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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 녹아들다.
작가 : 미려향
작품등록일 : 2017.11.29

어느 날 배달 온 뉴욕행 비행기 티켓-

내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었던 그 시절 알게 된 그가 나를 찾는다.

그 시절 모른척했던 그의 마음은 정말 진심이었을까?

이제와서 내가 그에게 그 무엇이 될 수 있을까?

 
1. 뉴욕행 티켓
작성일 : 17-11-29 00:58     조회 : 388     추천 : 0     분량 : 4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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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먹고 출근하니 실장님이 대신 받은 등기를 건넸다.

 

 “부원장님 휴가 때 해외 가요? 여행사에서 왔던데요?”

 

 “그래요? 전 알아본 적 없는데 뭐지?”

 

 사실 학원은 기껏해야 평일에 3일 쉬는 게 보통이었다. 주말 끼고 5일인데 해외여행을 다녀오느니 집에서 쉬거나 가까운데 가볍게 다녀오는 게 제일 나았다.

 

 두리투어. 제법 이름 있는 여행사에서 실수를 했을 리도 없고... 혹시나 지난주 홈쇼핑 경품에 당첨됐나 싶어 재빨리 봉투를 개봉하려는 찰나.

 

 “부원장님, 상담 전화요.”

 

 그렇게 가방에 들어간 우편물은 수업 내내 고이 모셔져 있다가 집에 돌아와서야 꺼내볼 수 있었다.

 

 수신인 박 의령.

 

 봉투에 내 이름과 주소와 연락처가 고스란히 프린트되어 붙어있었다.

 그런데 가만, 내가 홈쇼핑 물건을 학원으로 받았던 적이 있던가? 아닌데 택배는 집으로 받는데?

 

 봉투를 여는 내 손이 다급해졌다.

 

 혹시나 그 애가 보낸 것일까 하는 말도 안 될 상상을 하며 봉투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뉴욕행 비행기 티켓이 들어있었다.

 

 출발일은 정확히 내 휴가의 첫 날짜였고 돌아오는 것은 미정인 오픈티켓이었다.

 

 딱 항공권만 들어있었기에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늘 같은 주에 쉬는 학원 방학 날짜가 귀신같이 적혀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 애가 가장 의심스러웠지만 학생인 그 애가 보내기엔 이건 너무 부담스러울 터였다.

 

 그러고 보니 그 애가 떠나면서 그런 말을 하긴 했었지.

 

 ‘누나, 비행기 티켓 보내주면 나 보러 올래요?’

 

 그 말에 난 웃기만 했을 뿐인데 그 지나가는 말 때문에 보냈을 리는 없어 보였다.

 거기에 그 애가 뉴욕으로 떠난 후 딱 두어 번 메신저를 주고받았는데 티켓 보낸다는 말은 없었으니까. 이 비싼 걸 보내면서 말 안 할리도 없지 않은가.

 

 내일 항공사에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 석 달 후에 떠나게 될 여름휴가를 더 길게 받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

 

 

 “아, 성 루원이요?”

 

 “아, 혹시 이 티켓 취소도 되나요?”

 

 “아... 그렇군요. 네 감사합니다.”

 

 원래라면 잠들어있을 8시부터 일어난 나는 일찍 샤워를 하고 드립 커피를 내려 진하게 한잔 마시며 뉴스를 틀었다.

 

 여행사에 멍한 정신으로 전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티켓을 받은 일이 설레어 잠을 설친 것도 있었다.

 

 홈쇼핑 경품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경품 당첨이라면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편지가 동봉되어 있거나 문자로 당첨 내역을 알려왔을 테니까.

 

 지금 내가 아는 사람들 중 뉴욕에 있는 건 그 애뿐이다.

 

 근데 정말 그 애가 맞을까? 난 그 애가 보낸 게 맞길 바라는 건지 아닌지 헛갈렸다. 결국 잘못 보낸 걸 수도 있겠단 생각까지 하게 됐다.

 

 뉴스는 듣지도 않고 잡생각을 하다 보니 금세 9시가 됐다. 바로 전화한 덕에 금방 상담원과 연결이 되었다.

 

 그래서 알아낸 것은 이 티켓은 성수기를 맞아 여행사에서 단체로 항공사에서 발권한 티켓이기 때문에 출발 날짜 변경은 한번 가능하지만 취소는 불가했고 혹시나 의심했던 그 애가 보낸 티켓이 맞는다는 거였다.

 

 성 루원.

 

 28살인 내가 그 애를 처음 만난 것은 24살 호주 시드니에서였다.

 

 여느 때처럼 날이 좋던 어느 날, 같은 반 한인 친구인 윤주와 저녁을 먹기로 하고 차이나타운 앞에 또 다른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루원아!”

 

 옆에 있던 윤주가 그 애를 불렀다. 검은진에 남색 티셔츠를 입고 검은색 볼캡을 쓴 그 애의 모습은 화창한 시드니의 날씨와 어울리지 않게 이질적이었다.

 

 마치 청명한 가을 하늘에 떠 있는 검은색 애드벌룬 같은 느낌이었다.

 

 윤주는 루원이에게 친절히 다가가 말을 건넸다.

 

 “우리 저녁 먹을 건데 같이 먹자. 내가 사줄게. 아마 너도 좋아할 거야. 언니, 같이 먹어도 되죠?”

 

 “그래, 그러자. 같이 먹어요.”

 

 그렇게 뒤늦게 온 친구까지 넷은 쌀국수를 먹고 자리를 옮겨 잡담을 나눴다.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 루원이는 처음 만나는 여자들 사이에서 어색하고 심심했을 텐데 먼저 가겠다고 하지 않았다.

 

 외로운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알기에 루원이 역시 그 외로움을 여기서 위로받는구나 싶어 말이 없는 그에게 더 웃어주고 말도 여러 번 걸어주었다.

 

 음침했던 그의 옷차림과 달리 루원이는 웃는 모습이 마냥 천진해 보였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그때 그는 나보다 세 살 어린 21살이었으니까. 인상을 써도 생기 있게 아름다울 나이였다.

 

 저녁 8시가 넘어가는데도 일행들은 일어날 생각을 안 했고, 나는 아직 끝내지 못한 에세이를 쓰기 위해 일어나야만 했다.

 

 “저... 어쩌지. 나 내일까지 에세이 내야 하는데 아직 다 못 썼어. 미안한데 마저 일어날게. 더 얘기하다가 와.”

 

 가벼운 에코백을 어깨에 메고 일어나 루원이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나중에 또 봬요."

 

 그건 그냥 형식적인 인사였다. 좁은 시드니에서 지내다 보면 한 번쯤은 다시 만나 고도 남을 테니까.

 

 “네, 또 봬요.”

 

 루원이도 나이에 맞는 조금은 수줍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고, 난 그 역시 형식적인 말이리라 생각했다.

 

 그랬던 그 애와 다시 마주한 건 바로 다음날이었다.

 

 

 라면이 먹고 싶어서 한인 슈퍼를 갔다가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고 있던 그 애를 만났다.

 사실 나는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한 손에 수화기를 든 그 애가 지나가는 나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누군가 당기는 느낌에 고개를 돌리니 어제처럼 까만 스포츠 모자를 쓴 그 애가 기다리라는 눈빛을 보내며 통화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그냥 눈인사만 해도 되는데 더 전화해야 하는데 끊은 거 아니야?”

 

 “아니에요. 그냥 안부전화에요. 누난 학원 다녀오는 길이에요?”

 

 “응. 너는 어디 학원 다니니?”

 

 “저는 온 지 얼마 안 돼서 뭐부터 할까 생각 중이에요. 워킹 비자라 여유가 있거든요.”

 

 “호주는 여행을 하기에도 좋은 나라지. 여행을 통해 얻는 것도 얼마나 많겠어. 나는 학생비자로 와서 그게 좀 아쉬워.”

 

 “어? 누나 라면 사셨네요? 저도 이 라면 좋아했는데. 입맛이 같네요.”

 

 “한국에 있을 땐 별로 안 좋아했는데 여기 오니까 먹고 싶어서. 근데 너무 비싸서 자주는 안 먹어. 이 돈이면 그냥 더 주고 다른 거 사 먹지 싶어서.”

 

 “하긴 얘네도 여기서는 수입품이라고 몸값이 높더라고요."

 

 “그럼, 이만 갈게. 또 보자.”

 

 “저... 누나.”

 

 “응?”

 

 “혹시 시간 되시면 저랑 휴대폰 개통하러 같이 가주실래요? 아직 개통을 안 했는데 물어볼 데도 딱히 없고. ...”

 

 그 애의 말을 듣는 순간 거짓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뻔한 거짓말을 하는 그 애가 왠지 측은해 보여 속아주고 싶었다.

 

 그 애가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건 타국에서의 외로움 때문이리라 생각했었다.

 

 한국에서는 신인 걸그룹 멤버를 닮았다는 말을 가끔 들어서 내가 예쁜가 하고 생각했었지만, 시드니에 와서 무려 12kg나 늘어난 통통녀였기에 보통 날씬녀를 좋아하는 한국 남자인 그 애가 날 이성적으로 대하는 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애와 나이가 같은 남동생이 있었는데 늘 내 손길이 필요했던 남동생과 그 애가 오버랩된 것도 같았다.

 

 내가 베푸는 친절이 내 동생이 타인에게서 받게 될 친절일지도 모르니까.

 

 “그 정도는 도와줄 수 있지. 가자.”

 

 

 내 말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그 애가 저번에 봤을 때와는 달리 수다스럽게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았다. 덕분에 그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그 애에 대해 많은 정보를 반강제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대학교는 한 학기를 다니고 왼쪽 시력 때문에 방위산업체를 다녀왔으며 시드니에 온 지 이제 2주가 되었고, 윤주와 같은 셰어 하우스에 살고 있다고 했다.

 

 묻지도 않은 자기 얘기를 주절주절하는 그 애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나는 그렇구나 하며 간간이 눈을 맞춰주었다.

 

 나는 한인 슈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휴대폰 가게에 들어갔다. 거기에 있는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을 보고 그 애가 당황한 듯 보였다.

 

 십여 분 만에 개통한 휴대폰을 들고 나오며 난 또 보자는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며 헤어지려고 했다.

 

 “혹시라도 전화기 문제 생기면 여기로 와. 이제 그럼....”

 

 “누나!”

 

 

 내 말을 가로막으며 그 애가 천진하게 웃었다.

 

 “휴대폰 개통 기념으로 누나 연락처 저장하면 안 돼요? 그래도 처음 도와준 사람인데 연락처 정도는 알고 있어도 되잖아요. 같은 한국 사람끼리 안돼요?”

 

 그럴 일은 없길 바라지만, 그렇게 한인이라고 의지했다간 같은 한국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걸 알게 될 텐데. 하긴 내가 굳이 말해준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차피 연락처를 주고받아도 연락 안 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내 연락처쯤 알려준다고 해서 뭐가 크게 달라지겠어.

 

 시드니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는 사람도 얼마 없을 테니 한 명이라도 연락처를 늘리고 싶겠지.

 

 “전화기 줘봐. 그래도 호주 왔으니까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서 그 친구들 번호 많이 저장해.”

 

 “그럴게요. 누나.”

 

 천진하게 웃는 그 애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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