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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삼국 the 신수기
작가 : 라칸
작품등록일 : 2017.10.31

[대체역사물+판타지]
신수를 얻는 자가 천하를 제패한다!

 
나, 발견하다
작성일 : 17-11-30 00:00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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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수도 손을 데이긴 하는군요.”

 백자가 불쑥 말을 꺼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소인은 신수는 어떤 일에도 다치지 않는다 생각했습니다.”

 “신수라고 해서 다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노인이 그렇게 말했다.

 “다만 화씨지벽을 갖게 되면 그 몸을 칼로 찔러도 상하지 않고, 그 몸을 불에 태워도 타지 않게 되지.”

 주유가 괜히 스승님 스승님하는 건 아니었다. 별 거를 다 안다 싶을 정도로. 임자를 제대로 찾아오긴 했다. 화씨지벽에 대해서 지금 이 상황에, 누구한테 이토록 자세히 듣겠는가.

 노인의 말마따나, 화씨지벽을 내가 취득하면 불사신이 된다는 소리다. 세상에서 어느 것도 나를 건드릴 수 없게 된다는 건데...

 신수가 아니라 그냥 신이 되는 건데?

 “소인은 그런 건 필요없습니다.”

 주유가 내 손바닥 위로 입김을 후후 불었다. 연고가 잘 안 마르는 게 버터크림 생크림을 잔뜩 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지간한 강풍이 불지 않는 한, 이 연고는 순식간에 마르진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선지 주유는 더욱 정성들여 입바람을 불고 있었다. 좀더 입바람을 더 세게 불기 위해서였는지, 가까이 다가오더니 떨어진 비늘을 가만히 옷자락 아래로 감추었다. 그냥 끝까지 모른 척 하지....그녀로서는 최선의 배려였을 터.

 나는 슬그머니 주유를 바라보았다.

 “저는 그저 제가 살고 있던 세계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그건 내 진심이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세계에서, 위협을 받는 것보단 내가 원래 있던 현실세계에서 사는 게 훨씬 나았다. 거기서 쭈구리처럼 살 수밖에 없다고 해도, 여기서처럼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건 자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네.”

 “알고 있습니다.”

 분명 나는 타의에 의해서 끌려왔지만, 그렇다고 내 의지로 이 세계를 탈출할 수도 없다. 아무리 천자의 신수이면 뭘 하나. 내 몸 하나 내 의지대로 되돌릴 수 없는데.

 “기운 내게.”

 노인은 ‘바라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거나 꼭 탈출할 수 있을 거라 말하지 않았다. 섣부른 위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아는 걸까.

 백자가 그 사이 차를 다시 내왔다. 그러고보니 같은 차를 세 번이나 우리는 셈이 아닌가. 괜히 나 때문에 백자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해졌다.

 “이제 됐어.”

 주유는 내 손을 가만히 내려주었다. 연고의 뭉근하고 거북한 느낌은 여전했지만, 나는 순순히 주유가 하자는 대로 했다.

 “차 한 잔 마시기가 이렇게 힘드네.”

 나는 슬쩍 너스레를 떨었다.

 “앞으론 조심해.”

 주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찻잔을 집어들고 차향을 음미할 뿐.

 나도 차를 마셨다. 한바탕 소란 아닌 소란을 피워놓고 마시는 차맛은....솔직히 무슨 맛인지 몰랐다. 냄새는 좋은데 이럴 거면 그냥 물을 마시고 싶었다.

 콜라, 포카리스웨트 같은 이온음료. 음료수들도 괜찮고.

 콜라 많이 마시면 치아가 나빠지고 배에 가스가 찬다고 해서 한동안 덜 먹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양껏 마셔둘 걸 그랬다. 하긴 누가 이럴 줄 알았나.

 시대가 시대인 만큼 콜라를 어디서 구하겠나. 내가 마법이라도 할 줄 안다면 모를까.

 “별로 입에 안 맞나?”

 “예? 예.”

 노인이 안 보는 것 같아도 내가 차 마시는 걸 유심히 보고 있었나보다. 이런 자리는 불편하다.

 “그렇담 단 걸 드릴까요? 꿀차라든가.”

 꿀차는 원래 먹지도 않았던 건데.

 “그리 하거라.”

 나는 대답도 안했는데, 노인의 말에 백자가 재빨리 움직였다. 하여간 이쪽 사람들은 성미가 엄청 급했다.

 내가 꿀차같은 걸 마시게 될 줄이야.

 하여간 여기 와서 내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일들을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내가 철학자가 되는 것 같고 그러네. 일기장 같은 거 있으면 오늘은 뭘 했는데 뭘 깨달았다, 이렇게 구구절절 적어나가지 않을까.

 “여기 가져왔습니다.”

 백자가 꿀차를 내왔다. 똥개 훈련도 아니고, 여러 번 왔다갔다 하게 하는 게 참 미안했다.

 “고맙습니다.”

 나는 착하고 말 잘 듣는 초등학생처럼 인사를 했다. 찻잔을 무심코 집으려다가, 입은 옷의 소매를 늘어뜨렸다. 소매로 찻잔을 감싸듯이 하여 쥐니 뜨거움이 덜했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요즘 같은 때에 꿀을 구하기 쉽지 않을 터인데...작년에 저장해둔 것이냐?”

 “본가에서 조금 보내주었습니다. 스승님도 드시렵니까?”

 노인은 손사래를 쳤다.

 “그나저나 네가 고생이 많구나.”

 “고생이랄 것도 없습니다. 스승님을 모시는 게 제 기쁨인데요.”

 나도 사회생활을 해봤지만, 저렇게 적재적소에 예쁜 말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기계적인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줄줄 흘러나오는 거잖아.

 백자는 어떤 사람인 걸까? 노인의 말로는 백자가 조씨 가문 사람이라는 건 알겠는데. 본명도 그렇고.

 마냥 친절하고 수더분해보이는 사람이라 그런지 더 불안했다. 혹시라도 저 사람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그때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친절하고 고귀한 출신이라는 건 알겠는데, 무슨 생각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본래 사람이 그렇게 미스테리한 거면 할 말이 없고.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백자 또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깥 공기가 제법 춥습니다. 주무실 때 불을 좀 때어야 할 듯합니다.”

 “날이 그전엔 후덥지근하지 않았더냐?”

 “그거야 낮에도 불을 때서 그렇지요. 한동안 스승님이 풍한風寒이 드시지 않았습니까.”

 “으음, 그렇구나.”

 백자란 사람이 죽매당의 일을 다 맡아보는 모양이었다. 따로 하인을 두는 건 아닌 건가. 죽매당이 손부에 비하면 매우 작고 협소한 별채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런 걸 건사하려면 부리는 사람 하나 둘 쯤은 있어야 할 듯싶었다. 더구나 성문을 나서올 때 마주쳤던 이도 그렇고 말이다.

 뭐..자기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겠지만 나로서는 그 귀공자 티 팍팍 나는 남자 혼자 죽매당을 돌본다고 납득하기는 좀 어려워서 말이다.

 백자가 데려온 하인도 있으려나? 교공의 문하에 있다고 한들 백자가 따로 하인을 데려왔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가 전혀 없다고는 단언할 수도 없는 거고.

 하기는...이런 시대에 혼자 몸으로 달랑달랑 왔다는 것도 좀 믿기 어렵다. 백자가 어지간히 고수가 아니고서야 그럴 수는 없는 일.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나도 참 멍청하다. 그렇게 티 나게 쳐다보면 누구든지 다 알지.

 “아, 아니오...요의가, 요의가 있어서...”

 뱉는 말들이 다 멍청하다. 기껏 둘러댄다는 게 화장실 이야기냐...똥 마렵다고 면전에 내지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일 지경이다.

 “측간은 바깥으로 나가셔서 좌측으로 돌아 가시면 있습니다.”

 백자는 친절히 대답해주었다. 사람이 아니라 안내용 안드로이드는 아닐까? 이런 허무맹랑한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일어서자, 백자도 따라 일어섰다.

 “저도 마침 바깥에 나가봐야 했는데...잘되었습니다. 어두울 테니 제가 안내해드리지요.”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원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뭐라고 해야 되는 걸까? 성격이 좋다고 해야 되나, 오지랖이 넓다고 해야 되나. 기본적으로는 성품이 온유한 것 같은데,이런 처지에 있는 나에게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려는 걸 갖다가 나쁘다고 할 것 까지는 없다.

 거기에 노인이 화색을 띠며 거들기까지 했다.

 “백자가 역시 세심하구나. 객을 맞는데 있어서 예의를 알고 있음이야.”

 헛헛, 웃음을 지으며 수염을 연신 쓰다듬었다. 반면 주유는 걱정하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 걸까?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두 사람에게 가볍게, 예를 올리고 백자의 뒤를 따라나섰다. 백자는 마루에 내려앉자마자 등을 가져왔다. 홍사로 만든 천 안에 붉은 등을 넣어 불빛을 밝히더니, 그 불빛을 앞세워 걷기 시작했다. 나는 엉거주춤 서 있다가, 뒤늦게 쭐레쭐레 그를 따랐다.

 사방이 컴컴하고 어둑해서 저 불빛이 아니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간간이 불이 켜진 등이 걸려 있었으나 현대의 가로등, 형광등에 비하면 그 불빛이 미약했다. 이래서 하늘 아래 달빛을 벗 삼아 공부를 했느니 바느질을 했니 하는 소리가 나왔나 보다. 백자가 나를 안내해준다고 한 게 새삼 얼마나 다행인지 알 수 있었다. 막말로, 내가 등을 들고 혼자서 이 어둠 속을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면...황룡이고 뭐고 악악대면서 뛰어다니지 않았을까. 물론 그 뒤엔 쪽팔려서 얼굴을 들지도 못했을 거고.

 “황룡님, 따라오시고 있지요?”

 그냥 오고 있냐고 물어보면 되지 뭘 황룡이야, 오글거리게.

 나는 스멀스멀 올라오려는 그 문장을 억지로 삼켰다.

 “예.”

 “사방이 어두우니 조심하십시오. 가끔 풀들이 길게 자라선 길을 막기도 하거든요...제가 그 전에 다 손질을 해두지만 혹시 몰라서요.”

 행여 풀이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까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았다. 나는 백자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으니까. 백자는 걸음이 그렇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데다 보폭이 아주 크거나 짧지도 않아서, 따라가기에 적합했다. 내가 볼 때엔 백자는 스스로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 같았다.

 “무척 어둡군요.”

 “그나마 등을 켜두어 밝은 편입니다. 보세요, 오늘은 하늘에 달도 떴지 않습니까.”

 백자의 말에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조금 전 바라보고 감탄해마지 않았던 별들과 달이 떠올라 있었다. 장관이라면 장관일 수 있는 그 하늘 아래 내가 서 있었다. 나는 그게 실감이 나지 않으면서도, 하늘과 내가 무척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황룡님은 후일 저 달과 별들 속을 자유로이 누비고 다니시겠지요.”

 백자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거기다 대고 뭐라고 말 하기가 좀 그랬다. 주유 앞에서라면, 나는 당당히 말했을 것이다. 신수라고 해서 뭐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니라고. 오히려 나는 죽을 고비를 넘긴 것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억지로 만들려 해도 만들어지지 않을 일들만 골라서 겪었다고.

 나 자신이 그렇게 특별하다는 생각은 못했다. 외양이 한순간 비늘로 덮여 있었고, 나 자신이 힘을 쓰고 무력해지는 순간도 맛보았는데. 그것이 내게 큰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나는 이곳에 던져진 외부인일 뿐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생각이 많으신가 봅니다.”

 정곡을 찔렸다.

 “사매도, 스승님도 좋은 분들입니다. 그분들께서 황룡님의 좋은 의지처가 되어줄 거예요. 저 또한 그분들에게 받은 은혜가 적지 않으니...제 집에서 잠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으실 겝니다.”

 나는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감사합니다.”

 라고만 했다. 내가 거기서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내 정체에 대해서 미주알 고주알 고해봐야 소용이 없는 거다. 뭐 하러 쓸데없는 짓을 해서 내 기력을 소비하는가.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황룡님과 사매를 모실 수 있게 되어...광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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