할머니랑 어떤 관계인지는 안 나와 있는데요. 형제자매는 안 나와 있잖아요.”

  “아하하, 그건 이모할머니, 아니 수원이 할머니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보면 알 거야. 떼보고 부모란을 대조해보면 되잖니. 물론, 정 나를 못 믿었을 때의 이야기이지만.”

 

  수원과 나는 시선을 교환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니 외당숙이라고 말하는 것이 사칭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우리의 외당숙을 사칭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없어 보였다. 수원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생각할 시간을…”

  “그렇다면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야, 강수원…”

 

  네가 언제는 준비가 너무 철저해서 이상하다며. 그렇게 말해놓곤 냉큼 확답을 내놓는 수원을 향해 못마땅한 표정을 짓자 수원은 외당숙이 보지 못하게끔 내 허리를 찔렀다. 내가 아파서 허리를 부여잡은 틈을 타서 수원은 다시 말했다.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고3입니다. 수능이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신세 질 수 있으면 감사하겠는데요.”

 

  수원의 정중한 말에 외당숙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수원이는 야무지구나. 물론 수능이 끝나도 너희를 내칠 생각은 없단다. 아, 그러고 보니 너희 공부 잘하니? 나에게도 고3인 딸이 있는데, 그 녀석은 공부를 영 못해서 말이야… 너희가 공부를 봐주면 고맙겠구나.”

  “그건 제 몫이 되겠네요. 형은 공부를 못하니까.”

 

  수원의 말에 내 얼굴을 붉어졌고, 외당숙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수원이 경계심을 걷어드리자 우리 세 사람을 감싸고 있던 공기는 온화한 것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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