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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달과 미치광이 ( Luna, Lunatic. )
작가 : 홍블리
작품등록일 : 2017.11.26

그 밤, 그 달이 나를 미치광이에게로 이끌었다.
중전을 잃고 미쳐가는 왕과 영문도 모른 채 다른 세계로 이끌려간 여고생의 시공초월 로맨스!

 
02. 여러모로 필히 경을 칠 계집
작성일 : 17-11-28 22:36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7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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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na, Lunatic. ( 달과 미치광이 )

 

 02. 여러모로 필히 경을 칠 계집

 

 

 감옥에 갇힌 나는 꽤 오랜 시간을 꿈에서 깨길 기다렸다.

 그러나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까 칼에 눌린 상처가 시간이 갈수록 더 얼얼하게 아파오기 때문이었다.

 꿈이라면 이렇게 생생히 아플 수가 있나?

 그렇다고 꿈이 아니라면 이 상황은 도대체 뭐지? ... 꿈이 맞나?

 

 아팠지만 딱히 죽을 만큼 아프지도 않았고,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멍하니 앉아 있었더니 잠이 오기 시작했다.

 이게 이것이 현실이라는 또 하나의 증거겠지.

 분명 밤이었는데, 여긴 낮이잖아. 시차 적응이 안 된 건가,

 어차피 여기서 빨리 나갈 것 같진 않으니 잠이나 자려고 머리핀을 뺐다.

 그랬더니 나는, 다시 나의 세계로 와 있었다.

 

 “ 뭐야, 꿈이었어? ”

 

 무의식적으로 목 부근을 더듬어보았다. 확실히 화끈거리고 아팠다.

 꿈이 아니었어. 그렇다면 뭐지?

 눈을 감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현실적인 비현실?

 당황스러웠지만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

 이런 현실보다야, 그런 터무니없는 비현실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다시 그 꿈을 꿀 수 있을까? 다음 내용이 궁금하긴 한데,

 

 내 입술엔 이상하게도 아까 비현실속의 입맞춤의 감촉이 자꾸 맴돌았다.

 그런 이상한 짓은 상상도 해 본 적 없는데, 뭐였지 진짜?

 나는 입술을 더듬어 보았다. 그리곤 괴성을 지르며 이불을 발로 찼다.

 아, 이상해.

 

 -

 

 “ 내 딸~♡ 학교 가 학교 가 내 새끼! ”

 

 아침부터 엄마의 기분 좋은 향기가 나를 내리 눌렀다.

 눈을 겨우 뜨니 엄마가 날 끌어안고 내 볼에 입맞춤을 쏟고 있었다.

 내가 학원만 안 다녀도 이렇게 따듯한 집인데.

 

 

 “ 응 나갈게... 나 오늘은 계란밥. ”

 “ 계란밥? 식은 죽 먹기지! 얼른 씻고 옷 입고 나와 엄마가 밥 대령할게 ”

 

 

 나를 깨울 때마다 너무도 사랑스럽게 애교를 부리는 엄마 때문에 행여라도 더 자고 싶다고 짜증을 내거나 투정을 부릴 수가 없다.

 그래서 밍기적 밍기적 일어나 씻고 나왔다.

 언제나처럼 달 모양 핀을 차려고 손에 집어 보니 기분이 묘했다.

 그 생생한 비현실에서 남은 건 이 핀 뿐이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 그 삔을 머리에 찼다.

 

 -

 

 ...?

 이게 뭐지?

 난 다시 그 비현실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저번과 다른 점이라면, 왕이라는 남자가 없다는 것, 대신에...

 

 “ ...저, 저, 저, 전하!!! ”

 

 왠지 날 보고 겁에 질린 내시 한 명?

 어쨌거나, 그 내시가 소리를 치자마자 문이 벌컥 열리더니 낯익은 세 남자가 들어왔다.

 각각 왕, 호위무사, 내시 옷을 입은 그 남자들이.

 

 “ 전하. 민숙빈의 집을 샅샅이 뒤져도 회임을 위한 부적 밖에는 없었고, 그마저도 찢어버리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인간이라면 그 삼엄한 옥에서 탈출했을 리 없고, 이렇게 다시 찾아올 리는 더더욱이 없사옵니다. 그렇다면 저 자는 필시... ”

 

 내시는 말을 잇지 못하고 기절했고, 호위무사가 쓰러지는 내시를 받으며 말했다.

 

 “ 필시, 혼령임이 틀림없사옵니다. ”

 

 그래, 귀신 취급... 저번에도 당했지.

 씻고 나와서 정신이 완전 멀쩡했으니까 이제 꿈은 이 상황 설명에서 완전히 배제야.

 내 뺨을 한 대 쳤다, 아프다, 아프다고, 그래 꿈이 아닐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왕이 갑자기 다가와 내 얼굴을 감싸 쥐었다.

 또, 또 맘대로 만져.

 

 “ 상처주지 말거라. 어떤 연유로 날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것에 더는 상처주지 말거라. ”

 

 너의 것? 나? 저요?

 그 남자는 내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 원아. ”

 “ 예, 전하. ”

 “ 내가 시키는 대로 하거라. ”

 

 뭘? 설마 또 끌고 가게? 옥에 또 갇혀?

 그러나 그 호위무사는 잠시 망설이더니 쓰러진 내시를 질질 끌고 나가 버렸다.

 그러니까... 이 방엔 왕과 나 둘 뿐이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 저기... ”

 “ 무엇이냐. ”

 “ 응? ”

 “ 혼령의 모습으로 나를 찾아온 연유가 무엇이냐. ”

 “ 미안한데 난 혼령이 아니라니까? 그니까, 음, 그 쪽이 어떻게 이해할지는 모르겠는데, 난 다른 세계에서 왔어. 진짜야. 아니 그러니까, 다른 세계라는 게 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귀신세계는 아니야. 난 인간이라고. ”

 

 난 아주 열심히 횡설수설 하고 있는데, 왕은 내 말 같은 건 듣지도 않고 내게로 가까이 다가온다.

 키스? 또? 이거 아주 상습 추행범이네, 잘생겨서 봐주는 줄 알아.

 가 아니라 이대로 또 정신 놓고 키스 할 수는 없어, 난 그 여자가 아니라는 증거가 필요해.

 어떡하지? 현실에서 뭐라도 가져 와야겠다.

 어떻게 왔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핀 차고...

 아, 핀!!! 그러고 보니 저번에 현실로 돌아갔을 때도 자려고 핀 빼니까 현실에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 핀이야. 빼면 되는 건가?

 

 -

 

 그리고 운의 입술이 달님에게 닿는 순간 달님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입술에 와 닿는 감촉이 허망하게 사라져버리자 운은 가늘게 숨을 뱉으며 한 쪽 손을 내려 얼굴을 가렸다.

 

 “ 후... 한 번만 더 내게 와준다면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두 번이나, 또 놓치고 말았구나. ”

 

 운은 허공에 아직 머무는 자신의 남은 손을 천천히 내렸다.

 

 -

 

 달님은 천천히 생각을 이었다.

 그 비현실에 아무리 머물러도 이 곳에서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오고 싶을 때 올 수 있고, 가고 싶을 땐 갈 수 있다.

 거기다 아주 잘생긴 왕이 볼 때마다 입술을 들이댄다.

 이거 완전 꿀이잖아!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할 일은...

 

 달님은 방을 쓱 훑어보았다. 과거... 뭘 가져가면 되지?

 일단 가방을 챙겼다. 현장 체험 학습에 노트와 필기구는 필수지!

 그리고... 옷이랑 간식거리, 거기 얼마나 오래 있을지 모르니까 가족사진, 핸드폰, 보조배터리, 구급약품. 와 이거 완전 소풍이잖아. 아 근데 이거 가져갈 수 있나? 몸만 가는 건 아니겠지?

 일단 핀을 꽂아보자! 그럼 알겠지.

 

 순간 방이 일렁이며 달님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여운인지, 올망졸망 피어있던 꽃잎들이 떨어졌다.

 

 -

 

 오~ 또 왔어! 또 침실이고, 이거 완전 꿀잼이네.

 

 “ 끄어... 저, 전하...!! ”

 “ 어 내시 아저씨! 안녕하세요 세 번째 보네요! ”

 “ 너...너 이 요망한, 감히 우리 전하를!!! ”

 

 세 번을 만나니까 난 은근 반가운데, 어째 이 아저씨는 볼 때마다 놀라시네.

 또 쓰러지셨어.

 

 그 때, 누군가 내 가방끈을 끊어 버렸다.

 

 “ 꺄악!! ”

 

 와, 칼, 나 또 칼 맞았다.

 내게 칼을 휘두른 사람은 왕의 호위무사였다.

 몰라... 나 저 사람 무서워...

 나는 끈이 끊어져 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주워 올려 감싸 안았다.

 

 “ 뭐 하시는 거예요!! ”

 “ 목소리 낮추거라. ”

 “ 싫은데? 싫은데? 싫은데? 볼 때마다 내 몸에 흠집 내고 가방 끊고, 진정한 지성인들은, 응? 좀 이해가 안 가는 일이 있어도 대화로 풀어가야지, 어? 뭐, 무식해서 칼만 쓰시나? 어?!!!! ”

 

 그 순간 나는 어느새 내 목에 와 닿은 칼을 느꼈다.

 

 “ 진짜 칼 쓰는 게 뭔지 알려줄까 ”

 “ 아니 진짜 무슨 말이 안 통하는 ...!! ”

 

 무사는 칼로 내 목을 조금 더 옥죄었다.

 계속 까불다간 짐 챙겨온 보람도 없이 죽겠네.

 

 “ 말이 안 통하는... 달님이 같으니라고!! 가방을 보여 드렸어야 했는데!!! ”

 

 나는 끈이 끊어진 가방을 탈탈 쏟았다.

 봐-. 아무것도 없지? 라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그 무사를 보는데,

 

 “ 이게 무엇이냐. ”

 

 뒤에 와 있는 지도 몰랐던 왕이 내 필통을 집어 들고 물었다.

 

 “ 아, 그거? 필통! 조선시대에도 필통은 있지? 고려인가? 아 근데 대체 여긴 어느 나라야? ”

 

 ... 내가 그렇게까지 놀랄 만한 발언을 한 걸까?

 이번엔 그 무서운 무사마저 커진 눈으로 나를 보았다.

 여기가 어디냐, 이런 타임리프 스토리에서는 흔한 거 아닌가?

 

  “ 너...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 ”

 “ 응? ”

 “ 너는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홀연히 나타나느냐. ”

 “ 어...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

 “ 수미월이다. ”

 “ 에? ”

 “ 수미월이다. 넌 어디서 이리 나타났느냐. ”

 “ 수미월이라는 나라가 역사에 있나? 대체 여긴 어디야? ”

 

 칼을 거뒀던 무사가 갑자기 다시 칼을 겨눈다.

 

 “ 넌 어디에서 왔느냐고 우리 전하께서 세 차례나 물으셨다. 더 물으시게 하지 말거라. ”

 “ 아니 이봐, 내가 올 때마다 미래에서 왔다고 말 했는데 왜 대체 다들 기억을 안 해 주는데?

 아니 솔직히 지금은 여기가 수월? 하여튼 어딘지 모르는 나라라고 해서 내가 미래에서 온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난 대한민국에서 왔어. Korea, 모르겠지 뭐. “

 

 그러자 무사가 또 시비를 건다.

 요상한 귀신이 자꾸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느냐- 라고,

 아니 진짜, 믿지도 않을 거면서 왜 물어봐?

 

 “ 이봐, 칼잡이씨! 난 여기가 수월 뭐시기라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여줬는데, 왜 이 쪽은 이렇게 공격적이지? 응? 거기 왕, 그 쪽은 믿어 안 믿어? ”

 “ 이런 경을 칠 계집을 보았나, 하늘 아래 가장 지엄하신 전하를 그런 식으로 무엄하게 부르다니!!! ”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칼로 나를 찌르지는 않았다.

 왜 그러는지 정도는 나도 안다.

 왕의 명령 없이 왕 앞에서 살생을 저지르면 안 되기 때문이겠지.

 

 “ 놔두거라 원아, 내가 부인에게 했던 짓들을 생각하면 이런 경솔함 쯤이야 애교겠지, ”

 

 부인이라니, 세상에.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나 결정했어.

 엄마, 나 그냥 여기 살까? 저렇게 잘생긴 남자 부인으로 살 기회가 이번 생에 나한테는 없을 것 같거든. 엄마 미안, 나 여기 살께!

 

 “ 그런데, 이것은 또 무엇이냐? ”

 

 왕의 손에 들린 것은 내 가족사진이었다.

 호위무사 또한 가족사진에 시선을 꽤나 오래 두었다.

 왕은 혼자 중얼거렸다.

 이것은 마치- 중전의 어린 시절과 꼭 닮은 여인이 하나 더 이 안에 봉인되어 있구나- 라고,

 여긴 아직 사진이 없겠구나.

 

 “ 그거? 가족사진! 봉인되어 있는 게 아니라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는 거야, 그림이 아니고 더 선명하게. ”

 

 순간, 내 뇌리를 스친 생각.

 다른 세계의 기계를 보여주는 것만큼 확실한 증명 방법은 없지

 

 “ 해 볼래? ”

 “ 이 계집이 전하께서 오냐오냐 해주시니 자꾸 말을 낮추는구나! ”

 “ 네네~ 해 볼래요? 거기 칼잡이씨도! ”

 

 하지만 전혀 꼼짝을 하지 않는 두 남자.

 내 옷들 사이에 파묻힌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산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내 신형 애플폰. 화질이 죽여주지,

 카메라 어플을 켜고 셀카를 한 장 찍어 보았다.

 찰칵 소리에 놀랐는지, 호위무사는 또 내게 칼을 들이밀었다.

 

 “ 아 좀 치워요! 손버릇 진짜 안 좋아. 그거, 사람한테 칼부터 내미는 그거 말이야, 그거 진짜 고쳐야 돼요! 장가 못 가 ”

 

 멀뚱히 서 있는 남자 둘을 화면 속으로 끌어 당겼다.

 왕은 신기한 듯 이리저리 얼굴을 돌려 보았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겁이 많은지, 칼잡이 씨는 주저앉아 버렸다.

 

 “ 이것은 거울이냐? ”

 “ 거울은 아니고... 뭐 그런 비슷한 거예요. 해 보면 알아. ”

 “ 원아 너도 어서 이것을 한 번 보거라. 이 작은 것이 내 얼굴을 모두 담았다! ”

 

 주저앉아 있던 원이라 불리는 칼잡이도 왕의 말 한 마디에 얼른 일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참... 둘 다 인물은 좋아. 같이 찍어서 꼭 코코넛 톡 프로필 설정 해놔야지.

 

 “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김치! ”

 

 사진은 처음이라 그런지 둘 다 어색하기 짝이 없다.

 왕은 마치 자기 초상화 그릴 때처럼 근엄한 표정만 짓고, 원 씨는 혹여나 핸드폰에서 칼이라도 나올까 노려보기 바쁘다.

 이럴 땐 역시, 혼자 있을 때만 쓰는 예쁜 척 스킬을 시전 해줘야지.

 

 “ 표정이 다들 왜 그래요! 나 봐봐, 사진 찍을 때는 이렇게... 예뻐 보이게... ”

 

 담요 두르고 다니다가 학생부 쌤 만났을 때처럼 눈 깔고 입술을 깨물고 한 장,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오늘 급식 오삼불고기- 할 때 나오는 급식충st 아름다운 미소 한 장. 정신없이 셀카를 찍고 있으니 갑자기 핸드폰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떨어졌다.

 안 돼, 나의 애플폰. 쟤 유리몸통인데...

 

 왕은 내 폰을 내리고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 화목원에서 새로이 핀 꽃을 볼 때처럼 눈을 살짝 내리까는 너의 모습, 내가 말이라도 한 번 건네 줄때면 늘 네가 지은 그 미소, 그대로구나, 여전히 너는 너무 아름답다. 그래서 나는 아프다. ”

 

 ... 응? 난 그렇게 아름답고 심오한 뜻을 가지고 지은 표정이 아닌데,

 

 안 그래도 가까운 거리에서 성큼 한 걸음 더 다가와 몸을 거의 밀착 시킨 왕은 내 얼굴을 감싸고 얼굴을 더 가까이 한다.

 그래, 키스가 빠질 리가 없지.

 내 입술을 한 번 물었다가 다시 놓은 왕은 잘게 숨을 내쉬었다.

 

 “ 네게 적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심지어는 신하들 앞에서 매번 이렇게 입을 맞추다니, 왕으로서 체통이 없는 행동이지만, 그렇지만 지인아. 너를 다시 찾은 지금은 이렇게 입만 맞추고 있기에도 다급하다. 체통을 지킬 여유 따위 내겐 없으니, 그냥 함께 낮아지자. ”

 

 그 여자 이름이 지인이군. 아주 쓸데없는 정보야.

 왕은 내게 입을 꽤 오래 맞추었다. 나는 또 홀려들어 그저 나를 맡겼다.

 나한테 필요한 건 그냥 조용히 잠드는 거였는데, 어쩌다 이상한 나라로 들어와서는 갈 데까지 갔구나 강달님-.

 

 왕의 입술이 떨어지고 난 후에, 묘하게 아쉬운 기분이 들어 살짝 더 다가서 보았지만 왕은 바로 돌아섰다.

 뭐야 이게, 결국 지 하고 싶은 만큼만 하는 거네,

 

 “ 원아, 황후를 황후전에 모셔라. ”

 “ 전하, 폐비 윤씨는 설령 다시 살아 돌아온다 해도 복위 절차 없이는 폐비일 뿐입니다. 조정 대신들의 반발도 생각 하셔야 합니다. ”

 “ 원아, ”

 “ 예 전하. ”

 “ 나의 황후는, 궁지에 몰려 결국 멀리 떠나갔던 나의 황후는, 어떤 절차를 거치고 내게서 떠났더냐, 조정 대신들은, 그리고 나라는 왕은, 대체 무슨 절차를 밟고 나의 황후를 그 멀리로 보냈던 것이냐. ”

 

 나에겐 왕의 절박한 하소연 따위 들리지 않았다. 지금 막 욕구불만에 사로잡힌 나에게는 왕의 입술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쉬워, 아쉬워, 아쉬워. 더 하고 싶어, 더 하고 싶어.

 귓가엔 걸스데이- 여자대통령이 귓가에 맴돌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상당히 위험한 곡이긴 하지만,

 왜 안돼? 여자가 먼저 키스하면 잡혀가는 건가,

 이 부분만 몇 번이나 반복되어 들려왔다.

 그래, 하자, 하는 거야.

 

 나는 왕과 호위무사의 애절해 보이는 대화 사이로 끼어들어 원 씨의 팔을 붙잡고 떼어냈다.

 

 “ 어디다 손을 대냐, 불길한 계집. 여러모로 경을 칠 계집아. ”

 

 시비조로 말하는 게 일상인 사람 말 같은 건 무시하고 대뜸 왕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뭐 이리 키가 커,

 까치발을 들고 무작정 왕의 입술에 나를 밀어붙였다.

 내가 먼저 입을 맞추고, 내가 먼저 문을 두드리고, 그저 닿은 입술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귓가에 왕의 숨소리와 섞여 원 씨의 흥분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 황후마마도 아니고 폐비도 아니고, 고작 혼령 따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감히 전하를!

 여러모로 필히 경을 칠 계집!! “

 

 이라고, 말이다.

 
작가의 말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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