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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의 딸 : 죽음을 보는 아이
작가 : 피그
작품등록일 : 2016.8.22

타인의 죽음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19살 소녀 '성경', 그들의 죽음을 막아야 하는 그녀의 고뇌와 파란만장 성장기.

 
ACT 2.0 * 버스커
작성일 : 16-09-01 13:26     조회 : 761     추천 : 2     분량 : 8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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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수록 흐려지는 의식 탓에 소리도 흐렸지만 분명 이건 사람들의 비명소리였고, 지쳐서 숨조차 쉴 수 없는 사람의 호흡소리였다.

 

  [ 여기저기 널브러진 전선들, 혼잡하게 모여 있는 시민들의 놀란 표정, 좀 마른 체형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20대 남성이 꼭 쥔 일식용 사시미 칼. ]

 

  지하철 놓치지 않겠다고 전력 질주한 탓에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는데, 그 힘들고 지치고 짜증나고 답답한 와중에, 죽음이 보이고 말다니.. 그것도 같은 학교, 같은 반, 말썽 한 번을 부리지 않고 얌전히 학교생활 하고 있는 모범생 방현주, 이 친구의 죽음이란, 어디 감히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이야기다.

 

  염라대왕도 그러고 보면 참 모질다. 말 안 듣고 남 해쳐서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들은 정신이 왔다 갔다 해도 100세가 다 되도록 잘만 사는데, 옆집 남자라든지, 이 친구라든지, 예쁜 꽃길 걷고 있는 예쁜 청춘은 참 빨리도 데려간다.

 

  “.. 안녕?”

  먼저 인사를 건넨 건, 성경이었다. 사실 둘은 친하지 않다. 그냥 동급생일 뿐.

  “.. 안녕?”

  현주도 성경의 인사에 응답했다.

  “늦었네? 지각 한 번 안 하더니.”

  “어. 오늘 남자친구랑 홍대에서 버스킹 하거든. 그거 연습하느라 늦잠 잤어.”

  홍대. 의외로 어렵지 않게 사망 장소를 알아냈다. 예감이 좋다.

  “홍대? 맞아. 너 가수가 꿈이지.”

  “가수.. 라기보다.. 그냥 내 맘대로 노래하는 게 좋은 거지, 뭐, 유명해지고 싶다, 이런 건 없어. 오늘 7시 30분부터 공연인데, 혹시 시간되면.. 올래..?”

  홍대, 7시 30분, 중요한 키워드를 쉽게 알아낸 성경은, 흔쾌히 알겠다고 답했다.

  “홍대면, 정말로 홍대 안에서 공연하는 거야?”

  성경의 질문에 현주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그럴 리가.”

  “그럼?”

  “홍대 근처에 놀이터 있어. 거기로 오면 돼. 꼭.. 와야 돼. 알았지? 응?”

  “그래. 알았어. 꼭 갈게.”

 

  다음 역으로 가고 있는 지하철이 유독 속도를 내, 성경의 몸이 현주의 몸 쪽으로 기울었다. ‘억!’ 소리와 함께 둘은 웃었고, 그렇게, 서서히, 친해지기 시작했다.

 

  현주의 죽음을 본 성경은, 학교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꽃길을 걷고 있는 그 친구의 죽음은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다보니, 멍 때린다고 각 과목 선생님들께 등짝도 후려 맞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묻지마 흉기 사건을 막을까.

 

  경찰을 또 불러볼까. 혹시나 모를 부상 상황에 구급차도 불러볼까. 그 때, 옆집에 살고 있던 김다올 씨처럼, 미리 전화해 일이 덜 커지도록. 등등, 이 방법, 저 방법, 머리를 쥐어짜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죽음을 막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

 

  홍대 놀이터, 저녁 7시 30분이다. 그 안엔 생각을 해야 한다. 종례가 끝나고, 멍.. 하니,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성경의 팔짱을 누군가가 꼈다. 오늘 하루 동안 그녀와 제법 돈독해진 현주가 그 주인공이었다.

  “오늘 하루 종일 멍 때리고. 너 좀 이상해? 남자친구 생각하지.”

  “나 남자친구 없거든요.”

  “그럼.. 내 생각?!!”

  “응, 아니야. 저리 떨어져. 떨어져.”

  지하철에서 한 번 우연히 만났다고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는 예쁜 친구, 방현주. 이렇게 좋은 친구를 평생 곁에 두기 위해서라도, 성경은 그녀를 꼭 구해야한다.

  “야. 이따 꼭 와야 돼.”

  “그래요. 꼭 간다고요.”

  “정말이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안 잊어버리고 꼭 갈 거야. 꼭. 진짜로 갈 거야.”

  “우리 공연 어디서 한다고 했어.”

  “홍대 놀이터.”

  “몇 시.”

  “7시 30분.”

  현주는 씩 웃으며 성경의 보드랍고 향긋한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고맙다는 듯.

 

 *

 

  묻지마 사건 발생까지 약 3시간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성경의 집에서 홍대까지 지하철로 약 20분. 사건이 일어날 장소에서 3시간동안 내리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시간을 맞춰 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는 집으로 향했다.

 

  일부러 집 앞 버스정류장과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하차해 걸었다. 좀 천천히 걸으며 생각하면, 그 친구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

 

  땅을 보며 걷고, 앞을 보며 걷고, 계속 걷다가, 우연히,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다녔던 주짓수 체육관을 발견했다. 격정의 사춘기를 전부 다 받아준 고마운 관장님, 그녀의 농담은 물론 분노, 고민들, 모두 받아주고 상담해준 관장님의 아들, 그 외에 같이 성장했던 체육관 친구들..

 

  체육관에서의 추억을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본인도 모르게 그곳에 발이 닿았다. 그리고 재회했다. 성경의 인생에 가장 고마웠던 관장님 아들, 감윤석.

  성경과 윤석은, 처음부터 ‘안녕!’이라는 진부한 대사를 내뱉지 않았다. 쑥스럽다는 듯 씩 웃고 아이컨택을 하더니, 그 상황이 웃기고 민망한지 큰 웃음을 터트렸다.

  “오빠를 보면 먼저 인사부터 해야지. 웃어? 버르장머리 보소.”

  “너무.. 오랜만이니까..”

  “일단 여기, 시끄러우니까 다른 데로 가자.”

  둘은, 수련이 한창인 체육관 대신 차 한 잔이라도 마실 수 있는 관장실로 향했다. 조용하다. 아늑하다. 시계 초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그런 분위기다.

 

  “그동안 연락 한 번 안 하더니 갑자기 찾아오는 건 또 뭐야?”

  “체육관은 생각도 안 했는데, 걷다가 생각나잖아요. 관장님도 보고 싶고. 오빠도.”

  “나도 보고 싶었다고?”

  “그럼 안 보고 싶게? 우리 그래도, 꽤 친하지 않았어요?”

  “설마 뭐, 나, 좋아.. 하고 뭐 그런 건 아니겠지? 그래서 막, 응..? 찾아오고.. 응?”

  “로리타세요..? 나 아직 어려. 성인도 안 된 몸이란 말이야.”

  “농담이야, 임마. 너랑 나랑 나이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삼촌이랑 조카지, 완전. 너는 있잖아. 사람이 농담을 하면 받아주고 그래야 되는데, 너무 진지해. 짜증나게.”

  “그래서. 싫어요?”

  “거봐. 방금 한 말도 농담이야. 짜증난다잖아. 설마 진짜 짜증나겠어? 상 바보네.”

  농담에 농담을 거듭해, 이젠 농담이 진담인지, 진담이 농담인지 구분이 안 가자,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문득 본, 관장실 구석, 낡은 통기타.

  “오빠 혹시, 기타.. 좋아해요..? 저기 구석에.. 기타.”

  “좋지. 가끔 스트레스 안 풀릴 때 홍대 가면, 혼자 나름 힐링하고 돌아와. 아이돌 노래는 기계음이 심해서 분위기도 안 잡히고 귀만 아픈데, 인디는 얼마나 좋아. 응? 가사도 독특해. 조용해. 분위기 잡혀. 귀가 편안하고 좋잖아.”

  “그래서 가끔 기타도 혼자 치기도 하고?”

  “응. 좋은 인디밴드 알면 소개 좀 시켜줘라. 알면 알수록, 인디가 참 매력 있어.”

  성경은, 순간적으로 번뜩했다.

 

  인디밴드=홍대, 홍대=현주, 곧 일어날 ‘홍대 흉기난동사건’을 해결할 당사자는, 실전에 유용한 주짓수의 유단자, 감윤석 뿐이다.

 

  “저기, 그러면요. 정식으로 데뷔한 건 아닌데, 제 친구 중에 뮤지션이 꿈인 애가 있어요. 오늘 7시 반에 홍대에서 버스킹 한다고, 꼭 오라고 하거든? 갈래요..?”

  “아, 진짜!?”

  “응. 걔 노래 잘해요. 작년에 저희 학교 축제, 걔가 살려놨다니까요?”

  “어차피 나 할 일 없는데 잘 됐네. 가자!”

  “지금..?”

  “지금.”

  “학원은?”

  “관장님 잠깐 화장실 갔어. 난 이제 사범도 뭣도 아니야. 그냥 관장님 아들이야.”

 

  목적은 현주의 버스킹 관람이 아니다. 흉기난동을 제압하기 위해, 현주의 죽음을 막기 위해 가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윤석은 싱글벙글, 성경은 그의 들뜬 모습에 미안함과 부담감을 잔뜩 안고, 문제의 ‘홍대입구역’으로 향했다.

 

  “공연까지 좀 남았지? 가자. 오빠가 오랜만에 우리 동생 밥 한 끼 사 먹여야지.”

  “굳이 사준다고 하면 거절할 이유는 없지, 뭐. 뭐 사주려고요?”

  “먹고 싶은 거 말해. 다 사 줄게.”

  “그럼 일단 배만 조금 채워요. 떡볶이라든지.”

  “떡볶이 좋아하는 거 보면, 니가 아직 애기는 애기구만. 학생은 학생이야.”

 

  “맛있게 드세요.”

  후줄근한 앞치마를 하고 땀 흘려서 흠뻑 젖은 파마머리가 참 인상적인 아줌마가, 국물이 그릇 여기저기에 튀어 맛도 없어 보이는 떡볶이와, 옆구리 터진 순대, ‘깨’ 데코레이션 하나 안 해준 김밥을 ‘툭툭’ 세팅해주곤 주방으로 갔다.

  “와.. 진짜 세상에.. 맛있겠네.”

  윤석은 아줌마의 위생 상태와 음식 상태에 경악한 채 비꼬듯 말했다.

  “음식 상태가 뭐 이 따위야..?”

  깔끔한 게 좋은 성경도 젓가락 들고 먹을까 말까 고민했다.

  “음식 좀.. 깔끔하게, 예쁘게 담아서 서빙해주면 얼마나 좋아. 그치, 성경아?”

  “먹을 맛이 싹 사라지네. 기분 나빠졌어.”

  “그래도 먹자. 선불이라 돈도 냈는데, 안 먹을 순 없잖아. 그치?”

 

  아줌마의 위생 상태는 글러먹었어도, 맛은 의외로 괜찮았다. 둘은 천천히 먹으며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마치,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난 듯 잔잔한 분위기였다.

 

  “체육관 사범이 아니면, 그럼 요즘은 뭐하는 거예요?”

  “군대도 갔다 왔다, 대학도 졸업했다, 이제, 경찰시험만 남은 거지, 뭐.”

  “경찰 되려고?”

  “야. 경찰 되려고 경찰대 나왔지. 그럼 뭐, 검사 되려고 경찰대 나왔냐?”

  “경찰도 나쁘진 않지. 시험은 봤어요?”

  “4학년 때, 작년에 딱 한 번 봤거든? 떨어져서 지금 또 준비하고 있어. 야, 이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 난, 내가 의외로 머리가 좋아서 그런 건 껌일 줄 알았어.”

  “생각하고는. 대한민국 공무원 되는 게 오빠 말처럼 껌이면, 아무나 하지. 미래가 탄탄한대. 취업난은 왜 생기겠어요. 괜히 똑똑하다고 잘난 척.”

  “말하는 것 봐? 초딩 때도 똘똘하더니, 진짜 많이 컸다..?”

  많이 컸다는 그의 말이 싫지 않은지 묘한 미소를 짓던 성경의 표정이, 삽시간에, 그것도, 떡볶이를 찍으려던 그 순간, 종이 구기듯 일그러졌다. 땀에 쩔었던 아줌마의 꼬불꼬불한 머리카락이 몇 가닥 보인 것이다.

  “진짜, 내 이럴 줄 알았어.”

  “왜!?”

  “머리카락!”

  “어쩐지.. 여긴 좀 어째 끌리지 않드라. 야. 그냥 이거 먹지 마. 더러워서 어떻게 먹어. 먹지 말고, 우리 다른 거 먹으러 가자. 햄버거 먹을까? 피자?”

  “아, 됐어요. 입맛 떨어졌어.”

  “영화를 보기엔 시간이 애매하고. 다른 것도 먹기 싫다. 그럼.. 그럼 뭐, 할 건 딱 하나 뿐이네. 미자라서 맥주 한 잔 하러갈 수도 없는 거잖아. 그치?”

  “뭐..?”

  “일어나라. 기분전환 제대로 한 번 해보자. 여기 홍대야. 홍대가 괜히 홍대야?”

 

  어느새 오후 7시가 됐다. 공연이 채 30분밖에 남지 않은 시각, 현주와 그녀의 남자친구는 공연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두 커플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홍대에서 처음 만났다. 음악과 통기타에 대한 열정, 작사 작곡이라는 똑같은 취미공유, 그로 인해 깊어진 신뢰와 우정과 사랑은, 사귄지 2년 된 두 사람의 사이를 더욱 더 쫀쫀하게 만들어줬다.

 

  앰프를 설치하니 사람들이 슬슬 모여들기 시작했다. 기타를 튜닝하고, 보면대를 설치해 그 위에 악보를 올렸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해온 거리 공연이지만, 두 커플은 매 공연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 주체도 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곧 공연 시간인데, 곧 사시미를 든 20대 청년이 나타나 난동을 부릴 시간인데, 오랜만에 만난 성경과 윤석은 홍대투어에 정신이 팔렸다. 악몽 때문에, 그리고 경찰시험 준비 때문에 각자 쌓인 스트레스가 만땅일 텐데, 사고 싶은 것도 사고, 보고 싶은 것 보니,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그런데, 스트레스 해소는 스트레스 해소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 중 흉기난동을 제압하는 것이다. 7시 25분이 되도록, 둘은 이곳에 온 이유를 망각하지 못했다. 공연장엔 이미.. 성경이 현주의 눈에서 본 용의자가 나타난 상황이다.

 

 *

 

  여기저기 돌며 쇼핑하는 둘에게, 한 화장품 가게 이벤트 알바생이 말을 걸었다.

  “오늘 그랜드 오픈 행사로 룰렛이벤트 진행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8시부터 시작하니까, 오셔서 둘러보시고 이벤트 참여하셔서 푸짐한 선물 받아가세요.”

 

  8시.. 8시.. 뭘까.. 왜 이렇게 찝찝할까.. 뭐가 이렇게 찝찝할까.. 성경은, 너무나도 찝찝했다. 현주는 아예 성경의 생각 밖으로 나온 지 오래다.

 

  ‘뭘까.. 뭐지..’

  그 때 윤석이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공연 3분 전, 7시 27분. 촉박하다.

  “야!! 니 친구 7시 30분에 공연한다며!!”

  “.......”

  그제야 흉기난동이 생각이 난 성경은 윤석을 내팽개치고 홍대 놀이터로 뛰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려내겠다고 홍대까지 왔는데, 뜬금없이 쇼핑에 매료가 되어 그 아깝고 예쁜 목숨 못 구하게 된다면.. 그럼, 아마 평생을 죄책감에 사로잡혀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깟 공연, 한 곡만 부르고 끝낼 것도 아니고, 분명히 앵콜도 할 텐데 몇 분 정도 늦었다고 저렇게까지 뛰는 성경이, 윤석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뛰는 성경의 팔을 붙잡아 숨을 골랐다. 붙잡든 말든, 성경에겐 조금의 시간도 아까웠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낄낄대며 쇼핑했던 남녀가 맞는가. 인상 더럽게 보이게끔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니, 성경은 다시 뛰었다.

 

  대체. 홍대 놀이터는. 어디인가, 어디인가, 어디인.. 어디.. 어..,

 

  “아악-!!!”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명이 들리는 그 곳을 쫓아가니, 현주의 남자친구는 이미 사시미에 수차례 찔려 쓰러져 있었고, 현주는, 사시나무 떨 듯 온 몸을 벌벌 떨며 흉기난동 용의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용의자는 곧, 현주를 찌를 듯 사시미 쥔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왜, 사람은 너무 쇼킹한 상황과 마주하면 눈이 뒤집혀 아무것도 뵈지 않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딱 그랬다. 성경도. 현주도.

 

  애초에 성경이 홍대에 온 건, 용의자의 무식한 행동을 제압함으로써 흉기난동 피해가 전혀 생기지 않도록 돕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스트레스 풀겠다고 쇼핑에 빠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니. 미친 짓이다. 이건 분명, 미친 짓이다.

 

  주짓수 잘하는 윤석을 데리고 와서 용의자를 제압하려던 걸 잊은 건지, 성경은 눈이 뒤집힌 채 상황 무서운 줄 모르고 앞으로 걸어갔다. 근 5년간 배운 주짓수 기술을 아는 대로 적용해 범인과 제대로 한 판 뜨려던 찰나..

 

  범인의 하복부와 급소를 발로 걷어차 쓰러트리고, 사시미를 빼앗아 제거한 다음, 지나치게 반항하는 그에게 온갖 주짓수 기술을 적용해 기절시킨 남자가 나타났다. 주짓수 관장님의 아들, 경찰시험 준비 중인 전직 주짓수 체육관 사범, 감윤석이다.

 

  그가 주짓수 제압을 할 때, 여기저기서 비명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 1-20대 철없는 시민들은 핸드폰 동영상 녹화를 했다. SNS 게재, 채팅, 인터넷 동영상 커뮤니티, 뉴스 제보 등, 순식간에, 윤석의 범인 제압은 실타래처럼 널리 공유되어 갔다.

 

  성경은 윤석의 야성적인 제압에 한 번, 현주는 성경의 용감무쌍한 등장과 윤석의 야성적인 제압에 두 번, 그리고 남자친구의 부상에 세 번, 네 번 놀랐다.

  부상을 당한 남자친구를 자신의 가디건으로 정성껏 지혈해주는 현주에게 성경은,

  “내가 더 빨리 왔으면 니 남친 이렇게 다치진 않았는데. 미안해서 어떡해.” 라며 울먹였고, 현주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성경의 손을 꼭 잡아 놓아주지 않았다.

 

  이렇게, 난리 아수라장이 된 핏빛 현장에 112와 119가 도착했다.

 

  강도 높은 주짓수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용의자의 두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고, 그를 제압한 윤석은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차에 몸을 실었다. 복부 전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현주의 남자친구와 그를 보호할 현주는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성경이 현주의 눈에서 본 상황은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 즉, 꼭 죽어야 할 목숨을 일부러 구함으로써, 미래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

 

  “오늘 오후 7시 30분, 홍대 놀이터에서 길거리공연을 하고 있는 남녀 고등학생에 사시미를 들고 흉기난동을 벌인 한 20대 청년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로 인해 남학생 1명이 흉기에 맞고 큰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 됐는데요. 경찰 조사과정에서 범인은, 최근 취업난 등으로 우울증을 앓아오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횟집에서 알바하며 간간히 먹고 사는 범인의 우발적인 흉기난동 스토리가 뉴스를 탔다. 이 일로 범인은 재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정말 딱,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 복역했고, 현주와 그녀의 남자친구는 이 일로 인해 더욱 더 쫀쫀하고 예쁜 사랑을 만들어갔다.

 

  “야, 전화번호 좀 줄래?”

  “왜요?”

  “그래야 자주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 고민 있으면, 털어도 놓고, 할 거 아냐.”

  “.. 오빠 나 좋아해요?”

  “.. 내가 로리타냐? 너 아직 어려. 성인도 안 된 몸이란 말이야.”

 

  어릴 때부터 의남매처럼 자란 성경과 윤석도 이 일로 인해 더욱 더 친한 사이가 됐다. 언뜻 보면 연인인 듯, 그러나 연인 아닌, 암만 봐도 연인 같은, 그런 사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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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dream 16-10-06 17:39
 
오류가 있네요. 경찰대는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임관됩니다. 그리고 군대 가는 대신 졸업전에 군 훈련소에서 기초군사 훈련 4주 받고, 졸업후 경찰종합학교에서 전술지휘과정 8주 이수. 그 이후 전경대, 기동대에서 각 1년씩 지휘관 또는 참모 근무로 병역의무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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