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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14
작성일 : 17-11-29 11:50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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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의 지옥같던 기억이 떠올라 나는 발작하듯 튀어올랐다.

 

 “일어났으면 대답해요. 문은 열지 말고.”

 

 부인이었다. 문을 열지 말라는 표현에서 그녀의 배려가 느껴졌다. 나는 조용히, 하지만 충분히 들릴 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어났습니다.”

 

 “좋아요. 그럼 010-xxxx-xxxx로 전화주세요.”

 

 전화번호? 갑자기 왠 전화번호를…. 아. 어제 교수와 부인은 서로 전화로 연락을 했었다. 저주가 아닌 것을 증명하는 방법일 것이다.

 

 “여보세요?”

 

 “1층 식탁에 식사를 준비해놨으니 먹고 남편에게 전화를 해보세요. 남편 전화번호는 식탁에 메모해뒀어요. 난 출근해야하니 이해해줘요. 꼭 성공하길 바라겠어요. 그럼.”

 

 나는 옷을 챙겨입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새 부인은 출근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새벽의 지옥같던 소동은 내게만 있었던 일이었을까. 아침의 거실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화롭게만 느껴졌다. 식탁에 올려진 오랜만의 가정식을 먹으며 나는 부인이 남겨둔 메모를 보았다.

 

 010-xxxx-xxxx. 별채에 직접 찾아가거나 밖에서 소리내지 말 것. 현관문은 자동이므로 닫고 나가면 되니 신경쓰지 말 것.

 

 교수를 직접 만날 수는 없는 걸까. 확실히 어제의 그 눈빛을 생각하면 직접 만나는 건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나 역시 그를 공격하게 될 수도 있고.

 

 새벽과 같은 일을 교수는 네 번의 여름 동안 견뎌왔다는 것에 솔직히 존경심이 든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지옥보다 더한 고통일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교수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신호가 채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 좋은 아침일세. 현도군.

 

 딱히 좋은 아침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네. 교수님. 좋은 아침입니다. 살아남았다는 의미로서는요.”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나?

 

 “교수님께 무슨 일이 생겼다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 거실로 내려갔다가 부인의 모습을 한 괴물에게 잡아먹힐 뻔 했습니다. 끔찍했어요.”

 

 -어제 자네가 말했던 것보다 증상이 좀 더 진행된 상태였나. 행동을 좀 더 조심해야겠네.

 

 “현관문이 아니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상식을 완전히 파괴하네요. 도저히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집 밖에서 들어오려는 것이 제일 위험하네. 그건 자네를 물리적으로 죽일 수 있을 거야. 그 외의 것들은 대부분 공포를 자아내는 환상의 일종이네.

 

 “그럼 어제 제가 경험한 괴물은 저를 죽이거나 상처입히진 못한다는 겁니까?”

 

 -적어도 내 경험엔 그랬네. 그걸 피해서 밤 중에 집 밖으로 달려나가게 되는 것을 노리는 것이 아닐까 싶네. 아니면 공포에 휩싸여 스스로 자살을 시도하게 하는 것일수도 있고.

 

 “이 것들은 창이나 문을 통해서만 들어오는 겁니까?”

 

 -어제 내 경험을 이야기 했을텐데. 창문이나 문틈은 시작에 불과하네. 나중에는 침대 밑, 장롱 속이나 서랍, 냉장고에서도 기어나오지. 그 쯤 되면 손쓸 방법이 없어. 어제 보았겠지만 내가 머물고 있는 별채는 모든 틈을 다 막아뒀네.

 

 “최악이군요.”

 

 -아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네. 원천적인 봉쇄는 쉽지 않다는 것이겠지. 나도 아내가 없었다면 피해낼 수 없었을 걸세.

 

 “저주를 풀지 못하면 가족이 없는 저는 해결할 방법이 없겠군요.”

 

 -그 방법에 대해 일러둬야 할 것이 있네.

 

 “경청하겠습니다.”

 

 -이 저주는 중세 아시아에서 사용되던 무고의 일종이 틀림없네. 그리고 무고의 대상이 된 자가 살아남는 방법은 저주를 날린 주체가 사망하거나, 살을 다시 거두어 들이거나, 무고를 담은 그릇이 깨지는 수 밖에 없네.

 

 역사적으로 보면 무고는 본래 개인이 함부로 날릴 수 있는 주술이 아닐세. 한 명의 사람을 죽이기 위해 그 수 배의 생명과 노력이 들어가는 주술이네. 또한 무고의 대상이 주술을 이겨낼 경우 주체에게 반동이 돌아가기 때문에 주술사들도 되도록 사용하지 않았던 주술이야.

 

 은동마을의 저주는 대충 계산해봐도 40년 간 사람들을 꾸준히 죽여오고 있네. 이건 무고를 관리하던 주체의 통제를 무고가 완전히 벗어났다는 결론일 수 밖에 없네. 아마도 죽었겠지.

 

 그럼 자네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중 앞의 두 가지는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걸세. 자네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고를 담은 그릇을 깨트리는 것 뿐이지.

 

 “일전에 북촌의 용한 무당에게 상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도 교수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더군요. 은동마을의 저주는 무고의 일종인 혼고술이며 무고를 만든 주체는 이미 사망했을 것이라고.”

 

 -음.

 

 “하지만 그녀의 결론은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원혼들을 달래주면 해결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원론적인 말이군. 그 말도 틀린 건 아니겠지. 허나 누군지도 모르는 원혼의 마음을 어떻게 달래준단 말인가? 이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닐세.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이 망가지는 현실이란 말이야.

 

 그의 말은 내 부족한 논리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확실히 원혼을 달래는 것은 쉬운 길은 아니다. 교수의 의견대로 그릇을 깨트리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일일 것이다.

 

 “말씀하신 그릇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원령이 갇혀있는 장소를 말하는 걸세. 저주를 만들어낸 주술사가 원령들을 잡아둔 장소.

 

 “사당…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현재 가장 의심가는 곳이라고 해야겠지.

 

 “그렇다면 사당을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어떤 방법이 나을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을 선택하기 전에 우선 눈으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군요. 이미 저주에 걸린 상태이니 사당을 본다고 해서 더 나빠질 것도 없겠지요.”

 

 - 행운을… 빌겠네.

 

 

 교수는 내 메일주소로 스미레 씨의 연구노트 번역본을 보내주기로 했다. 교수 자신의 연구파일도 함께 보내주려고 했지만 스미레 씨의 연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재정리하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많은 정보를 얻었지만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다. 나는 은동마을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그동안 모아온 정보들을 재조합해 보았다.

 

 

 애금면 일대는 후지와카 가문이 지배하던 곳이었다.

 그들의 지배는 광복과 함께 끝났다.

 후지와카 스미레는 가문과 관련된 무언가를 찾으러 이 곳에 왔다.

 그녀는 교통사고를 당했고(타살의혹은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그건 저주가 아니었다.

 

 스미레의 정보는 구멍이 숭숭 뚫린 것처럼 어느것도 확실치가 않다. 추후 그녀의 연구노트를 읽어보면 확실해지겠지.

 

 저주는 대상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목표인 무고의 일종이다.

 저주에 걸린 대상은 눈동자에 검은 실 같은 것이 보인다.

 초기에는 약한 환청이 들리거나 검은 아지랑이가 시야를 방해하는 정도이다.

 저주가 심해지면 현실과 환상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환상은 견뎌낼 수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밤에 현관을 열어서는 안된다.

 저주는 11월이 오면 다음 해 여름이 될 때까지 효력이 사라진다.

 

 

 애금면의 낡은 시외버스터미널에 들어오자 복잡미묘한 감정이 몸을 휘감는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의 입구를 찾아가는 상황이 나를 실소하게 만들었다. 살고 싶다. 간절하게….

 

 시골의 낡은 버스터미널은 언제나처럼 조용하고 평화롭다. 그 단조로운 모습이 나로 하여금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나는 풀리지 않는 저주의 공포에 미쳐버릴 것 같은 상황에 있건만 저 사람들은 전혀 아무것도 모른 채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을 만끽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삶이란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죽음과 저들의 삶은 접점이 없다. 내가 지금 이자리에서 죽더라도 저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건 반대여도 마찬가지 였겠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기억할 가치 따윈 없으니까.

 

 타인의 일상에 분노할 필요는 없다. 그들이 내 아픔을 모른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다. 나 역시 그들의 삶을, 그들의 아픔을, 그들만의 지옥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테니까.

 

 감상에 젖은 채 죄어오는 죽음을 받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어떻게든 이 저주를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저 단조롭고 평화로운 세상의 무리에 다시 들어갈 것이다.

 

 

 마을은 언제나처럼 조용했다. 아니 평소보다 더 조용한 것 같기도 했다. 마을에 자욱하게 껴 있는 안개 때문일지도 모른다. 평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아침에 안개가 껴 있는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점심이 지난 시간까지 이렇게 자욱하게 안개가 껴 있던 적은 없었다. 시야가 많이 좁아지는 불편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돌아가신 어머니의 품 안에 안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민회관에도 아무런 인기척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경로당 앞 평상도 깨끗이 비어져 있었다. 이 마을에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집으로 향했다.

 

 집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서 나는 마을 전체를 내려다 보았다. 구름이 마을을 품에 안은 것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끔찍한 저주에 40년을 고통받고 있는 곳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집의 정원에 들어서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하얀 등나무꽃 자수가 그려진 붉은 비단의 기모노를 입은 열두 살의 후지와카 스미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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