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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르세라의 딸들
작가 : Alphafemale
작품등록일 : 2017.11.17

미래의 가상의 어느 나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성의 인구 비율이 여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자 정부가 남여를 차별하는 남아 특혜 정책을 시작한지 어언 삼십 년. 게다가 파산 직전의 정부는 도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의 개발 투자를 급격히 제한하며 도시간의 빈부 차이를 심하게 조장해왔다.

이런 불평등한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는 깡촌 르세라. 그곳에서 자란 어린 클로이가 도시 청년 케이시를 만나면서 그들의 불평등한 계약관계가 암암리에 시작된다.


alisa46@hotmail.com

englishchung@gmail.com

 
미련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작성일 : 17-11-28 20:07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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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기분이 더욱 울적해진 그녀가 자전거의 페달을 더 힘껏 밟았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누군가와 대화를 해야만 했다. 혼자라는 사실이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었다.

 

 스네이크 벨리를 지나 조금만 더 들어가면 땅이 깊이 파인 먼고 호수의 시작점을 찾아볼 수가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그곳이 바로 르세라 여신이 전사 밀듀라와 하룻밤을 보낸 곳이라고들 했다. 르세라 전설을 어렸을 때부터 듣기 좋아했던 클로이는 틈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아와 혼자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휴- 이곳만큼 편한 곳도 없어.”

 

 저 멀리 모래 언덕을 바라보고 있자니 모래 먼지가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불현듯 그 바람이 강해지고는 모래 먼지 뒤로 하얀 드레스를 입은 르세라의 모습이 드러났다.

 

 르세라여, 나의 르세라여…

 

 딸아, 걱정하지 말아라. 너의 고통이 무엇이든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며 그 고통은 너와 오래하지 못하리라.

 

 엄마…

 

 딸아, 걱정하지 말아라. 네가 어디를 가든 난 너와 함께 할 것이며 넌 이곳으로 돌아오리라. 나의 품으로 돌아오리라.ㅜ가

 

 클로이의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의 르세라여… 당신을 믿습니다. 어디를 가든, 누가 날 아파하게 하든… 저를 보호해 주세요. 저와 함께 해 주세요.

 

 갑자기 심장 부근에 뜨거운 열을 느낀 클로이가 자신의 몸이 붕 뜨는 기분을 받았다.

 

 “아아…”

 

 심장의 열이 서서히 온몸으로 전해지면서 그녀는 르세라의 손을 잡기 위해 팔을 뻗었다. 몸이 그녀에게 가까워지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르세라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젖혔다. 후광으로 눈을 도저히 뜰 수가 없게 된 클로이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아아… 르세라…”

 

 어지러운 머리를 곧게 세운 무릎에 기댄 그녀가 거친 숨을 가다듬었다.

 

 [바샥!]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클로이가 몸을 돌렸다. 맑은 두 눈이 그녀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이…

 

 마지막에 본 이후로 몸집이 두배는 커져 있었지만 털갈이를 하려는지 군데군데 털이 부자연스럽게 자란 모습이 아직도 어린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바샥!]

 

 조이 옆으로 다른 어린 캥거루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친구를 사귄 모양이다. 다른 캥거루가 그의 옆얼굴을 조심스럽게 냄새 맡더니 빠르게 뒤돌아 수풀로 사라져 버렸다. 망설이는 듯한 조이가 클로이를 잠시 응시하고는 친구를 따라 수풀로 사라졌다.

 

 집에 돌아온 클로이가 거실을 살폈지만 매튜는 보이지 않았다. 낙담한 그녀가 그대신 미루고 미루었던 자전거 청소를 하기 위해 차고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왔다. 자전거에 묻은 먼지를 못 입는 옷으로 툴툴 털어내고는 기름으로 자전거 바퀴의 살들을 하나씩 닦아나갔다. 오래된 자전거였지만 그녀가 험하게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구실을 참 잘해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클로이가 벽에 기대놓은 자신의 자전거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살피고는 거실로 돌아왔다. 여전히 아무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그제서야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한 클로이가 구석에 밀어두었던 작은 여행 가방을 들었다. 현관으로 나온 그녀가 잠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헤트라이트를 밝히며 자신이 서있는 방향으로 달려오는 픽업 트럭을 보았다. 아니카의 트럭은 토*타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우우웅]

 

 차가 멈추자 클로이는 매튜가 잠들어 있을 그의 침실을 올려다봤다. 여전히 그의 방은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고 깜깜했다.

 

 아빠, 안녕.

 옥슬리 농장, 안녕...

 

 

 

 농장 일을 마치고 저녁이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 매튜는 항상 하던대로 주방으로 들어가 차를 끓였다. 티백을 짜내고 머그잔을 손에 든 그가 지역 신문을 집어서는 식탁에 앉았다. 제일 먼저 중고차 부품을 파는 섹션을 펼친 그가 광고들을 하나씩 훑었다.

 

 “어디 두자… 비틀 본체하고…”

 

 지난달에 보았던 광고가 그대로 다시 올라와 있었다. 문짝 두개에, 앞좌석, 뒷좌석 가죽 의자, 핸들 등 오리지날 부품들을 지난달보다 더 떨어진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생필품 살 돈도 없어서 허덕이는 주제에 이런 것들이나 보고 있다니. 나도 한심하다 한심해…

 

 신문을 식탁의 가장자리로 거칠게 밀어버린 그가 머그잔을 가지고 차고로 들어갔다. 그가 작업 중이던 비틀이 초라하게 놓여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실제로 탔다던 이 차는 그때 당시 럭셔리 차 중에서도 럭셔리라고 했다. 매튜의 집안, 즉 옥슬리 집안은 백년 전까지만 해도 르세라에서 대대로 알아주는 부농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정부 소속 농부들이 대거 이주해와 대규모 양 농장을 무작위로 오픈했고 그 풍요롭던 르세라의 땅들이 점점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세계 경제 대폭락과 가뭄으로 큰 타격을 입은 옥슬리 집안은 그 이후로 경제적인 회복을 하지 못했다.

 

 평생 가도 완성 못 할거야.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바에는…

 

 발로 비틀의 녹이 슨 보닛을 톡톡 건드린 그가 차고에서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어? 클로이의 자전거가 웬일로 차고에 들어와 있지?

 

 한쪽 벽에 가지런히 기대 놓은 그녀의 자전거가 보통 때와 다르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큭!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웬일로 기름칠까지 하셨네.“

 

 다 큰 처녀가 못 배운 망나니처럼 행동하고 다니는 것에 화가 난 그였지만 어찌됐든 클로이는 그의 하나밖에 없는 예쁜 딸이었다. 너무나도 애지중지하는 그들의 딸.

 

 미소를 머금은 그가 거실로 다시 돌아와서는 위층의 인기척에 촉각을 세웠다. 그녀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자전거가 보인다는 얘기는 그녀가 집에 있다는 말인데 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너무 조용했다.

 

 “자나?”

 

 머그잔을 식탁에 올려놓은 매튜가 위층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똑똑]

 

 “클로이, 일어나. 저녁 먹자.”

 

 [똑똑!]

 

 여전히 아무 대답도 없자 그가 방문을 조용히 열었다. 침실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작은 책상 위에 얌전히 놓인 종이와 포장된 상자가 그의 눈길을 끌었다. 반이 접힌 종이를 펼치니 클로이의 꼼꼼한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

 

 [아빠에게,

 

 아빠가 이 글을 볼 때쯤이면 나는 르세라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을거야.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이 편지로 인사를 대신 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지만 아빠가 나한테 많이 실망한 거 미안하게 생각해. 항상 염려만 끼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좀 그래.

 

 요 근래에 아빠가 나한테 했던 말들을 곰곰이 생각해봤어. 맞아. 나 미래에 대해 아무 계획도, 생각도 없이 살아왔던 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자신감 없이 세상을 원망했던 거.

 

 아빠 말처럼 내 인생에 책임을 져야 되는 나이라는 것을 알았어. 어떻게 받은 교육인데 내가 그걸 낭비하면 안된다는 것을 느꼈어.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일자리도 구하고 돈도 벌러 시티에 가기로 결정했어. 별로 내키는 곳은 아니지만 도시에는 기회가 더 많잖아?

 

 아빠가 말했지? 돈 걱정은 남자가 하는 거라구. 내가 아는 르세라의 가르침은 그게 아니야. 여자도 남자와 같이 강하게 자라서 공평하게 가사를 맡아 하는 것이 잔정한 르세라의 딸이야. 평등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엄마라면 나한테 그렇게 말했을 거야.

 

 혹시라도 아빠가 나 때문에 가슴 아파한다면 그러지 마. 그럴 필요 없어. 아빠가 지금 나를 위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격려야. 그리고 강인함이야. 그거로 난 족해.

 

 사놓은 선크림 잘 발라. 잊지 말구. 그럼 몸 건강히 잘 있어.

 

 아빠의 딸, 클로이 옥슬리]

 

 그녀가 남긴 편지를 끝까지 읽은 매튜가 의자 위로 무너져 내리며 통곡했다.

 

 “아, 클로이! 내 딸아…”

 

 

 

 ***

 

 청록색 잔디로 뒤덮인 산등성이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가 늦은 오후 시간임을 알렸다. 그 아래로 풍경화의 한 장면처럼 무수한 하얀 점들이 드넓은 벌판을 채우고 있었다. 잔디를 먹는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평온해 보일 수가 없었다.

 

 [덜컹덜컹]

 

 르세라를 떠나온 지 벌써 이틀째지만 클로이는 아직도 기차 안에 앉아 있었다. 밀듀라 기차역에서 울며불며 난리를 쳤던 아니카의 모습이 떠오르자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리고 창밖의 경치가 푸르르면 푸르를수록 그녀의 머리는 온통 걱정으로 무거워져만 갔다.

 

 괜찮을거야…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 삼십분, 18시 45분에 본 기차는 센트럴 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두고 내리는 물건이 없으신지 다시 한번 잘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잠시 후 다른 시람들을 따라 종착역인 센트럴 역에서 내린 클로이는 화려한 조명과 바쁜 사람들의 움직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특히 땅에서 퐁퐁 솟아오르는 층계를 보고 경악을 한 그녀가 여러번의 시도 끝에 겨우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탈 수가 있었다.

 

 “휴-“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며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가씨, 왼쪽으로 서요.”

 

 그녀의 옆을 지나가던 여자가 짜증난 한마디를 내뱉고는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무안해진 클로이가 뒤를 돌아보니 정말 자신 말고는 아무도 오른쪽에 서있는 사람이 없었다. 재빨리 다른 사람들의 무리에 섞인 그녀가 숨쉴 공간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시티 도착 십 분 만에 피곤하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센트럴 역 건물에서 나온 그녀가 주머니에 넣어둔 작은 종이 조각을 꺼냈다. 임시 거처소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미세스 스미스가 직접 그려준 지도였다. 날은 이미 어두웠지만 다행히 트램 정류장의 움직이는 광고가 전등의 역할을 해줬다.

 

 “조지 스트릿이…”

 

 그녀 앞에 엇갈리고 있는 여러 개의 도로들은 많은 차들로 붐비고 있었다. 생각보다 지도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

 

 [두두둑!]

 

 갑자기 엄지 손가락만한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하자 그녀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가뭄에 찌든 르세라에서라면 밖에 나가 춤이라도 췄겠지만 낯선 도시를 홀로 헤매는 지금, 이 느닷없는 빗줄기가 반가울 리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방향이라도 물어볼 의향으로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일초의 여유를 베풀 것 같아 보이지가 않았다.

 

 “길 잃었어요? 도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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