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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일곱 악녀의 사랑
작가 : 서윤하
작품등록일 : 2017.11.16

세상의 반은 여자!
그니고
그녀들의 사랑을 지배하는 일곱 악녀!
누구라도
일곱 악녀의 심장만 얻는다면
세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단,
목숨을 건 사랑만이
칠악녀의 뜨거운 심장을
움직일 수 있다.

 
붉은색 심장-자아도취
작성일 : 17-11-29 19:22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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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붉은색 심장-자아도취

 로리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보다 너무 쉬웠다. 맞은편에 보이는 두 개의 성(城) 중에서 왼쪽이 그녀가 사는 곳이란다.

 “내 분신이 잘 사네.”

 빨간 심장의 주인인 루디가 대견스러운 듯 으쓱한다. 그래봐야 곧 사라질 껍데기에 불과하구만. 슈턴은 머릿속에서 조잘거리는 일곱 여자들의 수다를 들으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사랑을 해 본적이 있었나? 태어나서 처음 사랑을 느낀 것은 엄마하고 아버지였고…그 다음은…그 다음은…생각이 가물가물하다. 여자라면 어린 시절…베로니카?…후후…혼자서 며칠을 고민하다가 우정을 착각한 걸로 결론지었다. 그런데 지금은…베로니카와 윌리엄은 어떻게 됐을까?

 “멈춰라!”

 잘 걸어가는 데 왠 여자가 길을 가로막는다.

 “뭐지?”

 “저쪽으로 가서 줄을 서!”

 구릿빛 피부의 머리를 길게 묶은 여전사였다. 확 드러난 몸매의 주요부문만 커다란 금장식으로 가렸을 뿐 근육질의 온 몸이 탄탄하게 움직인다.

 “줄이라니?”

 슈턴은 그녀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길게 늘어선 줄이 로리타의 성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에잉? 저기 가서 기다리라고?”

 “빨리 안 꺼지고 뭐해!”

 여전사가 눈을 부라리며 슈턴을 노려본다. 하기야 그런다고 콧방귀도 뀌지 않을 그였다.

 “너 좀 이리 와봐.”

 손짓으로 까닥까닥 불러본다. 여잔사의 입에서 거품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한 걸음에 달려왔다.

 “이놈이! 감히 나에게!”

 다짜고짜 채찍부터 든다. 욕이라도 몇 마디 해 주렸더니 우선은 그녀의 공격부터 피해야 할 참이다. 봄 햇살을 갈라버린 채찍의 시퍼런 돌풍이 무지막지하게 날아왔다.

 “으악!”

 곁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하다못해 악녀들까지도 채찍의 강령한 공격에 비명을 터뜨렸다.

 “피…피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여전사의 채찍을 피해 도망치는 데 급급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슈턴만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쨍!

 날아오던 채찍이 그의 몸을 힘껏 때리더니 튕겨져 나갔다. 이번에는 여전사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이놈이?”

 곧바로 두 번째 공격을 시도했다. 여전사의 손으로 뱀처럼 말려들어갔던 채찍이 다시 한 번 허리를 곧게 폈다. 여전사는 몸통 공격이 실패하자 두 번째는 머리 쪽을 겨냥했다.

 휘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흥! 어딜?”

 슈턴은 손을 쭉 뻗어 날아오는 채찍을 낚아챘다. 그가 팔을 뒤로 당기자단단한 가죽 끈이 팽팽하게 선을 긋나 싶더니 금세 툭 소리가 났다. 그 탄력을 이기지 못하고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악!”

 여전사의 채찍은 축 처진 채 슈턴의 순에 잡혀있었다.

 “그러게 함부로 날 뛰면 안 되지. 모름지기 여자는…….”

 오래전에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베로니카 정말 잘 있는 거야? 꼬맹이 윌리암은…고향에 두고 온 친구들이 다시 걱정된다.

 “너…너는 누구냐?”

 여전사의 동료들인지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 성(城)에서 튀어나와서 칼을 뽑아 들었다.

 “나?…후후…그건 알 필요 없고.”

 거드름을 팍팍 피운다. 악녀들은 이미 한 번 당해봤기 때문에 피식거릴 뿐이었다.

 “누군데 감히 여기서 행패인가?”

 “가서 로리타나 나오라고 해.”

 “이놈이! 채찍 맛을 더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그깟 채찍으로 되겠어?”

 살살 자신의 가슴을 더듬는다.

 "이놈아! 그게 신의 갑옷이라 그렇지. 네가 잘나서냐?"

 악녀들이 한 마디씩 쏘아 붙였다.

 "아무튼, 덕분에 강해졌잖아."

 슈턴은 그제야 황제가 자신의 목을 노린 이유를 알아챘다. 신의 갑옷을 준 놈이 바로 황제였다.

 “왜 이렇게 시끄럽지? 로리타님이 낮잠을 못 주무시잖아.”

 “죄…송합니다.”

 여전사들의 상관인지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성 위에서 차근차근 떠들어댄다.

 성벽을 바라보던 슈턴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뭐? 낮잠이라고?”

 주변의 사람들도 여전사들의 말소리를 들었는지 안절부절 못한다.

 “여기 줄을 길게 서 있는 사람들이 그녀를 만나러 온 것 같은데 잠이라니. 사랑이고 뭐고 버릇부터 고쳐나야겠다.”

 “슈턴!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너에게 필요한 것은 훈계가 아니고 사랑이야!”

 악녀들이 깜짝 놀라서 아우성을 쳤다. 첫 관문부터 막히면 나머지 6개는 어떻게 통과할 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시간도 6개월 밖에 없는데…….

 “야! 너 좀 이리와 봐.”

 성벽 위에다 소리를 냅다 질렀다. 악녀들의 걱정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무식한 것도 이놈의 성격이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여자를 저렇게 부르는 놈이 어디 있냐고. 머릿속의 한 숨 소리만 더욱 짙게 흘러나왔다.

 “저놈은 누구냐?”

 하얀 옷의 여인이 슈턴을 가리키자 여전사들 중 한 명이 달려가서 귓속말을 소곤거렸다.

 “미친놈이구나. 신경 쓰지 말고 오늘은 그만 성문을 닫아라!”

 “알겠습니다.”

 그녀의 명령 한 마디에 도끼눈을 뜨고 있던 여전사들이 재빠르게 성 안으로 들어갔다.

 꽝!

 오늘은 웬 이상한 놈 때문에 성문이 일찍 닫혔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천천히 슈턴에게 몰려왔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슈?”

 “이제 어떡할 거야?”

 “삼일 전부터 기다렸는데 이게 뭐야?”

 세상의 모든 원망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가만히 놔두면 한꺼번에 달려들어 몰매라도 칠 폼이다. 그러나 이미 슈턴의 실력을 본 뒤라 그런지 겉에서만 빙빙 돌면서 뭐랄 뿐 가깝게 접근하지는 않았다.

 “이 사람들 왜 이래?”

 슈턴이 머릿속에다 물음표를 던졌다.

 “글쎄, 우리도 모르지.”

 “루디는 알 거 아냐? 네 분신이라며?”

 “아무리 분신이라도 최근에 만난 게 100년 전인데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알 수가 없지.”

 “커억!”

 외마디 신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그럼 로리타는 몇 살인데? 설마 나보고 백 살도 넘는 할머니랑 사랑을 하라는 건 아니겠지?”

 “사랑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서로 마음만 통하면 되지.”

 “그냥 이것들을!”

 열이 뻗치려 한다. 아무리 할 수 없는 거래라지만 이건 좀 심하잖아. 백살 넘은 할머니라니. 해도 너무 했다.

 “호호…농담이야. 우리의 심장은 25살이 넘으면 다음 후계자에게 넘어가게 돼 있어. 그러니까 지금의 로리타도 스물다섯 아래일거야.”

 “휴~그나마 다행이다. 서른 살도 안 되서 할머니에게 재물로 바쳐질 뻔 했네.”

 “아무튼 남자들은 다 똑같다니까. 젊은 거나 늙은 거나 새파란 애들만 찾잖아. 그러니까 우리들이 벌을 준거지. 물론 여신님에게 걸려서 결계에 묶이긴 했지만.”

 악녀들이 투덜대는데 어느새 곁으로 바짝 다가온 사람들이 거칠게 불만을 토해냈다.

 “당신이 책임져야합니다.”

 꽤 학구적으로 생긴 남자였다.

 “뭘 책임져야 합니까?”

 “성문이 닫혔잖아!”

 또 다른 남자는 힘깨나 쓰게 생겼다.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설령 저 여자들이 나 때문에 기분이 나빠서 성문을 닫았다고 해도 내가 책임 질 일이 뭔데?”

 “세상에 겁이 없는 친구군. 이 사람들이 왜 여기에 줄을 서 있는 줄 알아? 바로 저 성에 들어가기 위해서라고!”

 “아까 들으니까 로리타인지 로터리인지는 낮잠을 잔다고 하던데, 그러면 어차피 못 만나는 거 아냐?”

 “저분들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먹을 것을 준다고요.”

 다리가 불편한 청년이 끼어들었다.

 “가만! 당신이 지금의 사태를 차근차근 설명해봐. 내가 처음이라 여기 사정을 잘 모르거든.”

 “어쩐지.”

 청년이 슈턴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우선 내가 하나 물어보지. 저 성은 로리타라는 여자가 주인이고 그 옆에 똑같은 모양의 성은 영주 것인가?”

 “용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로리타님의 재능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영주님이 선물하신 겁니다.”

 “그렇게 대단한가? 이제 스물다섯 밖에 안 됐다면서.”

 “그것은 용사님이 틀리셨습니다. 이제 스물밖에 안 됐죠. 하지만 해박한 지식은 이 도시의 최고 노(老)학자들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흐흐…스물이라.”

 싸움밖에 모르고 살아와서 여자에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칠악녀 덕분에 여자에 대해서 슬슬 구미가 당기는 중이었다. 그러나 즐거운 상상의 주마등은 오래 가지 못했다.

 “정신 차려!”

 “어서 침이나 닦아!”

 악녀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뿐만 아니라….”

 청년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마음씨도 고와서 저희같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합니다. 저 줄에 서 있던 사람들은 저와 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입니다. 모두 식량을 얻으려고 서 있었는데 용사님 때문에 오늘은 굶게 생겼습니다.”

 “그…그래? 그렇다면 정말 미안하네. 하지만 저 분들은 전혀 어려운 이웃들이 아니구만?”

 슈턴이 조금 전에 말을 걸었던 학구적인 남자와 힘깨나 쓰게 생긴 남자를 가리켰다.

 “저분들은 우리하고 다른 줄에 서 있던 분들이죠. 우리 줄은 식량 줄이고 저분들 줄은 청혼 줄입니다.”

 “로리타라는 여자와 결혼하기 위한?”

 “그렇습니다.”

 “으음!”

 일찍 닫혀버린 성문 때문에 어수선하게 흩어져있던 청혼 줄을 보니 그의 라이벌이 족히 수십 명은 될 듯했다.

 “형씨! 이제 어떡할 거야?”

 “뭘?”

 “오늘 하루를 공쳤으니까 숙식비를 주셔야지.”

 힘깨나 쓰는 사내가 자기랑 쌍둥이 같은 놈들 몇 십 명을 끌고 왔다.

 “흥! 오늘부터는 여기 있을 필요 없으니까 그냥 집으로 가.”

 별거 아닌 표정으로 코웃음을 날려 주었다. 사내들의 표정이 시뻘겋게 굳어졌다.

 “싸움 좀 한다고 우리를 얕잡아 보지 마!”

 혼자일 땐 옆에도 못 오더니 비슷한 놈들끼리 뭉치면서 겁을 상실했나보다. 사람들은 꼭 맛을 봐야 이게 빵인지 떡인지를 안다니까.

 “그래서? 나랑 한 번 해 보자고?”

 “용사답게 칼을 뽑아!”

 사내들이 일제히 허리춤에 손을 댔다.

 “지랄…용사다운 거 좋아하네. 그런 놈들이 한 명에게 무더기로 덤비나? 계집애들도 그러진 않겠다.”

 “시끄러! 싸움이란 이기면 되는 거다. 그리고 너는 공동의 적이야!”

 “훗! 좋아! 그런데 내가 말했지. 오늘부로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고. 로리타는 내 여자이거든. 물러날 기회를 줄 테니까 온전한 몸으로 집에 가려면 지금 어서 떠나. 그리고…자네 이리와 봐.”

 불안한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몸이 불편한 남자가 쩔뚝거리며 다가왔다. 그의 눈에는 두려운 빛이 가득했다.

 “이거 얼마 되지 않지만 식량 줄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나눠줘. 나도 가진 게 이것 밖에 없네.”

 “아! 감…감사합니다.”

 “됐어! 쑥스럽게 괜히 그러지 마.”

 별 거 아닌 듯 손사래를 치지만 슈턴이 쥐어진 손에는 커다란 황금 덩어리가 놓여있었다. 아쭈! 기특한데? 잔머리만 쓸 줄 알았더니 마음씨도 괜찮네. 악녀들의 평가가 조금 올라갔다.

 “황제 놈이 준 금이라 버리려고 했더니 쓸모가 있네. 그럼 이제 슬슬 몸 좀 풀어볼까?”

 깍지를 끼더니 손을 쭉 뻗으며 우두둑한다. 그를 빙 둘러싼 사내들이 몸을 움츠리며 긴장했다.

 “집으로 돌아갈 준비는 됐지?”

 “닥쳐라!”

 악을 바락바락 쓴다.

 “후후…목소리만큼 싸움도 잘하나 보자!”

 말이 끝나자마자 슈턴은 두 손에 핸드 엑스를 쥔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한 쪽 눈을 안대로 가린 사내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뒤로 주춤했지만 이미 무엇인가 스치고 지나가며 양쪽 손목이 아려왔다.

 “어? 내 도끼?”

 믿어지지가 않는다. 저 덩치에 저런 스피드라니. 상대를 잘못 고른 듯하다. 예쁜 여자와 결혼도 좋지만 목숨이 먼저였다. 대충 눈치나 보다가 빠져야겠다.

 “이얍!”

 도끼를 빼앗은 슈턴은 이쪽저쪽으로 몸짓을 쓰면서 사내들을 교란시켰다. 사내들은 그가 자신을 공격할 듯 다가왔다가 물러설 때마나 깜짝깜짝 놀랬다. 반격을 하려해도 어찌나 빠른지 우르르 몰려다닐 뿐 이었다.

 “우린 이쯤에서 그만 헤어질까?”

 “……?”

 우왕좌왕 거리던 뭉쳐 다니던 무리의 한 쪽이 터지더니 슈턴이 튀어나왔다. 그는 빼앗은 두 개의 도끼를 불끈 쥐었다.

 “이야야앗!”

 성문을 향해서 달려간다. 그를 쫓던 무리들이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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