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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신월이 뜨던 밤
작가 : 달리아
작품등록일 : 2017.11.13

신월이 뜨던 밤, 죽은 중전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그 시각, 서울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한 소월. 눈을 떠보니 내가 중전? 소월의 좌충우돌 중전 적응기.

 
주, 중전 마마께서…살아나셨다…!
작성일 : 17-11-29 05:01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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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궁궐 남면에 위치한 높지 않은 산. 중허리에 이르러 우거져 있던 나무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면, 구름 하나 없이 맑은 하늘이 보이는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그 너머로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놓여 있고, 넓게 펼쳐진 들판에는 사시사철 신록의 녹초가 자란다.

 

 비탈진 낭떠러지와 완만한 오르막길이 대조를 이루고, 광활한 초원과 산새들의 지저귐이 공존하는 곳. 이곳은 해마다 왕실의 제사를 치르는 성소 중의 성소였다. 본디 허가받지 아니한 자는 그 출입을 엄히 금하는 곳으로 가끔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이 잔가지나 나무 열매를 주우러 드나드는 경우도 있었지만, 관군에게 발각되는 날이면 호되게 곤욕을 치러야만 했기에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아침, 산 중턱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사람들의 인파가 가득했다. 말을 타고 선두에 선 왕, 이강의 배후로 한 가마가 따라왔다. 지붕을 장식한 오색실이 사방으로 나부끼는 화려한 가마. 네 명의 가마꾼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들고 가는 이 가마에는 인빈이 타고 있었다. 왕의 후궁이라는 신분을 가진 이 고귀한 여인은 현재 심기가 몹시 불편한 상태였다. 밖에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가 거슬리는 탓이었다. 인빈의 입에서 불평불만이 흘러나올 때마다, 그녀를 모시는 궁녀들은 초조한 얼굴로 왕의 뒷모습을 흘끔거렸다. 제 주인의 상스러운 언사가 상감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그 뒤로 줄줄이 대소신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특이한 것은 대열의 후미였다. 얼핏 봐도 수 천에 이르는 장대한 무리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연신 설운 울음을 흘리며 산을 오르는 이 군중들의 정체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백성들이었다.

 

 백성들의 대열에서 조금 벗어난 후미진 곳. 두 명의 나인이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소녀를 부축하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소녀의 안색은 한눈에 봐도 나빠 보였다. 앙상한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그리 가파르지 않은 길인데도 자꾸만 발을 헛디뎌 넘어지려 했다. 그럴 때마다 나인 해정과 단향은 작게 속삭이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민 상궁 마마님. 거의 다 왔습니다. 저기 보이시지요? 저곳까지만 올라가면 되니 조금만 참으시어요."

 

 민 상궁이라 불린 소녀, 연심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머지않았다. 한 걸음만 뛰어가도 성큼 다가올 만큼 눈앞에 있었다. 회한으로 점철된 연심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왕의 면전으로 그날과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무성한 숲을 지나, 하나씩 시야에서 사라지는 나무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작게 자리 잡은 태양. 무미건조한 눈으로 바라본 풍경은 중전이 죽던 날의 그것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그날과 달리 바람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는 것과…제 옆에는 더이상 중전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강은 거칠게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쳐내었다.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르고서야 모든 백성들이 평지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 숫자만 수 천에 달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이 장소가 이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것은 개국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복잡한 시선으로 그 광경을 둘러보는 이강에게 상선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아뢰었다.

 

 "전하.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슬슬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왕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무심한 끄덕임으로 중전의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

 

 

 

 

 

 장례식은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왕과 문무백관을 시작으로, 길게 늘어선 백성들은 한 명도 빠짐 없이 무릎을 꿇고 앉아 향을 피우고 절을 올렸다. 이따끔씩 절을 하던 이들이 중전의 관을 모셔놓은 제단 앞에 엎어져 통곡을 해대는 통에, 군관들이 나서서 끌어내야 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살아생전 백성들에게 한없이 자애롭고 인자했던 중전이었기에, 그들이 느끼는 슬픔은 더 했다. 어느 누구도 슬퍼하는 이들을 비웃지 못 했다. 딱 한 명만 빼고. 인빈은 그런 백성들의 몰골을 보며 기가 찬 듯 콧방귀를 뀌었다. 제조상궁 최 상궁이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주의를 주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의정의 미간이 좁아졌다. 인빈의 아비인 그도 철없는 딸의 행동에 속이 타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중전의 국장은 해가 저물고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루 종일 서 있으려니 지칠 법도 하건만, 민초들은 군말 없이 자리를 지켰다. 인빈은 시도 때도 없이 다리가 아프다며 징징거렸다. 상궁들이 부랴부랴 의자를 가져왔으나, 최 상궁의 싸늘한 눈초리에 금세 돌려놓고 말았다.

 

  "뭐 하는 짓이냐! 다리가 아프다 하였지 않느냐!"

  "고정하시옵소서 마마. 전하께서 보고 계시옵니다."

 

 벌컥 화를 내는 인빈을 최 상궁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달래었다. 돌연 이강과 눈이 마주친 인빈이 옅은 홍조와 함께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왕은 미미하게 끄덕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지평선에 어둑한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마침내 그 길었던 장례도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하늘로부터 뻗어온 빛줄기가 중전의 관이 올려진 제단을 비추었다. 하얀 암석 재질에 빛이 산란하며 은은한 광채를 내뿜었다. 무척이나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아이가 제 엄마의 손을 붙잡고 하늘을 가리키며 히히 웃었다. 왕의 시선이 아이의 손끝을 따라 하늘로 향했다. 곱게 휘어진 초승달이 총총히 떠 있는 별들과 어우러져 감미로운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참으로 아름답구나.'

 

 유달리 촉촉하게 느껴지는 달빛이 가슴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문득 거칠어진 볼을 따라 눈물이 흘렀다. 무심코 얼굴을 만져 본 이강은 제 손에 닿는 축축한 물기를 느끼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하여 이토록 서글픈 마음이 드는 건지, 미처 깨달을 틈조차 없었다. 그저 신월을 보고 있자니 저를 향해 웃어주던 그 애잔한 눈망울이 떠올랐을 뿐이다. 함께 거닐 때마다 수줍게 제 소매에 얹어놓은 그 가녀린 손가락이 사무치게 그리웠을 뿐이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물밀듯 밀려온 애수가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놓은 벽을 우르르 무너뜨리고 말았다. 내내 무표정하던 용안을 잔뜩 일그러뜨린 왕이 낮은 목소리로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미안하오…."

 

 그릇된 선택으로 중전을 죽음으로 몰아간 자신이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이까짓 미안하다는 말로 중전이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골 백 번도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이 쉬고 피를 토할 때까지 외치고 또 외칠 것이었다. 그러나 중전은 이미 차갑게 변한 채 저 딱딱한 관 속에 누워 있었다. 이강은 숨죽여 울었다. 상선은 그런 왕이 마음 놓고 슬퍼할 수 있도록 제 비대한 체구로 가려주었다.

 

 귀뺨까지 수염이 성성한 백발 노인을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들이 조문을 마쳤다. 이어 연심이 준비된 조사를 낭독할 차례였다. 소녀의 덜 여문 입에서 애도의 문장들이 희미한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숙연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개 중 몇은 애끊는 심정을 참지 못하고 훌쩍이는 소리를 내었다.

 

 연심은 마지막 문장만을 남겨두고, 말을 멈추었다. 왠지 모르게 망설임이 드는 까닭이었다. 지금 이 말을 소리 내어 말하면, 중전과는 영영 이별일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딱히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기묘한 느낌. 잠깐 심호흡을 하고서 고개를 들자,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연심은 혀를 내밀어 마른 입술을 축였다. 애타게 시간은 지나갔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작게 한숨지은 연심이 낭독을 마치기 위해 입을 뻐끔거리던 찰나, 사달이 일어났다.

 

 내내 온순했던 바람이 돌연 광포해지며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듯이 요동쳤다. 제사를 지내던 곳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바람이 강해서 흔들린 걸까, 이강은 관뚜껑이 움직이는 듯한 광경을 목도했다. 놀란 이강이 그쪽으로 향하려는 순간, 마른하늘에 번개가 내리쳤다. 왕비의 관을 모셔놓은 제단에 직격한 번개가 제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모조리 깨부수고 지나갔다. 제단이 무너지는 소리는 뒤늦게 찾아온 천둥소리에 묻혀버렸다. 색색의 비단과 장식으로 치장한 왕비의 관은 무너지는 돌덩이들에 깔려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굳어버렸다.

 

  "마마!"

  "흥! 꼴좋게 됐구나 중전! 죽어서까지도…."

 

 연심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와 인빈의 비웃음 소리가 거의 동시에 울려 퍼졌다. 신하들은 괴이한 일이라며 웅성거렸다. 사방에서 인빈의 망언에 분노한 백성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아우성을 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인빈은 잔뜩 찡그린 얼굴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군관들은 자신들보다 수 십 배나 많은 인파를 막아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어엇, 저, 저기…!"

 

 호들갑 떨기 좋아하는 예조 좌랑 김시문의 손짓에서 이변이 시작되었다.

 

  "아으…제기랄."

 

 곱상한 여인의 목소리로 거친 욕설이 들려왔다. 흠칫. 일부 겁 많은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랫도리를 적셨다. 몇몇 궁녀들은 귀신의 소행이라며 울먹이는 소리를 내었다. 곧바로 궁녀들을 혼내는 상선의 호통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별안간 돌무더기가 들썩이더니, 속에서 쑥하고 사람 손이 튀어나왔다. 가냘픈 여인의 손. 아까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웅성거림이 번져나갔다.

 

  "아…젠장. 뭔데 이렇게 무거…워!"

 

 벌컥 화를 내는 소리가 들리더니, 돌덩이들이 하나둘씩 굴러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너무나도 멀쩡해 보이는 모습의,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 쪽 팔을 덜렁거리면서 나오기는 했지만, 어쨌든 꽤나 말끔한 모습을 한 왕후가 돌무덤 속에서 기어 나왔다.

 

  "어? 팔 빠졌네."

 

 실없이 웃은 여인은 멀쩡한 팔로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겼다. 미간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기분 좋은 촉감을 자극했다. 내 머리가 이렇게 길었었나? 중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좌중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왕도, 대소신료들도, 달려들던 백성들도, 그리고 이를 막던 군관들도 모두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리고선 멍한 표정으로 되살아난 왕후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예조 좌랑의 새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 중전 마마께서…살아나셨다…!"

 

 

 

 
작가의 말
 

 맨날 감기 조심하라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감기에 걸렸네요. 목이랑 코가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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