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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칼끝이 너를 향할 때
작가 : 몬밍
작품등록일 : 2017.11.21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스캇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한 쪽 눈썹이 날개처럼 치켜 올라갔다.
'언제까지 저 소리를!'
지긋지긋한 말에 이젠 노여움이 타올랐다.
그는 몸을 돌려 분노를 내뱉으려 했다.
그러나...
그를 응시하는 로렌의 눈동자에 까마득한 슬픔을 보고는 온몸이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어째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거지?'

 
6화 약초꾼
작성일 : 17-11-29 23:01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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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처음에는 할멈도, 할멈이 얘기해주는 공터와 창조신의 이야기도 좋았다.

 하지만, 아이가 소년이 되어 공터를 오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크로우 공터는 그의 기억 속에서 작은 흔적만을 남기고 빠져나갔다.

 

 할멈이 말하는 이야기들처럼 신비롭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세상은

 소년을 이야기 하나하나에 딸꾹질하고 손뼉을 치게끔 순진하게 두지 않았다.

 

 소년이 되자마자 아이는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약초꾼이 되었고, 초록물이 손에 물들면서 갈수록 딱딱해지고 차가워졌다.

 한참 뒤 오른 크로우 공터는 빌어먹을 만큼 숨이 찼다는 것. 까마귀가 몇 산다는 것 빼고는 특별할 게 없는 곳이었고 그 사실을 따질 할멈도 백골이 되어 흙이 될 만큼 오랜 세월이 지난 후였다.

 

 '마지막으로 그곳에 간 게 10년 전이었던가…'

 

 그 뒤로 약초꾼은 공터에 가지 않았다. 그곳은 늙은 노인이 올라가기엔 너무 험준하고, 높았으며, 약초도 없었다.

 

 그런데 일주일 전, 산맥의 정상으로부터 기묘한 바람이 노인의 주위로 회오리쳤다.

 

 ‘공터가 나를 부르고 있다.’

 

 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일이 있고 난 뒤, 매일 꿈에서 노인은 홀로 공터에 서 있었다.

 10년 전 그때처럼. 그때도 이맘때쯤 꿈을 꾸었다.

 

 꿈에서 그는 딱히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다. 그냥 공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무와 풀들을 보는지도 몰랐고, 어쩌면 그 너머의 무언가를 보는 지도 몰랐다.

 

 시간이 갈수록 공터를 응시하는 시간도 길어졌고 온몸을 옥죄는 산의 부름에, 눈이 그칠 날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 노인은 만류하는 가족들을 재치고 옷을 단단히 여민 뒤, 별이 보이는 새벽부터 열심히 산을 올랐다.

  

 

 

 중간 중간 숨이 목 끝까지 차서 돌아가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고마운 겨울 해가 그가 가는 길을 녹여주고 바람이 그의 땀을 식혀주었다.

 

 공터로

 숲이, 그를 인도하고 있었다.

 

 

 ***

  

 

 “헉..헉”

  

 해가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을 굽어볼 때,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에서 노인이 무릎을 잡고 헐떡였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퍼지는 흰 입김이 잦아들 때쯤, 공터에 반짝이는 시선을 던졌다.

 할멈의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기분 좋은 고동이 느껴졌다.

 

 “....”

 

 고개를 휙휙 돌렸다. 공터 위, 가장자리도 샅샅이 훑었다.

 

 "...."

 

 놓친 게 있을 새라 다시 한번.

 

 "..."

 

 또 다시.

 

 "..."

 

 또.

 

 “...뭐야...?”

  

 텅-비어 고요한 적막에 잠겨 있는 공터에 짜증, 허무함, 의혹이 짙게 깔린 목소리가 건조하게 흩어졌다.

 아무도 밟지 않아 새하얀 이불을 덮은 산 꼭대기의 드넓은 평지는 장관이라면 장관이겠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만 더해졌다.

 

 ‘빌어먹을 할멈의 혼령에 아직도 휘둘리는 건가.’

 

 

 10년 전 이맘때쯤 왔을 때랑 별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그래, 10년 전에도 똑같았다. 기묘한 이끌림으로 도착한 공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

  

 '도대체 이곳에 왜 온 거지..?'

 

 노인은 몸 깊숙이 우러나오는 한숨을 삼키며, 기왕에 여기까지 온 거, 값비싼 약초를 찾아 돌아갈 요량으로 팔을 걷으며, 새하얀 눈밭 위에 발자국을 새기며 가로질렀다.

  

 “...?“

  

 그러나 공터 중앙에 다가갈수록 약초꾼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 낮임에도 발밑부터 느껴지는 한기는 온몸에 털이 삐쭉 서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온 몸이 긴장으로 굳고 그의 얼굴에 두려움의 그림자가 졌다.

 노인은 품속에서 곡괭이를 꺼냈다.

 그것이 그를 지키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맨손보단 나으리라.

 

 

 ‘깡!’

 

 그때, 둔탁한 메아리가 빈 공터를 울렸다.

 

 비명은 세상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삼켜졌고 힘 한번 못 쓴 곡괭이는 저만치 날랐다.

 

 "푹!"

 

 방심한 약초꾼은 발 밑 무언가에 걸려 대자로 눈밭에 쳐 박혔다.

 

 "으푸프프"

 

 노인은 얼굴에 묻은 눈을 뱉어내며, 삼켜왔던 짜증을 토해냈다.

 긴장된 몸이 힘없이 풀렸다.

 

 “이런 젠장!! 약초고 뭐고!!! 돌아가야-”

  

 성난 노인의 고함이 숲속을 울리고 숲속 새들이 하늘로 떠났다.

 

 그러나 그 날개짓보다 빠르게 공터는 멈춘 심장 고동처럼 삽시간에 적막에 휩쌓였다.

 

 약초꾼은 동상처럼 얼은 듯 창백한 낯으로 움직이지 않더니,

 노인 같지 않은 다급한 손길로 얼어 움직이지 않은 굳은살이 박힌 손으로

 떼 묻고 거친, 헤져 수십 법 꿴 옷 아래 몸을 절박하게 훑었다.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앙상한 두 팔 다리와 튀어나온 배, 지워지지 않은 약초물이 벤 두 손, 가죽처럼 질긴 얼굴과 몇 가닥 없는 얼룩덜룩한 두피까지, 수차례 온몸을 훑고 또, 더듬고 나서야 노인은 참아왔던 숨을 겨우 내뱉을 수 있었다.

  

 “휴”

 

 차가운 공기와 외 다른 무언가가 폐부 속을 채웠다.

 속이 다 울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새하얀 눈으로 덮인 눈밭은

 

 

 검붉은 ‘핏빛’이었다.

 

 

 

 다음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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