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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흔한 양판소 세계의 클리셰 사냥꾼
작가 : 빈둥남
작품등록일 : 2017.11.9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다.
요즘 핫한 키워드들은 다 들어가 있는 양판소 세계.
하지만 짜여진 대로 흘러갈지는 글쎄요. 파란만장 퓨전 판타지의 시작.

 
이상한 노인 (5)
작성일 : 17-11-29 17:17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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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마나 연공법에 입문한 뒤로부터 아론의 오후 일과는 대련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 상대는 폭력적인 노인이었다.

 

 율리우스는 제자가 무언가 얻길 바라는 건지, 단순히 때리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아론을 두들겨 놓았다.

 

 노인은 대련이 끝난 뒤에 첨언정도는 해주었다.

 

 “네 검술은 조잡하기 짝이 없구나. 그 몹쓸 동작들은 누구한테 배운 것이냐?”

 

 “…….”

 

 당연히 스스로 익힌 아론은 입맛이 쓸 수밖에.

 

 율리우스가 일과를 끝낸 뒤 툭 던지는 말들은 대부분 아론의 검술에 대한 평가절하와 모욕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아론은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그의 말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짚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노인은 한때 검으로 정점에 올라섰던 인물이었다. 산꼭대기에서 바라보는 경치와 문턱에서 바로 보는 경치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아론은 율리우스에게 정식으로 검법을 배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인즉슨 너무 안 좋은 습관들이 몸에 배어있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율리우스는 제자가 철저히 기본기 위주로 가다듬길 원했다. 아론은 이미 신물이 날정도로 해왔던 단순한 동작들이지만 불평을 내비치지 않고 그의 요구를 묵묵히 따라갔다.

 

 사실 기존에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우는 것은 무척 힘겨운 일이었다. 누군가 찾아와 당신이 일생을 갈고 닦은 그 방법은 잘 못되었으니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한다면 보통은 무시하거나 화를 내기 마련이었다.

 

 더군다나 그 새로운 방법이라는 게 자신이 느끼기엔 해왔던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모욕이라고 느껴도 할말이 없었다.

 

 처음엔 아론도 그랬다. 자신이 볼 땐 단순히 찌르고, 베는 같은 동작이었다. 그런데 틀렸다고 한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중간에 마음이 꺾여 그만둘 뻔도 했다. 그러나 율리우스와 검을 맞댈 때면 싫어도 깨닫게 되었다. 그는 강하고 자신은 약하다.

 

 같은 동작이라도 그가 더 절도가 있었으며, 더 빨랐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나를 사용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아론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율리우스가 말을 걸어왔다.

 

 “그런 얼굴을 할 필요 없다.”

 

 “…….”

 

 “네가 지겨워하는 그 동작들은 나는 지금껏 하고 있다. 그런데 너 같은 풋내기가 단시일에 나와 비슷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면 지나온 내 세월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느냐?”

 

 “……”

 

 그때부터 아론은 자존심과 아집을 버렸다.

 

 가끔 갈피를 못 잡을 때면 율리우스가 해주는 진짜배기 조언들은 아론에게 확실한 지표가 되어주었다. 목표가 생겼기 때문일까. 무작정 검만 휘둘렀던 지난날과 달리 아론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반복이었다. 아침에는 마나연공법을 숙달시켰으며, 오후에는 율리우스와 대련 혹은 일방적 구타를 당했고 저녁에는 자세를 가다듬었다. 모든 것을 끝마치고 몸을 뉘었을 때도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오늘 있었던 일을 복기했다.

 

 어쩌면 아론 슈나이더의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되는 이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

 

 

 그동안 아론의 정신은 모두 수련에 쏟고 있었기 때문에 율리우스가 어디를 가던 상관하지 않고 따라갔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고, 물어보았다.

 

 율리우스의 행선지는 사할리안 제국의 로엔그람 영지라고 한다. 스승이 자신의 성을 찾아가겠다는데 말릴 명분도 그럴 생각도 없었던 아론이지만 딱하나 이해가 안되는 게 있었다.

 

 ‘도대체 왜 걸어가는 거야?’

 

 다인 왕국과 사할리안 제국은 비교적 가까운 측에 속했다. 왕국에서 북측으로 올라가다보면 나오는 것이 제국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다른 나라의 비해서 가깝다는 것이지, 국경을 넘는 것이 적은 거리일 리가 있겠나. 이렇게 걸어서는 몇 개월이 걸려도 도착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아무리 율리우스가 평민출신이었다고 하지만 무려 백작이었다.

 

 백작도 그냥 백작도 아니고, 무려 군권을 잡았던 중앙귀족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아론의 마을을 다스리는 카르고 남작에게 부탁 했어도 기꺼운 마음으로 마차와 마부를 붙여주었을 것이다.

 

 이번에 도착한 마을에서 율리우스는 신분을 숨기고, 평민행세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여전히 이동수단을 이용할 생각은 없는 듯싶었다.

 

 이것이 십년동안 율리우스의 소재가 불분명했었던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누가 제국의 영웅이 수행원도 없이, 허름한 모습으로 다니는 것을 상상이나 하겠는가.

 

 “…마스터. 궁금한 게 있습니다.”

 

 아론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율리우스를 불러 세웠다.

 

 “오냐.”

 

 뒤를 돌아 아론을 바라보는 율리우스.

 

 “왜 신분을 숨기는 겁니까.”

 

 “당연히 이게 편하니까. 네 스승의 명성이 워낙 찬란하지 않느냐. 불빛을 쫓아오는 날파리들이 좀 적어야지.”

 

 “…….”

 

 자화자찬을 거리낌 없이 하는 율리우스.

 

 아론은 참으로 얄미운 표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동의했다. 자신도 귀찮은 일에 엮이는 것을 저어해 실력을 숨기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미 소문이 쏵- 퍼졌을 텐데요. 십년간이나 행방불명이었던 검성이 등장했는데 조용할리 있겠습니까.”

 

 “…….”

 

 율리우스가 인상을 팍 썼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

 

 “…….”

 

 아론은 당연히 답을 알았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모두 자신 때문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부모님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이로 인해 어떤 귀찮은 일이 생길지 모르겠으나, 후회는 되지 않았다.

 

 아론은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이 분위기로 계속 가다간 언제 맞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워낙 종잡을 수 없는 노인인지라.

 

 “그런데 왜 편한 길을 마다하고 걸어 다니는 겁니까. 설마 이것도 수행의 일종이다. 그런 말을 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

 

 사실 이게 제일 궁금해서 말을 건 것이었다.

 

 율리우스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아론의 눈이 점차로 가늘어지자 그제 서야 입을 열었다.

 

 “그…그렇다. 모든 게 수행을 위해서다. 천천히 걷다보면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도 보이는 법이지.”

 

 “…방금 더듬거리신 것 같은데요?”

 

 -따악

 

 결국 오늘도 한 대 얻어맞고 마는 아론.

 

 율리우스는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시끄럽다! 십년을 대륙을 종횡하며 걸어 다녔는데, 갑자기 그런 게 생각 날 리가 있겠느냐?”

 

 “…….”

 

 아론은 속으로 뜨악했지만, 더는 맞기 싫었기 때문에 표정관리를 했다. 그런데 저게 말이 되는 가. 걷다보니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게 되었다니.

 

 “…그런데 왜 십년이나 대륙을 떠돈 신겁니까.”

 

 “후계자를 찾기 위해서다.”

 

 “네?! 그게 무슨.”

 

 “…….”

 

 아론은 깜짝 놀랐다. 이미 제국 총사령관직을 물려받은 제자 윌리엄이 있지 않은가. 그의 평판은 타국 사람인 자신에게도 들려왔었다. 검성의 대제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인물이라고.

 

 율리우스는 더 이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지,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아론은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캐묻고 싶진 않았다. 자신도 속을 내비치지 못하고 있는데, 그에게만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었다.

 

 사실 이때 아론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가 속한 검술 유파인 토르멘트는 종주가 후계자에게만 디스카론을 물려주었다.

 

 말하자면 유파를 상징하는 신물인 셈인데, 윌리엄이 그것을 받지 못했다함은 율리우스에게 완전히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한동안 제자와 스승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율리우스가 걸음을 멈추었고, 뒤따르던 아론도 의아한 표정으로 정지했다.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자. 내일 아침에 이곳에서 보기로 하자꾸나.”

 

 율리우스가 멈춘 곳은 커다란 여관이 있는 곳이었다. 간판을 보니 예쁜 글씨체로 ‘나그네의 안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디 가시는데요?”

 

 아론의 당연한 의문이었다.

 

 “따로 알아볼게 있다.”

 

 “…….”

 

 이전과 같은 이유로 아론은 더 묻지 않았고, 율리우스는 당부하듯 말했다.

 

 “모처럼의 휴식이니 허튼짓하지 말고 여독을 풀도록 해라. 내일부터는 네가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굴려줄 테니까.”

 

 흥.

 

 아론은 콧방귀를 끼었다. 언제는 자신을 살살 다루어줬던가. 지금 와서 저런 협박이 통할 리 없었다.

 

 “하… 마스터.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제가 앱니까?”

 

 “…….”

 

 -움찔

 

 아론은 한 대 얻어맞을 것을 예상하고 손을 들어 대비하고 있었지만 율리우스는 그저 한번 웃더니 말없이 사라졌다.

 

 “뭐야. 싱겁기는.”

 

 아론은 노인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투덜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고민에 빠졌다. 정말 모처럼의 자유 시간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론의 고민은 길었지만, 딱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움직이기로 했다.

 아무 계획도 없었지만, 가끔은 이것도 재밌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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