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스네이크맨
작가 : 엄길윤
작품등록일 : 2017.11.8

뱀의 능력을 가진 남자가 성범죄자를 처단한다.

 
죽음이 너를 바라본다(3)
작성일 : 17-11-29 08:28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711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사방이 암흑뿐이다. 어둠 속에서 붉은색으로 빛나는 형광 뱀이 보였다. 나라는 존재는 없었다. 만져지지 않았고, 보고 있다는 인식도 하지 못했다. 그냥 형광 뱀이 구불거리며 기어갔다. 틀림없다. 저건 나를 물었던 뱀이다.

 

 아무런 감각도 없던 상태에서 손이 있던 자리가 간지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고 수많은 뭔가가 꾸물거리며 손가락 안을 채워갔다. 하나씩. 하나씩. 이제 열 개의 손가락만이 세상에 존재했다. 주위를 살필 눈도, 고개를 돌릴 머리도 없다.

 

 물결치며 기던 뱀이 검은 그림자 앞에 멈췄다. 사람이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어둠 속의 검은 실루엣이었다. 형광 뱀이 그림자 주위를 천천히 돌다가 고개를 꼿꼿이 세웠다. 종아리를 물었다.

 

 그가 펄쩍 뛰며 다리를 부여잡았다. 넘어진 채 종아리를 어루만졌다. 허리를 숙인 그림자의 검은 종아리에서부터 살이 점점 채워졌다. 밑으로 퍼져 발이 되고, 위로 퍼져 허벅지를 이루었다.

 

 어느새 검은 그림자의 하반신이 남자의 알몸으로 채워졌다. 그가 쓰러지면서 배꼽과 옆구리 살이 만들어졌다. 상체로 올라온 살이 가슴과 두 팔의 손까지 퍼지면서 머리까지 이어졌다. 이제 그는 그림자가 아니라 30대 중반의 남자였다.

 

 바닥에 엎어진 남자의 알몸이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팔과 다리에 살이 덮이고 덮여 근육을 만들었다. 어깨와 복부, 심지어 엉덩이에도 근육이 붙었다.

 

 보고 있자니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렇다. 저건 아마도 형광 뱀에 물린 후 몸에 생기는 변화를 나타내는 거였다. 바로 내가 겪은 일이었다.

 

 남자의 온몸이 근육으로 뒤덮였다. 그런데도 살들은 계속 불거지며 몸 여기저기에 넘쳐흘렀다. 남자가 괴로운 듯 바닥을 뒹굴었다. 근육이 계속 불어났다. 온몸에 힘줄이 돋았다. 남자가 비대해진 몸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펑! 남자의 온몸이 찢겨 사방으로 흩어졌다. 남은 건 그의 그림자뿐이었다. 바닥에 가만히 엎드린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형광 뱀이 다시 와서 물었다. 미동도 없었다. 이미 죽었다.

 

 옆에서 그림자를 지켜보던 형광 뱀이 다시 어딘가로 향했다. 설마. 나도 저리될 뻔했을까?

 

 손가락에서부터 두 손등과 손바닥으로 야금야금 살이 채워졌다.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알았다. 살이 주변을 콕콕 찌르며 팔목으로 이어지는 걸 느꼈다.

 

 형광 뱀이 어둠 속을 기어 저 멀리에 걸어오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이번에도 그림자였

 다. 옆으로 빙 돈 뱀이 그 사람의 뒤로 접근했다. 그림자는 핸드폰을 내려 보며 걸었다. 뱀이 쫓아가 발뒤꿈치를 물었다.

 

 그림자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더니 아래를 살폈다. 뒤꿈치에서부터 붉은 형광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허벅지로 오른 형광이 반대편 다리로 퍼지는 것과 동시에 상체로 점점 올라왔다.

 

 그림자가 엉덩방아를 찧고는 스르르 옆으로 쓰러졌다. 어깨에 이어 머리끝까지 형광이 퍼졌다. 붉은 형광이 가득 채워진 그림자가 바닥에 누워 온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이번에도 죽은 거였다.

 

 이건 분명히 형광 뱀이 사람을 물고 다녔다는 뜻이었다. 어째서 이런 게 보이는 걸까?

 

 오직 손과 양팔만이 느껴지던 상태에서 어깻죽지와 가슴으로 살이 들끓었다. 마치 수많은 벌레가 위아래로 퍼지며 살들을 차례차례 토해내는 것 같았다. 이제는 목 위의 턱살과 배꼽 바로 아래까지 살이 번졌다. 그 외의 다른 신체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그 사이 형광 뱀이 다른 사람에게 접근했다. 모든 사람이 그림자의 형태였다. 하지만, 뱀에 물린 사람은 하나같이 모두 죽었다.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 근육이 중간만 차오르거나, 붉은 형광이 온몸으로 퍼져 아예 눈 코 입으로 줄줄 새는 경우도 많았다.

 

 목적이 뭘까? 어쩌면 이 모든 건 형광 뱀의 기억일지도 모른다. 그럼 난 왜 살아남은 걸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물린 후 죽었는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있는데. 그건···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침대 밑에서. 온몸의 뼈가 부러진 채. 모든 근육이 썩어들어 가는 중이었는데. 그런데.

 

 형광 뱀이 사람들 사이를 헤집었다. 이제까지는 사람들이 많은 자리를 피하던 뱀이었다. 저러면 분명히 눈에 뜨인다. 어째서?

 

 저 멀리 뱀 뒤에서 불타오르는 뭔가가 보였다. 사람이었다. 그림자 형태로만 보이던 것과는 달랐다. 온몸이 불타오르는 여자의 형상이었다. 몸의 곡선이 과할 정도로 매끄럽고, 육감적이다.

 

 불타오르는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형광 뱀을 쫓았다. 거리가 점점 좁혀진다. 뱀이 사람들 발밑을 스쳐 지나가고, 여자가 그 뒤를 따랐다. 그림자로 된 사람들은 여자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건 저 여자가 적어도 겉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여자? 혹시 발바리가 만났다던 그 여자일까?

 

 이제 내 몸은 얼굴과 머리부터 팔과 상반신, 허벅지까지 인식됐다. 살은 계속 무릎과 종아리 쪽으로 옮아갔다.

 

 형광 뱀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리저리 피하다가 벤치에 앉은 사람을 발견했다. 저건? 그가 벤치에 앉은 채 등받이를 팔꿈치로 치며 화풀이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뱀이 주먹으로 벤치 의자를 때리던 사람에게 접근했다. 불타오르는 여자가 엎드리더니 마치 뱀처럼 바닥을 미끄러졌다.

 

 형광 뱀이 벤치 의자를 타고 올라 그의 손등을 물고는 재빨리 뛰어내렸다. 벤치에 앉은 사람이 손등을 확인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뱀은 이미 수풀을 지나 저 멀리 사라진 뒤였다. 남자가 풀숲과 주위를 확인하더니 다시 벤치로 돌아왔다. 손등에서부터 살이 차올랐다. 붉은 형광이 근육으로 굳어지는 살에 뒤섞였다. 저건, 저건 나였다.

 

 내가 벤치에 쓰러지고, 불타는 여자가 뱀을 쫓아 내 옆을 지나쳤다. 내 온몸으로 근육과 붉은 형광이 번졌다. 이리저리 방향을 틀며 달아나던 형광 뱀이 순식간에 바닥을 미끄러져 오던 여자의 손에 잡혔다. 뱀이 자기 몸통을 쥔 여자의 손목을 휘감고는 손가락을 물었다. 불타오르는 여자의 몸에는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았다.

 

 갑자기 머리부터 발끝까지 뭔가 갑갑했다. 숨이 막혔다. 분명 난 침대 밑에서 죽었었다. 이렇게 또 죽는 걸까?

 

 불타는 여자가 입을 벌리더니 낚아챈 형광 뱀의 머리를 삼켰다. 입을 오므렸다 펴면서 몸통을 빨아들였다. 뱀이 입안에서 버둥거리며 저항하자 손으로 뱀의 뒷부분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꼬리까지 입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여자가 꿀꺽 삼켰다. 입안 가득 붉은 형광이 퍼지다가 이내 눈 녹듯 사라졌다.

 

 눈앞이 다시 시커먼 암흑으로 변했다. 형광 뱀은 죽었다. 여기가 끝이었다. 나도 죽어가는 중이었다. 온몸으로 내가 존재한다는 걸 느꼈다. 코와 입을 뭔가가 가로막았다. 눈도 떠지지 않았다. 팔과 다리가 굳은 듯 아무리 힘을 줘도 굽히거나 펼 수 없었다.

 

 복부에 힘을 줬다. 투툭. 가슴과 배 위로 뭔가가 터지는 느낌이 났다. 주먹을 꽉 쥐었다가 폈다. 팔에 두꺼운 진흙 같은 게 덕지덕지 붙었다.

 

 낑낑대며 손을 들어 얼굴을 더듬었다. 두꺼운 고무 반죽 같은 게 만져졌다. 잡고선 뜯어냈다. 시원한 공기가 얼굴에 확 닿았다. 이제야 코와 입으로 숨이 쉬어졌다. 눈을 깜빡이다가 떴다. 눈앞으로 어두운 침대 밑이 보였다. 손에 든 반죽을 살폈다. 복면을 쓴 내 얼굴 가죽이었다. 깜짝 놀라 내던졌다. 벌떡 일어나다가 침대 밑에 머리를 부딪쳤다.

 

 다시 누워 허겁지겁 얼굴을 더듬었다. 눈, 코, 입이 그대로 만져졌다. 얼굴을 뜯어낸 건 아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팔의 움직임이 불편하다는 걸 느꼈다. 오른팔로 왼쪽 팔목을 쥐었다. 잡고 뜯어내자 한 움큼 뜯겼다. 팔 안에 매끈한 새 팔이 보였다. 몸속에 새로운 몸이라니! 이건, 허물을 벗는 거다. 뱀이 가진 특징 중 하나였다.

 

 몸을 굴려 침대 밑에서 나왔다. 왼팔과 오른팔을 번갈아 가며 살을 뜯어냈다. 매끈한 새로운 팔과 손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가슴 쪽 살을 옷 입은 상태 그대로 잡아 뜯었다. 찢어진 옷 조각이 살점과 뒤섞여 손에 쥐어졌다. 움푹 팬 가슴 안쪽을 만졌다. 전보다 더 단단해진 가슴이 자리 잡았다.

 

 총상을 입은 복부와 오른쪽 허벅지 살도 벗겼다. 납작하게 눌린 총알 두 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의 새로운 피부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너덜너덜하게 찢긴 바지 뒷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3시간이 지났다. 언제 집주인이 돌아올지 모른다.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놓고, 나머지 허물도 얼른 옷과 함께 벗겨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머리털을 잡아당기자, 머리 가죽 전체가 벗겨지며 새로운 두피와 머리털이 나타났다. 아예 처음부터 온몸이 새로 만들어진 거였다.

 

 몸을 뒤덮은 허물을 다 벗자 근육질의 알몸이 드러났다. 뱀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물론 뱀의 허물을 본 사람들이 착각해서 한 말이지만, 아무래도 그 전설은 사실인 모양이었다.

 

 형사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파트 내부를 살폈다. 형사들이 없었다. 아마도 날 찾지 못하고, 철수한 것 같았다.

 

 작은 방에서 남자 티와 바지를 찾아 입었다. 몸이 가벼웠다. 총에 맞은 후유증은 어디에도 없었다. 가방 같은 게 없을까 싶어 거실과 베란다를 뒤지다 종이 가방을 발견했다. 안에다 벗은 허물과 찌꺼기들, 상처를 싸맸던 수건과 신던 운동화까지 넣었다.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종이 가방을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꿈인지, 아니면 형광 뱀의 기억인지 모를 장면이 떠올랐다.

 

 어째서 나만 이런 능력을 갖추게 된 걸까? 뱀에 물린 사람은 다 죽었다. 혼자만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붉은 여자. 활활 불타오르는 여자. 정체가 뭘까?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은 그냥 그림자로 보였지만, 그녀는 달랐다. 내가 당해낼 수 있을까? 형광 뱀을 잡아먹던 모습은 사람이 아니라 뱀 그 자체였다. 뱀이 뱀을 잡아먹은 거였다.

 

 현관 앞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현관문 밖으로 누군가가 섰다. 집주인이다. 문손잡이가 부서진 걸 발견하고는 놀라서 물러났다. 종이 가방을 들고, 얼른 베란다로 뛰었다. 문을 열고 추락 방지용 난간에서 아래를 굽어보았다. 아무도 없다. 종이 가방을 품에 안은 채 밑으로 뛰어내렸다. 20층과 2층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가볍게 화단으로 착지한 후 주위를 살폈다.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밖으로 나오자 아파트 진입로에서 커플이 걸어왔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확, 죽창이라도 들까 보다.

 

 어쨌든, 많은 개고생과 빡침이 있었지만, 난 무사하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종이 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마땅히 버릴 만한 곳이 없었다. 일단 집까지 들고 가야 한다.

 

 원룸들이 늘어선 골목을 지나다가 전봇대 옆에 쓰레기봉투가 놓인 걸 발견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저렇게 버리면 되잖아? 누가 그걸 뜯어서 확인해 볼 거냐고. 그냥 쓰레기인데.

 

 애초에 스네이크맨 복장을 버리려 을지로3가까지 간 게 개오바였다.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차에 일일이 내용물을 확인하며 싣지는 않을 거다.

 

 근처 슈퍼로 가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샀다. 안에 종이 가방을 넣은 후 다른 쓰레기봉투 옆으로 밀어 넣었다. 이걸로 증거물 유기 끝.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향했다. 우리 아파트로 들어서는 길목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선 게 보였다. 경찰차 3대가 주위에 주차됐다. 사람들을 헤치고 아파트로 걸어가는데 우리 동 앞에 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형사들과 함께였다. 뭐지?

 

 나를 발견한 동생이 뛰어왔다.

 

 “이 귀신, 아니, 형! 지금 경찰이 찾는데? 혹시 사람 죽인 거 아냐? 맞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뭔, 개소리야.”

 

 동생의 모습 뒤로 형사 여섯 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확실했다. 나를 쫓고, 총까지 쏴댔던 그 형사들이었다. 그중 두 명은 낯이 익었다. 바로 집 앞에서 나를 불심검문 했던 형사들이었다. 역시 그때부터 나를 의심하고 뒤를 캐고 있었다. 그 덩치 큰 형사가 수첩을 들고 다그쳤다.

 

 “김현민 씨? 지금 어디 갔다 오십니까? 예? 알리바이 있어요? 몸 좀 봅시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몸이요? 왜요? 지금 하도 답답해서 바람 쐬고 오는 건데요.”

 

 덩치 큰 형사가 주위 형사들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옆의 형사가 뒷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고, 나머지는 허리춤에 손을 넣었다. 여차하면 권총을 꺼내려는 거였다. 덩치 큰 형사가 소리쳤다.

 

 “보자고 하면 봅시다, 좀! 얼른 웃통 까 봐요.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니까.”

 

 물론 나도 장난하는 게 아니었다. 까봤자 뭐 어쩔 건데. 아예 티를 벗어 재껴 한 손에 들었다.

 

 “자요. 됐나요? 아니, 몸 좋은 게 무슨 죄라도 되는 겁니까? 왜 그렇게 괴롭혀요. 나를.”

 

 형사들이 내 몸을 살피고는 수군거렸다. 덩치 큰 형사가 옆의 형사에게 귓속말했다.

 

 “이상한데? 분명히 배와 다리에 맞지 않았어?”

 

 “확실하다니까. 배는 내가 맞췄고, 다리는 이형사가 맞췄잖아.”

 

 “근데 왜 상처가 없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덩치 큰 형사가 내 복부를 뚫어지라 살피고는 말했다.

 

 “다리 쪽도 좀 봅시다. 의심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문제여서 그래요. 스네이크맨이라고 알죠? 그 사건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협조 부탁드립니다.”

 

 쫄리니까 말투 공손해지는 거 봐라. 팬티를 입지 않은 터라 바지마저 훌러덩 벗을 수는 없었다. 입은 긴바지를 끝부분까지 접어 허벅지를 보여줬다.

 

 “영문을 모르겠네요. 스네이크맨과 이게 무슨 상관이라고.”

 

 다리를 본 형사들의 얼굴이 실망으로 어두워졌다. 덩치 큰 형사도 멋쩍은 얼굴로 뒤통수를 긁었다.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찾던 용의자가 아니네요. 워낙 악랄한 놈이라서.”

 

 악랄은 개뿔. 성범죄자들이야말로 진짜 악랄한 씹새끼지!

 

 웃으며 형사들을 지나쳤다. 아무리 찾아봐라. 나오겠냐? 이거 하나만은 확실했다.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전설이다.

 

 그때 동네 어딘가에서 불타오르는 여자의 형상이 보였다. 눈으로 보이는 게 아니었다. 그냥 그 자리에 여자가 존재했다. 방안에서 누군가의 목을 물더니만,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여자였다! 형광 뱀을 잡아먹은 여자.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날 발견한 걸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형광 뱀의 시점에서 본 것과 직접 느끼는 건 차원이 달랐다. 그 여자에게서 불타오르는 증오를 느꼈다.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증오이자, 세상에 대한 끝없는 저주였다. 내가 당해낼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거렸다. 입안이 바싹 말랐다.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집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대로 마주치면 백퍼 끔살이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죽지 않는 거로는 부족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2 슈퍼내츄럴(3) 시즌1 완결 2017 / 12 / 15 263 0 9436   
31 슈퍼내츄럴(2) 2017 / 12 / 14 268 0 5408   
30 슈퍼내츄럴(1) 2017 / 12 / 13 259 0 5052   
29 그녀(2) 2017 / 12 / 12 269 0 5075   
28 그녀(1) 2017 / 12 / 11 227 0 3775   
27 여혐? 남혐?(3) 2017 / 12 / 8 256 0 7248   
26 여혐? 남혐?(2) 2017 / 12 / 7 242 0 5242   
25 여혐? 남혐?(1) 2017 / 12 / 6 259 0 4532   
24 소도둑은 처음부터 소도둑이다 2017 / 12 / 5 262 0 8295   
23 I see you 2017 / 12 / 4 271 0 6466   
22 번외- 뱀 여자는 불타오른다 2017 / 12 / 1 273 0 2661   
21 딸이라서, 딸 같아서 2017 / 11 / 30 266 0 8926   
20 죽음이 너를 바라본다(3) 2017 / 11 / 29 257 0 7112   
19 죽음이 너를 바라본다(2) 2017 / 11 / 28 259 0 4601   
18 죽음이 너를 바라본다(1) 2017 / 11 / 27 244 0 7280   
17 번외-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2017 / 11 / 24 255 0 5204   
16 부처님 오신 날 2017 / 11 / 23 261 0 6700   
15 뱀은 뱀을 잡아 먹는다(4) 2017 / 11 / 22 265 0 4031   
14 뱀은 뱀을 잡아 먹는다(3) 2017 / 11 / 21 258 0 4352   
13 뱀은 뱀을 잡아 먹는다(2) 2017 / 11 / 20 249 0 3781   
12 뱀은 뱀을 잡아 먹는다(1) 2017 / 11 / 17 282 0 4882   
11 CCTV 조까! 2017 / 11 / 16 265 0 5295   
10 동생 개새끼 2017 / 11 / 15 273 0 6401   
9 페도 새끼는 다 죽어야 해 2017 / 11 / 14 279 0 4488   
8 번외- 몇 달 전 기억에서 쌩까버린 일화 2017 / 11 / 14 279 0 1242   
7 스네이크맨의 탄생 '더 비기닝' 2017 / 11 / 13 282 0 4823   
6 먹잇감은 사방에 널렸다 2017 / 11 / 12 278 0 5086   
5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야? 2017 / 11 / 10 258 0 3634   
4 스파이더맨? 아니, 스네이크맨! 2017 / 11 / 9 253 0 3886   
3 빤스런 2017 / 11 / 8 249 0 3180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